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이란 은백색의 인설(피부껍질)로 덮여 있고 경계가 뚜렷하며 크기가 다양한 붉은색 구진(피부융기) 및 판(plaque)을 특징으로 하는 비교적 재발을 잘하는 원인 미상의 피부 질환입니다.
건선 병변을 쉽게 설명하면 피부에 작은 좁쌀 알 같은 발진이 생기면서 그 위에는 하얀 비늘과 같은 피부 껍질이 겹겹이 쌓여 나타나며 점차 이러한 발진들이 서로 뭉치거나 커지면서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입니다. 피부과에서 비교적 흔한 볼 수 있는 피부 질환 중의 하나입니다. 건선의 경과는 매우 다양하여 예후를 예측하기 어려우나 일반적으로 만성적인경과를 보이고 재발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건선은 전세계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러나 인종 및 종족간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습니다. 건선의 발생빈도를 보면 미국에서는 전 인구의 0.5-1.5%가 건선 환자이고, 스칸디나비아 등 위도가 높은 나라의 경우에는 전 인구의 2-3%가 건선 환자입니다. 하지만, 동양인, 흑인에서의 보고는 이보다도 상당히 낮습니다. 한국인들은 백인에서보다 발생빈도가 낮아 0.5-1%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남녀간의 발생 빈도는 차이가 없으며, 발병은 20대에
가장 흔하고, 다음으로 10대와 30대에 흔히 발생하게 됩니다.
건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발생 원인은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건선의 원인을 6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첫째, 유전적 요인, 둘째, 악화 혹은 유발 요인과 같은 환경적요인, 셋째, 피부 세포 증식 이상, 넷째, 생화학적 요인, 다섯째, 면역학적 요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부 혈관의 이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이 건선 발병에 단독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전적 요인으로 HLA-Bw17 유전자를 가진 건선환자는 가족간의 건선 발병률이 높고 보다 광범위하게 발생될 수 있는 반면, HLA-B13 유전자를 가진 환자에서는 건선의 증세가 더 가볍거나 빨리 소실될 수 있습니다.
건선 환자들에서 흔히 세균감염(연쇄구균)이 발견됩니다. 이것은 선행 유전적 소인이 발현되는데 세균감염과 같은 환경적 인자가 복합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밖에 건선의 유발인자로 외상, 감염, 호르몬이상, 기후 및 정서적 긴장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생활과 관련된 요인으로는 피부에 직접 가해지는 외상, 편도선염과 인후염 같은 감염증, 건조한 기후, 건조한 피부,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피부 각질 형성세포의 빠른 증식과 비정상적인 분화, T 면역세포의 활성화 등이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건선의 임상증상을 보면, 선홍색의 작은 구진이 처음 나타난 후 점차 커지거나 융합하여 동전 모양 내지는 판상 형태를 취하게 됩니다. 이런 병변들은 경계가 분명하며 은백색의 인설(피부껍질)로 덮여 있습니다. 인설 밑에는 균질한 붉은색 병변을 보입니다. 병변의 전체적인 모양에 따라 환상 건선, 동전 모양의 화폐상 건선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병변은 조그만 병변에서부터 거의 전신에 걸친 병변까지 크기가 다양합니다.
건선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피부에 다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 몸 중에서 자극을 가장 자주 받는 부위인 팔꿈치, 무릎, 엉덩이, 머리 피부에 가장 잘 생기게 됩니다. 피부 발진은 주로 대칭성으로 발생하지만 단독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건선 병변은 보기에는 심하게 가려울 것처럼 보이나 일반적으로 가려움증은 거의 없거나 있어도 경미한 정도입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건선 병변이 악화되거나 또는 좋아지기도 합니다. 노출을 많이 하는 여름철에는 병변이 좋아지고 겨울철이 되면 악화되는 경과를 보이게 됩니다.
건선 환자들은 병변이 없는 부위에도 상처를 받으면 그 자리에 건선의 특징적인 병변이 발생하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케브너 현상(Koebner 현상)이라고 합니다. 또한 병변부의 인설(피부껍질)을 제거하면 미세한 점상출혈을 보이는데 이것을 Auspitz 징후라고 합니다.
건선 환자 중 30-50%에서는 조갑 즉 손톱이나 발톱 등에도 건선으로 인한 병변이 관찰되는데, 가장 흔한 병변은 손톱, 발톱에 연필로 꼭 누른 것 같은 작은 함몰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밖에 손톱, 발톱 밑부분에 갈색 반점(oil spot)이 보이기도 하고, 손톱, 발톱이 분리되는 조갑 박리증이나 손톱, 발톱 비후 등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드물게 작은 고름주머니 같은 병변을 보이는 농포성 건선이나 피부가 벗겨지는 박탈성 건선에서 입안에 병변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백색이나 회색의 둥근(환상) 병변이나 경계가 명확한 판상 병변을 보입니다.
