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것보다
바라보는 것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강가를 휘도는
세월의 흐름을
산마루에 올라 바라본다.
청솔가지가 머금은
강물 사이로
세월을 가르며
유람선이 흐른다.
너는 강에서
나는 산에서
한자락 햇살로 머물며
뜨거운 한여름
멱을 감는다.
산 행 일 시 : 2005년 8월 2일 화요일 맑은후 비..
산 행 코 스 : 옥순대교~ 새바위~ 벼락바위~ 둥지봉~ 가은산~ 곰바위능선~
굴바위~ 전망바위~ 옥순대교쉼터
함께한 사람 : 솔바람님, 문방님, 연대님, 광야님, 방외지사님, 원추리님,
봄빛 內外, 매화님, 샘터님.
찌는 듯한 더위를 예상하면서도 배낭을 챙긴다. 어제 내린 비로 인한 습도
의 끈적함과 산뜻한 조망의 기대도 적지만 요즈음 날씨에 개의치 않는게 습
관처럼 되었다. 중독되어 가나보다.
애초의 목적지는 말목산이었으나 원점회귀와 더위에 지치지 않을 시간조절로
둥지봉에서 가은산까지만 가기로 의견을 모은다.
대전에서 꽤 먼 거리인 제천까지 2시간 40분을 달려 10시 45분 옥순대교 쉼
터에 차를 쉬게 하고 옥순대교 부리에 설치된 철난간을 따라 곧바로 치고
오른다.
언제나 산행이 초입은 힘들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몸안의 기운들을 불러내
기 까지는 고행이다. 가파른 난간을 오르자 간혹 물웅덩이가 고인 오솔길이다.
습기 머금은 지열이 빽빽한 나무사이를 벗어나지 못한채 산길을 덮고 있다.
첫번째 얕으막한 봉우리를 지나며 우측으로 길이 휜다.
11시 05분, 안부 삼거리에 도착,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일행이 도착하기
를 기다려 작은 시내를 건너자 살금 오름길이다.
11시 12분, 사거리 안부에서 남쪽으로 난 우측길로 오른다. 경사가 급하다.
원추리꽃 한송이가 담황색 얼굴을 수줍게 내민다.
큼지막한 바위 사이에 소나무와 떡갈나무가 싱그럽게 푸르다. 온산이 바위같
다.
드디어 새바위가 솔가지 사이로 모습을 보인다. 건너편 지나온 절벽위의 소
나무가 한폭의 병풍같다.
11시 25분, 새바위가 또렷이 보인다.
오른편으로 옥순대교의 날렵한 모습이 보이고, 구담봉과 옥순봉의 수려한 모
습이 한눈에 다가들고 멀리 제비봉의 모습도 보인다.
먼저 간 일행에게 손을 흔들라니까 모두들 나에게 항복 하고 있는것 같다. ㅋ..
어미새가 알을 품고 있는 완벽한 자세로 새바위가 보인다.
어미새바위 바로 앞에 3m쯤 간격으로 아기새 바위가 있다.
바위에 오른 대원들이 누구는 해바라기를 하고 누구는 작은 그늘에 몸을 의지
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아기새는 어미새바위의 윗부분이 신기하게도 모양을 갖춰 떨어져 나
온것 같다.
새바위 앞에 너른 마당바위 위에서 유람선을 향해 대원들은 반가운 손을 흔들고 봄
빛님과 샘터님이 싱그런 미소를 보낸다.
강물을 굽어보는 광야님의 시간은 지금 어디를 향해 가는것일까..
어사화처럼 뒤꽂이로 도라지꽃을 꽂은 도라지도령(?).. 원추리님의 장한 뒷모습이다.
새바위에서의 정겨운 시간을 뒤로하고 밧줄이 간간히 매여 있는 급경사 내림길을
내려서니 계곡물 흐르는 소리..충주호로 흐르는 시내를 만난다. 11시 45분이다.
시원한 계곡물에 손만 담구어도 기분이 상쾌하다. 참외를 씻느라 기우뚱해진 디딤돌
에 하마트면 물에 빠질뻔 하지만 오늘 같으면 빠졌어도 즐거울 것 같다.
계곡을 건너 풀밭길을 오른다.
11시 57분,커다란 바위사이를 개구멍처럼 빠져 나오자 이십미터는 좋게 되보이는 바
람벽같은 바위다. 정수리부터 두쪽으로 갈라진 벼락바위.. 갈라진 틈새를 벌들이 바
쁘게 드나들고 있다.
