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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까페 (B) 앞 (동 밤)
5회 엔딩에서 이어지는. 왜 화를 내요 하고 돌아서던 경주.
경주 : (돌아보며) ... 한 사장님..
정환 : (보는 위로)
경주 : ... 나, 좋아해요?
정환 : (질리며 돌아서고)
경주 : (보며)
정환 : (이를 앙다물고, 돌아선다. 버럭) 서경주씨! 내가 그렇게 허투루 보입니까? 내가 댁한테 뭘 어쨌다구 이래요!
경주 : (경악하고) 네? 아니 저
정환 : (목청 높혀) 나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예요. 유부남이라구요! 지난번에 백화점에서 내 아들 만난 적도 있죠?
경주 : (같이) 아, 되게 말 많네. 알았으니까 그만하세요!
정환 : (벙찌고)
경주 : 결혼한 게 그렇게 자랑이예요? 그래요, 난 결혼 못해서 아들도 없고, 남편도 없어요. 왜? 윤채옥씨 자랑두 하시지?
정환 : (한 호흡) 집사람, 알아요?
경주 : (잠깐) 제가 그런 유명인사를 어떻게 알겠어요? (휴대폰 울리면 찾으며) 별명이 남자 신사임당이라고요? 웃겨.
(휴대폰 받고) 여보세요? ... (당황해서) 어머, 미안합니다.
정환 : ?
S#2. 채옥의 사무실
채옥은 일 하는 중.
만호 : 아니, 일하는 첫날부터 늦으면 어쩝니까? 우리 이사님이 지금 퇴근을 못하시잖아요!
채옥 : (일하며) 그 따위로 할거면 시작두 말라구 해요!
S#3. 까페 B 앞 (동 밤)
경주 : 죄송합니다. 이 십분 안에 가겠습니다. 네. (끊고)
정환 : 갑시다. 어디죠? (나서면)
경주 : 남이야 어딜 가든 말든? 유부남 차를 내가 왜 타요? (골목으로 가면)
정환 : (밉게 보며) 성깔을 부릴래면 똑똑이나 하든지... 여보쇼, 지하철 역은 저 쪽입니다.
경주 : (미치겠다, 뒤돌아서 다시 지나치며) 그 잘난 상품권 하나 주려구 여기까지 끌구 오냐?
정환 : 나는 그냥.. 이 집 꽃밭이 이뻐서
경주 : 댁의 꽃밭이나 이쁘게 가꾸세요, 유부남 아저씨.
정환 : (끽 소리도 못하고)
경주 : (골목으로 가며)
정환 : (다른 골목으로 가고)
골목길, 코너를 도는 경주, 뒤를 돌아보고는.
경주 : 서 경주, 너 미쳤니? ... 거래처 사장이 구두 표 하나 줄 수도 있지,
그게 뭐 어떻다고 거기다 대고, 사장님 나, 좋아해요? 아 우 주책바가지. (자기 머리를 주먹으로 쾅쾅 치고)
S#4. 다른 골목(동 밤)
벽에 머리를 쾅쾅 부딪치는 정환.
정환 : ... 미친 눔... 어이구 한심한 눔... 너 인제 저 여자 어떻게 볼 거냐구?
S#5. 채옥의 회사 로비
아트웍을 들고 죽치고 앉아 있는 허장, 엘리베이터에서 만호가 나오면 반색을 하고.
허장 : 송 과장님! (달려가서) 오늘은 퇴근이 늦으시네요?
만호 : 아, 정말 질기네. (경주가 뛰어들어 오면) 아니 인제 오면 어 떡해요? (허장, 어리둥절해서 보고) 빨리 올라가요!
경주 : 죄송합니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허에게 목례하며 문 닫힌다)
만호 : 아르바이트 주제에 첫 날부터 늦구 말이야...
허장 : 아르바이트요?
만호 : (가며) 우리 윤이사님 디자인에 원단 수작업 하잖아요.
허장 : 윤채옥씨? (쫒아가며) J 기획 한사장 와이프요?
만호 : (돌아보며) 한정환씨 알아요?
허장 : 알다마다요? 우리하고는 한 식구처럼 지내잖아요?
만호 : 그으래요? (반짝 보며)
S#6. 채옥의 사무실
경주, 노크하고 들어오는데. 채옥은 통화중이라 모른다.
채옥 : 정말 왕 짜증이야. 뭐 하나 시키면, 한줌 거리두 안되는 걸로 며칠씩 진을 빼요. 꼭 달팽이들 같다니까?
경주 : ... (작게 인기척 내고, 그 위로 들리는)
채옥 : 어, 달팽이 한 마리 왔다. 잠깐만? (경주에게 매섭게) 시간이 돈이라는 말도 몰라요?
경주 : 죄송합니다.
채옥 : 그쪽 십 오 분은
S#7. 달리는 정환의 차 (동 밤)
운전중인 정환, 핸즈프리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채옥의 소리를 듣는다.
채옥 : (F) 별거 아닌지 몰라도 나한테는 중요하단 말이예요!
정환 : (혼잣말) 잘났다 잘났어 (크게) 마님! 뭐 시킬 거 있다면서요! 빨리 말해!
S#8. 채옥의 사무실과 정환의 차
채옥 : 원두커피 좀 사다 놔, 어머니가 또 이상한 거 사오시기 전에, 응? 그리고 또.. 베이글이랑 아, 고구마 케이크도 맛있더라.
그리구 여보~ 이왕 간 김에 하나만 더, 응 응?
경주 : (붓을 꺼내놓다가 여보란 말에 돌아보며)
정환 : 뭐가 으응이야? 커피랑 빵이 용건은 아니잖아... 너 또? 정말
채옥 : 호호, 성질 내는 거 보니까 눈치 챘구나? 쌩큐, 어머니 모르시게 응?
경주 : ... (원단을 펼치며) ...
S#9. 대형 마트 (동 밤)
장바구니에 원두커피와 빵이 담겨있다. 정환, 생리대 앞으로 가서 고르려는데. 옆의 숙녀가 창피해하면.
정환 : 신경 쓰지 마세요, 시장조사 나왔으니까. (종류별로 마구 담는다)
S#10. 원희네 아파트 침실(동 밤)
쇼핑봉투에서 생리대를 꺼내 침대에 팽개치는 원희(외출복).
민우 : (소리) 얼른 나와! 밥 먹자.
원희 : (신경질) 숨 좀 돌리자, 응!
S#11. 동 거실
원희, 옷을 갈아입고 머리 묶으며 나오면.
민우, 앞치마를 두르고 매운탕의 간을 보고 있다.
민우 : 자, 매운탕 대령이요.
원희 : 사표 내고 하루만에 주부 티가 딱 벴구나?
