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으로 향하는 밤버스. 무박산행을 하는데 지각생이 한 명도 없습니다.
46명을 꽉 채운 버스는 오포소녀님이 정성껏 마련한 간식에 감동 한 방 먹고
풍천님이 망향휴게소에서 푼 발렌타인21년산 포도주에 두번째 감동을 먹었습니다.
기사님도 차가 막히지 않으니 슝슝 잘만달립니다. 만차로 출발한 관계로 인원파악이 너무나 쉽군요.
버스 맨 앞자리에 있으니 도로주변의 야경을 감상하며 갈 수 있네요.
뭐니뭐니해도 자연의 빛이 가장 아름다운가봅니다.
수많은 네온불빛 보다는 하늘에 덩그렇게 떠있는 반달에만 눈이 가는걸 보면요.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 3시 40분. 손전등과 라이트를 하나둘씩 비치며 산에 올라갈 채비를 합니다.
아무리 여름날이긴 해도 신새벽인지라 날이 쌀쌀하다며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긴팔셔츠나 바람막이 잠바 등을 걸치고 있습니다.
출발장소가 범어사 주변이라서 정숙이 필요합니다. 매송고문님의 작은 목소리만 밤공기를 타고 울립니다.
판토마임 하는 것처럼 체조하는 모습들이 단체 무언극처럼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03시 55분, 풍천 선두대장님을 따라 새까만 산길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새벽에 절에서 나와 운동을 하는 스님도 만나게 되네요.
사진은 무조건 플래시를 터뜨려야만 겨우 찍히니 날이 환해질 때까지는 걷는데만 집중해야 할것같네요.
용숙님이 후미대장님과 짝을 이루며 걸어갑니다. 등짝에서 땀이 줄줄 흐르니
다들 양파껍질 까듯 껴입었던 옷을 한겹씩 벗고 또 벗고~~ 좀처럼 어둠이 가시지 않더니
5시를 지나니 산골짝의 초록풀들이 하양 빨강 여름꽃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냅니다.
올라갈수록 바람도 시원해져서 등판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어 땀을 닦아줬습니다.
마르긴 했어도 앝은 계곡물에는 작은 도롱뇽도 보이고 여기저기서 산새들이 지저귀고 있습니다.
5시 30분, 선두는 탁트인 산등성이에서 후미그룹을 기다려줬습니다.
정상에서 일출을 보려 했지만 붉게 물든 동쪽 하늘에 콩알만한 태양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벌써 뜬거죠.
어떤 기운 센 천하장사 스님께서는 한 손엔 스틱 잡고 다른 한 손엔 땔감을 하려는지
커다란 나무줄기를 통째로 어깨에 메고 내려가는 모습을 봅니다.
범어사 입구에서 보았던 젊은 스님은 반대편으로 올라와서 내려가네요.
이 곳의 스님들 건강 하나는 짱 좋을것 같습니다.
단체사진을 찍고 정상을 향한 마지막 계단길을 오릅니다. 멋진 바위들이 주변에 즐비합니다.
해뜨는 방향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모두들 정신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뱅글뱅글 철제계단을 올라오니 드디어 부산 금정산의 정상입니다.
05시 50분, 마흔 여섯 명의 분당산사랑 회원들은 마음껏 정상에서의 기쁨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사방이 탁 트인 멋진 풍경에 시원한 아침바람까지 금상첨화였지요.
하산하려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보입니다. 꼬리가 잘려나간 이 친구는
으레 먹을 것을 줄거라는 고정관념이 박힌 듯 과자를 꺼낼때까지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네요. ㅎㅎ
작년 무등산에서 본 수많은 기암괴석들이 여기도 만만찮게 보입니다.
나무데크 계단이 끝날 때쯤 금샘으로 가는 갈림길에 자리를 펴고 간식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들이 떼로 나타났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4마리었으니까요.
배부르게 먹고나니 올챙이처럼 배가 볼록해졌습니다.
저는 그 근처에 있는 우물같은 것이 금정(금샘)인줄 알았는데 한쪽 오솔길에 금정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350미터??
회원들이 아직 식사를 마치지 않았을 때여서 풍천 대장님께 빨리 금정에 갔다가 다시 합류하겠다고 했습니다.
표지판이 잘 설치되어 있어서 금정으로 가는 화살표만 10개가 넘었어요.
드디어 도착한 금정에는 예상대로 몰 한 방울 업는 샘이었지요.
몇 년 전에 국립공원 월출산에서 보았던 구정봉에는 파란 하늘이 담긴 예쁜 샘물이 가득했었는데.
비가 좀 많이 내렸으면 좋겠네요. 벌써 몇 년쨉니까?
하느님,부처님,산신령님 우리 인간들 한번만 좀 봐주십시오.
숙종 때, 왜구의 침입을 대비해 금정산성을 세워 국방을 튼튼히 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 북문을 통과해서 다시 범어사로 내려갔지요.
북문에 있는 성문고리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어봤는데 꽤 만족스럽게 잘 나왔습니다.
이젠 길 잃을 일 없이 쭈욱 범어사 주차장까지 내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솔매 고문님과 풍천 대장님께서 해 주시는 무식했던 옛날 군대 이야기를 재밌게 들으며 내려왔습니다. ㅎㅎ
범어사 주변에는 어림잡아 10개 정도 되는 작은 암자들이 있습니다.
내려오면서 외국인 템플스테이 수행자도 여러 명 보이네요.
실제로 범어사에 가 보니 그 규모가 엄청납니다. 그야말로 돌바다입니다.
