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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국지 [列國誌] 550
■ 2부 장강의 영웅들 (206)
제9권 장강은 흐른다
제 27장 강남에선 귤, 강북에선 탱자 (5)
초영왕(楚靈王)으로부터 안영(晏嬰)을 모욕 주라는 지시를 받았던 양개(陽匃)가 머쓱하여
입을 다문 후 다시 한 사람이 나왔다. 우윤 정단(鄭丹)이었다.
정단(鄭丹)은 언변이 날카롭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대는 새 임금을 세우고 종묘사직을 보호했다지만, 그것은 다 말장난이오. 최저의 난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난씨, 고씨, 진씨, 포씨 등 네 씨족이 싸웠을 때도 그대는 구경만 했을 뿐 아무런
대책도 세우질 않았잖소? 그러고도 사직(社稷)이라는 말을 함부로 입 밖에 낼 수 있단 말이오?"
"하하하, 그대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려. 최저(崔杼) 때도 마찬가지거니와 네 씨족이 파쟁을
일으켰을 때에도 그 소용돌이에 휩쓸려들지 않고 군주 곁에 있었던 사람은 이 안영(晏嬰)뿐이었소.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움직임으로써 종묘사직을 지키는 것을
어찌 방관자라고 할 수 있단 말이오?"
정단(鄭丹)마저 꼬리를 내리고 물러서자, 이번에는 태재 원계강(薳啓彊)이 한마디 쏘았다.
"내가 보기에 그대는 인색한 사람이오.""어찌하여 그렇게 보시오?"
"한 나라의 재상이라면 마땅히 좋은 의복을 입고 수레와 말을 장식하여 그 권위를 나타내야 하오.
그런데 그대의 모습은 어떻소? 다 떨어진 갖옷에 털 빠진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남의 나라에 오지 않았소?""더욱이 소문에 의하면 그대는 여우 가죽으로 만든 갖옷 한 벌을
20여 년 동안 입었다 하오. 또 제사 지낼 때만 돼지고기를 구경한다고 들었소.
이것이 옹졸하고 인색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오?"안영(晏嬰)은 손바닥을 만지며 크게 웃었다.
"그대의 소견은 어찌 그리 좁소? 내가 재상에 오른 후로 나의 부족(父族)은 모두 갖옷을 입었고,
모족(母族)은 육식을 먹게 되었으며, 처족(妻族) 중에는 굶주린 사람이 없어졌소. 내가 비록 검소하게
지내지만 나의 삼족(三族)은 다 넉넉하게 살고 있소. 이것이면 충분하지,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이오?"
안영(晏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내가 듣기로 옛날 성탕(成湯) 왕은 키가 9척이었고, 진(秦)나라 공손지(公孫枝)는
능히 만부도 대적할 만한 거인으로서 명장이 되었소이다.이를 보면 자고로 명군현신은
다 용모와 풍신이 빼어났으며, 용기 또한 한 시대를 눌렀던 것이 분명하오."
"그런데 이제 그대의 용모와 풍신을 보니 키는 6척이 될까 말까 하며, 힘은 닭 한마리
잡지 못할 정도외다. 이러고도 공연히 입만 놀리는 것을 능사로 삼고 있으니,
그대는 자신에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오?"안영이 보니 초나라 공자 진(眞)의 손자 낭와(囊瓦)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초영왕의 차우(車右)이기도 했다. 안영(晏嬰)은 가벼이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저울의 추는 작지만 능히 천근 무게를 달며, 배의 노는 길지만 결국 물 속에 들어가 있는 부분이 많소.
교여(僑如)는 키는 컸지만 노(魯)나라에서 죽었고, 남궁만(南宮萬)은 힘이 천하장사였지만
송(宋)나라에서 죽임을 당했소.""그대도 키 크고 힘이 센 모양이나, 내가 보기엔
그들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사람인 듯싶소. 나 안영(晏嬰)은 아는 것이 없고 능한 것도 없소.
그러나 옛 사람의 일들에 대해선 조금 알고 있소. 그대는 앞날을 조심하시오."
낭와(囊瓦) 역시 창피만 당하고 물러났다.이렇듯 안영이 입담 좋은 초나라 대부들을 상대로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는 중에 조문이 열리며 또 다른 두 사람이 걸어나왔다.
초나라 영윤 원파(薳罷)와 좌윤 오거(伍擧)였다.그들은 이미 안영과 초나라 대부들 사이에
심상치 않은 설전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로 보아 초나라 대부들이
안영에게 호되게 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오거(伍擧)가 재빨리 사태를 수습했다.
