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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소녀★`
메일 주소 : -_-flower-_-a@hanmail.net
버디 :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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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어느 한 인영이 어두운 집안으로 들어온다.
이미 바깥은 어두껌껌해져 있는 상태고 모두들 깊이 잠이 든 상태다.
"새근새근..."
그 인영이 들어간 집안에서 들려오는 고른 숨소리.
문을 닫고 신발을 벗고 고른 숨소리 쪽으로 다가가는 인영.
현관에 위치한 센서로 인해 불이 탁- 하고 켜짐으로 인해 그가 누군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비한이었다.
"잘자네?"
현관 바로 앞에 위치한 스위치(거실의 불을 켜는 곳은 두군데가 있다.)를 켜고,
거실 쇼파에서 자고 있는 단아의 곁으로 가 볼을 쓰다듬으며 말을 하는 비한.
여전히 단아는 목티를 입고 있는 상태였다.
비한은 알고 있었다. 그 자국은 왠만해선 잘 지워지지 않는 단걸..
"후...."
살짝 단아의 목부분을 내려버리는 비한.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한숨이에 비한은 씁쓸했지만 어쨌든 단아를 거실에 둘 순 없었다.
아마도 단아는 자신이 집에 오지 않은 4일동안 거실에서 잤을 지도 모른다.
언제 돌아오나 기다리느라..
비한은 단아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때까지 잠에 깊게 들어 있는 단아는 깰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단아는 비한이 자신을 안아들자 고개를 움직여 그의 품에 파고 들었다.
따뜻한 온기에 자신도 모르게 반응을 하는 것이었다.
비한은 그런 단아의 모습을 보며 따뜻한 웃음을 띄웠다.
그 뒤, 자신의 방으로 움직이는 비한.
달칵-
하고 방문이 열리고 스위치를 눌러 방의 불을 키는 비한.
단아를 자신의 침대에 올려놓곤 편안한 체육복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그 뒤 피곤한지 씻지도 않은채 불을 끄고 단아의 옆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 비한이었다.
놓치기 싫다는 듯 비한은 단아를 꼬옥 끌어 안은채 잠이 들었다.
* * *
"헤헷~"
자신을 감싸도는 따뜻한 온기에 일찍 눈을 뜬 단아.
그리고 일어나자 마자 보이는 비한의 얼굴에 단아의 얼굴엔 미소가 한가득이었다.
5일만에 보는건가?
단아는 5일만에 보는 비한이라서 너무 반가웠다.
쭈욱~
자고 있는 비한의 볼을 쭈욱 늘여 버리는 단아.
이미 자신의 몸을 봐 버렸을지도 모르는 비한을 까맣게 잊어 버린듯 했다.
"으흠..."
꽈악..
단아가 비한의 볼을 늘어뜨리자 비한은 조금 뒤척이다가 단아를 꼬옥 끌어 안아 버렸다.
일찍 일어났던 터라 단아는 그대로 비한에게 꼬옥 안긴채 다시 눈을 감고 잠에 빠져 들었다.
.
.
.
둘다 그다지 특별한 꿈을 꾸지 않은채 잠에써 깬 시간은 오전 11시쯤이었다.
벌써 비한은 잠에서 깨어나 단아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중이었고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서였을까?
단아도 곧 눈을 떴다.
"잘잤어?"
"응. 비한이 너두 잘 잤어?"
단아가 일어나자 아침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
아침이라 하기엔 좀 늦은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들은 때늦은 아침인사와 동시에 부엌으로 향해 때늦은 아침식사를 했다.
달그락달그락 소리만이 부엌에서 오갔고
그 소리 외엔 아무런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는 부엌이었다.
단아는 어색한 침묵에 뭔가를 말 하려고 했지만 두 입술이 붙어 버렸는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비한이 아무런 소리를 하지 않긴 해도 어쨌든 자신의 몸을 봤을 테니깐 ..
단아는 살짝 비한의 눈치를 보며 밥을 빨리 먹기 시작했다.
.
.
"나 나갔다가 올게."
밥을 다 먹고 난 후, 비한은 간단히 씻더니 어디론가 또 다시 나가려고 했다.
오늘은 주말임에도 비한은 나가려고 했다.
단아는 주말인데도 나가려고 하는 비한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오늘은 주말이잖아?"
"급한일 때문에 나가봐야돼. 오늘은 일찍 오니깐 걱정마."
"웅...."
그나마 일찍 온다는 소리를 했기에 단아는 못마땅했지만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단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비한은 집을 나섰다.
"하아..."
비한이 나가자 마자 옅은 한숨을 쉬는 단아였다.
"오늘도 청소나 해볼까..?"
이러면서 몸을 일으켜 청소를 시작하려는 단아였다.
* * *
"뭐?! 공항에 물어봐도 그런 인물은 없다고 그런다고?"
"응. 형. 그 사람의 정보를 안 알려주는건지 정말로 안 들어온 건지..
근데 안 알려주는 건 아닌 것 같애. 아무튼 내가 보기엔 그 사람이 한국에 아직 안 온 듯 해."
"흐음.. 계속해서 물어보도록 해."
"응~"
시험공부로 인해 피곤에 쩔어 있는 다민과 지헌이 눈밑에 다크서클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어제 비한이 시킨 것을 알아보느라 바빴다.
그래서 알아낸 것이 아직까지 힛토는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 !
비한은 안심의 한숨과 더불어 복수의 주먹을 다잡았다.
그러다 오랜만에 만난 다민과 지헌인지라 그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오랜만에 호프집가서 날밤샐까?"
"아니! 전혀! 괜찮아!"
평소같으면 좋다고 따라나설 두녀석이었지만
정말 많이 피곤했는지 괜찮다며 사양해 버린다.
그 녀석들을 보며 비한은 피식 웃으며 학교 때려치우길 잘했단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아직도 학교를 다니고 있다면 저 녀석들처럼 피곤에 쩔어 있을테니깐 ..
"불쌍한 새끼들.. 그럼 각자 집으로 돌아갈래?!"
"....피곤해. 자고 싶어. 침대가 그리워."
지헌이 이렇게 늘어놓았고 옆에선 다민이 그 말에 자신도 전적으로
동의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럼 나중에 시험끝나고 다시 보도록 하자."
"응.형~ 담에 봐."
비한이 가도 좋다는 듯의 말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민은 이렇게 말했다.
눈을 부비작 거리며 몸을 빙글 돌려 어느 한 카페를 나가는 다민.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부스럭 일어나선 비한을 향해 손으로 '안녕~' 이라는 듯 설레설레 흔들더니
곧 카페 밖을 나가는 지헌.
그들의 뒷모습을 살며시 바라보며 웃는 비한이었다.
그러다 그들이 카페를 다 나가자 표정이 싹 굳는 비한.
♪♪♪♪♪♪♪♪♪♪♪♪♪♪♪♪♪♪♪♪♪♪♪♪♪♪ ~ -양지현-
자신의 폰에서 들려오는 음과, 그 번호의 이름때문이었다.
주말에 자기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지 전화를 하는 지현이었다.
"왜."
불만이 가득 찬 음성으로 비한 특유의 내리깐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하지만 상대쪽의 지현은 그런 일이 한두번 겪는게 아니란 듯 평소의 목소리로 전화를 한다.