벼락바위를 지나 북동쪽으로 급경사길을 오르자 좁다란 물이 없는 계곡지대다. 가파른
경사를 지그재그로 올라 왼쪽으로 휘돌아서자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밧줄이 매여
있는 홈통바위다. 물홈통을 반으로 갈라 세워 놓은 듯 경사와 둥그런 둘레가 만만치
않다. 밧줄을 잡고도 발디딜 곳이 여의치 않아 우스꽝스런 걸음으로 올라선다. 우회
하려던 일행이 그곳도 오르기 마땅치 않은지 같은 곳으로 오르신다.
거대한 대슬랩이다. 엄청난 덩치의 경사진 바위가 멍석처럼 펼쳐지고 조망이 확 트인다.
바위에도 수분을 섭취할 아량이 있는지 틈새로 나무가 자라고 있다. 더러는 뿌리가
줄기처럼 바위위를 뻗어나가 마치 물구나무선 손 같이 보인다.
옥순봉과 옥순대교가 아랫마을처럼 친근하게 보이고, 구담봉이 이웃하여 하늘금을
가꾸고 있다.
새가 날아가 버린 빈 둥지봉이 바위로 밋밋하게 보이고, 말목산과 구담봉 뒤로 제비봉이
흐릿하게 보인다.
2분가량 오르자 삼단 장애물처럼 밧줄이 짧게 매여 있는 세칸 짜리 바위지대다.
경사진 바위틈에 도라지가 봉우리를 수줍은 듯 오므리고 있다.
공기가 맑아서인지 여러척이 오가며 설명하는 유람선의 방송이 여과 없이 동네
이동슈퍼 광고처럼 지척으로 들린다.
계속 오름길이다. 잠시 솔밭을 지나 왼쪽으로 길이 휘며 네모난 벽돌을 쌓아 놓
은 모양으로 커다랗게 겹쳐진 바위를 지나 살그머니 내려가는 오솔길이다.
안부를 지나 오른쪽 오르길로 오르며 오솔길 길섶에 비단무늬 나비 한쌍이 땅에
붙어 있다. 무슨 나비 일까..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12시 46분, 드디어 둥지봉[430m]이다.
충북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의 가은산[575m]을 모산으로 하는 봉우리.
새둥지 처럼 둥그렇게 작은 돌들이 원형으로 놓여있고 주변에는 정상석과 크고
작은 바위들이 보기 좋은 소나무와 어울려 있다. 이곳에서 점심을 한다. 감자와
우유 참외로 간단히 점심을 마치고 1시 10분, 가은산을 향해 출발이다.
둥지봉을 떠나며 둥지봉과 벼락바위, 그리고 새바위.. 한편의 전설이 떠오
른다. 둥지를 떠난 어미새와 아기새는 벼락바위를 건너지 못해 둥지에 깃
들지 못하고 하염없는 강물 만을 내려다 보는 것일까.. 애틋한 마음이 든다.
가파른 내림길을 10여분 내려와 북향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안부에 닿는다.
가던 방향으로 가파른 오름길을 오른다. 오르는 위치에 따라 아까와 다른 모습
으로 충주호의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간간히 바람도 불어준다.
커다란 바위가 공기돌 처럼 올려져 있다.
이곳의 바위와 소나무는 세월의 미학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인간이 개발하는
문명이란 어찌 보면 자연미의 퇴화일지도 모른다. 도저히 뿌리내릴 가망이 없
는 척박함에서도 스며 나오는 어울리는 상생을 자연은 안다. 바위에 뿌리내리
는 소나무도 소나무를 끌어 안은 바위도 처음부터 그러 했다는 듯이 불만이 없
다. 이전의 세월도 만족이었고 앞으로의 시간도 한뼘의 흙만으로도 족하다.
2시 40분, 삼거리 안부에 도착. 이곳에서 가은산 정상은 갔다가 되돌아 와야한
다. 가은산[575m] 정상은 조망이 가리어 검은 정상석만이 쓸쓸히 서있다.
거대한 바위가 마치 곰이 일어서 있는 형상이다.
소나무의 모습이 다양하다.
오른쪽으로 석문을 지난다.
굴처럼 빛이 통과하는 바위를 지나 마지막 조망을 하고 좌측으로 가파른 하산길
로 내려선다. 차량이 있는 곳으로의 하산을 위해 험한 길을 내려서지만 시원한
계곡에서의 탁족을 기대하는 발걸음들이 가볍다.