그는 안영에게 정중히 읍하고 나서 초나라 대부들을 돌아보며 꾸짖었다.
"여기 계신 안자(晏子)는 제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천하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어진 선비이외다.
그대들은 어찌 함부로 언변을 부려 실례를 범하는 것이오?"
안영(晏嬰)은 원파와 오거의 안내를 받아 조문 안으로 들어갔다. 전상(殿上)에는 이미
초영왕이 올라 있었다. 원파(薳罷)가 안영을 초영왕 가까이 데리고 가 인사를 올리게 했다.
초영왕(楚靈王)은 눈을 거만하게 내리깔며 안영을 굽어보았다.
입가에 피식, 하고 냉소를 머금었다."원래 제(齊)나라에는 그렇게 인물이 없소?"
또 키 작고 볼품 없는 외모에 대한 조롱이었다.작은 키 때문에 참으로 많은 수난을 받는 날이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우리 제(齊)나라에는 한 번 기침만 해도 구름을 일으키고 한 번 땀을 흘리면
비를 내릴 수 있는 정도의 인물이 걸으면 서로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많이 있습니다.
하온데 왕께서는 무슨 근거로 우리 제나라에 인물이 없다고 하문 하십니까?"
안영(晏嬰)은 초영왕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를 예상하고 이렇게 되물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대처럼 조그만 사람이 우리 나라에 친선하러 왔소?"
역시 안영의 예상대로였다.그는 지체없이 대답했다.
"아직 모르셨습니까? 우리 제나라에는 사자를 보낼 때 규칙이 있습니다. 현자(賢者)는 현군
(賢君)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못난 자는 못난 군주에게 심부름을 시킵니다.
신은 제나라 인물 중에서 불초(不肖)한 자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초나라에 심부름 온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내가 못난 사람이라면 당신도 못난 군주다, 라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비꼼도 이런 비꼼이 없었다.'내가 못난 군주라고?'초영왕(楚靈王)은 발끈했다.
당장이라도 호통치고 싶었지만 자신이 먼저 던진 말이 있어 그러지도 못하였다.
머리를 굴려 맞받아칠 말을 궁리해보았으나 끝내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첫 대면은 그렇게 끝났다.안영(晏嬰)이 공관으로 물러간 뒤에도 초영왕은 분을 삭힐 수가 없었다.
측근 대부들에게 씩씩거렸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영을 꼼짝 못하게 하고 싶다."
초나라 대부들도 약이 오를 대로 올랐다. 서로 머리를 맞대어 하나의 지혜를 짜냈다.
"내일 안영(晏嬰)을 대접하는 잔치 자리에 제(齊)나라 죄수를 지나가게 하십시오. 그런 다음..........."
"흠, 좋다."초나라 군신은 치밀한 계획을 짠 후 다음날을 기다렸다.
551편에 계속
열국지 [列國誌] 551
■ 2부 장강의 영웅들 (207)
제9권 장강은 흐른다
제 27장 강남에선 귤, 강북에선 탱자 (6)
이튿날이었다.안영(晏嬰)을 접대하는 연회가 궁중 뜰에서 열렸다.
초영왕(楚靈王)도 대신들도 전날과는 판이하게 공경하는 자세를 취했다.
안영(晏嬰)의 수행원들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제야 초왕의 얄궂은 장난이 끝났구나.'
연회가 시작되고 술잔이 오가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문득 초영왕(楚靈王)의 눈길이 한 곳에 고정되었다. 전각 아래 뜰 저편으로 포박된 죄수 하나가
끌려가고 있었던 것이다.'무슨 죄인이기에 이런 자리에 나타났을까?'
제(齊)나라 수행원들은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아니나 다를까, 초영왕(楚靈王)이 측근을 향해 물었다.
"저 죄수들은 무엇인가?"그런 초영왕의 콧구멍은 크게 벌름거리고 있었다. 즐거움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측근 신하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대답을 올렸다."제(齊)나라 죄수입니다."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안영의 수행원들은 안색이 돌변했다.'또 악의에 찬 장난인가.'
제나라 부사가 흘낏 안영(晏嬰)을 쳐다보았다.안영(晏嬰)은 전혀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태연자약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초영왕은 계속해서 물었다."제나라 사람이라고? 무슨 죄를 지었는가?"
"도둑질을 했다고 합니다."초영왕의 얼굴에 빈정거리는 빛이 스쳐갔다. 슬며시 안영을 돌아보며 물었다.
"제나라 사람들은 본시 도둑질을 잘하오?"안영(晏嬰)이 지체없이 명쾌한 어조로 대답했다.