-[나랑 만나서 얘기 좀..]
"너랑 할 얘기는 이미 끝났잖아? 우린 더이상 만날 일도 없는걸로 아는데?"
-[넌 없을지 몰라도 난 있......]
"넌 있을지 몰라도 난 너한테 할 말이 없거든? 그러니 끊어."
뚜뚜뚜...
금방 끊겨버린 전화.
♪♪♪♪♪♪♪♪♪♪♪♪♪♪♪♪♪♪♪♪♪♪♪♪♪♪ ~ -양지현-
하지만 전화가 끊기자 마자 또 다시 전화를 거는 지현이었다.
"제길.."
비한은 폰에 띄워지는 지현의 이름에 끝까지 폰을 받지 않은채
카페 밖을 나와버렸다. 나오며 계산하는 건 잊지 않는 비한이었다.
카페 밖으로 나온 비한.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건 ..
"오랜만이예요~"
예전에 한번 본듯한 얼굴이었다.
잠깐 누군지 생각이 안 나는듯 인상을 찌푸리는 비한.
"선배 저 기억안나요? 아연이잖아요!"
그리고 나서 그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그제서야 비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단 눈초리를 해 보였다.
하지만 몇달이 채 지나지 않았건만 아연은 처음과는 달리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성숙한 여인을 따라하고 싶었던 걸까?
아연은 이미 학생이 하고 다닐 수준의 꾸밈을 지나치게 넘어서 있었다.
"흐음.. 만나서 반가웠어. 그럼."
아연을 만나는 것도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지금은 단아가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좋지 않은 거지만 ..
"선배! 오랜만에 만났는데 아무것도 안 사줘요?!"
아연의 주변에 있던 친구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비한.
그리곤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너 하나면 몰라도 난 모르는 애들도 무언갈 사줄만큼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거든.
그리고 지금은 아무하고도 뭐 같이 먹고 싶지 않은데?
오늘은 집에도 일찍 들어가 봐야 되고."
그리고선 아연과 아연의 친구들을 싸구려로 보는 듯한 눈빛을 하고선
자신의 차 쪽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비한이었다.
뒤에서 아연은 비한을 살짝 노려보며(물론 아연의 친구들도 함께 노려봤다.)
"저 싸가지.."
라고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몸을 부르르 떠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미 아연은 예전의 그 아연이 아니었다.
예전에도 이미 악질이었지만, 그보다 아연은 더 타락의 길로 접어 들고 있는 중이었다.
주변의 싸구려틱한 친구들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아연은 피부가 숨도 못 쉴 정도로 심하게 화장을 한 얼굴을 해 가지곤
비한을 속으로 무지 욕하고 있었다.
* * *
-[비한아~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데.. 메론맛!]
자신이 집에서 나온지 벌써 3시간이 흘렀다.
벌써 시간은 오후 3시를 살짝 넘기고 있었고
집에 가려고 차에 올라타자 마자 단아에게 전화가 왔다.
메론을 사오라고.
비한은 알았다고 사가겠다고 말한뒤 폰을 끊었다.
그리곤 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힛토가 온다 - 단아한텐 폰이 없다 - 힛토에게 끌려간다 - 연락할 방법이 없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 오른 비한.
얼굴이 살짝 굳어지더니 폰을사러 아무곳에나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얼마뒤 자그마한 폰을 들고 나와선 흡족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 근처에 있던 베스킹라벤 이라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들어가서 메론맛을 사 들고 나와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그 시간 집에선 단아가 청소를 끝내고 쇼파에 드러누워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
.
.
몇십분뒤 비한은 집에 도착하게 되었고 곧 집안으로 들어가면서 폰과 아이스크림을 챙겼다.
지문을 찍고 현관안으로 한발짝 내딛는 비한.
다다다다닥-
집지키던 강아지마냥 자신이 들어오자마자 잠에서 벌떡 깨어나 달려오는 단아를 보며
비한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의 행방을 묻는 단아.
곧 비한의 손에 들려있는 아이스크림을 보곤 베시시 웃어버린다.
비한은 오른손엔 아이스크림을 왼손엔 폰을 들곤 단아에게 내밀었다.
"이건 아이스크림. 이건 니 폰."
뜬금없이 받은 폰으로 살짝 놀라버린 단아.
사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사 온 비한을 보며 고개를 갸웃 거리는 단아였다.
자신은 언제나 집에밖에 안 있는데도 무슨 필요가 있다고 사준걸까..?
"이건 왜 사왔어? 아이스크림만 있으면 돼는데.."
"그냥 가지고 있어. 연락도 하고 좋잖아?"
"웅~"
시원한 미소를 입가에 달며 말하는 비한때문에
단아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곧 비한은 옷을 갈아입으로 방으로 들어갔고 단아는 거실 탁자에 아이스크림을 올려놓고
퍼 먹기 시작했다.
"아....맛있다."
그리곤 입가에 묻혀가며 열심히 먹는 단아였다.
곧 거실로 나온 비한이 단아의 입가에 묻어 있는 아이스크림을 보곤 쿡 하고 웃어버렸다.
그리곤 천천히 단아의 옆으로 걸어가는 비한.
털썩 하고 단아의 옆에 앉아 버리는 비한.
할짝...
그리고 눈에 보이는 현장.
비한의 혀가 단아의 입술 근처에 묻어 있는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어 버렸다.
"으..응?!"
단아는 화들짝 놀라 비한을 바라보았지만 비한은 씨익 웃으며
"빨리 더 먹어~"
라고 할 뿐이었다.
그 뒤 단아가 입 주변에 묻힐때마다 비한은 자신의 혀로 핥았고
단아는 조심히 먹으려고 무지 애를 썼다.
그렇게 먹다가 반도 채 먹지 않고나서 배가 불러버린 단아는
"그만먹을래."
라고 말했고 비한은 김이 샌다는 듯이 뚜껑을 닫고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을 넣었다.
단아는 그런 비한의 모습을 보며 평소와 다름없음에 행복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부엌으로 간 비한이 이렇게 중얼 거렸다.
"...가슴에 떨어졌다면 더 좋았을껄.."
물론 단아는 이 말을 듣지 못했다.
# 54.
"어떠냐, 맛이?"
"아버님, 이거 정말 맛있네요. 호호.."
가식적인 웃음이라고도 볼 수 있는 웃음을 해가며 레스토랑에 누군가와 마주앉아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지현이 보인다.
눈웃음을 살살 쳐가며 앞에 있는 남자에게 애교떨기가 바쁘다.
지현의 앞에 앉은 남자는 비한의 아버지인 비훈이었다.
"그래. 홀몸이 아니니 잘 먹어둬야지. 비한이는 언제오고?"
홀몸이 아니라니 ..
비훈은 분명히 지현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지현이 홀몸이 아니라하면 아이를 가졌다는 소린가?
비훈의 이런 말에 그녀는 살짝 입가에 미소를 띄우곤 쑥쓰러운듯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다.
"비한씨는 바쁘다고...."
곧 비한의 얘기를 꺼내며 살짝 굳는 지현이었다.
비훈은 그런 지현의 표정변화를 보더니 폰을 꺼내 들었다.
비한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버님. 비한씨는 지금 가정부랑 바쁠꺼예요."
비훈에게 이렇게 말하는 지현.