민우 : 저녁 먹고 나이트 갈까? 하이라이트 장식하게.
원희 : 하이라이트?
민우 : 월경 증후군이라고 그래야 하나? 지난 며칠 참 가관이더라.
원희 : ... 당신은 몰라. 얼마나 김새구 화나는지 알아?
민우 : 복권 긁다가 막판에 꽝되는 기분이랑 비슷할까? .. 어쩌겠어?
원희 : 그래, 어쩌겠어. 또 기다려야지. (잔 부딪치고)
민우 : (짐짓 심각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돼? 작전을 세워야지. 일, 정확한 배란일을 알아낸다.
이, 보다 좋은 환경의 러브호텔을 찾는다. 삼, 가장 중요한 건데 (장난스럽게) 내가 정말 열심히 해볼게.
원희 : (웃고) ... 화내서 미안해.
민우 : 화내두 돼. 어머니가 또 뭐라구 하시면, 댁의 아들이 부실해서 그래요 그러라구.
원희 : 진짜 김새... 당신이랑은 싸움이 안되잖아. 한바탕 소리지르고 싸우면 시원할텐데, 정말 수준이 안맞아서 못 놀겠다고요!
S#12. 채옥의 사무실
경주, 원단에 그림 다 그려간다.
채옥 : 좋은데요 꽃을 조금만 더 크게 하고, 이쪽 이파리 끝이 더 날 카로우면 어떨까?
경주 : (차분하게) 그렇게 하면 균형이 안 맞습니다.
채옥 : (경주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그렇겠다...
S#13. 동 복도
채옥 : 연봉, 얼마나 받아요?
경주 : (돌아보면)
채옥 : 우리 회사 들어오지 않을래요?
경주 : 저, 많이 받아요. 이런 대기업에서는 제 경력대로 못줄 겁니다. (채옥이 웃으면, 보며)
채옥 : 월급도 많은데, 아르바이트는 취미로 하나?
경주 : (확 붉어지고)
채옥 : 난, 오기 있고 도도한 사람이 좋더라.
S#14. 지하철 역 (동 밤)
경주, 기죽고, 화나고, 비참하다.
정환 : (소리) 내가 그렇게 허투루 보입니까? 나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예요. 유부남이라구요!
굉음을 울리며 지하철 들어서고.
S#15. 정환의 욕실
정환, 재동을 목욕시킨다. 장난치지마, 감기 들어 하며 익숙하게 아들을 씻겨주는 위로
경주 : (소리) 나 좋아해요?
정환 : (아들에게 큰 타월을 덮어주며 꼭 안는다)
반바지에 민 소매 티셔츠의 채옥, 들어온다. 우리 아들 목욕했어? 하며 아들을 안다가 정환에게 물을 튀기고, 재동도 따라한다. 정환, 하지마하며 피하는데. 채옥, 더 뿌리고.
정환 신경질을 내는 위로 들리는
경주 : (소리) 나 좋아해요? ... 댁의 꽃밭이나 이쁘게 가꾸세요.
정환, 무거운 마음으로 물바가지를 들고 채옥에게 덤비고.
S#16. 동 거실
정환모, 채옥의 비명 소리에 놀라서 나오면.
세 식구가 물그릇 하나씩 들고 서로 쫒고 쫒기고.
채옥이 정환을 피해 시어머니 뒤로 숨느라고, 정환모가 대신 물벼 락을 맞는다.
정환이 당황하는 틈에 정환모, 채옥의 물바가지를 뺏어서 그대로 아들에게 끼얹고. 식구들, 웃음을 터뜨린다.
정환 : (얼굴의 물기를 닦으며, 겨우 웃어준다) ...
S#17. J 기획 앞 (아침)
정환, 출근하면서 수위, 청소 아줌마에게 일일이 아침 드셨어요? 감기 지독하죠? 인사하고
S#18. 정환네 사무실
정환, 들어오면.
태만, 두다 만 바둑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앞에 빈 의자와 바둑 통 놓여 있고.
정환 : 희성에서 연락 없어? 오늘까지 프린트 나오기로 했잖아.
태만 : 여기 좀 볼래?... 이 쪽, 어떻게 빠져나가지?
정환 : 바둑두는 사람은 어디다 두고... 태만아, 아무래도 나 대신 상해 니가 좀 가봐야겠다.
태만 : 섬유박람회 말야? 좋죠? 출장비나 넉넉히 주세요.... 하, 고 녀석 바둑 제대로 배웠네...
S#19. 은행
의자에 앉아 있는 유지.
당좌계에서 업무를 보는 난영, 여행원에게 머리 어디서 했어요? 어울린다 정도의 친밀한 대화 나누며 웃고.
통장과 서류 받아들고 돌아서는 얼굴은 서늘하다. 유지에게는 시선도 안주고 나간다.
유지, 조용하고 차분한 태도로 일어나 따라나간다.
S#20. 거리(동 낮)
난영, 걸어가고. 조금 뒤에 따라오는 유지.
난영 : (표정 없이, 모질게) 너두 참 뻔뻔하다. 겨우 깡패 두 명도 못 당해서 여자 하나 못 지킨 주제에...
유지 : ... (입술을 깨물고)
난영 : 너, 바보니? 너만 니네 나라로 꺼져 주면, 아무도 몰라. 그럼 나도 아무 일 없던 거처럼 살 수 있다구.
왜 자꾸 알짱거리니? 이제와서 이런다구 뭐가 달라지냔 말야!
유지 : 내가 사라진다고... 그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냐.
난영 : (악 소리 지르며 가방으로 후려치고)
유지 : 다 풀릴 때까지 나 실컷 때려... 가슴에 쌓아두면 병 돼.
난영 : (숨 몰아쉬고) 제발 꺼져 응?
유지 : ... 아엠 노바디.
난영 : (보면)
유지 : 난, 너한테 아무 것도 아니라고, 노바디... 그러니까 니 눈에 내가 안 보이는 것처럼 무시해...
난영, 나는 널 두고 갈 수가 없어. 니가 행복하게 잘 사는 거 볼 때 까진 못 떠나.
난영 : ...
S#21. 경주네 집 마루 (동 낮)
경철, 통화한다.
경철 : 제이 기획이죠? 장난영씨... 언제 들어올까요? 네, 저는 서경철이라고 하는데요, 전화 좀 부탁한다고요.. 고맙습니다.
(끊기도 전에 등뒤에서 퍽퍽 치는 경주모)
경주모 : 누구냐? 장난영이 누구냐구?
경철 : 아, 몸이 안 풀린다 했더니. 인제 하루가 시작되는군.
