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의 논증을 인용한다면ㅡ
‘실재하는 것은 이념이다. 이념은 이성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실재하는 것은 이성적이다.’
나는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모두 믿지는 않지만 (이 전제의 비상구는 겸손일 수도 있고 교활함일 수도 있음을 고백한다)
비틀어 의식이 존재로부터 라는 것에는 충분히 동의한다.
침대가 가구가 아니고 과학이라면 사랑 역시 뜬구름이 아니고 과학이다.
적어도 사랑을 느껴가는 공정 그 프로세스는 지극히 물리적이다.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 등 감각기관으로부터 접수된 자극은
시놉스로 연결 된 뉴런의 경로를 지나 척수라는 중추신경계를 통해 뇌로 전달된다.
뇌에서는 미소한 전기자극에 의해 일련의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강력한 호르몬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이 분비 되면 달콤한 환상과 함께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마약, 술, 담배, 본드, 부탄가스, 초콜릿 등을 섭취했을 경우에도
역시 도파민이 분비된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사랑의 실패가 가져오는
절망과 고통의 결과를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인간은, 언제나 사랑을 꿈꾸는 것은,
마치 마약의 효능이 사라졌을 때 더 추하고 견디기 어려운 세상과 맞닥뜨려야 한다는
끔찍한 현실을 예상하면서도 마약이나 향정신적 약품 등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인간은 달콤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해
언제나 사랑을 꿈꾸는 어리석음을 범하곤 한다.
마약 또는 사랑에 의해 분비되는 도파민의 달콤한 유혹은
그 환상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강한 올가미와 같은 것이다.
사랑의 처음 단계에서 작용하는 도파민은 “나는 너에게 끌린다” 의 현상을 관장하는 호르몬이다.
무수한 경험들과 정보들을 종합해 ‘그’라는 솔루션을 뇌가 내렸다면
대뇌의 번연계에서 화학작용이 시작되고 도파민이 분비 된다.
강력한 전구물질인 이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비로소 피할 수 없는 매혹적인 사랑과 영혼의 멜로 드라마는 시작된다.
이와 함께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도 한 몫을 한다.
연인을 보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혈압이 높아지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는 증거이고 연인이 뭘 해도 예뻐 보이는 것은 세로토닌 때문이다.
두번째 단계는 페닐에칠아민이 주범이다.
새벽에 연인의 집에 달려가고 네가 옆에 있어도 나는 네가 그립다는 단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초콜릿에 있는 물질이기도 한 이 페닐에칠아민은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천연 각성제의 역할을 한다.
제어하기 힘든 열정으로 부르르 떨거나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다면 페닐에칠아민이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섹스시 오르가즘을 느낄 때 최고치가 되는 호르몬이기도 하다.
절정의 세번째 단계는 옥시토신이 주인공이다. 껴안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며 애착 상태로 발전한다.
이 호르몬을 cudding hormone (껴안게 만드는 호르몬)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호르몬에 이어서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통증을 없애주는 마약과 비슷한 물질로
즐거움과 기쁨과 무한한 행복감을 선사하는 호르몬이다.
(신문 기사 부분 인용)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강력한 종소리인 도파민의 화학식은 C8H11NO2 이다.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로서 중요한 노르에피네프린과 에피네프린 합성체인 전구물질이다.
L-티로신에서 도파(dopa:3,4-디히드록시페닐라민)의 탈탄산 (decarbokylation)에 의하여 체내에서 생산된다.
예로부터 애매모호한 기류는 정신적인 것이며 밝힐 수 없는 증후군은 신경성이고
규명 되지 않는 물리적 현상은 신의 영역이었다.
정신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의 이분법적 사고는 한계에 이르렀다.
뉴튼의 절대론적 가치관은 양자역학에 이르러 상대론적 가치관으로 대체 되고 있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 안에는 ‘역지사지’라든가 ‘마음 먹기 따라’, ‘생각하기 나름’..
이라는 추상적인 뉘앙스의 개념까지도 과학의 영역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인간이 추종해 왔던 ‘A=B이다’ 의 과학적 패러다임은 ‘A=B 일수도 있고 C 또는 D일 수도 있다’
인간이 여태 취했던 사랑이라는 지고지순한 이데아!
그 교조주의적인 환상성과 불가침의 성역은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
물리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전기적 자극으로 조작이 가능한 하나의 물리적 현상일 수도 있다.
자극은 뉴런을 통해 뇌로 유입되고 유입된 자극의 미소한 에너지가 뇌에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하나의 물리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면 사랑의 묘약은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 정보는 뇌의 창고에 저장되고 숱하게 많은 메모리들이 들어오고 머물고 덮어쓰기하면서
데이터는 날아가고 잊혀지고 다시 새로운 자극을 찾게 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대 없이는 못 살아.. 생명까지도 버릴 수 있는.. 죽음까지도 불사하는 사랑까지도
국경도 나이도 신분도 초월한다는 순결하고 지고한 사랑까지도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인 것이다.
그 화학반응의 정도가 강하거나 되새김질하는 습성을 가진 사람일 경우
장기저장 탱크에 머물게 될 수는 있어도 그 데이터는 언젠가는 퇴색되고 바래지고 잊혀진다.
사랑!
손에 잡힌 모래처럼 제 갈 길 가는 시간처럼 움켜쥐면 스르르 빠져나가는
향유 끝에 주어지는 고통과 부재와 박탈이 주는 쓸쓸함 그 사이의 딜레마.
그래도 인간의 유한함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보상 받을 수 있는 알리바이.
우리가 의지하는 ‘인간적’이라는 최후의 보루.
그러나, 숱한 임상실험의 결과는.. 사랑마저도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는..
인간의 간사함과 변덕의 촉매에 의해서 시대가, 시류가 내몰고 있는,
세상이라는 플라스크에 담긴 사랑이라는 화학식을 재만 남기고 산화시켜 버렸다.
스산한 이 가을.. 실험실에서.. 쓸쓸한 나.(토토) / 토토님의 글 -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