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해진 새벽공기를 맞으며 공판장 경매를 기다리는 채소농가들의 11월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힘겨움과 안타까움이 서로 상존하며 서러움을 더하는 듯 하다.
이렇다 할 피해없이 전국 방방곡곡 풍년을 수확한 농산물의 과잉공급으로 기쁨도 잠시
소비와 판로에 대한 걱정으로 농업인들의 이마엔 굵은 주름이 더하였다.
김장시장을 앞두고 작목반에서 생산한 배추 등 채소류의 경매가격을 확인하기 위하여
강서공판장을 찾았지만 예상대로 넘쳐나는 물량에 중도매인들의 지지가격은
넉넉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도 완숙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기전 출하하여 좀 더 나은 가격을 받기 위한
농업인들의 노력은 역시 일상그대로 변함이 없다.
사무소 인근에서 간단샤워를 하고 한의원을 찾았다.
어깨로부터 허리로 이어지는 결림통증이 연일 이어지며 삐걱거리는 몸뚱아리가
제멋대로 움직여주질 않는다.
한시간여의 침 치료가 그나마 윤활유가 된 듯 가벼워진 머리가 상쾌함을 선물한다.
카톡~
착함표 재주꾼 지인과 점심을 나누었다.
아들녀석의 수능을 격려해주는 제주사장님으로부터
수평선 일상에 웃음을 선물하고 간 지인의 배려를 기억하며
'수능과 건강' 사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들이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을..,
시험의 결과에 의하여 우열이 가리어지겠지만 그것이 운명으로 결정되어지는 것은
또한 아니라는 것을 아들도 짐짓 알고 있을게야.
지인을 배웅하고 행주내동 자경예정농지로 향한다.
농지의 땅심과 재배환경을 고려하여 경작에 적합한 작물을 선정하고자
농업연구소전문가가 발품도움을 주었다.
강원도산 귀족서리태와 고구마, 월동보리 3박자로 내년도 첫 농사를 시작하기로 하고
우량종자구입에 따른 산지별, 작물별 정보를 부탁하였다.
예보되지 않았던 가을비라?
그래왔던것처럼 수능일 또 추워지려는 낌새는 아닌지..,
수능생 아이를 둔 화성의 동무 또한 아이보다 어른이 더 긴장된다는 문구로 어지러운
마음을 대변하고 섰다.
7시!
똑소리와 추진력, 해박한 지식를 머금은 잡지사 사장님과 전무님이 자리해 주셨다.
5년여의 짧은 인연살이이지만
마음으로 주고받은 감사함과 고마움이 한 세대를 넘어선것처럼
진하게 우러난 섬진강집 메기매운탕과 기울이는 술잔 속에서 시간은 금새 식당의
마지막 손님이 되어버렸다.
수능긴장감을 떨구지 못하는 아들녀석의 초조함이 늦은 밤 얼굴에 가득하다.
건강에 대한 한계를 고려하여 걱정말라 다소곳 위로를 건네지만
녀석이나 아비나 가슴안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움과 뭉클한 그 무언가는
어찌할 수 없는 듯..,
편안히 잠들기를 기다리며 지금 아비가 할 수 있는 기도로 녀석의 활기찬 내일을
소원한다.
뿌엿게 흐린 밤하늘!
날씨만이라도 포근하였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