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운 화장터 예배당
놀랍게도 이곳(연변) 공동묘지에 있던 화장터의 못 쓰는 건물을 다시 보수 건축하여 예배처소로 쓰고 있습니다. 그 사실 자체가 감동을 줍니다. 죽은 시체를 태우던 곳이 생명의 역사를 일으키는 영적 진원지가 되었으니....
교직원 채플을 통하여 자신의 한 주간 삶을 돌이켜보며 그리스도 안에서의 지체 의식과 하나 됨의 의미를 되새기는 곳입니다. 학교를 찾는 방문자들마다 감격의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아름다운 영적 화모니를 연출합니다.
이 화장터 예배당이 생긴 과정도 드라마틱합니다. 중국 당국은 중국내에서 예배드리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락하지 않지만 과기대 교직웑들끼리 예배드리는 것은 허용했기 때문에 학교 기숙사 건물 안에서 예배를 드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찬송가 소리가 바깥으로 들리니까 학생들한테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몇 년전부터 중국 종교국에서 찾아와 아예 예배를 못 드리게 막았습니다. 그러자 이 예배처소 문제가 불거지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더러 학교 바깥 시내 호텔에 나가 예배를 드리라고 했습니다.
김 총장님은 "우리가 학교 바깥으로 나가면 200명이나 되는 교직원들이 흩어지면 걷잡을 수 없을 테니까 당신들이 더 큰 문제가 된다. 이 학교 안에서 학생들한테 영향을 안 미치는 곳을 찾아서 자리를 잡을 테니까 교회 건물을 짓도록 허락해달라"고 계속 협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종교법상 채플을 아예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 부지 안에 종교 건물을 지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중간에 타협을 하게 되었는데, 김 총장님이 기지를 발휘해서 화장터를 예배처소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학교 터가 공동묘지였기 때문에 언덕 뒤에 큰 굴뚝이 있는 화장터 건물이 폐가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못 쓰는 화장터 건물을 그냥 개조해서 쓰면 어떻겠느냐며 타협을 하자고 하니까 그곳 종교국 사람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어떻게 저 화장터를 당신들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배처소로 쓰려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제는 자기들이 꺼꾸로 미안해했습니다. 자기들이 너무 압박해서 결국 아무 장소나 선택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미안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허락을 받아내 화장터 건물을 깨끗하게 새로 단장해서 그곳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화장터 예배당에서 드리는 예배가 너무 감동적입니다. 연변과기대에 와 있는 200여 교직원들은 전부 배경과 국적이 다르고 나이와 신조가 다른 사람들이 모였는데 그런 사람들이 이 예배를 통해 하나가 된다는 게 정말 기적 같기 때문입니다.
이곳이 연변과기대의 정신을 계속 유지하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공동묘지와 화장터가 있던 곳으로, 무덤에서 죽은 뼈들이 튀어나와 나뒹굴던 그곳이 에스겔의 골짜기처럼 생기가 불어와 군대가 일어나고 있는 현장이 된 것입니다.
예배가 끝나고 나면 함께 식당으로 내려가 애찬을 나누며 마치 초대교회 공동체와 같은 아름다운 나눔의 삶을 체현합니다. 어느 대학이나 있는 교수와 직원들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된 이원화된 모습은 그 시간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교회의 직분에서 나타나는 형식적인 거룩함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 깊이 알고 아끼기에 나타나는 사랑의 담소들과 더러는 부인들의 왁자지걸한 수다들과 밉지 않은 유머와 웃음이 한가득 오고갑니다. 식당 안의 한 테이불에서도 몇 개국 사람들이 함께 앉기 때문에 한국어와 영어와 중국어가 교차되며 오갑니다. 인종과 국가와 체제를 뛰어넘은 세계화의 산실이 여기 있습니다. 그들은 한 분 하나님을 모신 형제자매요 한 가족일 뿐입니다.
- 정진호(평양과기대 설립부총장) / 멈출 수 없는 하늘의 열정 P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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