건선의 임상 형태를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은백색의 인설(피부껍질)로 덮여 있고 경계가 뚜렷하며 크기가 다양한 붉은색 피부융기(홍반성 구진) 및 판(plaque)이 생기는 것을 판상형이라고 하는데 이런 형태가 건선 중에서 가장 흔히 보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건선의 특이 임상형으로 물방울양 건선(guttate psoriasis), 전신성 농포성 건선(generalized pustular psoriasis), 국소성 농포성 건선(localized pustular psoriasis), 박탈성
건선(exfoliative psoriasis), 그리고 건선 관절염(psoriatic arthropathy)이 있습니다.
물방울양 건선은 2-5mm 의 작은 물방울 모양의 많은 건선 병변이 갑자기 넓은 부위의 피부 특히 구간과 사지에 나타나는 수가 있는데 이를 말하며, 주로 소아와 청년기에서 발생되며 흔히 연쇄상구균 감염, 특히 감기 수주 후에 나타납니다.
전신성 농포성 건선은 드물지만 때로는 치명적이기도 한데 농포성 발진이 경하거나 중간 정도의 건선, 건선 관절염 혹은 박탈성 건선이 있는 환자에서 갑자기 발생됩니다.
건선은 이렇게 많은 형태를 보이고, 종류에 따라서 치료가 잘 되는 것도 있으며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있습니다.
국소성 농포성 건선은 전염력이 없는 무균성 농포(고름주머니)가 발바닥, 손바닥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손톱, 발톱 부위도 침범되는 경우가 많으며 다른 피부 부위에서 건선 병변을 발견하는 수가 많습니다. 이런 형태의 건선은 치료가 잘 안되며 장기간에 걸쳐 진행됩니다.
박탈성 건선은 만성 건선에서 생기거나 드물게는 처음부터 박탈형으로 올 수 있습니다. 치료가 잘 안되는 심한 형태의 건선입니다.
건선 관절염이 또한 발생될 수도 있는데, 주로 침범되는 관절은 손가락, 발가락과 같은 말단지절 관절이며, 커다란 관절에서도 발생됩니다. 외국 문헌에 의하면 건선 환자의 약 6.8%에서 관절염이 병발된다고는 하나 외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그리 빈도가 높지 않고 심하지 않습니다.
건선의 진단은 우선 피부과 전문의가 피부에 나타난 발진의 모양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양이 비슷한 피부질환이 많으며 병이 생긴 피부 부위에 따라서 모양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필요한 경우에는 피부조직검사를 시행합니다. 이때 피부조직검사는 피부과 외래에서 간단히 시행할 수 있습니다.
건선 병변과 유사해서 건선 진단에 있어서 감별해야 할 질환으로는 지루피부염, 편평태선, 유건선, 모공성 홍색 비강진. 장미색 비강진 등 구진과 인설이 발생하는 질환이 있습니다.
건선은 만성적이고 재발을 잘 하는 질환이므로 건선의 유발 인자들을 염두에 둠으로써 예방하거나, 악화를 방지하여 재발되기까지의 완화 기간을 장기화할 뿐만 아니라 재발하더라도 가벼운 상태를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건선의 예방을 위해서 우선 피부에 외부 손상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건선 환자들은 정상으로 보이는 피부에서도 자극을 가하게 되면 건선이 쉽게 나타나는 '케브너 현상'이 나타나는데 건선 환자의 30-50% 정도에서 이러한 현상이 관찰됩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피부 자극을 주는 일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케브너 현상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또, 환자들이 인설(피부껍질)을 억지로 마찰하거나 긁어서 떼어내지 않도록 해서 병변이 더욱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합니다.
연쇄구균 등의 감염에 위해 건선이 발병하거나 악화될 수 있으므로 감염을 예방해야 하고, 일부 약물(리튬, 베타 차단제, 항말라리아제 등)에 의해 악화될 수도 있으며,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전신 투여하다가 중단하는 경우에 급격히 악화되는 반동 현상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밖에 정신적인 긴장에 의해 악화될 수도 있고, 여름에는 호전되나 겨울에 악화되는 계절적인 요인이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건선 환자들은 일광욕을 하게 되면 피부 병변이 호전되기는 하지만 과도한 일광욕을 하게 될 경우 피부에 자극을 주게 되어 케브너 현상으로 피부 병변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환절기나 피부가 서서히 건조해지는 가을과 겨울에도 건선이 악화되므로 보습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일단 건선이 발생하면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건선 치료에는 우수한 효과를 내면서도 장기 치료에 따른 부작용이 적은 치료법이 요망됩니다.
현재 개발된 치료 약제들은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모두가 약간씩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건선의 심한 정도에 따라 장기 치료에 가장 적합한 약제를 선택하여야 합니다.