경주모 : 딴청 부리지 마. 여자 싫으네 어쩌네 하더니 드디어
경철 : 싫다 싫다 해두 맨날 쫒아다니던 앤데? 며칠 째 전화를 안하더니, 그새 핸드폰을 바꾼 거 있지?... 요게 작전을 쓰나?
경주모 : 너네들 말로 필이 꽂혔구나, 그지?
경철 : 아니래니까? 그냥 내가 못되게 군 게 신경이 쓰여서 그래. 그 게 다야.
경주모 : 너네들은 정말 이상하다? 경주두 그렇구 너두 그렇구 멀쩡하 게 생긴 애들이 왜 연애를 안 하니?
경철 : 엄마가 먼저 해 봐... 보고 배워서 할게.
경주모 : 매를 벌어요, 매를.
S#22. 유비 디자인실
경주, 그림 그리는데.
허장 : (잡지 들고 오며) 서과장, 윤채옥씨 정말 이렇게 매력있어? (원희 보며) 나 좀 소개해줄래?
경주 : 잘 몰라요.
허장 : (밉게 보며) 내가 그 회사 거래 뚫느라고 얼마나 공을 들이는 줄 알아? 서 과장이 다리 좀 놔주라 응?
경주 : 죄송해요. 그럴 처지가 못되요.
허장 : 일생에 도움이 안돼. (원희에게) 하기는 명색이 과장인데 그런데 가서 아르바이트하는 게 자랑은 아니지.
원희 : 너는 벨두 없니? 한사장한테 그렇게 당하구 그 마누라 밑에서 일하고 싶어?
경주 : 너 먹고 살 궁리나 해. 백수 마누라야.
허장 : 최기자 (목 잘리는) 끽이야?
원희 : (얄밉게 보다가 나간다)
경주 : (미안하고)
S#23. 동 옥상 (동 낮)
경주, 올라오면. 원희, 담배 피우고 있다.
원희 : 이게 마지막이야... 또 한달 간 금연시작.
경주 : 딱 못 끊겠어?
원희 : 화풀이 할 데가 없어서 그래... (쓰게 웃고) 흡연도 불임의 원인이래지? 담배 탓이면 차라리 마음이 편하겠다.
경주 : ... 검사 해봤어?
원희 : 다음주부터... 검사 과정이 거의 고문이래... 돈두 왕창 들고... 아버님 말씀이 맞나봐... 남자는 자식 낳기 전에는
절대 철 안 든다며? 니 남자 친구 최민우씨가 뭐래는 줄 알아? 칠년 치 퇴직금 줄테니까, 일년만 놀게 해달랜다.
경주 : 그냥 놀기야 하겠어?
원희 : 그냥 놀면 낫지. 필름 잔뜩 쓰면서 팔리지도 않는 사진이나 찍고... 그런 얼굴 하지마.
나두 내가 그이 여자친구면 자랑스럽다 그럴 거야.
경주 : 나는 아내가 아니라 여자 친구다, 그렇게 생각하면 되겠네 그럼.
원희 : (쓰게 웃고) 그래... 그 사람은 남자 친구로는 최고지... 근데, 우리는 친구가 아니야...
(경주의 위로) 서로의 인생을 평생 책임져야하는 부부라구. (간다)
경주 : ... (혼잣말처럼) 부부... 그렇구나...
S#24. 경복궁 후원(동 낮)
원희, 웨딩촬영을 하는 신부와 사진사의 곁을 스쳐지나가며.
이윽고, 후원 굴뚝과 담장의 십장생을 찍는 민우를 발견한다.
민우, 민첩하고 진지하게 작은 문양들을 찍고 있다.
원희, 다가가 민우의 어깨에서 무거운 가방을 들어준다.
민우 : 언제 왔어? 저기 그늘에 가 있어, 더워.
원희 : 이게 뭐야?
민우 : 굴뚝. 저기가 수라간이거든? 밥짓는 연기가 땅 속을 통해서 이리 나오는 거야... 웬일이야? 내 사진 관심 없잖아.
원희 : 사진사가 멋있어서... 싸인 해줄래요?
민우 : (뺨에 입 맞추고)
원희 : (활짝 웃지만) ...
S#25. 정환네 사무실
정환은 사장실에서 영재와 프린트를 살피고 있다.
태만과 유지는 바둑을 두고.
난영은 가위로 솔리드 원단 오린다.
태만 : 하아 참... 이게 왜 이렇게 됐지?
유지 : 기자쟁선. (태만의 표정 위로) 하수는 돌을 아끼고 상수는 돌을 버릴줄 안다. 아저씨는
태만 : 그래, 나는 하수고 너는 고수다. 잘났다 잘났어.
난영 : (전화 받고) 네 제이기획... (그냥 끊는다)
태만 : 서경철인가 그 친구지? 웬만하면 받아줘라.
유지 : (보는데)
경철이 노크하고 들어온다. 오랜만이다 하며 아는 척하는데 난영, 외면하고.
유지도 바둑만 두고.
경철 : (무안하다, 사장실을 보다가 들어가며) 어! 매형?!
정환 : ?
영재 : 농담이예요.
경철 : (꾸벅) 유비 서과장 동생입니다. 장난영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영재에게) 형이라고 불러도 돼죠?
정환 : (보는 위로)
경철 : 토요일인데 우리 누나 좀 구제해주죠, 왜?
영재 : (수줍게 웃고) 전화했는데, 바쁘데.
난영 : (고개만 디밀고) 사장님, 먼저 갈게요.
유지 : (최후의 일격, 딱 놓고. 바둑 통에 담긴 내기 돈 넣는다)
태만 : 어! ...
유지 : 버려라, 그러면 이긴다. 명심하세요. 바이 바이? (나가고)
경철 : .. 그럼, 저도 이만. (인사하고 나간다)
S#26. 동 복도
난영과 유지, 나란히 걸어가면.
경철 : (뒤에서) 커플 커플 노래를 부르더니, 드디어 목표달성이니?
그 말에 난영과 유지 서로의 허리에 팔 두르고.
경철 : 응, 둘이 키도 딱 맞고, 생긴 것도 그렇고...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바퀴벌레야 응.
말하는 동안에 난영, 유지-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 닫힌다.
경철 : 흥, 웃겨... (옆에 엘리베이터 누르고) ... 근데 표정이 왜 그러냔 말야, 으이씨... (계단으로 달려가고)
S#27. 동 엘리베이터와 로비
난영 : ... 버리면 이긴다고? 정말 그래?
유지 : 그건 고수들이나 할 수 있는 거야... 넌 못 그래.
난영 : 두구 봐.
문 열려서 나오는데. 비상계단에서 헉헉하며 나오는 경철.
난영 : (돌아보며) 나한테 볼 일 있니?
