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펄이/곰살갑다/구순하다]
이번에 제가 직장을 잠시 옮기게 되었습니다.
지금 근무하는 곳에서 떠나 다른 곳에서 파견 근무하는 거죠.
어제부터 새로운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오늘 편지는 보름 전부터 써 놓은 겁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하나라도 더 넣기 위해,
여러 번 깁고 보탰습니다.
몇 개쯤 기억해 두셨다가 써 보시기 바랍니다.
새 직장이 워낙 바빠서 힘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말 편지는 꾸준하게 보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혹시라도 가끔 빼먹더라도 좀 봐 주세요.
저는 더펄이에다, 성격이 곰살갑거나 구순하지도 못하고,
(더펄이 : 성미가 침착하지 못하고 덜렁대는 사람)
(곰살갑다 : 성질이 보기보다 상냥하고 부드럽다.)
(구순하다 : 서로 사귀거나 지내는 데 사이가 좋아 화목하다.)
너울가지까지 없어서,
(너울가지 : 남과 잘 사귀는 솜씨. 붙임성이나 포용성 따위를 이른다.)
새 직장에서 잘 가말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가말다 : 맡은 일을 헤아려 처리하다.)
제 깜냥을 제가 알고 있기에, 새로운 일이 겁나기도 하지만,
(깜냥 : 스스로 일을 헤아림. 또는 헤아릴 수 있는 능력)
꼿꼿하게 중심을 세워,
꼼수 쓰지 않고,
(꼼수 :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
따리 붙거나, 발라맞추지도 않고,
(따리 : 알랑거리면서 남의 비위를 맞추는 짓이나 말)
(발라맞추다 : 말이나 행동을 남의 비위에 맞게 하다.)
서털구털 지껄이거나, 떠세부리지 않으며,
(서털구털 : 말이나 행동이 침착하고 단정하지 못하며 어설프고 서투른 모양)
(떠세 : 재물이나 힘 따위를 내세워 젠체하고 억지를 쓰는 짓)
무람없는 짓이나 상없는 짓으로 생게망게하지는 않겠습니다.
(무람없다 : 예의를 지키지 않아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없다.)
(상없다 : 보통의 이치에서 벗어나 막되고 상스럽다.)
(생게망게 : 하는 행동이나 말이 갑작스럽고 터무니없는 모양)
새 직장이 당장은 판설겠지만,
(판설다 : 어떤 일의 사정에 아주 서투르다.)
데면데면하지 않고 맡은 일을 잘 곰파,
(데면데면 : 성질이 꼼꼼하지 않아 행동이 신중하거나 조심스럽지 않은 모양)
(곰파다 : 사물이나 일의 속내를 알려고 자세히 찾아보고 따지다.)
오달지고 쩍말없으며 종요롭게 일해서,
(오달지다 : 허술한 데가 없이 야무지고 알차다.)
(쩍말없다 : 썩 잘되어 더 말할 나위 없다.)
(종요롭다 :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매우 긴요하다.)
제 꿈이자 바람인,
한뉘를 결곡한 모습의 드레진 학자로 살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고 오겠습니다.
(한뉘 : 한평생)
(결곡하다 : 얼굴 생김새나 마음씨가 깨끗하고 여무져서 빈틈이 없다.)
(드레지다 : 사람의 됨됨이가 가볍지 않고 점잖아서 무게가 있다.)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데,
새 직장에서는 늘 끌밋하게 다녀야 한다네요.
(끌밋하다 : 모양이나 차림새 따위가 매우 깨끗하고 헌칠하다.)
저는 양복을 거의 입지 않아서, 지금은 덜름한 옷 몇 벌 뿐인데...
(덜름하다 : 입은 옷이 몸에 비하여 길이가 짧다.)
실은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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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쓴 낱말은 모두 요즘 국어사전에 올라있는 낱말입니다.
고어가 아닙니다. 잘 살려 써야할 아름다운 우리말이죠.
사전에서 낮잠 자는 이런 낱말은
우리가 부려 쓰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