풍천님께서 범어사의 건물을 좌에서 우로 쭈욱 훑어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우리 선조들은 최대한 자연의 경관과 조화를 이루어 절을 지었지."
실제로 지붕의 차마가 끝나는 곳과 산줄기가 마치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곳에도 오대산 월정사처럼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만 따로 관리하는 성보박물관이
있는데 오늘은 닫았는지 자물쇠가 굳게 닫혀있네요.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아직 문을 열 시간이 안된 거였네요. 현재시각 08시 10분입니다.
아직 아침 9시도 안 됐다니 헛웃음이 나올 정도네요.
오랜 시간동안 야간운전하시고 주무시고 계실 이정섭 기사님을 깨우지 않고
다들 나무데크 쉼터에 앉았습니다. 몇몇 분들은 돗자리 깔고 누워 코까지 골고 주무십니다.
잠자기 최적의 조건이니 엉덩이를 땅이나 의자에 붙이기만 해도 눈이 감기네요.
무박산행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남아도 걱정이네요. ㅎㅎ
범어사까지 버스가 다니는데 다른 지역과 달리 전광판에 한자어도 나오네요.
일본과 가까운 곳이라 그런가 봅니다.
두 번째 코스는 아침밥 먹으러 부산 자갈치 시장으로 가는 것입니다.
좁다란 통로로 들어가느라 기사님이 애 많이 쓰셨지요.
자갈치 시장 키다리집으로 들어가 25000원짜리 회정식을 시켜먹었지요.
낙지탕탕이 먹고 전복 하나씩 오도독 깨물어 먹었네요.
계속해서 나오는 푸짐한 음식으로 맛난 아침을 먹었습니다.
잘 피해다녔는데 제일 먼저 신발 신고 나오다가 소주를 사랑하는 분들께 꼼짝없이 잡혔네요.
연거푸 쓰디쓴 소주 두 잔을 완샷하니 취기가 올라오네요.
술 깰 겸 갈매기 구경도 할 겸해서 후다닥 횟집에서 나왔습니다.
다른 분들은 건어물가게나 부산어묵집에 가서 쇼핑도 했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이기대 부터 오륙도까지 해안도로 트래킹이죠.
오륙도 해맞이 공원을 종착지로 한 갈맷길 트래킹입니다.
바닷가의 기암절벽과 팡팡 때리는 하얀 파도소리가 명품이라지요?
그런데 버스 맨 앞자리에 있던 저와 이진이님은 난데없는 물벼락을 맞았네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커피벼락이구요.
커피물이 찬물이었기 망정이지 뜨거웠더라면 사고가 났을텐데 다행으로 여겨야지요. ^^
금세 따가운 햇볕에 반응하며 몸 전체가 땀범벅이 됩니다.
지난 달에 명품트래킹 코스인 영덕블루로드를 다녀와서 그런지 감동의 정도는 살짝 낮았습니다.
하지만 나무데크에서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기는 여기가 더 낫네요.
동해 해파랑길이 시작되는 곳이며 조용필의 명곡 <돌아와요 부산항에>에 등장하는
오륙도를 실제로 보는 기회까지 생긴 6월 산행지 금정산은 5만원의 회비를 내고 온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즐거운 추억여행이 되고있습니다.
드디어 저 멀리에 오륙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근데 제 눈에는 딱 두 개밖에 안 보이는데요??
오륙도 유람선을 타고 가서 보면 왜 오륙도인지 더 확실히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못 봤지만 선두쪽에서는 거북이님의 돌아와요부산항에 노래공연이 있었답니다.
후미에서는 용숙님이 구성진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셨답니다.
송엽국이 활짝 핀 이기대자연공원에서 망원경으로 바다 위에 떠있는 요트와 유람선을 보고
오륙도 스카이워크 체험을 위해 작은 언덕으로 가봅니다.
덧신을 신고 투명한 유리바닥 아래로 파도치는 절벽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체험이지요.
텔레비전에서도 몇 번 봤던 그곳을 실제로 걸어봤습니다.
오후 2시 40분. 무박산행의 공식일정은 끝나고 무사히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김관수님께서 크게 탈(세균성장염)이 났습니다. 가까운 휴게소에 들러 휴식을 취했습니다.
청도 휴게소, 속리산 휴게소에 들러 쉬었는데도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김쌤이 열 손가락을 따고 응급조치를 한 뒤에 버스 바닥에 눕혀 최대한 편안하게 분당까지 왔습니다.
다행히 버스 전용차선을 타고 수많은 작은 차를 가로지르며 9시도착을 목표로 순항했지요. ㅎㅎ
운전수 보조석에는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자리를 지켰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다음달 설악산 토왕성폭포. 그때 뵙겠습니다.
첫댓글 무박 산행에 해파랑길 트레킹에 하루에 여러가지 체험을 했습니다.
처음인 곳도 전에 본 곳도 다 새롭습니다.
투자한 시간만큼 즐거움이 컸던 하루였습니다.
산행기도 다른 때보다 더 잘 쓴 싹수부대장~~수고 많았습니다! ^&^
의미있는 무박부산투어
즐겁고 행복한 하루었습니다
산행기 고맙습니다
싹수님 있어서 항상 든든합니다.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쏟아지는이없어 아쉽긴 했지만 새벽의 찬공기가 반가운 몇년만의 무박산행인지...
엄청좋았습니다.산행기도 고맙습니다.
산행기를 읽고 눈을 감습니다. 무박산행 금정산과 이기대 오륙도가 스처 감니다.바다의 끝은 어딜까요?
항상 궁금 했어요.~ 산행기 감사 합니다.꾸벅꾸벅 .수고 많았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