지현이 꼭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원래 심성이 고운 그녀였지만
지금껏 비한이 자신에게 어떻게 대했나 생각하자 평소처럼 고분고분 하게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고자질을 한 것 일 수도 있다.
"가정부랑 바쁘다니?!"
고기 한점을 입에 썰어넣으며 지현을 향해 묻는 비훈.
지현은 말하기 곤란하단 듯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곧게 지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어쩔 수 없이 말을 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여는 지현.
"요즘 비한씨가 가정부랑 잘 지내는거 모르시는건 아니죠? ..
소문이 많이 나돌고 있는데.."
"아! 그 소문 말이냐? 소문일뿐이잖느냐?"
"그게 소문이 아니랍니다. 아버님."
지현의 이 말에 비훈은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 인상은 그들의 저녁식사가 마칠때까지 계속하여 유지되었다.
지현은 괜히 말을 꺼냈나 싶었지만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자신의 아버지와는 비한에게 한달간의 자유를 준다고 했지만
지현은 단 일주일만의 시간을 줬을 뿐이었다.
그 일주일이 오늘로서 막을 내리고 있었다.
아직 비한은 단아에게 고백을 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막이 내리다니..
지현은 이럴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저녁식사를 할 뿐이었다.
* * *
♪♪♪♪♪♪♪♪♪♪♪♪♪♪♪♪♪♪♪♪ -아버지-
단아를 자신의 다리에 눕힌채 투닥투닥 장난을 치고 있던 비한은
탁자위에서 울리는 폰벨소리에 단아를 쇼파에 일으키고는 전화를 받았다.
"네. 아버지."
"지금 어디냐?"
"집인...."
"본가로 내려와서 얘기 좀 나누자꾸나."
"갑자기 왜요?"
"긴말 필요없고 본가로 내려와." 뚜뚜뚜..
자신의 할말만 하고 끊어버리는 아버지였기에 비한은 약간 어떨떨한 표정을 짓다가
급히 자신의 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 입기 시작했다.
옷을 다 갈아 입고 방을 나온 비한은 이제 본가로 가기 위해 현관쪽으로 급히 걸어가
구두를 찾았다.
그때 다급히 비한을 향해 달려오는 단아.
단아는 비한의 허리를 꽈악 껴안곤 이렇게 중얼거렸다.
"또 어디가? 혹시 그여자한테 가?"
많이 불안한듯 비한의 허리를 꽉 잡은채 놔 주지 않는 단아.
비한은 벌써 구두를 찾았지만 차마 구두를 신지 못하고 있었다.
"아냐. 지현이 한테 가는 거 아냐. 내가 말했잖아.
내가 좋아하는건 지현이가 아니라 너라고."
"근데 그때만 말해주고 더 이상 나한테 그 말 해준 적 없잖아."
오늘따라 단아가 비한에게 매달린채 놔 주지 않고 있었다.
급한일일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비한은 단아의 팔을 살짝 떼어놓았다.
그리곤 단아의 이마에 촉- 소리가 나게 뽀뽀를 해주곤 이렇게 말했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야. 사랑하는 사람도 너야.
사귀고 싶은 사람도, 결혼하고 싶은 사람도 너야."
이렇게 말하고 나서야 단아는 이제 완전히 비한을 놓아주었다.
비한은 급한듯 단아가 놓자 마자 밖으로 빠져나갔고
"내가 늦게오거나 안들어오면 일찍자~ 조금있다가 폰으로 전화할게."
라고 말하며 급히 사라졌다.
비한은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폰을 사준걸 잘했다고 생각했다.
집 전화보단 커플제로 해서 폰으로 통화하는게 더 나았기 때문이다.
집안에 혼자 남은 단아는 현관문이 닫기자 방으로 들어와선
오전에 널었던 빨래를 걷어서 게었다.
다 하고 나선 드라마를 보았다. 드라마를 보다가 잠이 들긴 했지만 ..
* * *
비한은 차를 몰아 1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때
주택이 밀집해 있는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으리으리한 집. 힛토의 집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커다란 집이었다.
담의 높이가 키큰 사람의 키높이의 두배보다 더 커보였고 담도 정말 튼튼하고 두꺼웠다.
비한의 차가 담너머로 보이자 C.C카메라가 작동을 해서 안쪽에 보여주었기에
집 안에서 누군가가 주차장 문을 스르륵 올렸다.
비한은 차를 몰고 그 문을 향해 들어가기 시작했고
비한이 들어가자마자 그 문은 곧 스르륵 내려와 버렸다.
차를 몰고 정원앞까지 간 비한은 정원앞에서 차를 세워 내려버렸다.
그리고 나서 그 다음부턴 자신의 발로 걸어서 현관으로 향하는 비한.
곧 어느 사람이 다가와 비한의 차를 타고 주차장으로 차를 옮겼다.
비한은 열려 있는 현관문으로 들어가 구두를 벗고 슬리퍼를 신곤 거실로 한발짝 내딛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비한씨~"
아버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는데 그의 눈에 보이는 건 아버지,어머니와 다정히 앉아서
차와 과일을 먹고 있는 지현이었다.
비한은 지현을 쳐다보다 비훈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비훈은 그저 차의 향을 음미하며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 뭐 때문에 부르셨죠?"
약간의 싸가지와 차가움이 묻어나게 비훈에게 말하는 비한.
그리고 분위기기 심상치 않음을 느낀 비한의 어머니인 지숙은 아들이 왔다는 기쁨에
한걸음에 비한에게로 달려가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비한의 어머니는 곱게 늙은 중년의 부인이었다.
젊었을때 미모로 여려사람 울렸을 듯 한 외모였다.
"왜 부르겠어~ 니가 보고 싶어서 불렀겠지.
그리고 지현이도 같이 있으니깐 불렀지. 아들은 엄마 안 보고 싶었어?!"
살짝의 애교를 부가시켜 비한에게 말하는 지숙.
비한은 그런 지숙을 바라보며 살짝 표정을 풀어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비한은 자신의 부모님을 엄청! 좋아하는 자식이었다.
"안 보고 싶긴.. 보고 싶었지."
엄마를 살짝 끌어안으며 말하는 비한.
지현은 그런 비한과 지숙을 보며 내가 차라리 비한의 엄마였으면 ..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비한아, 이리와서 지현이 옆에 앉어라."
약간의 명령조로 말하는 비훈.
하지만 비한은 그의 말에 따라 지현의 옆에 앉을 뿐이었다.
곧 뒤따라 지숙도 비한과 지현의 맞은 편 쇼파에 앉았다.
긴 쇼파가 아닌 하나의 의지만 있는 쇼파에 앉아 있는건 비훈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너 지현이랑 약혼식은 대체 언제 올릴거냐?"
비한에게 이렇게 묻는 비훈.
그리고 기쁜 듯 살짝 웃고 있는 지현.
거기에 비해 인상을 쓰고 싫은티를 팍팍 내는 비한.
아무 생각없이 과일만 집어 먹고 있는 지숙까지 ..
이들의 분위기는 각각 달랐다.
"지현이한테 말 못 들었어요?"
지현을 한번 힐끔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는 비한.
'무슨얘기?'라는 눈빛으로 비한을 쳐다보는 비훈.