경철 : ... 그래! 너 왜 그렇게 매너가 없냐? 전화번호가 바뀌면 바뀌 었다고
난영 : (OL) 우리 둘이 사귀었니? 아니잖아? 그 동안 귀찮게 해서 미안해. 인제 나한테 신경 꺼. (간다)
경철 : (유지를 잡고) 쟤, 나한테 화 많이 났구나... 혹시 그날 나, 가 고 난 뒤에 뭐
유지 : 아무 일 없었어. (가고)
경철 : 근데 왜 저러냔 말야? 딴사람 같잖아? 아이 참... (따라간다)
S#28. 정환네 사장실
정환과 태만, 영재가 인라인스케이트로 갈아 신는 것을 본다.
태만 : 그걸 신고 여의도까지 달린다고?
영재 : 토요일엔 차 보다 빨라요. (배낭 메고)
태만 : 잠깐 들었는데, 서경주씨 사귄다며? 둘이, 그거 타고 놀아?
영재 : (씩 웃으며 모자를 눌러쓴다)
정환 : ...
S#29. 근처 거리(동 낮)
바람처럼 달려가는 영재.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환과 태만, 씁쓸한 기분이 되고.
태만 : 스무살 짜리들은 삼각관계 만들어서 까불더니, 서른살 짜리는 또 저렇게 기를 죽이나? ... 아, 386도 이렇게 가는구나.
정환 : (담배 피우고)
태만 : (보고) 그래, 금연두 젊은것들이 독하게 잘하더라. 그냥 생긴대로 살자구요...
(담배 피우고) 버려라, 그러면 이긴다? 뭐 남은 게 있어야 버리지?
정환 : ... 그 여자는 어떻게 됐어?
태만 : 말하기 싫다. 비웃기나 하는 놈하고
정환 : 안 만나?
태만 : 니 말이 맞아. 불륜... 그거 정말 할 짓 아니더라.. 끝이 그렇게 드러울 수가 없어. 너는 좋겠다 임마.
정환 : (보면)
태만 : 차라리 정사를 벌이지, 연애는 안 한다며? 그게 인생 편하게 사는 방법이다.
정환 : ...
S#30. 채옥의 회사 앞 (동 낮)
경주, 시계 보며 달려가다가 휴대폰 받는다.
경주 : 네?
채옥 : (소리) 나, 윤채옥인데요? 미안해서 어떡하지?
경주 : ...
저만치 앞에 채옥의 모습이 보이고, 그 앞에 정환이 차를 닦으며 기다리고 있다.
채옥 : (경주가 보고 있는 것은 모르고) 갑자기 약속이 생겨서... 지금 어디예요? 다 온 거는 아니죠?
경주 : (기둥 뒤로) 네, 괜찮습니다.
채옥 : 그럼 월요일에 봐요? (끊고) 웬일이야? 갑자기 불러내고?
정환 : 시장조사 한다며? 같이 가줄게.
채옥 : 아유, 우리 마당쇠, 최고. (정환의 귀를 잡고 흔들며)
정환, 차의 시동을 걸다가 저만치 앞에 가는 경주를 발견한다.
정환, 무표정하게 차를 몰아가고.
경주, 정환의 차가 옆으로 스치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엇갈리는 경주와 정환.
S#31. 거리, 달리는 정환의 차 (동 낮)
정환, 표정 없이 운전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옥은 음악 틀고 장단 맞추며.
S#32. 여의도 광장 (동 낮)
경주, 사람들을 둘러보며 휴대폰 통화한다.
경주 : 나, 지금 도착했거든? 사람이 많아서 어떻게 찾지? 어! (휴대 폰 닫으며) 영재씨!
그 앞을 쌩하고 지나치는 영재,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음악 을 듣느라 경주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다.
영재, 바람과 음악에 몸을 맡기듯 속도를 즐기며, 자유롭고 능숙하게 달리고.
경주, 그런 영재를 새삼스럽게, 바라본다.
영재가 멋지기는 하나 자기와는 동질감을 느낄 수 없다.
경주, 돌아서 가는데. 그 앞을 휙 막아서는 영재.
영재 : 왔어요? (활짝 웃고)
경주 : (웃어주고)
여의도 광장의 다른 청춘들 모습으로 약간의 시간 경과.
영재, 경주에게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겨준다.
경주, 영재의 손을 거부하고 혼자 신고 일어선다. 어어, 하며 넘어 질 듯, 영재, 웃음 터뜨리며 손을 잡아준다.
경주, 영재에게 웃어주지만, 부자연스럽고 힘들다.
S#33. 스포츠 용품 점
인라인스케이트를 신은 정환, 부들부들 떨며 겨우 일어선다.
채옥, 아슬아슬하게 보다가 그만 두라고 말리는데.
정환, 욕심 내서 움직이다가 꽈당 넘어지고. 사람들, 웃는다.
정환 : (기분 더러운데)
채옥 : (깔깔 웃으며) 아저씨, 줄넘기나 하세요?
S#34. 어느 스튜디오
스위치 올려지면 타다닥 켜지는 조명, 원희에게 쏟아진다.
원희, 눈부셔서 피하고.
민우, 중형 카메라를 들고 모델에게 하듯이 포즈를 주문한다.
민우 : 자, 웃어보세요? 하나 둘 하이! 더 크게 웃어볼래?
(원희, 웃고) 이번에는 섹시하게. 당신 집에서 나 유혹할 때처럼, 안돼?
원희 : 내가 언제? (흘겨보면)
민우 : 오케이! (찍고) 야 이거 정말 물건인데? (카메라를 살펴보며) 정말 잘생겼지?
원희 : (다가와서 보며) 갖고 싶어?
민우 : 우선 이거만 사자. (주변 장비들을 살피며) 누군지 이거 접수하는 인간은 횡재한 거다.
원희 : 당신 선배는 이렇게 잘 꾸며놓고 왜 그만둔데?
민우 : 아프리카 간데...
원희 : 돈 많이 벌었구나? 당신은 이런 거 운영할 생각 없어?
민우 : 돈이 어디 있어서?
원희 : 아버님.
민우 : 택두 없는 소리... 그냥 가끔 빌려쓰면 돼. 여기 한달 유지비가 얼만줄이나 알아? 난 돈에 치이기 싫어. (조명을 살피고)
원희 : (보며) ...
S#35. 민우 본가 마당 (동 저녁)
장을 봐온 원희, 새삼스럽게 시댁의 외경을 바라본다.
초인종, 누르려다가 보면. 문이 열려있다. 들어가고.
집안을 살피는 시선으로 보는 원희.
