어느덧 내 나이도 40대 중반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마음만은 언제나 파릇파릇한 청춘이라 믿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니, 사십이라는 숫자가 나를 감싸고 있다. 2년마다 받는 회사건강검진에서 나오는 비만, 고혈압, 지방간, 고지혈증 경보를 언제나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운동이란 시간 날 때 하는 것이고, 마음 편하게 입맛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게 가장 건강하게 살아가는 거라고 믿고, 어디 같이 다니기 부끄럽다는 몸매에 대한 아내의 푸념을 귓등으르 흘려버린 채,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산 출장길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내가 아는 세상에서 제일 바쁜 영어 선생님이자, 세 딸의 아빠인 친구는 날씬한 몸매와 밝아진 얼굴색으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대학 및 직장생활 내내 흥겨운 술자리를 함께 교류했던 친구는 저녁식사자리에서 건강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동료교사의 소개로 찾아간 한의원에서 감식기, 절식기, 회복기로 이어지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하고 체중조절에 성공한 후, 그동안 친구를 괴롭혔던 만성질환들도 아주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리춤에 숨겨져 있던 만보기를 쑥스러워 하면서 보여 주었다.
그 일을 계기로 마흔에 읽는 동의보감의 저자인 방성혜 원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원장님은 건강에 대한 잘못된 사고방식을 바꾸어 주셨고, 처방 프로그램에 따라 점차 바뀌어 가는 내 몸의 긍정적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감식기 동안 먹는 양과 내용을 바꾸고 나서 몸은 점점 가벼워져 갔고, 늘 느끼던 피로감과 뒷목의 뻐근함도 사라졌다. 절식기간 동안 운동을 통해 지방을 연소시키면 에너지가 발생해 오히려 활력이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회복기에는 오색식단의 풍성함과 효능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발간하신 '마흔에 읽는 동의보감'을 읽고 몸과 마음, 그리고 음식에 대한 건강철학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마흔에 읽는 동의보감'은 여러 가지 생활사례를 통해 중년에 접어든 40대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동의보감을 설명해 주고 있다.
40세라는 나이는 몸이 본격적으로 노화에 접어들기 시작하는 때이다. 기억력 저하, 침침한 눈, 탈모, 대사증후군 징후 등 노화의 증상들이 나타나고, 고된 사회생활과 사연 많은 인생사 등으로 피폐해진 마음으로 인해 몸속의 장기들도 많이 지치고 낡아 버린 시기이다.
하지만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생활습관과 태도를 바꾸게 되면, 어느 젊은이 못지않게 활기찬 중년을 맞이할 수 있다. 걷기와 달리기 등의 운동을 생활화하고 항상 웃는 습관을 가지고, 규칙적으로 적은 양의 따뜻한 식사를 하며, 골고루 오색(청, 적, 황, 백, 흑), 오미(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짠), 오곡(쌀, 보리, 콩, 조, 기장)으로 식단을 꾸민다면 건강한 몸을 유지하면서 하루하루가 새로운 멋진 일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동의보감은 단순히 병을 낫게 하는 방법만을 기술한 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질병의 증세만을 다스리는 대증 치료가 아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의 치료를 알려 주는 책이 바로 동의보감이다. 그러기에 병을 치료함에 있어 복잡다단한 증상 아래에 깔린 원인을 통찰해 내는 의사의 눈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비단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낡고 닳아버린 병들고 삐뚤어진 마음에 대해서도 원인을 통찰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동의보감은 사람의 기혈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것이 마치 물이 흐르고 흘러 강으로 바다로 이름난 산으로 깊은 땅속으로 돌고 또 도는 고리와 같다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 그 끊이지 않는 이어짐을 위해 내가 할 일은 나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내는 것이며, 나의 삶이 건강하게 이어진다면 비록 지금은 가장 낮은 곳 땅속을 흐르고 있는 때와 운이라 할지라고 언젠가는 가장 높은 명산에 오를 때와 운도 오게 될 것이다. 즉 마흔이라는 나이는 결코 늦은 때가 아니며 앞으로 펼쳐질 찬란한 때를 맞이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하는 멋진 시기인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보다 해야 할 책임감과 의무에 어깨가 짓눌린 40대의 청춘들에게 꼭 일독을 권해 주고 싶은 책이다.
첫댓글 근사한 서평 감사합니다. 동의보감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찝으신듯요.. 점차 건강관리나 치료에 있어서 디톡스가 주도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일단 한번 시도해보고 좋은 결과를 얻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켜나가는 것 아닐까란 생각도 많이 하게 됩니다. 몸이 좋아지면 또 다시 나태함으로 쉽게 빠져든다는.. 이것을 어떻게 극복시킬 수 있나가 진짜 과제가 아닐까요?
네. 맞습니다. 유지관리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원장님께서도 병이 재발하지 않게 치료해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셨고,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약재와 치료보다는 환자 본인의 의지와 관리가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