비한은 아마도 지현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비훈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지현이랑 저랑 서로 갈라진지 오래 되었어요.
그러므로 당연히 약혼문제는 없던걸로 되었던 거구요."
"누구 마음대로?"
"누구의 마음이던지 예전에 한번 지현이 제게 그랬던 것처럼
저도 지현이에게 이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지현이 옆에 있음에도 그녀와 약혼은 싫다고 또박또박 말하는 비한.
그리고 비훈은 심각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지현은 비한의 옆에서 주먹을 살짝 쥐며 울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비훈은 그런 지현을 안쓰러운 듯 쳐다보며 타이르듯이 비한을 향해 낮게 말했다.
"비한아.. 지현이는 네 아기를 가졌어."
"네?!"
"코..콜록. 뭐라구요?!!!!!"
비훈의 충격발언에 비한도 놀라고
과일을 먹고 있던 지숙도 놀라 버렸다.
비한은 비훈의 말에 지현을 쳐다보았다.
지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훈의 말이 맞다며 몸으로 표현해 주고 있었다.
"언제부터?!"
언제부터 임신한걸 알았냐고 묻고 있는 비한이었다.
너무 황당해 길게 얘기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병원에 가보니깐 4주째래..."
한달.
지현의 뱃속에서 자신의 아기가 한달동안 살고 있었다.
비한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비한은 지현의 손목을 부여잡고 2층으로 올라갔다.
"아버지, 어머니 잠시뒤 내려오겠습니다."
이 말을 하고 말이다.
비한과 지현은 2층으로 올라가서 2층에 있는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비한이 입을 열었다.
"거짓말이지?"
거짓말이길 바라는 비한의 말투였다.
하지만 지현은 고개를 완강히 저으며
"아니. 사실이야."
라고 말을 했다.
비한은 짜증이 났다.
왜! 왜! 이제야 드디어 단아에 대한 마음을 깨달았는데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것인지. 왜!!
자기의 말이 사실이라는 듯 너무 당당히 말하고 있는 지현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다정히 얘기를 나누고 있던 지현과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만! 납치!!
치현에게 들은 납치 이야기. 끝까지 듣진 못하였지만....
"그럼 납치 사건은 어떻게 된건지 말해봐."
임신은 일단 뒤로 제쳐두고 갑자가 궁금해져 온 납치 사건.
아버지가 지현을 납치했다고 한다면 지금 그의 아버지 입에서
약혼하란 소리가 나올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말에도 지현은 담담했다.
"그때 우리가 약혼하던 날 너희 아버지는 사람들을 시켜서 날 납치했어."
"그러니깐 왜 널 납치했냔 말이지. 우리아버지가."
"널 위해서."
"날 위해서? 그땐 날 위해서라면 약혼을 시켜 줬어야 했을텐데?"
"당연히 널 위한다면 약혼을 시켜 줬어야 했겠지.
하지만 난 그때 다른 남자와의 소문도 나 있었어. 널 만나기 전의 남자지.
그래서 너희 아버지는 그것이 못마땅했던거야.
니 귀에 그 말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너네 아버지는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 줄 알아?
그런데 그날 우리 약혼식을 하는 날, 그 남자가 너네 아버지를 협박했어.
만약에 약혼을 시켜버린다면 널 죽여버리겠다고 말이야.
그래서 너네 아버진 날 납치했지.
너네 아버지 잘못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냐. 그건 전부다 그 남자의 잘못이니깐.
그 뒤 그 남자는 무슨 이유에선지 나타나지 않았어.
그리고 나서 너네 아버지가 다시 내게 찾아왔어.
그때 미안했다고, 다시 널 좀 잡아 달라고.
그때 너 한참 방황했을때였기에 내가 나타났을때 넌 내가 좋다고 했지.
그게 끝이야. 납치 사건의.."
"피식.."
지현의 입에서 나온 너무나 허무한 납치사건의 진실에 비한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니깐 날 위한것과 동시에 지현을 위한 납치였다라 ..
비한은 피식 웃으며 지현에게 말했다.
"혹시 누가 알아? 그 아기도 그 남자의 아기일지?"
# 55.
"너...!"
수치스러운지 몸을 살짝씩 떨어가며 비한에게 말하는 지현.
그녀는 자신이 몸을 함부로 놀리는 여자로 전락해 버린것에 대해 약간은 황당해 하면서
또 약간은 부끄러워져왔다.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얼굴. 하지만 그 얼굴은 짙게 한 화장에 의해 보이진 않았다.
지현이 이런 기분을 느끼며 그를 쳐다보는걸 아는건지 모르는 건지
비한은 여전히 덤덤한 표정을 해 가지고선 지현을 내려다 보았다.
그들 사이에선 알 수 없는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진짜........"
고개를 푹 숙인채 억울하다는 듯이 말을 하는 지현을 보고 있는 비한.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후..그만 얘기하자. 이렇게 얘기 해 봤자 서로한테 좋을건 하나도 없잖아."
이 말을 끝으로 비한은 다시 1층의 거실로 내려갔고,
그 뒤를 따라 지현도 1층으로 내려갔다.
내려 가면서도 지현은 살짝살짝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거실에 다 내려가선 아무렇지 않게 행동 했지만 ...
"허허허."
거실에선 비훈이 지숙과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었다.
그러다 곧 위층에서 내려오는 비한과 지현을 보고는 웃음을 뚝 그쳤다.
지숙도 사근사근한 미소를 짓고 있다가 그들이 내려오자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묘하게 비틀리듯 올라가는 비훈의 입술. 그리고 오묘한 미소가 피어오르는 지숙의 입가.
비한은 알 수 없는 느낌에 기분이 나빠져왔다.
자신의 부모님이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 같았다.
"......뭐예요."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는 비훈에게 비한이 이렇게 물었다.
비훈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말할 뿐이었다.
"뭐 때문이야?"
이번엔 비한이 지숙을 향해 물어보았지만
지숙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볼이 살짝 발그레 해지더니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말한다.
궁금한 건 못참는 성격의 비한이지만 이번 건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볼이 발그레해진 어머니의 모습에서 그다지 듣고 싶지 않았다.
볼이 발그레해졌다면 아버지와 무슨 음탕한 얘기를 했을지 모르니깐 ..
"할 얘기 다 끝나셨죠? 저 가볼게요."
비한은 거실로 내려와서 쇼파에 앉지는 않고 그냥 현관쪽으로 나가 버린다.
지현은 쇼파에 앉아버렸는데 말이다.
비한이 현관으로 한발짝 다가갈수록 지현의 얼굴은 살짝씩 굳어갔다.
"아들아~ 어디가냐~ 여기서 자고 가야지."
막 밖으로 나가려고 할때 비훈이 이렇게 말했다.
'젠장.'
비한은 입 밖으로 이 말이 나오려고 하는걸 간신히 참고 마음속으로 이 말을 내뱉었다.
둘이서 음흉하게 웃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지현이랑 둘이서 같이 자게 할 심산이었던 모양이다.
"싫.."
"아들아. 오늘은 오.랜.만.에 아들이랑 밥을 먹네? 호호..
설마 간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막 싫다고 말하려는 찰나 지숙이 비한을 향해 이렇게 입을 열었다.
비한은 낭패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오랜만에라는 말에 악센트를 주며 말하는 지숙 때문에 차마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아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텐데..