S#36. 민우 본가 욕실과 거실(동 저녁)
고쟁이 바람의 민우모, 민우부에게 등목을 해드린다. 시원헙니까? 시원허다 하며.
민우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마루로 나오고.
민우모 : 장마가 올라카나, 몇 번을 씻어도 땀이 차네.
웃옷을 벗으려다가 원희가 들어오면 옴마야 기겁을 하고.
민우부, 더 놀라서 허둥지둥 안방으로 뛰어들어간다.
원희 : 죄송해요, 대문이 열려서..
민우모 : 하이고 시껍이야? 웬일이고? 전화도 안하고?
원희 : 토요일이잖아요... 제가 등 밀어드릴까요?
민우모 : (깜짝) 됐다. 괘않다, 고마. (후딱 들어가서 문 닫으려다가) 씻는 기는 아까 낮에 다 씻었다 아이가.
지금은 찬물만 한바가지 끼얹으모 된다. (걸어 잠그고)
원희 : ...
S#37. 동 주방 (동 저녁)
원희 : (쌀을 씻고 있다)
민우모 : 어 시원타... (며느리의 기색을 살피며) 고기가 좋네, 볶을라꼬?
원희 : ...
민우모 : 니 또 삐칬나? 엊그제는 닭고기 땜시 삐치고, 옷 안빌려준다꼬 삐치더마,
오늘은 늙은 할망구 속살 안 뵈준다고 또 삐치나? 참말 이상타, 자 봐라 봐!
원희 : 어머니.
민우모 : 와! 와? 일주일에 하루 삐죽 와서 밥이나 차려주고 내삐는 것 들이 정 안 준다고 투정
원희 : OL) 저, 들어올게요 어머니.
민우모 ; (보며)
원희 : 저희가 모시고 살게요. 진즉부터 그러고 싶었어요.
민우모 : ... 참 말이가? 아이고 영가암 영가암!
민우부 : 웬 수선이고! (들어서면)
민우모 : 야가 들어와 산다카네요. 우리랑 같이 산다카네요!
민우부 : (팽) 서방이 백수됐으이 우리더러 먹여살리라 이말이가? ...밥이나 빨리 차리라. (돌아서는 표정 위로)
민우모 : 좋아서 저런다. 속으로는 입이 째질기다.
원희 : (웃고) ...
S#38. 동 이층 (동 밤)
어두운 계단을 민우의 손을 잡고 올라오는 원희.
낡은 복도 양쪽으로 방들이 있다.
민우 : 낮에 보면 더 낡았을 거야.
원희 : 도배하지 뭐... 천장이 높아서 좋다.
민우 : (원희 손을 잡으며) ... 쉽지 않을 거야.
원희 : (보면)
민우 : 어쨌든 고마워... 늘 마음이 무거웠어...
원희 : 나, 이쁘지?
민우 : 응. 이쁘다.
원희 : 그럼 우리 아파트 판 돈, 다 나 줘.
민우 : 돈 쓸 데 있어? 처남이 또?
원희 : 따지지 말구 응?
S#39. 유비 빌딩 정원(아침)
꽃밭에 물을 주는 경주.
원희, 김 오르는 머그 잔을 들고 나오며.
원희 : 여기 있었구나? 날씨 정말 좋다 응?
경주 : 시집살이 시작하는 게 그렇게 좋아?
원희 : 너 인제 우리 집에 놀러오려면 나한테 허락부터 받아. 우리 어머니 옷 입을 때도 허락 받아.
경주 : 네, 사모님. 저, 커피 한 모금 얻어마셔두 될까요? (원희의 커피 들어서 마시는데, 휴대폰 울리고)
원희 : (대신 받는다) 내가 받아줄게. 서경주씨 핸드폰.... 윤채옥이래. (경주 위로) 근데 왜 이렇게 소리를 질러?
경주 : ...
S#40. 채옥의 회사 로비
경주, 급한 걸음으로 와서 회전문으로 들어가다가 정환과 마주친다.
두 사람, 놀라며 보고.
S#41. 동 복도
나란히 걷는 정환과 경주.
정환 : 무슨 일인지 알아요?
경주 : ...
정환 : 우리 집사람하고 무슨
경주 : (OL) 이것 보세요. (지나가는 직원의 시선으로 낮게) 우리가 뭐 불륜이라도 저지른 사이예요?
S#41-1. 채옥의 사무실
정환, 경주 들어오는 위로 쏟아지는
채옥 : (E) 당신들, 둘이 사귀어요?
정환, 경주 : ...
채옥 : 서경주씨, 우리 남편하고 잘 안다는 말 왜 안 했어요? 당신은 또 왜 모른 척 했어?
정환 : 자초지종을 말해봐. (안절부절하는 만호에게) 무슨 일입니까?
만호 : 에 저... 유비텍의 영업부장, 허장씨가 접근해와서...
채옥 : 당신들이 한가족처럼 가까운 사이라고 그랬데! 그래요? 한가족처럼 가까워요?
경주 : (정환을 보고) 대답하시죠?
정환 : ... 선배가 하는 스튜디오야.
채옥 : 그렇게 실력들이 없어? 당신네들은 그저 어떻게든 인맥 동원 하는 것 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냐구!
경주 : ... 죄송합니다.
정환 : 뭐가 죄송해요? 당신이 사과해! 이 양반은 모르는 일이야.
채옥 : (그런 남편이 기막히고) 서경주씨, 정말 모르는 일이죠? 그럼 이거 안 봐도 되겠네?
커다란 포트폴리오 가방을 탁 던지면. 수 십장의 그림이 바닥에 흩어진다.
참담해지는 경주와 정환 위로.
채옥 : 많이도 갖고 왔네. 그 동안 수고한 거, 입급시킬게요,
정환 : (채옥을 쏘아보다가, 허리 굽혀 주우려는데)
경주 : (그런 정환의 손을 탁 치고, 손수 줍는다)
정환 : ...
S#42. 동 복도
가방을 들고 걸어나오는 경주, 입술을 깨물며 눈물이 흐를까봐 고 개를 치켜들고.
S#43. 채옥의 사무실
정환과 채옥, 팽팽하게.
만호 : 저 거시기 차라도 한잔... (보다가 꾸벅하고 나간다)
채옥 : ... 앉아요, 여보. 미안해, 내가 흥분했어.
정환 : 너는 언제나 미안하다면 다니? 이사 자리가 그렇게 대단해? 내가 이 회사에 납품하면,
그게 친인척 비리라도 된다는 거야? 그 스튜디오 실력 최고야. 제이 기획 한정환이도 사생활은 어떤지 몰라도
일 하나는 확실히 해, 알었어?
채옥 : 최고라는 사람들이 겨우 하는 짓이(정환이 채옥의 명패를 던 져버려서 기함하고) ... 여보!