3시 50분, 처음 올라 올때의 삼거리 안부에 도착, 계곡이 있는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5분여 내려가며 무덤하나를 지난다. 반가운 계곡물소리에 적당한 곳을 찾아
탁족을 하고 4시 20분, 옥순대교쉼터로 가는 도로에 내려선다. 이른 코스모스가
화사한 모습으로 반긴다.
마음좋아 보이는 쉼터 주인장의 보름달만한 파전과 막걸리, 봄빛님 부군의 시원
한 아이스크림으로 뒤풀이를 마치자 오늘 일정의 마침표처럼 빗방울이 떨어진다.
쏟아지는 빗속을 달리다.
문득 시간도 생각도 멈춰버린 듯
완전히 나를 잊은 공간속에 든다.
잠수함처럼
또로록 또로록
눈알 굴리는 소리 들릴듯한 정적.
빗살을 뚫고 찾아드는
상념에는
잘 곰삭은 추억 한 종지..
한 잔술에 달뜨는 내 마음 하나.
그리하여
내가 너 같고
네가 나 같아 지고 만다.
가슴이 슴벅해지는
기쁨이 된다.
<둥지>라는 말 자체가 어머니의 품만큼이나 아늑하게 안겨오지요. 아직도 어미 새는 돌아오지 않는 아빠새를 기다리며 선뜻 날지를 못하고, 그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끼 새는 엄마새의 눈치나 보고 있는지? 좀은 안타깝네요. 푸름님! 둥지봉을 다시 복습하고 갑니다. 그저 고맙다는 말만 남겨놓습니다.
첫댓글 며칠째 인내심의 한계를 자극하던 컴이 오늘은 똘망하길래 늦은 새벽까지 잃어버린 산행글 복구했습니다. 에구 오늘 산행길에 졸지나 않을 런지.. 늦은 산행기.. 맨날 죄송하구먼유..^^*
만덕산 산행때 푸름님허구 광야님허구 무자게 힘들었지요. 그눔에 잠땜시,,,,
그날의 감동을 다시 느낄수 있다니 푸름님 수고 엄청했습니다. 따랑혀유 푸름님^^
내 마음의 시각은 8월2일 등산일에 맟추어진듯 멈추어선다. 그때의 줄거움이, 그리고 환희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아! 그래. 그때 우리는 참 줄거웠지.....푸름님! 묵직한 마음으로 잘 보고 감니다.
솔바람님이 동행하시면 늘 든든한 나침반을 가진듯 합니다. 좋은곳으로 이끌어 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이 여름 더위조차 행복으로 느껴집니다. 건강하셔요~^-^
그래요.그 날도 잊을수 없지요.....
가지 못한 사람...안달나게 하시네...가을까지 어떻게 기다리나...마음에 깊이 새기고 있겠습니다.
몇번을 다시 가도 마르지 않을 감동이 었기에 다시 일정을 잡아도 가겠습니다. 자꾸만 높아지는 눈높이가 감당키 어렵겠지만요..^^*
둥지봉은 이제 이름만으로도 친근감이 갑니다. 열열한 둥지봉 팬들이 이리 많으니 너무 소문 나면 안될거 같은데요. 저도 10월 달력 기다려 볼께요~ ^^
10월이라....그 때가면.. 열.. 다.. 식을라나...한번 기다려 봅시다!
가을에 또 간다구요? 이번에 가면 아예 대전 근방으로 옮겨놀 방법을 찾아봐야지. 계룡산 장군봉 옆으로,,,
廣野님 그곳으로 이사간다 소리 나오기 전에 대책 세워야 겠네요.^^
푸름님의 산행기를 보니 그날의 즐산하였던 기억이 새록새록.... 언제나 신선함,기대감.알찬내용의 산행기로 우리님들의 맘을 설레게 하네요. 덕분에 다시한번 그날의 산길을 걷는듯 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둥지>라는 말 자체가 어머니의 품만큼이나 아늑하게 안겨오지요. 아직도 어미 새는 돌아오지 않는 아빠새를 기다리며 선뜻 날지를 못하고, 그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끼 새는 엄마새의 눈치나 보고 있는지? 좀은 안타깝네요. 푸름님! 둥지봉을 다시 복습하고 갑니다. 그저 고맙다는 말만 남겨놓습니다.
그렇죠? 함께 하신분들과의 좋은 시간도 공간이 너무 아름다웠기에 더욱 좋았었네요. 새바위..참으로 잊지 못할 산행이었습니다.
아 저희 구역을 다녀 가셨네요
둥지봉 갈려면 저~한테 허락받고 가야 하는것은 알고들있지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