비한은 갈등을 하고 있었다.
"바쁘면 가도 되.. 뭐.... 지금 호주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비현이를 부르지 뭐.
지금 부르면 바로 올 수 있으려나? ...."
신세한탄하듯 이렇게 말하는 지숙때문에 비한은 결국엔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동생이 호주에서 몇달동안 돌아오지 않는데다가
자신또한 집에 잘 오지 않는다.
동생은 공부하느라 못오는 거지만 자신은 올 수 있음에도 안 오는거였다.
그래서 집에 가지 못했던 것이다.
"알았어요. 자고 가면 되잖아요."
"호호호. 역시 내 아들이야."
역시나 엄마는 이길 수 없는 비한이었다.
비한은 이렇게 말하곤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로 가서 폰을 꺼내드는 비한.
단축번호 0번은 예전엔 지현이었지만 지금은 단아로 바껴져 있었다.
010-542-28**
1번을 꾸욱 눌러 단아에게로 전화하는 비한.
-[여보세요?]
곧 들려오는 단아의 깜찍한 목소리.
"나야."
-[응~ 비한아. 언제와? 나 지금 너 올때까지 아무것도 안먹고 기다리고 있다?!
올때 검은콩 우유 사와. 알았지? 선전에 그거 나왔는데 무지 맛있어 보였어.헤헤]
"나 오늘 못 갈 것 같아서 전화 했어."
-[..에에?...왜!!]
"엄마가 자고 가라잖아."
-[....알았어. 잘자.] 뚜뚜뚜‥
순식간에 끊겨져 버린 통화에 순간 당황한 비한.
하지만 곧 다시 단아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1번을 꾸욱 눌렀다.
몇번의 신호음 끝에 다시 전화를 받는 단아.
-[왜.]
목소리가 차갑게 느껴졌다. 하지만 기운이 없어보이는건 왜일까.
"미안! 내일 아침 일찍 집에 갈게. 갈때 우유 사갈게."
-[됐어. 안 사와도 되. 그냥 내가 나가서 사 먹으면 되지 뭐.
그럼 잘 자고 와.] 뚜뚜뚜‥
또 다시 끊겨버린 전화.
비한은 다시 단아에게 전화를 했지만 단아는 끝내 받지 않았다.
뒤숭숭한 기분이 드는 비한.
비한은 거실로 나와 부엌으로 향해 가족과 저녁을 먹으면서도 멍하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자신의 부모님들이 지현과 같은 방을 정해 줬을때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서 TV 좀 보다가 2층의 있는 예전에 비한이 살았던 방에
지현과 비한은 올라갔다.
방에 올라가자 마자 지현은 갑갑했던지 옷을 벗고 언제 챙겨온건지 모를 잠옷을 입었다.
"한아. 넌 안갈아 입어?"
속 안이 다 비칠정도로 하늘거리는 잠옷을 입고 있는 지현.
비한을 유혹이라도 하듯이 매혹적으로 말하는 지현이었지만 비한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채
입고 있는 옷 그대로 침대에 푹 누워 버렸다.
지현도 그런 비한의 옆에 따라 누워 버렸다.
"한아. 이렇게 우리 같이 누워 있는거 오랜만이...........웁.."
같이 누워서 지현이 입을 열었지만 곧 그 말은 비한의 입술에 의해 막혀 버렸다.
살짝 입을 막았던 비한의 입술이 곧 지현에게서 떼어지고
비한이 입을 열어 말했다.
"강제로 당하고 싶지 않으면 오늘은 조용해라.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서 그다지 기분 좋지 않으니깐."
그리곤 조용히 방을 나가는 비한이었다.
혼자 방에 남은 지현은 두 손으로 자신의 잠옷을 잘근잘근 쥐어뜯으며 있을 뿐이었고
비한은 밖으로 나가 자신의 동생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작정을 한건지 동생의 방에는 보일러가 틀어져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저 방에 가서 잘 줄 알고? 차라리 추운 곳에서 얼어 죽고 만다."
이렇게 중얼 거린 비한은 동생의 침대에 누워 이불을 돌돌 감고 눈을 감았다.
"아!!"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 이불을 다시 걷곤 자신의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드는 비한.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여보세요?]
상대방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비한이 말했다.
"다민이냐?"
-[응, 형]
"나 오늘 집에 못 들어가니깐 니가 단아 좀 잘 보살펴줘."
-[왜?]
"지금 나 본가에 있잖냐."
-[응.알았어~]
"그래. 너만 믿는다."
-[응, 형~]
그리고선 끊기는 전화.
비한은 이제야 안심된다는 듯 다시 이불을 돌돌 감고 눈을 감았다.
어차피 오늘 밤에 본가에서 못나갔다.
몰래 나간다 하더라도 엄마는 섭섭해 할 것이 분명했기에
내일 아침일찍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비한이었다.
오늘은 어차피 다민이 단아의 곁에 있을테니깐 ..
다민이 간다면 지헌은 당연히 옵션으로 딸려 갈 것이고..
비한은 그제서야 눈을 스르륵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중얼 거린 비한은 동생의 침대에 누워 이불을 돌돌 감고 눈을 감았다.
어차피 오늘 밤에 집을 몰래 나간다 하더라도 엄마는 섭섭해 할 것이 분명했기에
내일 아침일찍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비한이었다.
# 56.
"씨..... 나뻐."
단아는 잠시동안 폰을 노려보다가 폰을 쇼파의 사이에 끼워 넣어 버렸다.
아무리 벨이 울려도 절대 받지 않았다.
계속해서 울리던 벨은 더이상 울리지 않았고, 폰이 안 울리다 싶자 또 다시
집 전화벨이 울려댔다.
하지만 단아는 받지 않았다.
그리고 옷을 챙겨입고는 아파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있는 자그마한 마트로 갔다.
추웠기에 느긋히 갈 수 없어 빨리 뛰어간 단아.
마트에 도착하자 아이들과 간식거리를 사러 온 엄마들이 좀 보였다.
그런 사람들을 부러운 듯 물끄러미 쳐다보는 단아.
그러다 곧 검은콩우유와 과자 몇개를 사 들곤 계산을 하고 마트를 나왔다.
"으에.. 뭐가 이리 비싸!"
영수증을 보며 가격이 비싸다며 툴툴 거리며 또 다시 빠른걸음으로 아파트로 향하는 단아였다.
봉지를 빙글빙글 돌려가며 아파트로 한발짝씩 내딛고 있는 단아.
탁..
하고 봉지는 누군가에게 부딪히고, 곧 이어 단아의 팔목을 잡는 누군가.
"꺅!!!!!"
단아는 자신의 팔목이 잡히자 마자 냅다 소리를 질러 버렸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데 말이다.
....
....
........
....
팔목이 잡히고도 한참이 지났는데 아무런 행동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상대방.
단아는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쳐다보니.
"으..으어......단아야 내가 더 놀랐잖아."
살짝 굳은채 단아의 팔목을 잡고 있는 지헌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서 큭큭 거리며 웃고 있는 다민.
지헌이 얼어 버린것에 무지 기뻐하는 것 같았다.
"뭘 웃어 임마!!! 자! 단아야. 오늘 하루는 이 오빠들이 널 책임져 주마!"