정환 : (주먹을 꽉 쥐고 떨며 보다가 나간다, 문 탕 닫고)
채옥 : ...
S#44. 회사 로비와 앞
정환, 뛰어나가는데.
청소부 아줌마의 커다란 쓰레기통에 거꾸로 처박힌 경주의 포트폴리오 가방이 보인다.
막막한 기분으로 가방을 꺼내서 자기 차에 싣고.
정환, #30에서 경주가 가던 방향을 보다가 달리기 시작한다.
S#45. 근처 거리 (동 낮)
정환, 달려오다가 삼거리에서 숨을 고르며 둘러보는데 저만치 앞에 경주가 신호등을 건너고 있다.
정환, 무작정 달려서 신호등이 바뀌는데도 뛰어간다.
빠앙 경적을 울리는 차량들, 정환은 갇히고. 경주는 멀어져 간다.
정환 : 이봐요, 서경주씨... (아주 크게 목청껏) 서경주!
경주, 그 소리를 듣고 돌아본다.
경주의 시선에 중앙분리대에 갇힌 정환의 모습이 보이고.
경주, 돌아서서 빠른 걸음으로 간다. 달리듯이 가고.
정환, 안타깝게 보다가 다시 뛰어가고.
S#46. 근처 지하도 계단
가파른 계단을 달려 내려오는 경주.
정환, 뒤에서 달려온다.
오고가는 사람들에 치이면서 가던 경주, 정환의 팔을 뿌리치다가 휘청하고.
정환, 필사적으로 경주를 부둥켜안으며 비좁은 벽에 붙어선다.
경주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 정환.
두 사람 다 숨이 턱까지 차서 헉헉이며.
경주 : (헉헉이며, 정환의 거친 숨소리를 듣는다)
정환 : (똑같이 느낀다) ...
경주 : (두 손으로 정환을 떼어내고)
정환 : ...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
경주 : (그대로 간다)
정환 : (더 이상 따라가지 못하고 보며) ...
S#47. 지하철 플랫폼
플랫폼 끝에 선 경주 앞으로 스치듯 위협적으로 달려오는 지하철.
S#48. 지하도 계단 (동 밤)
도시의 현란한 야경 보여지고.
아까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 정환.
S#48-1. 정환의 차 안 (동 밤)
정환, 그림을 보며 쓰다듬다가 가방에 넣는다.
S#49. 인천공항 (아침)
경주의 가방을 들고 오는 정환, 한 손에는 여권과 티켓 들고.
상해 출국자 짐 부치는 곳.
태만이 트렁크를 지키고 서있다.
태만 : (트렁크를 넘기며) 자 우리 원단이다. 무슨 변덕이냐? 너 없으면 니 사무실 쓰러진다며?
정환 : 희성 프린트 잘 살펴야된다?
태만 : 알았어, 겨우 사흘 비우면서 뭘.
정환 : 조금 더 걸릴지도 몰라.
태만 : ? 왜? ... 그 가방 뭐냐? 정환아?
정환 : ... (움직이며)
S#50. 유비 실장실
강실장 앞에 불려온 경주.
강 : 그래서, 홧김에 그림들을 몽땅 쓰레기통에 버렸다?
경주 : ... 죄송합니다. 다시 그릴게요.
강 : 뭐 하러 다시 그려?! 팔리지도 않는 애물단지들... 에이 회사 문 닫자 그냥.
경주 : ...
S#51. 디자인실
경주, 나오면.
원희 : 내가 뭐랬니? 한 사장 와이프하고 얽히지 말랬지?
경주 : 뭐 시원한 거 없니?
원희 : 너, 정말 개망신 당했어? (경주 위로) 니 그림 바닥에 팽개 쳤다며? 그걸 가만 놔뒀어?
경주 : (탕비실로 가는데)
원희 : ... 하우 답답해. (쫒아가며) 너 돌맹이야? 가슴이 돌로 만들어졌냐구?
어떻게 아는 남자 와이프한테 가서 아르바이트를 해? 자존심도 없니?
경주 : 그래! 이 나이 먹도록 아르바이트하는 거 자존심 상해. 나더러 나더러, (서러워서) 달팽이래!
그래, 정말 자존심 상해. 근데 내 자존심이랑 그 여자가 무슨 상관이야? 한 사장, 그 인간이 대체 나한테 뭐냐구우!
원희 : (보며) ... 알았어어... 근데 왜 그렇게 신경질이야?
경주 : (돌아서며) 나두 몰라!
S#52. 놀이공원 (낮)
놀이공원의 꽃과 상큼한 풍경.
유지와 난영, 놀이공원과 어울리지 않는 표정으로 동물들을 구경한다.
뒤에서 들리는 여기를 보세요! 경철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뒤돌아 보는 두 사람, 무표정하게.
경철 : 아이 정말... 야, 장난영. 너 사고쳤니? 혹시 속도 위반? (유지가 던진 가방에 얻어맞고) 알았어. 예민하기는?
너네들 정말 안 웃을 거야? 화 안 풀 거냐구! 그래, 두구 보자 응?
다른 장소.
선글라스를 쓴 유지와 난영, 걸어가는데. 갑자기 덤블링을 하며 뛰 어드는 경철, 얼굴에 코주부 안경을 쓰고 히죽 웃는다.
난영 : (그대로 걸어가고)
경철 : (비참해진다) ...
경철, 난영과 유지를 따라가다가, 선물 코너가 보이면 뛰어간다.
난영과 유지, 인제 가자 하며 나가는데. 경철이 장난영 부르며.
경철 : 자, 받아. 선물이야. (난영의 손에 쥐어주고)
난영 : (보면, 작은 봉제인형이다)
경철 : 너 그때 인사동 갔을 때, 이런 거 안 사준다고 삐쳤었지? 미안해. (하는데)
난영 :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경철 : (당황해서 유지를 보면)
유지 : (경철을 탁 치고. 아프게 보며)
경철 : 난영아아?
난영 : 이거 놔! (뿌리치고, 눈물 닦고) ... 나, 안 울어. (가는)
경철 : ...
S#53. 민우네 집 앞 (낮)
포장이사 차에서 부려지는 이삿짐들.
S#54. 동 안 이층
원희와 민우, 인부들과 함께 이사를 하고 있다.
민우모, 잔소리하면서도 힘이 절로 난다.
인부들이 창고에서 낡은 피아노를 들고 나오면.
지나가던 민우, 뚜껑을 열고 건반 몇 개를 누르다가, 한 소절 흥겹게 치며 허밍하고.
그런 민우를 웃으며 바라보는 원희와 민우모.
민우부, 괜히 헛기침 하고 내려간다.
