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아이들이 모두 떠난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나를 자유로운 행동을 하게 만들지만 컴퓨터 보다는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손끝이 근질거리는 것으로 이어졌고 나는 그 생각이 들자마자 긴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물론 행선지가 머릿속에 몇 군데 맴돌고 있었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
따가운 햇볕이 내리고 있어 약간 뜨겁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한여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습기가 없기에 바람이 불 때 마다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발길이 처음 닿은 곳은 아파트 뒷길이었다. 지난번 보았던 수세미를 카메라에 담기위한 나의 발걸음이었는데 그 수세미는 「조 아저씨」한 음식점의 살림집 마당에서 철재로 만든 터널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그 곳엔 짙은 진분홍색 강낭콩이 무리지어 터널 밖을 덮고 있는데 참 예쁜 모습이었다.
그 곳에서 수세미를 만나고 다음으로 간 곳은 교육청으로 가는 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이었다. 지난번 우연히 지나다가 석류나무를 발견했기에 그 곳에서 석류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출발했다. 골목길로 접어들으니 바로 석류가 보였다. 전보다 많은 햇빛을 받아서 그런지 붉게 물들은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다. 개인 집 안에 나무가 있기에 담장 밖에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각도를 잡을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만난 것은 해바라기 행렬이었다. 키가 2m는 넘어보였고 열 개가 넘는 것이 도열하고 있어 보기에 좋았다. 많은 햇볕과 적당한 비 덕분에 알알이 영그는 모습이 튼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옆에 있는 감나무를 보면서 주홍색으로 변하는 감을 보면서 가을이 깊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곳을 떠나서 한참동안 걸었다. 십분 정도 걸은 후에 닿은 곳은 예산역전이었다. 전에 문학모임으로 서울에 다녀오면서 본 조롱박 터널을 기억해 냈기에 그 곳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마침 추석 연휴가 끝나는 날이라 많은 사람들이 귀성을 위해서 기차를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머뭇거리다가 역무원에게 나의 생각을 전했다. 그러자 친절한 역무원은 역구내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그 곳은 매년 조롱박 터널을 만들어 조롱박과 수세미를 재배하여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어 관광객이나 여행객들에게 좋은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주먹만한 조롱박들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 우리들의 고향의 한 부분을 만나는 것 같았고 수세미의 행렬에서 옛 초등학교에 다닐 때 재배했던 추억이 생각났다.
유쾌한 기분을 가지고 그 곳을 떠난 나는 자연스럽게 발길이 예당저수지로 향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운 날씨가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중간에서 대추, 고추 등을 햇볕에 말리는 것을 담으며 농촌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십 분이 지난 후에 어느 농가 옆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마침 참깨를 말리는 정겨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서슴지 않고 새터를 누르는데 한 할머니께서 어느새 다가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엉겁결에 말했다.
“참깨가 너무 예뻐서 찍었어요”“이쁘긴 뭐가 이뻐?”
“요즈음 농촌에 도둑이 많아
“......”
“젊은이는 도둑이 아닌데”
“아니에요. 저도 도둑이에요. 아름다운 것들을 카메라에 담아 훔쳐가는 그런 도둑이에요”
“그림만 가져가면 도둑이 아녀. 그리고 도둑은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여”
“할머니 고마워요. 안녕히 계슈”
나는 하마터면 큰 봉변을 당할 뻔 했다고 생각하며 이번엔 예당저수지에서 물을 흘려보내 예산읍민들이 상수도로 사용하는 물을 가두어놓는 저수조로 갔다. 그 곳을 지나가다가 한 낚시인이 낚시를 즐기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사실 깜짝 놀란 것은 나뿐이 아니었다. 상수원 보호지역에서 낚시를 하고 내 손에 카메라가 들려있으니 나를 환경보호단체 감시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웃으면서 ‘입질을 해요?’라고 묻자 ‘별로 입질을 하지 않아요’라고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서 고기망에 많은 붕어를 보았고 그는 계면쩍었는지 웃고 있었다. 나는 ‘요즘 농업기반공사와 군에서 단속을 한다고 하니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그 곳을 떠났다. 마음 같아선 더 심한 말을 하고 싶었지만 어디 사람이 사는 세상에 그럴 수만 있는가.
그 곳을 떠나 도로를 따라 걷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휴대전화의 폴더를 열면서 평소에 전화가 그리 많지 않았던 K회원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전화를 건 이유를 물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예”
“그런데 웬일이세요?”
“걷는 모습이 힘이 너무 없어서요”
“예”
“무슨 일이 있는 거 에요?”