"귤나무라는 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는 회수(淮水) 남쪽에서 자라면 귤이라는 열매를 맺습니다.
그러나 회수 북쪽으로 옮겨 심으면 귤이 열리지 않고 탱자가 열립니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열매 맛이 전혀 다르지요. 그 이유는 물론 기후와 토질(土質)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齊)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일절 도둑질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초(楚)나라에 오면 도둑질을 합니다. 초나라 기후와 토질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 사람이 도둑질한 것은 오로지 초나라 풍토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강남에선 귤(橘),강북에선 탱자(枳)남귤북지(南橘北枳) 라는 말은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안영(晏嬰)이 남긴 명언 중 하나다.단순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임기응변으로 던진 말은 아니다.
'인간은 환경의 동물' 이라는 말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안영(晏嬰)은 사람과 사회와의 관계를
이렇게 설정하고 있었던 듯싶다.어쨌거나 초(楚)나라 시각에서는 상당히 비꼬임이 섞인 말이었으므로
초영왕(楚靈王)은 화를 내야 했다.그런데 이상했다.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안영의 어조가 밝고 명랑해서 였을까. 아니면 상식을 뛰어넘는 기지에 초영왕이 탄복한 것일까.
별안간 초영왕(楚靈王)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옛말에 성인(聖人)을 시험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런데 오늘 바로 그 뜻을 알았도다. 내가 본시 그대를 모욕 주려 했는데, 오히려 모욕을 당했구려."
이때부터 초영왕(楚靈王)은 안영을 진심으로 후대했다.
초나라와 제나라의 관계가 호전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일화는 <안자춘추(晏子春秋)>에 기록되어 있다.
안영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초영왕과의 회견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 안영(晏嬰)이 초나라에 가서 국위를 선양했다.이런 소문이 임치성 안에 널리 퍼져나갔다.
제경공(齊景公)도 이 소문을 들었다."과연 안영이다!"그의 외교적 수완에 새삼 경탄할 뿐이었다.
제경공은 안영을 위해 뭔가 해주고 싶었다. 퍼뜩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렇군. 집을 새로 지어주면 되겠군.'예전에 제경공(齊景公)은 미복 차림으로
도성 안을 시찰한 적이 있었다. 복잡하고 먼지가 많은 시장 거리 근처를 지나다가
우연히 안영(晏嬰)이 한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볼품 없고 누추하기 짝이 없는 작은 집이었다.
측근 신하에게 물었다.- 재상이 어째서 저런 집으로 들어가는가?
- 저 집이 바로 재상의 집입니다.제경공(齊景公)은 깜짝 놀랐다.주거지의 최악 조건으로 네 가지가 있다.
추(湫), 애(隘), 효(囂), 진(塵)이 바로 그것이다.
추(湫)는 습지, 즉 눅눅한 곳을 말한다.애(隘)는 비좁음을 말하며, 효(囂)는 시끄러움,진(塵)은 먼지를 뜻한다.
즉 축축하고 좁고 시끄럽고 먼지가 많은 곳은 주거지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나라 재상 안영의 집은 그러한 악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다음날 궁중으로 들어온 안영에게 제경공(齊景公)은 제안을 했다.
- 높고 건조한 곳으로 집을 옮기면 어떠할까?안영(晏嬰)은 거절했다.
- 그 곳은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정하신 곳입니다. 신으로서는 그 집도 과분합니다.
더욱이 시장이 가까워 아침저녁으로 장 보기가 쉬우며 백성들과도 친밀하게 지낼 수 있어 좋습니다.
제경공(齊景公)은 쾌활한 성격이었지만 짓궂은 면도 있었다.
특이한 사람이다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슬며시 비꼬았다,
- 경(卿)은 시장이 가까워 좋다고 했는데, 시장에 나가 물건을 직접 사본 적이 있소?
- 어찌 없겠습니까?- 그렇다면 무엇이 비싸고, 무엇이 싸오?- 용(踊)은 비싸고, 신발은 쌉니다.
비꼼에 대한 응대가 아니었다.사실을 말한 것이다.
용이란 월형(刖刑)을 당한 사람이 신는 신발이다.
의족이라고나 할까.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즉 '용(踊)'이 시장에서 비싸게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월형을 당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안영(晏嬰)은 이 문답을 통해서 제나라 형벌이 너무 가혹한 것을 간언하고 있는 것이었다.
제경공은 안영과 손발이 잘 맞는 군주였다. 대뜸 그의 간언을 알아들었다.
