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 기념일
“동백씨, ♡결혼기념일♡ 그것도 25주년 은혼(銀婚)이니까, 우리 여행가자!”
“집에서 그냥 보내면 안 될까? 맛난 것만 사주면 되는데... ”
“그럴까? 그러면 이미 예약된 호텔비용 다 날리는데... 알아서 해.”
그렇게 어르고 달래서 부부 함께하는 청풍리조트(레이크호텔) 전망 좋은 곳에서 맞는 행복한 새벽의 아침. 어제의 여정길이 피곤했는지 새근대는 숨소리를 내며 곤히 잠들어 있는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끈끈한 연민의 정이 밀려오고, 25년 전 결혼식 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
.
1983년 4월 5일, 우여곡절(만보살가이 237 힘든 용서)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폐백을 드려야 하는데, 처갓집과의 마찰에 옥신각신... 급기야 큰 언성이 오갔다. 직장 선배가 말리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어야 했는데... 돈 없이 치르다보니 처갓집에도 본의 아니게 결례한 내 잘못이었다.
암튼 모든 결혼식 절차가 끝났다. 신혼여행을 떠나야 하는데, 기분도 돈도 무거웠다. 찢기고 찢겨 지칠 때로 지친 마음의 상처... 어디론가 훌쩍 도망가고 싶었던 그 때의 그 심정... 쩐 없어 불알 두 쪽이 전부였던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믿고 따라준 아내를 생각하니 미안했다. 그야말로 눈물의 웨딩드레스... 아내가 한없이 가여웠다.
신혼여행을 안 간다고 했더니, 사정을 훤히 아는 친구 한 명이 앞장서 부랴부랴 왕복 기차표를 끊어주었다. 십시일반으로 마음과 마음을 모은 친구들의 우정... 아버지와 어머니가 피난시절 만나 나를 세상에 내보낸 곳. 그래서 막연히 그리워했던, 내가 세 살까지 살았다는 부산에 그렇게 도착했다.
내 지갑 속의 변변치 못한 돈. 분위기 좋은 곳에서 와인잔을 부딪치며 신혼의 단꿈에 젖는 것은 언감생심 그림의 떡이었다. 호텔에서 하룻밤 잘 돈도 안돼, 역전 건너편 여관장에 투숙했다. 신혼 첫날밤... 미안해하는 내게 아무 불평 불만 없이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주던 아내는 하얀 봉투 하나를 건네 주었다. 새 신부가 가지고 있던 비상금...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야할 시간이었지만, 혼수 문제로 큰 언성이 오갔던 폐백을 드리기 전 일이 자꾸 떠오른다.
“잘못 전달된 오해여서 그게 아니었다고...” 큰처남에게 편지를 쓰며 밤새 뒤척이다 날이 밝은 다음날 아침. 첫 여정지인 을숙도행 버스를 타려고 부산역전 앞을 지나는데, 딱 마주친 사람이 있었으니...
“아니, 이게 누군교? 석병장님 아님니껴?”
“어! 홍병장 아니야!”
“네, 맞습니더. 홍성윤이라예.”
그렇게 만난 군대시절 바로 아래 후배 홍병장(건설회사 근무)은 마침 시간을 낼 수 있다며, 자기가 더 싱글벙글 신이나 앞장을 섰다. 을숙도 가기 전에 위치한 자신이 책임을 맡고 있는 아파트 공사현장을 자랑삼아 견학시켜주고, 갈대와 수초가 무성한 철새도래지 을숙도에서의 파전 한 접시와 동동주 한잔. 그러고 자갈치 시장에 들러 회를 떠서 먹고 헤어진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물론 모든 여비는 홍병장이 지불한 기꺼운 마음이라 아내에게 우쭐우쭐 자랑을 했다.
“봐, 내가 군대에서도 어떻게 생활했는지 알겠지? 만약에 성질머리 더러운 고참 같았으면, 택도 없었을거야. 그렇지?”
“응, 그건 그래.”
그동안 우울했던 마음이 천리길, 우연이 만난 한사람으로 인해 싹 가셨다. 한방의 행복한 강력 펀치에 힘을 얻은 우리부부는, 후배가 강력 추천한 태종대(부산을 대표하는 암석해안의 명승지) 구경을 끝으로 하루의 아름다운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어둠이 찾아와 맞는 이틀째 밤의 잠자리는 어머니 친정(이산가족, 이북 황해도)쪽 한분밖에 안 계시는 이모할머니(부산 수정동) 댁에서 해결했다.
사흘째 아침. 일찍이 조조할인 영화 한편 보고, 이곳저곳 그냥 돌아다니다가 그래도 신혼여행인데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어 해운대 조선비치호텔에 갔다. 신혼여행 마지막 날 아침. 넓디넓은 바다가 희망으로 보이고, 아내는 더욱 예쁘게 다가왔다.
우연이 만난 군대 후배. 내가 초딩 3학년 때 엄마 손에 이끌려 다녀와서 그동안 소식이 끊겼던 이모할모니 댁을 헤매고 헤매(3시간) 찾은 구두쇠 작전이었기에 가능했던 지난날의 아픈 추억이었다. 그러한 신혼여행의 사연 속에 시작한 반쪽 동백이와 반쪽 만보는, 하나의 부부일심동체가 되어가는 아직도 진행형 사랑이다.
.
.
강산이 두 번 변하고 세번째 변할 즈음, 은혼의 날. 청풍리조트(레이크호텔)에서 아침을 맞는
동백이가 잠에서 깨어 눈빛으로 가슴으로 말한다.
