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폭설, 폭염과 한파, 토네이도, 대형 산불 …
요즘 지구가 이상하다. 지구가 정말 미친 걸까.
종잡을 수 없는 변덕과 최고·최저 기온의 갱신으로 각국은 이변에 이변을 거듭한다.
이상기후 현상이 손오공처럼 지구촌을 휘젓고 다니는 중.
각 나라가 관측해온 최고ㆍ최저기온도 이미 무의미해졌다.
이상기후가 ‘이상(異常)’이 아닌 ‘일상(日常)’으로 변해가고 있다.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세어진다.
‘기상이변’으로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New Normal)'으로 받아들여 새롭게 재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미국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정확한 기상예보시스템과 재난대비책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주문하면서.
세계기상기구(WMO)는 이상기후는 이미 10년 전부터 일상화된 현상으로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NGO 옥스팸은 지난 20년 사이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 ‘물리적’ 재난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홍수나 폭풍 등 ‘기후적’ 재난은 빈도가 3배로 늘어났다고 보고한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변덕스러운 기후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도 지적.
일상 기후의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 써야 하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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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연의 공습’은 가공할 만하다.
17개국에서 최저 또는 최고 기온 기록이 여지없이 깨졌다.
유럽 16개국은 강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가뭄을 겪다가 6월 초 폭우로 강물이 범람했다. 6월 말부터는 다시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한 달 새 극단을 오간 셈이다.
향후 40년 동안 유럽의 여름에 초특급 폭염이 찾아올 가능성이 5~10배 더 높다고 예견.
영국은 지난 3월부터는 계속된 건조한 날씨 탓에 곡창지대인 이스트앵글리아는 가뭄지역으로 선포했다. 지난겨울에는 30년 만에 최악의 한파가 덮쳐 학교 수백 곳이 임시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었다.
폴란드에서는 당시 기온이 영하 33도까지 떨어지면서 52명 동사로 집계됐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최고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해 초여름부터 살인적인 더위가 기승이다. 2003년 8월에는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노인과 병약자 등 1만4800여명이 사망했었다.
호주에선 금년 초까지 내린 폭우로 독일과 프랑스를 합친 면적에 해당하는 지역이 침수되었다. 피해는 300억 달러나 되고.
중국의 남부 지역에선 지난 한 달 가까이 하늘에 구멍이 펑. 장대비로 곳곳에 홍수와 산사태가 잇따랐다. 금년 초 가뭄 때문에 인공강우로 대처한 것과는 극과 극의 장면.
금년 2월 미국 전역이 같은 날에 눈으로 몽땅 덮이는 진기한 현상이 나타났다.
5월엔 토네이도가 미국 중남부를 휩쓸어 삼켰다. 평지의 공기가 끓어올라 상공의 구름을 데운 나머지 상공이 팽창하고 저압이 돼 빨대처럼 지상의 물건을 빨아올린 것이다. 조플린시에서만 사망자 138명. 미국은 올들어 5개월까지 이미 1000개 이상의 토네이도가 발생해 500명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에티오피아와 케냐, 소말리아에서는 몇 년째 가뭄이 지속되면서 수백만 명이 기아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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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태풍과 홍수 등의 기상재해로 인한 사망률이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름철 1도 상승 시 사망률은 10% 증가로 나타난다는 통계.
기상청은 2050년 한반도 평균기온은 2000보다 2도 올라 대구, 전주까지 아열대기후로 편입되고, 중부지방은 난대지역으로 바뀐다고 보고한다.
전문가들은 폭설과 폭우, 폭염, 도시열섬 현상 등 극한 기상 현상도 수시로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과거에 비해 태풍과 푹풍, 해일의 강도가 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6월 태풍 메아리가 전남 가거도항을 덮쳐 방파제 보호용 108톤짜리 큐브블록들이 흩뜨려지고, 64톤짜리 사발이(테트라포드) 400개가 바다에 휩쓸려 나갔다. 초속 35m 강풍과 15m 파도가 방파제를 강타한 것이다.
