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3.04.26 수요일 8시50분~9시30분 3주차
🌿장소: 대구 사월초등학교 6학년5반 교실
🌿대상: 대구 사월초등학교 6학년5반 24명
🌿모둠명: 사월초 책 먹는 6학년 5반
🌿운영자: 박정화
🌿읽어준 책: <몬스터 차일드> 이재문장편동화,김지인그림,사계절출판사
어린이도서연구회 달모임이 있는 주라 담임선생님과 미리 협의하여 수요일 1교시에 갔다. 아이들이 선택한 책 <몬스터 차일드>를 읽는 첫날이다. 아이들은 이 책을 좋아할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누군가가 읽어주는 책을 들어본 경험이 대다수 없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집중해서 잘 들어줄까? 첫 만남이 좋은 시간이 되길!
학교 앞 가로수길에 이팝나무꽃이 바람에 날려 하얀 봄눈이 내리는 듯하다. 꿈결같았다.
조용한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칠판에 ‘동화동무씨동무’ ‘사월초 책 먹는 6학년 5반’ 이름도 적고, 책 제목과 작가이름, 출판사를 적었다. 인사하며 어린이도서연구회와 동화동무씨동무 프로그램임을 다시 소개하고 책 제목과 작가 이름도 소개했다. 소개하고 있는데 종이 울렸다. 조금 일찍 들어갔나 보다.^^;
학교 앞 가로수길에 핀 하얗게 핀 꽃을 보았냐고 물어보았다. 목련이라는 친구도 있고 이팝나무라고 맞추는 친구도 있었다. 하굣길에 떨어지는 하얀 꽃잎을 맞아보라고 얘기해 주었다.
책을 혹시 먼저 읽어 본 친구가 있냐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한다. 다소 첫 만남에 경직되어 있다. 일부러 이 분위기를 깰 생각은 없었다. 이대로도 괜찮다 생각했다.
첫 만남은 그런 거니까. 이제 읽어줄게, 친구들아.
북토크 때 책의 첫 장을 소개했는데 기억날까? ‘프롤로그’ 읽어주기 시작했다.
‘달빛마저 구름에 가린 칠흑 같은 밤.’
아이들은 조용하다.
축사가 습격을 당했다. 마침내 남자는 권총을 꺼내어 총구를 겨누었다.
쾅!
마취총을 발사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11쪽의 그림을 보여줬다.
“뭐야?”
한 아이가 말한다.
계속 읽어주기 시작했다.
목표물을 놓쳤다.
‘괴, 괴물이다!’
괴물은 울타리를 훌쩍 넘어 도망갔다.
1. 빨간 고기
주인공 이름은 오하늬, 오산들이다.
하늬와 산들이가 전학가는 날이다. 학교 건물이 보이자 엄마가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고, 이번엔 잘될 거라고.
전 학의 이유가 산들이의 발작 때문, 전학이 일곱 번째.
하늬와 산들이는 MCS다. ‘돌연변이종양 증후군’ 하지만 사람들은 몬스터 차일드 신드롬, ‘괴물 아이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친구들은 징그럽고 끔찍하다고, 몬스터, 괴물같다고 친구들이라 놀리고 피해 다닌다. 그래서 하늬와 산들이는 언제나 친구가 없었다.
하늬 3학년 때 반 친구들이 ‘빨간 고기’를 먹는 괴물이라며 놀리는 장면의 그림을 보여줬다.
엄마가 교무실로 들어가며 선생님들에게 호들갑스럽게 인사하는 장면이 있다.
‘호들갑스럽게’ 잘 표현해서 읽을 수 있을까? 속으로 조금 긴장도 했지만 조금 빠르게 그저 자연스럽게 살짝 호들갑스런 느낌을 살려 읽어주자. 생각했다. 과장되지 않아도 구연처럼 읽지 않아도 내용이 잘 전달될 수 있다. 생각했다.
담임선생님, 엄마, 하늬, 산들이 교감선생님까지 등장인물이 한꺼번에 지나간다. 교무실 분위기가 잘 전달되었길…….
2. 또 다른 MCS
엄마는 담임 선생님들을 붙잡고 부탁, 또 부탁했다.