“아뇨. 그냥 걷고 있는 거 에요”
“그래요? 저는 딸을 데려다 주고 있어요”
“예, 전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나는 전화를 걸어준 K회원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K회원은 내가 추석을 지내고 힘없이 예당저수지 쪽으로 걸어가고 있으니 나에게 무슨 일이 있어서 예당저수지 안으로 풍덩이라도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을 했다고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 일로 인해서 한참 동안 웃다가 갈대밭으로 갔다. 아니 갈대보다는 억새가 더 많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몸체를 보면서 참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을 했다. 마치 파도처럼 흔들리는 갈대와 억새 무리를 보면서 마음속에 솟아오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참 잘 나왔다’라는 말을 몇 번씩 되뇌고 나보다 더 큰 키가 억새사이에서 가을의 향취를 느낄 수 있었다. 갈대가 20%정도이고 억새가 그 나머지 였다.
하천으로 더 이상 나갈 수 없어서 수문 쪽으로 가기 위해서 하천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나 있는 도로를 이용해서 걷기 시작했다. 밭에는 배추, 들깨, 무, 수수, 콩, 팥 등이 심겨져 있었고 그것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농촌 출신이고 그것들을 보면서 자라났지만 그것들에 대해서 더 많은 애정이 간가. 내가 정년을 한 후에 나는 시골에 작은 집을 짓고 텃밭에 채소를 가꾸고 살고 싶어진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꿈일지 몰라도 나의 가슴 속에는 늘 그 것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뚝방을 따라서 걷다가 억새를 만나고 도열해 있는 수수를 만나면서 마음껏 사진기에 담았다. 그러다가 더 가까운 곳에서 담기위해 둑으로 들어갔는데 풀이 사람 키만큼 우거져 다니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나는 잠시 깜짝 놀랐다. 바로 시커먼 것이 눈앞에 앉아있어 그것이 뱀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도망을 가다가 그것이 타이어를 자른 조각인 것을 발견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사진을 찍기 위하여 산과 들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 뱀과의 만남이다. 물론 만난 적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멀리 있는 것 이었고 밟거나 뱀이나 벌의 공격을 받은 적은 없었다.
길을 가다가 나는 이상한 장면을 보았다. 그것은 타이어를 자른 조각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 바보처럼 혼자 웃고 말았다. 갈대와 억새를 만나고 나서 나는 큰 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부른다. 나는 깜짝 놀라서 쳐다보니 나와 함께 근무하는 L선생님 이었다. 추석 다음 날에 마라톤을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미쳤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 자신이 그 꼴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피시 웃고 말았다. 예당저수지 수문을 지나쳐 저수지 옆을 지나가게 되었다. 옆에는 음식점이 가끔 눈에 들어왔다. 내가 한 집 앞에서 멈춰 선 것은 수세미 터널을 본 후 였다. 수세미를 재배하여 파이프로 만든 터널위에 줄기를 내고 열매를 맺게 하는 것 이었는데 보기에 참 좋았다. 뿐만 아니라 붉은 호박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 곳을 지나쳐 군민 관광단지로 들어서니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시간이 넘게 걸었기에 몸이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관광단지 주차장에서 K시인님께 전화를 했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싶어서 였다.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 나는 여기저기를 돌아보았다. 마침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수는 그리 많이 있지 않았으나 대부분 가족단위여서 보기에 좋았다. 나는 해가 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을 때 한참 동안 돌아다니다가 전화를 받았다. 평소 형님처럼 지내는 K 시인님이었다.
잠시 후에 우리들은 예당저수지 옆에 있는 한 카페에 들어갔다. 온몸에 피곤을 입고 있었으나 저녁식사를 하면서 하루 동안 나의 머릿속에 집어넣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니 피곤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첫댓글 자연속에 미아처럼 탐험하셨군요.ㅎㅎ부럽습니다.그런데 왜 그리 아는 사람을 많이 만나시는지..그 부분이 좀 웃겨서..,ㅎㅎㅎ ㅋㅋ
많이 걸으셨군요.자연에흠뻑 빠지면서!...
아는 사람을 많이 만난것은 혹시 유명인사라서 그런것 아닐까싶네요.
ㅎㅎ 맞아요 완전한 탐험어요 그날 밤 많이 피곤했지만 정마로 행복했었습니다. 행모님 감사합니다. ㅎㅎ 유명인사는 아니고 그날 공교롭게도 중간에 아는 사람들을 4명이나 만났어요. 행모님도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시다가 보셨지만요. 참 다시한번 그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일요일날~~L선생님과 저,여럿 죽다 살었습니다.아름다운 시간 많이 쌓이는 가을 되세요.오짜르트님,행모님,병헌님!!!
ㅎㅎ L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종본님이 정말로 잘 달린다고 합니다. 언제 달리는 모습을 보았으면 합니다. 함께 뛰지는 못하지만 말입니다. 종본님 화이팅입니다.
달리는 모습도 캡 이실 듯!ㅎㅎㅎ 부럽습니다.건강하신 아름다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