사구(司寇)를 불러 명했다.- 우리 나라 형벌이 어떠한가를 조사해보라.
과연 가혹한 형벌을 받은 사람이 많았다.제경공(齊景公)은 사구에게 명했다.- 형벌을 줄이도록!
멋진 재상에 멋진 군주라 아니할 수 없다.
그 뒤로 제경공(齊景公)은 안영이라는 인물을 스승처럼 존경했다.
그 안영이 이번에 초나라로 가 통쾌하게 초왕과 그 신하들을 제압하고 돌아오는 중이라는 것이다.
제경공(齊景公)은 안영에게 보답을 해주리라 마음먹었다.제경공은 측근 신하를 불러 명했다.
"안영(晏嬰)이 돌아오기 전에 그의 집을 새로이 크게 지어놓아라."
예전에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에 집터는 바꾸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 축대를 쌓고
광대한 집을 짓게 하였다.안영이 임치(臨淄)에 당도했을 때 새 집은 완성되어 있었다.
안영(晏嬰)은 성 밖에서 그 소식을 미리 들었다."새 집을 지어주셨단 말이지?"
마중나온 가재(家宰)에게 확인했다.놀라는 표정이었으나 기뻐하지는 않았다.
안영(晏嬰)은 곧장 공궁으로 들어가 제경공에게 초나라에 다녀온 일을 보고했다.
자신의 활약상을 자랑할 만도 하건만 전혀 자신의 공을 내색하지 않았다.
반면, 제경공(齊景公)은 어린애처럼 자신이 준비한 선물을 자랑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쉬시오."새 집을 지어주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안영의 놀라는 모습을 상상하며 솟아오르는 웃음을 눌러 참았다.
내일 아침 안영(晏嬰)이 어떤 표정으로 나타날지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다음날, 안영(晏嬰)이 공궁으로 들었다.
제경공(齊景公)은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가 안영을 보자 표정부터 살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그의 표정은 여느 때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기쁨을 눌러 참는 것인가. 멋없는 사람.'제경공(齊景公)은 이렇게 생각하며 상체를 내밀며 물었다.
"마음에 드오?""집을 말씀하십니까?"안영의(晏嬰) 어조는 무덤덤했다."그렇소."
"허물고 있는 중입니다."제경공(齊景公)의 눈은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그 정도로 놀랐다.
한편으론 배신감이 일기도 했다."어째서? 집이 작소?"
제경공(齊景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증표다.
하지만 안영은 여전히 태연자약했다."아닙니다. 너무 커서 줄이고 있는 중입니다."
안영(晏嬰)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살기 편한 집이란 그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있다. 이웃이 좋아야 살기 편한 집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집을 점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점친다.
주거 환경은 오로지 이웃 사람들의 좋고 나쁨에 달렸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말이다.
그런데 제경공(齊景公)은 안영의 집을 넓히기 위해 이웃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켰다.
"인심을 잃었다는 것은 최악의 주거 환경입니다."제경공(齊景公)은 분노의 눈빛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집이란 그런 것인가......?"
결국 제경공이 양보하여 안영의 집은 예전의 크기를 되찾았고, 이주했던 이웃들도 원상복귀했다.
제경공과 안영 사이의 일화는 이것말고도 또 있다.어느 날 제경공(齊景公)은 안영의 집으로 행차했다.
안영의 아내가 직접 나와서 음식상을 준비했다. 제경공이 그 아내의 모습을 보고 물었다.
"저 여인이 경(卿)의 아내이오?""그렇습니다."제경공(齊景公)이 웃으며 말했다.
"너무 늙고 못났도다. 공실에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많으니 과인이 그대에게 공녀 한 명을 내리겠소."
안영(晏嬰)이 대답했다."여자가 남자에게 시집오는 것은 후일 늙어서 보기 싫게 되더라도
버리지 말아달라는 부탁과 믿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臣)의 아내가 비록 늙고 보기 싫으나
신은 이미 아내로부터 그런 부탁과 믿음을 받았습니다.
어찌 이제 와서 동고동락(同苦同樂)한 아내를 버릴 수 있겠습니까?"
제경공(齊景公)은 얼굴을 붉히며 감탄했다.
"그대은 충신이오. 늙은 아내를 버리지 않는데, 하물며 임금을 버리겠는가."
제경공(齊景公)과 안영(晏嬰)의 사이는 흡사 제환공(齊桓公)과 관중(管仲)과의 관계인 듯했다.
552편에 계속
첫댓글 제환공과 관중과의 관계 처럼, 제경공과 안영의 신뢰 관계가 확고하니,
제나라의 발전과 융성이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