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오 신부의 성시간 성체 현시 기도
우리와 똑같은 인성을 취하신 예수님,
당신은 우리 인성이 천주성에 가까이 가도록
온 힘을 다 쏟으시다 죽음의 공포를 당하시고
결국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영원하시고 불멸하신 분께서
무한한 겸손으로 사람들의 비웃음을 견디시며
그 엄청난 순교, 그 치욕스러운
십자가상 죽음을 말없이 당하셨습니다.
당신을 그렇게 모욕하며 죄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그렇게 돌아가셨습니다.
죄를 즐기는 인간을 보고 슬퍼하시는 하느님,
당신은 죽음 앞에서 피땀을 흘리십니다.
하느님,당신의 은총이 없다면
바다처럼 넓은 사랑과 큰 고통에
저희는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 결코 가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예수 성심의
가장 깊은 곳을 헤치며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당신을 죽도록 괴롭힌
올리브 동신의 비통함을 배우고 싶습니다.
성부와 제자들로부터 버림받으신 예수님을
사랑으로 위로해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과 일치하여 속죄하고 싶습니다.
비탄의 성모님,
당신과 함께 제가 예수님을 따르도록 해주소서.
주님의 고통과 당신의 아픔을 저에게도 나누어 주소서.
거룩한 수호천사여, 저의 생각을 보호해 주시고
고통 받으시는 구세주를 생각하도록 저를 지켜주시며
제가 약해지거나 헤매지 않게 해주소서.
지상을 떠나실 때가 되자 예수님은
사랑의 성사 안의 음식으로 자신을 남기시고
그 하자 없으신 몸을 사도들에게 먹이신 후
그들과 함께 올리브 동산으로 가셨습니다.
그 올리브 동산은 제자들에게 낯익은 곳으로
유다도 물론 잘 아는 곳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만찬 후 동산으로 가시면서 제자들을 가르치십니다.
절박한 이별과 눈앞에 다가온 수난에 대해
마음을 준비하도록 해주시고
앞으로 닥칠 비방과 방해와 죽음을
사랑으로 감내할 수 있도록 가르치십니다.
그렇게 해야만 하느님이신 그분을 닮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너희와 함께 있겠다. 그러니 내 제자들아, 들뜨지말라.
이 엄숙한 시간은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바가
채워지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예수님은 그곳에서 고통에 찬 수난을 준비하십니다.
그러나 자신보다는 사랑하는 제자들을 더 걱정하십니다.
그분 마음에 숨은 이 엄청난 사랑을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그의 모습은 비애와 연민으로 가득 찼고
그 말씀에는 사랑의 마음이 나타났습니다.
따뜻하시면서 용기를 북돋워 주시고
위로하시면서 구원을 약속하시는 말씀입니다.
그것은 그분 수난의 신비가 새겨진 말씀이었습니다.
나의 예수님,
최후만찬 방에서 올리브 동산으로 이동하시는 광경에
저는 얼마나 감격했는지요.
기진맥진하시면서도 넘치는 사랑으로 자신을 희생하시며
인류를 죄의 노예에서 구하기로 하시지 않았습니까?
벗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것보다
더한 사랑은 없다고 말씀하신 예수님,
과연 당신은 죽음으로 이를 증명하셨습니다.
숭고한 이 희생에 감동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올리브 동산에서 스승님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 이 세 사람만을
자신의 죽음의 고뇌에 대한 입회자로 선택하셨습니다.
그들은 타볼 산에서 모세와 엘리야 사이에
영광스럽게 변모하시는 주님을 뵙고
하느님이라고 고백했던 바로 그 제자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죽음의 고뇌에 계신 분께도
변함없이 하느님의 아들로 고백할까요?
예수님은 올리브 동산에서 말씀하십니다.
"여기 남아서 깨어 있어라.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
"원수는 잠자지 않으니 경계하라.
기도는 바로 무기이니,
이 무기로 무장하여 죄악에 농락당하지 마라.