S#55. 민우의 스튜디오 앞 (저녁)
원희, 민우의 손을 잡고 온다.
#36의 스튜디오.
민우 : 뭐야? 이 형은 무슨 송별회를 또 한데?
원희 : 그땐 나두 안 오고, 섭섭한가부지 뭐. (괜히 생긋 웃고)
S#56. 동 안
민우 : 어, 왜 이렇게 어두워?
원희 : (얼른 앞으로 피하고)
민우 : 여보, 어딨어? 원희야!
갑자기 펑 터지는 폭죽과 함께 불이 켜지고, 사람들의 환호성.
경주, 경철, 강실장, 허장, 조은미, 대박 그리고 민우의 친구들과 업계 사람들, 환호하며 박수를 쳐준다.
민우 : (어리둥절해서 보면)
경주 : 축하해.
민우 : (민우, 얼떨떨하며 질리는 표정 위로 쏟아지는 축하의 말들)
경철 : 이거 형 스튜디오야! 형 거라구.
허장 : 유과장이 아파트판 돈, 계돈, 퇴직금 몽땅 쓸어모았다면서요?
대박 : 나중에 대박 상회 광고 사진 여기다 맡길게요!
한쪽 방에서 촛불이 켜진 대형 케이크를 들고 오는 원희.
민우 : (보면)
원희 : 당신 생일 선물 미리 주는 거야... 축하해.
민우 : ... (미소 짓지만 서늘해진다)
S#57. 같은 장소
파티가 끝나고 모두 돌아갔다.
경주 : (경철아 부르다가, 원희를 보고) 그만 하고 내일 해.
원희, 쓰레기봉투에 쓰레기 담으며 치운다.
원희 : 너무 좋아서 힘든 줄도 모르겠어. 당신은 안 그래?
어두운 무대의 의자에 앉아 있는 민우, 캔 맥주를 마시고 있다.
경주 : 민우야, 아직도 실감이 안 나니?
민우 : 어디 가서 한잔 더 할래?
경주 : 나중에, 오늘은 너네 둘이 즐겨. (소파 밑에 널부러진 경철을 발로 차서 깨운다)
경철 : (발음 멀쩡하게) 다 어디 갔어? ... 가자, 누나... 형! 축하해... 근데 이게 진짜 축하할 일이야? 형은 이딴 거 관심 없잖아.
원희 : (보며)
경주 : 너 취했어, 어서 가.
경철 : 형, 나더러 여기서 같이 일하자는 말은 하지마 알았지? 난 솔직히 형수, 무섭다.
(경주에게 맞으며) 이렇게 패지도 않고, 이쁘고 상냥한데...그래도 무서워. (꾸벅하고 나가고)
경주 : ... 많이 취했어, 이해해라. (가고)
원희 : 조심해서 가? ... 멀쩡하게도 취하네 그지?
민우 : ... 당신이 무섭데?... 이쁘고, 상냥한데도 무섭다고?... (자조적로 웃고)
원희 : (보며) ...
민우 : 당신은 브랜드 좋아하지? 브랜드 없는 남편은 참을 수가 없어?
일년만 그냥 아무것도 아닌 채로 살겠다는데, 그것도 못 참겠어?
원희 : ... 늙으면 일하고 싶어도 못해. 지금 그렇게 살다가는 평생 아무 것도 못 한다구, 알아?
민우 : 그만 해! 아버지한테 그런 말 듣는 것도 지겹단 말야!
원희 : 나도 아버님만 아니면 안 그래... 나는 뭐 시집살이가 좋겠어? 아버님이랑 같이 살 거 생각하면 오금이 저려. 근데!
민우 : (보는 위로)
원희 : 아버님이 당신 무시하는 건 정말 못 참겠어...
민우 : (무대의 불을 끄며, 혼잣말처럼) 그래서 날 이렇게 무시하는 거야? ... (쓸쓸하다) ...
S#58. 정환네 집 (동 밤)
정환모, 문 열어주면. 채옥, 들어오고.
채옥 : 다녀왔습니다. 재동이는 자나요?
정환모 : 저녁은?
채옥 : 먹었어요, 어머니. 그이는요?... 아 참, 출장 갔지.
정환모 : 아 참? 남편이 대구 부산도 아니고, 해외 출장을 가서 예정을 넘겼는데 걱정도 안돼?
채옥 : 깜빡했어요. 제가 원래 정신이 없잖아요, 치맨가? (애교로 넘기려다가) ... 잘못했습니다, 어머니.
정환모 : 얘, 우리 따로 살자.
채옥 : 어머니!
정환모 : 홧김에 하는 얘기 아니야. 너 귀국하기 전부터 아범하고 얘기 했었어, 자리 잡을 때까지만 봐준다고...
요 앞에 작은 아파트 도 마련해 놨다.
채옥 : 안돼요! 어머니.
정환모 : 나도 내 인생 좀 살자...
채옥 : 우리는 어떡하구요? 재동이는요?
정환모 : 재동이 니 자식이야. 다른 집 여자들, 지 식구 건사하느라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 너도 고생 좀 해봐라.
그래야 가족 귀한 걸 알지. (일어서 가고)
채옥 : 아우.... 이이는 대체 왜 안오는 거야!
S#59. 거리, 제화점 앞과 안 (낮)
경주, 멍하니 걷다가 어느 제화점 앞에 멈추고.
새 구두를 신는 경주. 백에서 구두표를 꺼내 내민다.
경주, 자신의 새 구두를 낯설게 보는데 휴대폰 울리고.
경주 : 네? ... 어, 영재씨...
S#60. 까페 (A)
창가의 자리에 앉는 경주.
종업원이 물과 메뉴판을 가져다 주면,
경주 : 오면, 같이 시킬게요. (종업원 가고)
물을 마시다가 무심히 창 밖을 보는데
프래시 백되는
2회 엔딩에서 넥타이를 매고 웃기던 정환의 모습.
경주 : (자기도 모르게 풀썩 웃는다)
다시 보면, 아무도 없고. 의외의 감정에 낯설어하는데.
그 유리창을 톡톡 치는 손,
경주, 보면.
창 밖의 영재, 수줍게 웃는데 손에는 예쁜 꽃을 들었다.
경주 : (보며) ...
마주 앉은 영재와 경주 앞에 커피가 놓이고.
경주의 손에는 꽃이 들려있다.
경주 : ... 고마워...
영재 : 한참 골랐어요... 자세히 보니까 꽃마다 표정이 다 다르던걸요?
경주 : 축하해. 그게 보이기 시작하면, 꽃 그림도 달라지더라.
영재 : 그저 틈만 나면 가르치려고... 선배 티 그만 내세요, 재미 없으니까.