교실로 올라가며 선생님은 하늬에게 어디가 아픈 건지 물어보신다. 괜히 수행 평가 몇 번이나 치나며 말을 돌리는 하늬. 말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안심시키며 친근하게 말해주시는 선생님. 6학년 2반은 4층인데 반 아이들 몇 명이 3층까지 내려와 하늬를 반겨준다. 반겨주는 아이들에게 설레는 기분으로 다가가려 할 때 한겨울 같은 말투의 목소리가 들렸다.
“좀 비켜 줄래?”
다리엔 흉터가 가득한 그 아이는 MCS 연우다. 특별한 친구란다. 걱정할 것은 없단다.
MCS라니, 그 병을 피해 여기까지 왔는데, 도착하자마자 MCS 환자를 만난 하늬.
이곳으로 이사 온 진짜 이유가 떠오른 하늬, MCS연구로 국내외 명성이 높은 의사 선생님.
30쪽 연우와 하늬의 첫만남 장면을 보여줬다.
“으으으…….”
연우가 발작을 일으켰고 완전 변이를 했다. 갈색 털, 푸른빛의 눈, 주둥이 사이로 번득이는 이빨. ‘몬스터 차일드’가 운동장을 돌아다닌다.
친구들은 연우의 인권과 반 아이들의 안전할 권리에대해 논쟁한다. 하늬가 놀랐을까 봐 걱정도 해준다.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다정한 말투로.
‘너희들, 내가 MCS라는 걸 알고 난 뒤에도 지금처럼 다정하게 대해 줄 수 있어?’
하늬의 생각이다.
36쪽 하늬와 운동을 가로지르는 연우의 그림을 보여주었다.
3. 훈련소
엄마와 하늬와 산들이가 MCS치료 센터를 찾아 나섰다.
읍내에서도 외곽, 한적하다 못해 산과 강만 보이는 곳에. 펜션같이 예쁜 곳.
이곳의 의사, 강규철 소장은 여기가 병원이 아니라 ‘MCS 자립 훈련소’란다.
병원과 다른 점, MCS를 병으로 보지 않고, MCS를 억제하고 치료하는 것이 아니란다.
‘변이유전자 소유자들의 자립을 돕는다.’
읽어주면서 아이들은 어떤 표정으로 어떤 생각으로 듣고 있을까 속으로 무척 궁금했다.
교실에 친구들은 무척 여전히 조용하다.
아이들은 여전히 이 책이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지, 그리고 나를, 내가 아이들이 궁금한 것처럼 여전히 궁금해하고 있겠지? 좋은 느낌이길......
엄마는 강규철 박사를 믿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을까?
엄마는 강규철 박사의 임명장과 가득한 상장을 확인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마침 여기까지 읽었을 때 종이 울렸다.
다음 한 줄,
“네, 믿어 보죠.”
여기까지 읽고 오늘은 여기까지 읽겠다 했다.
타이밍이 좋았다. 다음 내용이 딱 궁금해지는 괜찮은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다.
아이들의 표정은 이게 재밌는건지 아닌지
이게 무슨 내용인지 둥절한 표정이었다.
누군가가 읽어주는 낯선 경험의 시작이기도 하고^^
나도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어 나갈 때 앞으로 어떨지 무척 궁금하다.
아이들에게 어땠냐고 간단하게 물었다.
그림을 잘그리는 것 같단다.
글과 그림이 잘어울리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란다.
강규철 소장이 말도 안 되게 잘 생겼단다.
오늘 여기까지 하겠다고 다시 말씀드리니 선생님께서 인사를 시켜주셨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께서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씀해주셨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 말씀에 힘났어요.
“다음 주 뵐께요.” 하고 나섰다.
아이들도 나와 지금 비슷한 마음과 기분이겠지?
우리 서로 좀 더 궁금해 하며 다음 주 또 만나자 ^^
다음 주는 궁금증이 좀 풀리겠지?
2023.04.26 사월초앞 가로수길 하이얀 이팝나무꽃
하늬와 연우. 이팝나무꽃갈피
첫댓글 꽃길만 걷는 공주님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