지금은 어움의 시간이다."
이렇게 제자들을 주의시키시고
가까운 곳으로 가시어 땅바닥에 엎드리셨습니다.
당신의 심정은 죽도록 서글펐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말할 수 없는 비통에 싸여 있습니다.
늦은 밤하늘에는 붉은 달이 치솟아 있고
동산에는어둠이 절반 내렸습니다.
희미한 빛이 땅을 파멸시키듯 어루만질 때
운명의 큰 사건은 눈앞으로 다가옵니다.
폭풍이 다가올 징조처럼 거센 바람이 휘몰아쳐
올리브 나뭇잎을 사정없이 뒤흔들고
뼈 마디마디마다 쑤셔 놓습니다.
마치 영혼을 덮쳐 극도로 비참하게 만드는
죽음의 사자와도 같습니다.
이토록 무시무시하고 두려운 밤은 전무후무할 것입니다.
오, 나의 예수님, 이 무슨 변고입니까?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났던 그 밤은
얼마나 아름다운 밤이었습니까?
그 밤은 기쁨에 넘친 천사들이 온 누리에 평화를 알리며
글로리아를 불렀던 밤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당신을 두려워하니,
한편으로는 죽도록 괴로운 당신께 흠숭을 드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당신 주위만 에워싸는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
당신은 지금 인성에 부여된 신성의 힘이
떨어져 나감을 감수하고 계십니다.
당신의 인성은 설명할 수 없는 비애와 극도의 쇠약,
버림받은 심정에 죽음의 공포까지 느끼십니다.
예수님은 눈앞에 닥친 수난을 모두 생각하시며
먼저 유다를 바라보십니다.
마음 깊이 사랑하던 사도이지만
유다는 동전 몇 닢에 주님을 팔게 됩니다.
친구이자 제자인 유다에게 주님은
당신 살로 먹이고 당신 피로 마시게 하시며
그 앞에 무릎을 꿇으시고 발로 씻어주셨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그 발에 사랑의 입맞춤을 하시며
그 경솔한 계획을 사랑의 힘으로 말리고자 하셨습니다.
그것도 안 된다면, 일을 저지를 그가
구원받을 회개를 하도록 몸짓도 보이셨습니다.
그러나 어찌하리오!
주님의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었으니
유다는 멸망의 길을 스스로 재촉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스스로 빠지는 이 파멸에 울음을 터뜨리십니다.
나의 예수님,
당신이 그토록 힘없어 하실 때 저희는 어떻게
당신으로부터 힘을 얻을 수 있습니까?
우리의 모든 약점을 당신의 약점으로 삼으시는
당신을 저는 압니다.
바로 저희에게 힘을 주시기 위해
당신은 그토록 힘없이 계신 것입니다.
저희가 인생의 온갖 투쟁을 겪을 때
비록 하늘이 귀 기울여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신만을 신뢰하도록 가르쳐 주십니다.
고문당하시는 예수님 마음은 위로가 필요합니다.
버려짐과 고통 속에서 의롭게 싸우기 위해
원군이 필요한 예수님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시고
비틀거리는 몸을 움직여 제자들에게 가십니다.
예수님과 함께 살아왔고 예수님의 신뢰를 받았던
제자들이야말로 스승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드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무슨 실망입니까?
예수님은 잠에 떨어진 제자들을 보셔야 했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끝없는 고독을 느끼고
더욱 큰 외로움을 느끼십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시몬아, 자고 있느냐?
내 죽음 끝까지 따라오겠다고 맹세한 네가 아니었느냐?
나를 위해 목숨까지도 바치겠다던 네가 아니었느냐?
그런 네가 자고만 있다니..."
그리고 다른 제자에게 눈을 돌리시며 말씀을 덧붙이십니다.
"단 한 시간도 너희는 나와 함께
깨어 있을 수가 없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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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 주님을 찬미하여라 /떼제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