“나, 동백이, 지금 무지
행복하다. 그래서 만보를 사랑한다고...”
“내가 눈물 흘릴 때, 당신이 그 눈물 닦아줬죠. 내가 혼란스러워 할 때,
당신이 그 혼란 거둬줬죠...” 노랫말이 참 로맨틱한 곡이죠.
1978년에 발표되어 많은 사람들 특히 사랑하는 연인들 가슴을 뒤흔들며
미국 팝 차트 1위에 오른 앤 머레이의 대표곡 You Needed Me입니다.
앤 머레이는 이 곡으로 미국 팝 차트 1위에 오른 최초의 캐나다 가수로 기록되며,
그해 Grammy 시상식에서 최우수 여성 팝 보컬 상을 받기도 합니다.
You Needed Me/ Anne Murray
I cried a tear, you wiped it dry. I was confused, you cleared my mind. I sold my soul, you bought it back for me And held me up and gave me dignity. Somehow you needed me.
You gave me strength to stand alone again To face the world out on my own again. You put me high upon a pedestal So high that I can almost see eternity, You needed me. You needed me.
And I can't believe it's you, I can't believe it's true. I needed you and you were there and I'll never leave. Why should I leave I'd be a fool 'Cause I've finally found someone who really cares.
You held my hand when it was cold. When I was lost, you took me home. You gave me hope, when I was at the end, And turned my lies back into truth again. You even called me friend.
You gave me strength to stand alone again To face the world out on my own again. You put me high upon a pedestal So high that I can almost see eternity, You needed me. You needed me.
You needed me You needed me You needed me
내가 눈물 흘릴 때, 당신이 그 눈물 닦아줬죠 내가 혼란스러워 할 때, 당신이 그 혼란 거둬줬죠 내가 내 영혼을 팔았을 때, 당신이 그걸 되찾아줬죠 그리곤 나를 떠받혀 올려 자긍심 갖게 해줬죠 어떤 경우든 당신은 날 원했어요
당신은 내게 힘을 줬죠 다시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내 힘으로 다시 세상을 감당할 수 있게 당신은 날 튼튼한 반석 위에 높이 세워줬죠 거의 영원을 내다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이 당신은 날 원했어요. 당신은 날 원했어요
그 모든 게 바로 당신이었단 걸 믿을 수 없어요.
그게 사실이란 걸 내가 당신을 원할 때면 당신은 곁에 있어줬죠 나는 절대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당신 곁을 떠나다니 그런 바보가 어디 있겠어요 마침내 진정 날 사랑해주는 사람을 찾았는데 말이에요
날이 추울 때 당신은 내 손 잡아줬죠 내가 길 잃고 헤맬 때, 집까지 날 데려다줬죠 내가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희망을 줬고, 내 거짓들을 다시 진실로 되돌려줬죠 심지어 나를 친구라고까지 부르면서
당신은 내게 힘을 줬죠 다시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내 힘으로 다시 세상을 감당할 수 있게 당신은 날 튼튼한 반석 위에 높이 세워줬죠 거의 영원을 내다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이 당신은 날 원했어요. 당신은 날 원했어요
당신은 날 원했어요 당신은 날 원했어요 당신은 날 원했어요
|
첫댓글 내가 눈물 흘릴 때, 당신이 그 눈물 닦아줬죠 내가 혼란스러워 할 때, 당신이 그 혼란 거둬줬죠 내가 내 영혼을 팔았을 때, 당신이 그걸 되찾아줬죠 그리곤 나를 떠받혀 올려 자긍심 갖게 해줬죠.사랑의 힘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지요.만보님의 글속에 묻어나는건 추억이고 회한이지만,세월이 지난후에 더 큰사랑으로 우주를 안고 사시는데 뭐가 부럽겠습니까?ㅎㅎ 행복하세요.동백님 건강하시구요
그런 아픔속에 부부 서로의 사랑을 가꾸어가시는 모습이 참 좋네요. 금혼식 때는 어떤 마음의 모습으로 이곳에 글이 올려져 있을까요. ㅎㅎ
추억이 새록새록이겠습니다. 지금의 행동이 나중에 추억의 창고 되겠다 싶어집니다. 추억이 창고 가득 넉넉한 아름다움입니다.
비 온뒤 다져진 삶 참 아름답습니다.20대 동백님~정말 예쁘네요 만보님 날이면 날마다 행복 하세요~
I cried a tear, you wiped it dry. I was confused, you cleared my mind. I sold my soul, you bought it back for me And held me up and gave me dignity. Somehow you needed me. You gave me strength to stand alone again To face the world out on my own again. You put me high upon a pedestal So high that I can almost see eternity, You needed me. You needed me. 동백님과 만보님을 위한 노래인것 같아요.
You Needed Me넘 듣기 좋네요.. 동백님두 이쁘셨네요.. 저두 동창블로그에 20년전 사진올리니까.. 남친동창이 넘이쁘다고 한번 동창회할때 꼭 나오라고해서 나갔더니 이잉..그얼굴이 아니네 하고 좀 하더라구요..20대에 예쁘지 않으면 언제 또 이쁘겠어요. 많이많이 행복하시구요..건강하세요 """"
만보 내외의 은혼식 정말 축하해. 파타야행이 청풍 리조트로 바뀌었지만 장소가 뭐 그리 대수랴. 둘이 사랑하는 맘만 같다면 어딘들 낙원이 아닐까. 그 마음 변치 말고(물론 철석같이 믿고 있지만) 행복의 보금자리 더욱더 아름답게 수놓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