단아의 손을 꽉 잡은채 아파트로 향하는 지헌.
하지만 지헌이 잡은 손은 과자와 우유가 들어있는 봉지였고,
지헌이 노리고 있는건 단아의 손이 아니라 그 봉지였다.
단아는 뺏길까 싶어 마트봉지를 꽈악 쥐었다.
뒤에서 큭큭 웃는 소리가 들리고
다민은 그런 그들이 귀엽단듯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다.
.
.
.
"씨!! 먹지 말라고!!"
우유와 과자를 지헌이 자꾸만 집어 먹자 단아는 소리를 빽 질러 버렸다.
그래도 지헌은 과자만 집어 먹을 뿐이었다.
다민도 하나씩 집어 먹는데 자신에게만 뭐라고 그러는 단아가 야속했지만
어쨌든 이왕 구박 받을꺼 다민보다 더 많이 먹자는 심산을 가지고 있는 지헌이었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단아가 지헌을 투닥투닥 때리고 있을때 쯤,
딩동‥
하고 울리는 초인종소리.
단아는 설마 비한일까? 싶어서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인터폰도 보지 않은채 ..
만약 인터폰으로 누가 왔는지 봤다면 절대 열어주지 않았으리..
"비한 선배~"
당연히 비한이 문을 열어줄거라고 생각했는지 어느 여자가 화장을 떡칠한 상태로
향수와 담배연기가 뒤섞인 역겨운냄새를 풍기며 단아에게로 안겨들었다.
단아는 순간 어리벙벙 했지만 곧 화장품의 진한 냄새와 뭔가가 뒤섞인 안 좋은 냄새로 인해
숨을 참아버렸다. 한마디로 숨을 안 쉰다는 말.
그 순간 그 여자는 비한의 몸이 이렇게 갸냘플리가 없는데? ..
비한이 가슴이 있을리 없는데?.. 이렇게 키가 작을리 없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품에 쏙 하고 들어와 있는 사람을 내려다 보았다.
"꺅!"
바로 단아를 밀쳐버리는 그 여자.
단아는 자신이 그 여자의 품에서 떨어져나오자 드디어 숨을 "파아~"하고 내뱉었고
그 뒤 누군지 보기 위해 얼굴을 들었다.
"치사한 새끼.간사한 새끼.냄새나는 새끼."
단아는 그 여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이렇게 외쳤다.
욕을 절대 하지 않는 단아가 그 여자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한것이다.
그 여자는 순간 당황한 듯 했고 급히 말했다.
"니..니가 어떻게 여기 있어?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알려주고 싶은 마음별로 없어. 공기 더러워지니깐 좀 나가줄래?"
인상을 팍 찡그리며 그 여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단아.
그 여자도 이 말을 듣고 인상을 살짝 찌푸리긴 했지만
단아의 등 너머로 보이는 지헌과 다민때문에 그렇게 크게 표낼 순 없었다.
만약 지금 단아에게 뭐라고 했다가 예전에 있었던 일을 단아가 까발리면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여자가 누군지 궁금하다고?
대충 위로 세번째와 두번째 줄을 보며 알 수 있을 것이다.
예전을 일이 까발리면 위험하다고 할 인물은 단아에게서 딱 두명밖에 없었다.
힛토와 아연.
여자니깐 당연히 아연밖에 없다.
유난히 기억력이 좋은 단아이기도 했지만
어떻게 자신을 마구잡이로 패 버린 아연을 잊을 수 있겠는가 ..
왠만한 사람은 기억도 잘 하지 않는 비한관 너무나도 다른 단아였다.
뭐, 아연이 단아에게 왠만한 사람이 아닌 특.별.한 사람이니깐 그럴 수도 있겠지만 ..
"으아~ 단아야 춥다. 문 좀 닫아~"
지헌이 단아에게 이렇게 말하자
단아는 아연을 살짝 밀어내곤 문을 쾅! 소리나게 닫아 버렸다.
닫자 마자 자연스레 잠기게 되어있는 문.
그래서 문이 닫기자 마자 밖에서 아연이 문을 비틀면서 열려고 했지만 열리진 않았다.
"문열어! 문열어! 열란말이야!"
밖에서 문을 쾅쾅 치며 문을 열라고 하는 아연.
이미 아연은 안에 지헌과 다민의 존재는 잊어 버렸나 보다.
이렇게 미친듯이 문을 두드리는 걸 보면.
단아는 밖에서 누가 발광을 떨든 말든 다시 지헌과 다민의 곁으로 왔다.
그리고나선 지헌이 한가득 물고 있는 과자를 보곤 눈을 잔뜩 흘기곤
이번엔 아무런 소리 없이 같이 과자를 먹기 시작했다.
과자가 많이 모자란 것도 아니었기에 ..
거의 만원치나 샀다고 하면 어마어마한 수준 아닌가?!
단아가 과자에 대해 자신에게 뭐라고 하지 않자 좋아하면서 더 집어먹는 지헌.
"그만 좀 먹어 돼지야."
단아가 이렇게 말하든..
"냅둬. 저새낀 원래 돼지였어."
다민이 이렇게 말하든..
묵묵히 먹기만 하는 지헌이었다.
쾅쾅쾅..
그리고 아직도 밖에서 문을 쾅쾅쾅 두드리는 아연이었다.
"선배~ 선배~"
라고 비한을 애타게 부르는 아연.
하지만 이 집엔 안타깝게도 아연이 찾는 비한은 없었다.
아연은 조금 그렇게 문을 차다가 곧 돌아갔다.
"저년 되게 끈질기다. 그치?"
"너보단 안 끈질긴 것 같은데? 그만 좀 먹어. 이 돼지야."
"너 왜 자꾸 나한테만 그래! 다민이도 지금까지 계속 집어 먹고 있잖아!"
"다민이는 하는 짓이 이쁘잖아!!!"
"나도 하는 짓 이쁘잖아!!!"
".............................."
지헌이 자신도 하는짓이 이쁘다고 말하자 잠시 동안 방안을 맴도는 정적.
다민도 과자를 집어 먹다 툭. 하고 떨어뜨려버렸고
단아도 소리를 꽥꽥 지르다가 순간 멍~해져버렸다.
지헌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입가에 경련이 일어나는 어색한 웃음을 달았다.
".............. 훗~"
곧 단아가 비웃음 비슷한 웃음소리를 내자
"그 웃음의 의미는 대체 뭐야!!"
라고 지헌이 소리쳤고, 그때서야 다시끔 분위기는 풀리게 되었다.
단아가 웃은 이유는 하나였다. 비.웃.음
다민 역시 단아와 비슷한 웃음을 입가에 달고 있었다.
"아악.나 잘래."
지헌은 삐져버렸는지 비한의 방으로 쏙 하고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그방에선 내가 잘꺼야.나와!"
라고 소리치는 단아 때문에 눈가에 눈물을 대롱대롱 매단채 나와야만 했다.
180이 넘는 키를 가지고 덩치는 산만한게 눈물을 그렁그렁 거리는게 웃음을 유발했다.
"하하하하하~"
라고 그날밤 비한의 집에선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았고
그날 그들은 다 같이 거실에서 놀다가 뻗어 버렸다.
* * *
"일어나! 일어나! 밥먹자!"