전북 새만금방조제는 파랑으로 방조제의 바깥을 덮은 피복석이 빠져나가고, 방조제 틈을 메운 사석까지 이탈·유실됐다. 100년 만의 큰 파도를 대비한 설계였지만 지금은 설계치를 높여야 할 형편이다.
최근 들어 태풍의 발생 수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줄어드는 추세지만 우리나라까지 접근하는 태풍의 강도가 세지면서 재산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특이한 진로를 보여 예측하기 힘든 별난 태풍도 있다.
한국은 지난 80년간 겨울철은 지역에 따라 약 한 달 짧아졌고, 반대로 봄철은 10일, 여름철은 15일 정도 길어졌다고 국립기상연구소가 밝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따르면 2100년까지 기온이 평균 4도 정도 오르면 해수면이 1m 이상 높아져 침식과 범람이 일어나고 1400조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예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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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온난화로 인해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질병을 전파하는 매개체 분포 지역이 확대된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가 소외계층이나 노인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영향 취약 지역 강원도와 제주도로 꼽았다.
특히 강원도는 서울시에 비해 27배 높은 사망률을 기록했는데, 주로 태풍과 홍수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는 폭풍에 의한 사망률이 전국에서 최고. 또 해안지역이 내륙지역에 비해 11배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제주지역이 아토피와 알레르기 유병률에서 전국 최고를 보이는 것은 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주장.
삼한사온(三寒四溫)에서 사온(四溫)은 사라졌고, 삼한은 삼십한(三十寒)으로 늘어났다는 진단.
지난 1월 한파는 48년 만에 가장 추운 것. 포도나무 가운데 60%가 얼어 죽는 피해를 봤다. 동식물과 어패류가 얼어 죽고 철새가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한국의 기후변화 건강적응대책이 필요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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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IPCC의 기후변화 전망은 암담하게 한다.
2100년경 지구평균 기온은 4.8도 이상 상승하고 강수량은 6%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 무렵 북극은 기온이 20도 이상 오르고, 한반도 기온도 최고 6도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온 1도가 오를 때마다 농산물 생산량은 10% 이상 줄어든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이상기후는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사회ㆍ경제적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2005년 8월 미국 남동부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직경 700㎞에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75m에 이를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 해수면보다 낮은 뉴올리언스는 직격탄을 맞아 도시의 80% 침수에 사망자가 2500여명이나 됐다.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규모 9.0)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액은 17조엔이다. 2만여명 사망 또는 실종됐다.
얼마전 기록적인 폭우로 물난리를 겪은 미국 중남부 피해액은 150억달러에 달한다.
자연재해로 인한 지구상 연간 손실액은 지난 1980년대 250억달러에서 2000년대 1300억달러로 5배가량 늘었다.
세계 식량시스템이 개혁되지 않는다면 주요 곡물 가격이 2030년까지 배 이상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NGO는 경고한다.
2100년까지 침엽수림이 감소해 목재 생산량 감소, 식생 변화 등 생태계 피해, 수자원 부족피해가 추산된다.
이상기후는 국내 먹을거리 환경마저 바꿔 과일재배지역이 북상하고 동해가 고등어, 참다랑어 등 난류성 어종 중심 어장으로 탈바꿈했다.
식품파동도 빈번해지고 있다. 꿀 생산량 급감, 배추값 폭등이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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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고 있다. 온난화 효과로 대기 중 습기가 증가함에 따라 엘니뇨와 라니냐가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NASA는 미국의 이상기후 원인으로 라니냐와 엘니뇨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생긴 ‘라나다(La Nada)’를 꼽았다. 차가운 제트기류가 하강하는 것을 억제해온 라니냐와 엘니뇨가 사라지면서 이상기후가 발생했다는 것.
북극해를 덮는 얼음이 줄면서 바닷물의 증발이 늘었고, 늘어난 수증기가 시베리아에 더 많은 눈을 내리게 했다. 이 눈은 또 북반구 중위도에 한파를 불러왔다.
시베리아에 쌓인 눈이 햇빛을 반사시켜 찬 공기 덩어리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 세력과 합쳐지면서 제트기류를 남쪽으로 끌어내리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한반도에서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오히려 더 추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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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첨단 과학을 앞세워 오래전부터 날씨 조절에 애써 왔다.