경주 : (할 얘기가 없어서) ...일은 잘 돼가?
영재 : 잘 안돼요, 희성 공장, 프린트 불량이 너무 많아요.
경주 : 한 사장, 성질 꽤나 내겠네?
영재 : 그 분이 없어서 이 난리죠
경주 : ... 어디, 갔어?
영재 : 상해간 거 몰랐어요? 박람회는 닷새 전에 끝났는데, 소식도 없다네요.
경주 : ...
S#61. 경주의 집 앞 (동 밤)
경주와 영재 나란히 온다.
영재 : 어, 구두 샀어요?
경주 : ... 잘못 샀나봐... 발이 아파...
영재 : 처음이라 그렇죠.
경주 : 처음이라 이런 건가? ... 기분이 너무 이상해.
영재 : 구두 신는데도 기분을 따져요? (웃는데)
경주 : ...
영재 : 들어가세요... 밤에 전화해도 돼요?
경주 : ... 저, 영재씨...
영재 : (보면)
경주 : (꽃을 내민다) 미안해... 이거 못 받겠어.
영재 : ...
경주 : 내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어.
영재 : ... 알아들었어요. 근데, 꽃은 그냥 가져가세요. 꽃은 그냥 그림의 소재일 뿐이니까... (돌아서다가) 내가 싫어요?
경주 : ... 영재씨 좋은 사람, 멋진 사람이라는 거 알겠는데.
영재 : 알겠는데... 그런데요?
경주 : 나한테 좋아하는 감정이 없어... 미안해...
영재 : ...
경주 : ...
S#62. 어느 바 (동 밤)
바텐더, 현란한 쇼를 하며 칵테일을 만든다.
바에 앉은 민우와 경주. 미소를 나누고, 잔을 부딪치지만, 둘 다 마음이 무겁다.
조금 마시고, 다시 시선이 마주치면 둘 다 웃지 않고.
민우 : 신세한탄 하려고 불러냈더니...
경주 : 오늘은 들어주기 싫어. 너 혼자 해결해.
민우 : 고민 있어?
경주 : 응... 그런데, 말못해... 비밀이야.
민우 : ... 그럼, 모르는 사람처럼 술이나 마시자. (마시고)
경주 : (마시고)
S#62-1. 민우 본가 (동 밤)
설거지를 끝낸 원희, 허리를 두드리며, 시계(12시)를 본다.
앞치마를 풀며 주방의 불을 끄고. 거실의 불을 끄고.
어두운 이층 계단을 올려보다가, 고단하고 지친 마음으로 올라간다.
S#62-2. 어느 바 (동 밤)
바텐더, 테이블 정리를 한다. 옆자리의 손님들 다 떠나갔다.
민우, 마지막 잔을 마시고 엎드린다.
경주 : 민우야! 취했어?
민우 : 응 취했어...
경주 : 너한테 할 말 있단 말야, 취하면 어떡해?
민우 ; ... 얘기 해.
경주 : 아니, 더 마셔. 진짜 취하면 그때 얘기할게.
민우 : ...
경주 : 너, 하나도 기억 못할 거지? 내가 무슨 말 하던, 야단 안칠 거지? 비밀 지킬 거지?
민우 : ...
경주 : 민우야... 나아... 그 사람, 좋아하나봐...
민우는 정말 취해서 잠들고.
경주, 외롭고 쓸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격정에 휩싸인채...
S#63. 동대문 시장 앞 (낮)
분주한 일상의 흐름처럼 달리는 차량들.
경주, 언제나처럼 커다란 가방을 들고 온다.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갑자기 염증이 나서 돌아선다.
S#64. 까페 (B) 앞 의 다른 까페 야외 데크(동 저녁)
시원한 유리컵의 맥주를 들이키는 경주.
고개를 돌리면, 비로소 정환과 만났던 까페 앞이다.
경주, 화단의 꽃들을 바라보다가 일어나 다가간다.
꽃을 살펴보다가 창으로 가서 안쪽을 슬쩍 들여다보지만, 들어가지는 않고. 그렇게 서성이는 기분으로.
경주 : ... (혼잣말로) 지금 뭐 하는 거니?
S#65. 경주네 집 (저녁)
경주, 들어와서 구두를 벗는데. 발꿈치에 일회용 밴드 붙이고.
새 구두를 잠시 보다가 신발장 안에 넣고, 헌 구두를 꺼내 놓는다.
마루에서 열무 김치를 버무리던 경주모, 돌아보고.
경주모 : 구두 이쁘던데 왜, 아직도 아파? 그 신발도 임자를 잘못 만났구나...
경주 : 그런가봐...(표정 바꾸며) 어, 열무김치네? 엄마! 보리밥 했어?
경주모 : 그으럼? 경철아! 빨리 밥 가져 와. (열무김치를 김치 통에 담고)
경주, 밥 밥 하며 가방을 던지고 주방으로 간다. 경철, 밥솥을 들고 나오고, 경주는 양념 들고 오고.
세 식구, 바닥에 퍼질러앉아 김치 함지박을 둘러싼 채.
함지박에 밥을 붓고, 참기름, 고추장을 퍼 넣고, 열무비빔밥을 만들면서 맛있다,
고추장 더 넣어 이걸 누가 다 먹냐? 하며 정신없이 신나게.
경철 : 누나 전화 왔잖아? 안 받아?
경주 : 으이... 다 먹으면 안 된다? (급하게 번호 보지만 모르겠다) 누구지? 여보세요?
정환 : (F) 도대체 왜 전화를 안 받아요?
경주 : 누구세요?
정환 : (F) 길게 말할 시간 없고, (잡음이 섞여서 잘 안 들리는) 지금 빨리 **호텔로 와요.
경주 : 여보세요? 도대체 누구세요!
경주모 : 얘, 빨리와아. 너무 맛있다 너무 맛있어.
정환 : (F) 알아들었죠? **호텔 **호!
경주 : 뭐야? 미친... (끊고)
시간 경과.
빨간 함지박 깨끗이 비어있다.
세 식구, 수박 먹으면서 오락프로 보며 깔깔 웃는다.
경철 : (끄윽하며 욕실로 가다가) 누나, 전화!
경주 : 이 시간에 누구야? 여보세요?
정환 : (F) 여태 안 오고 뭐하는 거요, 대체! 서경주!
경주 : 누구? ... ! (어머)
S#66. 어느 호텔 복도
양탄자가 깔린 호텔의 복도를 걸어오는 경주.
어느 방 앞에 멈춰서고.
심호흡을 하는 경주, 벨을 누르면.
이윽고 문이 열리고.
초췌하고 수염이 잔뜩 길은 정환.
두 사람, 마주 보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