건선의 치료 방법으로는 연고를 바르는 국소요법, 광선을 쪼이는 광선치료법, 약을 먹는 전신요법, 그리고 약도 먹고 광선도 쪼이는 복합요법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따라선, 건선의 정도에 따라 치료방법을 선택하게 되는 데 가벼운 증세에는 연고를 바르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병이 심해지거나 바르는 연고로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심한 건선의 경우
광선치료법이나 약을 먹는 전신요법을 시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치료에 효과가 적은
경우에는 복합요법을 시행합니다. 치료 하기 전에는 자기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기 위하여 혈액검사, 뇨검사와 같은 일반적인 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국소 치료는 피부 병변 부위에 연고를 발라서 치료하는 것입니다. 건선은 만성질환이므로 바르는 연고도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부작용이 적은 연고를 잘 선택하여 사
용하여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1-2주간의 시험기간을 거친 후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혀가면서 연고를 발라주게 됩니다.
연고제들의 종류를 살펴보면 부신피질호르몬(스테로이드), 안스라린, 타르, 각질 용해제, 피부 연화제 등이 있습니다. 안스라린과 타르는 80여년 전부터 사용된 제제로 피부의 자극과 착색이 남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효과가 우수해 아직까지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부신피질호르몬 연고는 건선 치료에 가장 흔히 쓰는 약제 중의 하나입니다. 부신피질호르몬 연고는 그 강도 및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병의 정도, 범위 및 부위 등을 고려하여 적절히 선택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부신피질호르몬 연고를 피부과 전문의의 처방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에는 피부가 얇아지는 피부 위축, 모세혈관 확장증, 임산부에서 볼 수 있는 살이 트는 팽창선조, 여드름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 쉬우므로 꼭 피부과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사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비타민 D 유도체인 칼시포트리올 연고가 개발되어 건선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칼시포트리올 연고는 무엇보다도 부신피질호르몬 연고의 장기 사용으로 오는 부작용이 없고 개인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치료 효과도 우수하여 최근에 사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신적으로 투여할 수 있는 약제로는 부신피질호르몬제, 면역 거부 반응 억제제인 사이크로스포린, 피부 세포증식을 억제하는 메토트렉세이트 등이 있지만 부작용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근래에는 비타민 A 유도체인 레티노이드가 개발되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레티노이드는 판상 건선, 농포성 건선, 박탈성 건선 모두에 쓰일 수 있습니다.
레티노이드의 부작용으로는 입술염증(구순염), 피부 건조, 전신 가려움증 등이 올 수 있습니
다. 그리고, 태아에서의 기형 발생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가임기의 여성은 사용에 매우 신중
을 기해야 하는데 레티노이드 사용 후 최소 2년간은 피임을 해야 합니다.
광선 치료는 광범위하고 심한 건선에 사용할 경우에 현저한 호전을 보이게 됩니다. 광선치료는 건선 병변에 인공적인 자외선을 쪼이는 것입니다. 여름에 일광욕을 하면 건선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햇빛 속에서 건선을 치료하는 광선이 무엇인가를 연구한 결과 자외선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건선이 좋아질 정도로 햇빛을 장시간 쪼이게 되면 일광화상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강한 자외선을 인공적으로 발생시키는 기계를 이용하여 자외선을 쪼이게 되면 쪼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환자들이 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치료 전에 혈액 검사, 뇨검사 등의 필요한 검사 등을 받은 후에 자외선 치료를 받게 됩니다.
광선치료법에는 광선 흡수를 증가시키는 연고(광활성 연고)를 병변에 바른 후에 자외선을 쪼이는 방법과 광활성 약물을 복용한 후에 자외선을 쪼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광활성 연고를 병변에 바른 후에 자외선을 쪼이는 방법으로서 보통 1주에 3회 정도 시행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4회 또는 5회 시행하기도 합니다. 병이 나아가는 상태에 따라서 광선을 쪼이는 시간을 매회 약간씩 늘려가게 됩니다.
둘째는 광활성 약물을 복용한 후에 광선치료를 하는 방법으로 광선치료를 위한 광활성 약물을 복용하고 두 시간 후에 자외선을 쪼이는 것입니다. 치료 회수는 보통 일주일에 2회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광선치료 시행 전에 눈의 이상 유무를 검사하게 되며 자외선 차단 안경을 준비한 후에 광선치료를 시작합니다.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건선은 만성적이고 재발을 잘하는 피부 질환으로, 건선의 정도와 발생한 병변 부위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장기적으로 필요하게 됩니다. 따라서, 환자가 너무 조급한 마음으로 병을 치료하려고 하기보다는, 건선이란 질환은 근치가 가능한 질환이 아니고 질환이 재발이나 악화될 때 조절하는 질환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인내를 가지고 치료할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건선은 환자 및 의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치료는 피부과 전문의와의 상담 후에 가장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이고 환자는 피부에 외상을 받지 않도록 하고 정신적인 긴장이나 스트레스를 줄이고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예방하는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