태풍은 한여름에 시원한 바람과 비를 가져다주고 바다를 휘저어 바닷속 산소량을 많게 해주지만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고 인명까지 앗아간다.
허리케인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는 자연스런 일. 커다란 바지선에 터빈을 장착해 깊은 바닷속 차가운 물을 퍼올려 해수면의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 특허로 등장했다. 바닷물이 차가워지면 허리케인의 힘이 약화된다는 것.
엄청난 비용이 비현실적이고 관련 장비가 개발되지 않아 미래의 과업으로 남아 있다.
태풍 주변에 요오드화은(AgI)을 뿌려 비구름을 만들어주면 태풍눈으로 수증기가 모여드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바깥쪽에 생성된 비구름이 태풍의 눈으로 빨려들어 원상태로 돌아갔다.
핵폭탄의 아이디어도 있지만 방사성 오염 가능성 때문에 비현실적이다. 태풍 한 개가 품고 있는 에너지는 히로시마 투하 원폭 400개와 맞먹는다고 하니 웬만한 핵폭탄에는 꿈적도 하지 않을 테고.
그나마 인공강우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겨울 가뭄 지역에서 인공강우 작업을 실시해 비와 눈을 내리게 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베이징 주변 지역 하늘에도 요오드화은을 뿌려 비구름이 베이징 상공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한 바가 있다.
러시아도 매년 6월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를 위해 비구름 제거 작업을 한다.
국립기상연구소에서 2007년부터 강원도 대관령에서 인공강설 실험을 해왔다. 2010년 수도권에서 염화칼슘을 비구름에 뿌려 평택과 안성에 1~2㎜의 비를 내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서는 겨울에 눈을 늘려 봄에 수자원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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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보험산업은 심각한 시련에 직면해 있다. 대부분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당장 대처할 수 있는 것은 보험료를 대폭 올리는 길이다. 보험료를 2배로 인상하더라도 이상기후를 고려하지 것이어서 인상은 미흡하다.
기후충격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매년 GDP의 2~12%에 이르는 것으로 재보험회사는 예측한다. 이러한 피해규모는 앞으로 이상기후에 취약한 국가의 재정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금년 미시시피강 범람, 중서부 토네이도 인명 피해, 남서부 대형 산불 등으로 인한 보험금 지불이 3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보험사는 허리케인 상습지역의 보험가입을 축소하는 한편 지진위험이 큰 캘리포니아 주의 신규 주택 소유자들에겐 보험인수를 중단한다고 보도했다. 또 보험사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면책조항, 보장한도 축소, 해괴한 단서 조항을 삽입한 계약을 늘린다.
미국 보험사들은 비싸고 가입하기 어려운 상품을 출시하려는데 비해 유럽의 거대 재보험사들은 오히려 기후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한다.
보험산업은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탄소배출을 감소시키는 전략에 투자할 수 있다. 위험의 양적인 측정을 제공함으로써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비용을 정확하게 산정해 기후변화에 따른 궁극적인 비용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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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을 완화하기 위해 지구촌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각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얽혀 있어 녹록치 않다.
성층권에 아황산가스를 뿜어 햇빛을 차단하자,
거대한 거울을 우주 궤도상에 쏘아올려 햇빛을 반사시키자,
해상에 인공구름을 띄워 태양에너지를 차단하자,
도시 건물의 지붕을 하얗게 칠해 햇빛 반사율을 높이자 등 별의별 아이디어도 나와 있다.
바다에 철분 분말을 뿌려 식물플랑크톤의 성장을 촉진시켜 CO2 흡수를 늘리고, 온실가스를 포집해 폐유전이나 폐광 등 땅속에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날씨 조절 기술이 언젠가는 현실화될 수 있겠지만 태풍의 진로를 바꾸는 등 대규모 날씨 조절은 국제분쟁을 일으킬 수도 있어 세계기상기구(WMO)가 윤리강령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과학적 검증이 부족한 지구공학 기술보다 근본 원인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과학 발달의 템포를 뛰어넘는 기상이변은 이제 일상화되었음을 인식하고 과감한 대책이 요구된다.
그린닥 johnyks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