아침이 되자 자신을 깨우는 지헌의 목소리에 단아는 눈을 부비적 대며 일어났다.
킁킁..
맛있는 냄새가 거실을 맴돌았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보이는 앞치마.
매일 음식을 할때 단아가 입는 분홍색의 고양이 그림의 앞치마.
그걸 누군가가 입고 있었다.
"지헌아 왜 그런걸 입고 있어? 풋.."
일어나자 마자 웃음이 입가에서 떠나지 않는 단아였다.
하지만 곧 부엌에서 흘러나오는 맛있는 음식냄새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달려갔다.
역시나 부엌엔 냄새만큼이나 먹음직스러운 음식들로 가득찼다.
그리고 식탁에는 이미 다민이 앉아서 밥을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 이걸 지헌이가 다 한거야?!"
놀란듯 지헌을 쳐다보는 단아.
자랑스러운듯 고개를 빳빳히 세워 들곤 밥을 프러 밥솥 근처로 가는 지헌.
지헌의 요리솜씨는 일품이었다. 끝내줬었다. 기름기가 좔좔 흐리게 차려놓은 반찬들.
"..........이야~"
단아가 감탄할때쯤, 보글보글 끓는 찌개가 중간에 올려지고
그 뒤에 밥이 올려지고, 그렇게 그들 셋은 든든한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음식을 만들수 있는 지헌이 신기했다. 여자인 자신보다 더 잘만들어서.
어쨌든 지헌이 조금씩 좋아지려고 하는 단아였다.
.
.
.
조용한 식사시간이 지나고 뒤처리도 지헌이 말끔히 다 했다.
그들이 일어난 시간은 9시쯤이었고 청소가 끝난 뒤의 시간이 10시쯤이었다.
뒷처리를 다 한 지헌이 쇼파에서 단아에게 문자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다민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민아. 이제 학교가자~"
그 말을 듣고 다민은 단아에게 가르치는걸 멈추고
학교로 가기 위해 어제 입고 잤던 옷 그대로를 입고 대충세수만 하고 밖으로 나섰다.
물론 지헌 역시 다민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교복없어도 돼?"
"괜찮아~"
교복없어도 되냐고 묻는 단아의 말에 아무렇지 않단듯 말하면서 그들은 학교로 향했다.
단아는 그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며 팔을 흔들다가 곧 안으로 들어왔다.
포만감에 가득찬 얼굴을 하곤 단아는 TV를 켰다.
그와 동시에 폰을 집어 들었다.
유난히 머리가 좋은탓에 단아는 속도가 느리긴 했지만 어느정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다민이 저장해준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동시에 같이 보냈다.
+다민아, 지헌아 학교 잘 다녀와. 다음에 또보자~+
..띵동
문자를 보내고 난 뒤 몇초뒤 문자가 왔다
+버스에 올라탔음. 캬캬. 오빠 멋있냐? - 지헌+
+그래~ -다민 +
역시나 지헌은 촐랑거리는 문자였고, 다민은 지딴엔 챙겨주는 문자를 보내었다.
단아는 씨익 웃으며 폰을 탁- 소리나게 닫곤 TV로 시선을 돌렸다.
# 57.
"에취~ 에에에에에....에취!!!"
"한아~ 괜찮아?!"
"괜찮으니깐 좀 떨어져."
"그래도.. 어머님이..."
"됐으니깐 넌 니 갈길이나 가."
일찍 본가를 빠져나오려고 했건만 추운방에서 자서 그런지 비한은 감기에 걸려버려
원래 계획되로인 새벽에 살그머니 빠져나오지 못했다.
코가 빠질 정도로 코를 팽팽 풀며 아침식사까지 다 마치고 나서
후식으로 과일까지 다 먹고 난 뒤 비한은 드디어 본가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부모님이 "따뜻한 방에서 잤을텐데 왜 감기에 걸렸어?" 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대충 얼버무렸던 비한이었다.
아무튼 집을 빠져나온 시간은 9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지현이 옆에서 계속하여 비한에게 달라붙었지만 매몰차게 그녀를 뿌리치고
비한은 자신의 차에 올라타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원래는 회사로 향해야 했겠지만, 비훈이 비한에게 감기때문에 회사직원들 피해 주지 말고
오늘은 푹 쉬라고 말했기에 집으로 갈 수 있었던 비한이었다.
비한이 차를 타고 사라지자 뒤에서 멀뚱히 서 있는 지현은 자신의 배를 살그머니 잡았다.
그리곤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곤 사라지는 차를 계속하여 보고 있을 뿐이었다.
비한이 그 모습을 못 본 건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죄책감과 동시에 책임감이 들었지만, 단아가 더 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현은 계속하여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끼익.....
차가 갑자기 서고, 뒤로 후진을 한다.
"타. 집까지 데려다 줄게."
".......아냐. 괜찮아. 집에서 단아가 기다리고 있을텐데.."
"타라니깐? 너 데려다 주고 바로 갈꺼니깐."
비한이 이렇게 말하자 지현은 냉큼 조수석에 앉아 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말 없이 지현이 혼자사는 오피스텔로 향했다.
비한이 오피스텔을 향해 속력을 내었지만 지현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오늘은 나도 본가에 들어가 봐야되."
"그냥 오피스텔로 가. 가서 기사 불러."
"니가 데려다 준다고 한거였잖아. 그러니깐 끝까지 책임져줘."
"후우.. 괜히 본가 앞에서 나 끌어들일 생각하지마라."
"....으응."
본가로 가자는 지현의 말대로 비한은 그녀의 본가를 향해 속도를 내었다.
제발 본가로 도착해 자신을 끌고 늘어지길 않기 바라는 비한이었다.
비한의 본가에서 차 속도로 20분밖에 걸리지 않는 본가.
"내려."
금방 본가에 도착했고 도착하자 마자 비한은 지현을 보고 내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싫어. 같이 내려."
약속과 달리 비한을 물고늘어지는 지현이었다.
"너 이렇게 약속도 안지키는 여자였냐?"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내려. 좋은말 할때."
비한이 화가 난 목소리로 지현에게 이렇게 말했다.
안그래도 감기걸려서 짜증이나 미치겠는데 지현까지 이렇게 물고늘어지니
짜증이 안 날리 없었다.
하지만 지현의 태도는 완강했다.
"나도 너네 본가에서 하루 지냈어. 그런데 넌 잠깐 들리는 것도 못하니?"
"네가 우리집에서 머문거는 네가 원하던 거였잖아. 내가 가자고 한게 아니었잖아. 콜록.."
"너 지금 감기 걸렸어. 그 몸으로 너네집에 간다고? 그냥 우리집에 들어가서...."
"이 몸으로 충분히 집에 갈 수 있....콜록.콜록...."
"것봐. 잠시 따뜻한 차로 목이나 식히고 가. 우리집에 들어가서 난 너 곤란하게 안할께.
뭐, 아빠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빠가 없다면 우리집에서 너 곤란하게 만들사람 없잖아?"
비한은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러다 지현이 이렇게 애타게 자신을 끌고 있는데 거절한다면 정말 미안할것 같아서
차만 딱 한잔만 하고 나오자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30분 이내에 나온다."
"응. 알았어. 한아~"
지현은 기쁜듯이 웃었고 곧 열리는 주차장문으로 비한은 차를 끌고 들어갔다.
