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 속 동태찌개 집
지난 23일은 서울에 있는 병원에 예약된 외래를 하는 날이었다. 서울에서 녀석이 내려와 녀석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아주 편하게 외래할 수 있었다. 그날은 처서였지만 한 여름 같은 늦더위가 수은주를 끌어 올릴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이른 아침 출발했다.
예약된 시간보다 한 시간 앞서 도착한 터라 진료를 마치고 나니 여유가 생겼다. 남한산성을 차로 한 바퀴 도는 드라이브하며 산성의 우거진 녹음과 계곡을 가득 채운 총각매미들의 연가를 즐길 수 있었다. 사연이 많고 많은 한이 서려있는 산성인 때문인가. 산성 안 곳곳에 자리한 음식점 상호들이 유난히 눈을 끌었고 가슴에 와 닿았다.
똥강아지 집, 감나무 집, 쌍둥이 집, 은행나무 집, 담 안집, 정든 집, 늦둥이 집, 옴팡 집 등 다른 곳과는 사뭇 다른 우리말 상호들이 대부분이라 정이 더욱 느껴져 혼자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상호들은 산성 수호정신이 굳게 살아있는 파수병처럼 든든하게 느껴졌다.
산성을 돌고 나서 산성 안 음식점에서 점심을 하려했으나 잘 하는 곳 아는 곳이 없다는 녀석이 안내하는 곳으로 향했다. 찾아 간 곳은 수원 영동구 이의동 경기대 후문에 있는 스스로 ‘동태찌개 유명한 집’이라는 “ㅊㄷ마을”.
좁은 비포장 골목길 들어서니 길 가에 하늘만 가린 여러 노점식당이 서 있었다. 도착한 시간이 오후 한시를 넘었으나 불볕 햇살을 겨우 가린 노점 좌석은 손님들이 채우고 앉아 보글보글 끓는 찌개를 즐기고 있었다.
식당 안 좌석을 배정받고 앉아 벽면 여기저기에 붙여진 것들을 보았다.‘우리 집은 낮 12시부터 1시 반까지는 혼자 손님은 받지 않습니다’‘식사 집이라 한 테이블에 술은 한 병 이상 드리지 않습니다’‘밖에서 드시는 손님의 추가 반찬은 셀프입니다’는 등등.
바로 옆 자리에서 둘이 앉아 소주 한 병 나눠 들며 흐르는 땀 정신없이 닦던 40대 두 남자 추가로 찌개와 밥을 시켰다. 이 때 우리 것이 나왔다. 끓은 다음에 들라는 것. 끓는 사이 차림표를 보았다. 동태찌개 사리 고니는 1일분에 3000원, 손수제비는 1일분에 1000원.
우리 좌석 바로 앞에서 손수제비를 시켰다. 손수제비를 내온 도우미로부터 1회용 빈 장갑과 함께 비닐에 쌓인 수제비 반죽한 한 덩이를 받아 든 30대 남자는 비닐장갑을 끼더니 반죽을 한 번 더 다지더니 익숙(?)한 솜씨로 수제비를 떼어 넣었다.
드셔도 된다는 도우미의 말을 듣고 찌개 국물부터 맛과 간을 보았다. 순간 얼굴에 피어나던 미소. 안내한 녀석이“맛이 괝찮으냐?”고.“동태찌개 맛이 난다”며 먹다보니 금방 동이 났다. 동태찌개 사리란 것을 시켜보았다. 그것은 동태 알. 1인분은 순식간에 없어졌다. 다시 1인분 추가. 이렇게 한 여름 같은 늦더위 속에 동태찌개로 맛있는 점심을 했다.
그 집의 성업 비결을 생각해 보았다. 무엇보다도 제일 먼저 손에 꼽아야 할 것은 동태찌개 그 고유의 맛. 다음은 부담스럽지 않은 값이 틀림없을 것으로 보였다. 이런 음식점들이 우리주변에 더 많았으면 좋겠다. (2006. 8.30.)
첫댓글 우리는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 그렇게 좋은 집을 모르고 있었다니. 주위 친구들과 일간 꼭 찾아가야겠군, 진료 결과는 물론 좋았을 것으로 믿네. 그런데 경기대 후문에서 어느 쪽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고 옥호가 "ㅊ ㄷ 마을"인가? 궁금하이
동태찌개사리...이름 부터가 맛있게 생겼군...한번 찾아가서 손수제비도 찢어 가며 소개한 향토음식을 즐기고 싶어지는군...^^*
서울까지 가서 풍성한 식당 나들이를 하였군 그래 ,못처럼 외식을 할때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서 외식을 할라치면 이 또한 즐거움이지.
어느결에 남한산성의 식당까지 섭렵했는가 ? 남한산성에 가서 여유로운 먹거리를 즐겼다니 진단결과가 틀림없이 좋았겠구먼 무엇보다 고맙고 반갑네
동태찌개 집 옥호는 초당마을. 전화번호는 031-251-6265. 한번 이용한 식당 명함을 버릇처럼 가지고 나는 덕에...입 맛들 버리지나 말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