지현의 집도 꽤 컸다. 하지만 비한의 집만큼은 아니었다.
비한은 차를 세우곤 콜록 거리며 지현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이 열리고 그때에 맞춰 지현은 비한의 팔에 팔짱을 꼈다.
시선을 내리깔며 지현을 째려보는 비한.
하지만 지현은 그런 시선을 모르는척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채 웃고 있을 뿐이었다.
"어서오세요~ 아가씨. 얼마만이에요. 이게~"
가정부 아줌마가 나오면서 지현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현은 그 아줌마를 향해 웃으면서 끌어안았다.
"아줌마도 오랜만이예요. 그동안 혼자 살면서 아줌마의 손길이 얼마나 그리웠다구요~"
어리광을 부리듯이 아줌마에게 안기는 지현.
가정부 아줌마에게도 이렇게 잘해주듯 지현의 심성은 착했다.
하지만 비한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허공에 단아의 얼굴만 떠오를 뿐이었다.
단아의 얼굴을 생각하며 비한은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 가정부가 안내하는 곳으로 향했다.
어느 방문 앞.
소리없이 문이 열리고 비한이 그 안을 쳐다보았을땐
"어서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비한을 기다리고 있었단듯 말하는 치현이 있었다.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뒤에 서 있는 지현을 쳐다보는 비한.
하지만 지현도 몰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지현도 자신의 아버지가 있을 줄 몰랐다. 정말로.
회사에 나가 있는 줄 알았는데 집에 있으니 지현도 적지 않아 놀랬던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있으므로 지현은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알아서 다 해줄테니깐..
"죄송한 말씀이지만 전 할 말이 없습니다만?!"
차가운 음성으로 치현에게 말하는 비한.
약간 화가 난 듯해 보인다.
"다 들었을 걸로 아는데.. 지현이 임신한거 말이야."
"들었죠. 잘 들었죠. 납치 사건도 잘 들었죠.
하지만 그게 제 아기란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그럼 우리애가 남자들에게 함부러 몸을 놀리는 애란 말인가?!"
"그럴수도 있겠죠. 지현이가 외국물을 몇년 먹었는데 순수한 애이길 바라는거죠?"
지금 치현과 비한은 서로를 향해 안 좋은 말만 내뱉고 있었다.
그럴수록 서로에겐 더 좋지 않은데..
뒤에서 지현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고
가정부는 이미 부엌으로 간지 오래였다.
"뭐야?!"
갑자기 벌떡 일어서는 치현.
만난지 불과 몇분밖에 되지 않았건만 그들은 화가 끝까지 뻗쳐있었다.
"후.. 지현이 때문에 여기에 들어오긴 했지만
공기가 더 더러워서 더이상 있지 못하겠네요. 나가보겠습니다."
그리곤 몸을 빙글 돌려버리는 비한이었다.
챙그랑-
하지만 비한의 머리 옆으로 떨어지는 유리조각으로 인해 비한은 거기서 멈칫해버렸다.
그리고 살짝 뒤돌아봤다.
"지금 뭐하는 짓인지?"
".....자네..자네........ 우리애한테 못할짓 해놓고 지금 회피하겠단건가?!"
"..휴우~ 만약 맞았더라면 그대로 이 집이건, 그쪽 회사건 엎으려고 했는데 다행히 비껴갔군요."
진심이란듯 치현에게 말하는 비한.
어느새 치현의 말은 비한에게 무참히 씹히고 있었다.
"책임지게! 우리 딸 책임지란 말이야!!"
"후...이거 원.. 더러운 공기때문에 더이상 있질 못하겠네. 콜록.."
바락바락 소리치고 있는 치현을 무시하고..
비한의 뒤에 가만히 서 있는 지현을 향해 차가운 눈을 해보이곤
비한은 지현의 집을 빠져나갔다.
* * *
"콜록콜록......나 왔어."
집에 도착한 비한은 기침을 크게 해가며 단아에게 인사를 했다.
그가 집안에 들어오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 다다닥 달려오는 단아.
단아는 바로 팔을 들어 비한의 이마에 손을 올려 본다.
"흐음~ 열이 너무나. 감기는 왜 걸렸어?"
걱정스러운 듯 비한에게 끌어안긴채 말하는 단아였고
비한은 걱정말라는 듯 듬직하게 웃으며 단아에게 말했다.
"마녀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냉방에서 잠을 자서 그래."
"마녀?! 그 여자!????????"
"큭... 아냐~"
단아를 안심시켜주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라고 말하는 비한이었고
이 말에 정말로 안심을 해버린 단아였다.
비한은 단아의 이런 어린애같은 모습을 보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어린애를 키우고 싶었다. 이 자그마한 단아란 어린애를 성인이 될때까지 키우고 싶었다.
다 키운뒤 자신이 데리고 살고 싶었다.
하지만.... 지현이 임신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깨달은 사랑인데.. 어떻게 되찾은 사랑인데....
라는 생각을 하며 단아에게 슬픈 시선을 보내었다.
그리곤 단아를 꼬옥 끌어 안았다.
그 뒤 소근거리듯 단아의 귀에 자신의 입을 밀착시키고 말했다.
"야...우리 애 가질까?"
이렇게라도 현실을 피하고 싶었다.
단아가 자신의 아기를 가진다면 ..
하지만 안된다는 건 안다. 자신의 아이가 지현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데..
비한은 의.외.로 책임감 없는 남자가 아니였다.
퍽 !!
"꺄~ 변태!!"
단아는 비한의 말이 농담인줄 알고 이렇게 말했다.
비한도 농담이라는 듯 단아에게 맞아주며 웃을 뿐이었다.
진심이었는데....
"하하... 단아야. 오빠가 너무 피곤하시다.
오빠랑 침대에 같이 가서 한숨 푹 쉬자.."
"오빠는 무슨~ 알았어. 침대에 가자."
"읏챠~"
비한은 단아를 번쩍 안아들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오빠라.... 비한은 이제부터라도 단아에게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시켜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계속해서 "야! 너!" 라는 말을 한다면 지금 이 현실을 말했을땐
더욱 더 싫다고 할 것 같아서였다.
오빠라고 한다면 나중에 사실을 말한다면 계속해서 남매로 지낼 수 있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남매라.... 그건 죽어도 싫었다.
단아랑 연인이 되지 않는다면 .. 아무것도 싫었다.
어느새 그들은 침대에 도착했고,
눕자마자 둘은 서로를 꼬옥 끌어안은채 잠에 빠져들었다.
비한은 감기 때문에 잠이 잘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단아를 안자마자 거짓말처럼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단아도 비한의 옆에서 그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졌다.
이렇게 이 행복이 오래갔으면 하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감싸고 있는 행복의 보호막은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비한은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단아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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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소녀★`
메일 주소 : -_-flower-_-a@hanmail.net
버디 :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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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죠? 흐흐 ㅡ,.ㅡ;;;
절 기다리신분은 없으실것 같은데; 어쨋거나 소설이 뜸했던 동안에 팬카페는 폐쇠 됐답니다.
음, 그리고 ㅇ,.ㅇ 유머나라엔 84편까지 연재 중이랍니다^^;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맹랑한 가정부와 , 사랑스러운 도련님〃※※ - 53~57편
발광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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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0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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