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안으로 굽는다]란 말을 [팔이 안으로 커브한다], [된밥]을 [하드라이스]라 하지 않겠죠.
아래 글은 지난 한달 동안 경찰청에 오간 글입니다.
어떤 낱말이 오래된 우리말인지 모를 일이지만, 저 뿐 아니라 다른 분의 의견을 듣고 힘을 보태 주시라는 뜻에서 남깁니다.
04.06.27. ㅈ-ㅇㅁ.
★ 04.06.05. 조 상현(좋은메). 경찰청 누리집에 보낸 글.
먼저, 경찰청 민원란에 사진을 올릴 수 없어 사진은 아래 주소로 대신합니다.
(좋은메 누리집: http://joeunmei.cyworld.com ☞ 들숨 날숨)
이 사진을 보면,
차를 타면 굽은 길이나 몹시 굽은 길이라는 뜻으로 도로표지판에 빨간 바탕에 화살표로 적고
그 아래에 [커브], [급커브]라 적혀 있습니다.
이 표지판이 우리가 보는 보통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 표지판에 쓴 글이 참 아쉽습니다.
우리말에 [굽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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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 [명사] 구부러진 곳. [보기] 강의 ~. ~가 많은 시골길. (우리말 큰사전. 한글 학회. 99.01.20. 어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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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길'을 붙이면 [굽이길]이 되고 [굽은길]이 됩니다.
자주 보이지는 않지만, '커브'라는 말 대신으로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더 굽은 '급커브'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우리말에 [된-]이 있습니다.
'된'에 '굽이'를 더해 [된굽이]가 됩니다.
이처럼 '커브', '급커브' 대신 우리말로 [굽이길], [된굽이]로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 두 낱말로 고쳐도 우리말에서 흔히 쓰는 말이라서 거북하지 않습니다.
사진에 함께 담은 [굽은도로 천천히]는 올해 2월에 이 길을 지나다가 본 표지판 입니다.
이 표지판을 보고 가슴이 벅차서 4월에 다시 찍었습니다.
제가 제안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이 표지판 '참 잘 만들었다' 여기고 있습니다.
'급커브' 보다 '굽은 도로'가 안전을 배려하는 느낌을 주는 건 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커브', '급커브' 표지판은 누가 만들고 있는지,
경찰청에 묻기 전에 건설교통부에 먼저 물었습니다.
그런데 '전주국도유지건설사무소 보수과'에서 받은 답글은 이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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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께서 문의하신 `급커브` 표지판은 교통안전표지로써 각종 교통안전시설물과 유기적 결합을 통해 교통사고 예방 및 방
지를 위한 주의표지로서 쾌적한 교통소통을 위한 각종 도로상황과 통행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설물로 해당 관할
경찰서에서 관리하는 표지판임을 회신합니다.
평소 건설교통행정에 관심을 가져주신 점에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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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관할경찰서에 문의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나라 경찰서가 몇개나 되는지도 모르는 저로서는 같은 내용을 여러 경찰서를 돌면서 민원을 낸다는 게 실제로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 경찰을 대표하는
경찰청에 최 기문 경찰청장님과 이를 담당하는 경찰관에게 이 글을 적어 보냅니다.
'사고 다발 지역'을 '사고 잦은 곳', '사고 많은 곳'으로 고쳐 주셨듯이,
'커브', '급커브'도 '굽은길', '된굽이'로 고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04.06.05. ㅈ-ㅇ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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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이: 숲이되어 박 계윤
적은날: 2003년 08월 11일 11시 30분
글이름: 급커브? 된굽이 어때요?
굽이진 길에 서 있는
'급커브' 란 말...
이런 말이 버젓이 우리 길을 차지하고 있다는게
문득 부끄러워집니다.
급*이라는 한자에다
커브(curve)라는 영어까지
이 두 말을 합쳐서 만들어야 할 만큼
우리말이 없던걸까요?
그렇다면 얼마나 슬픈 일이겠습니까 만은
'굽이'라고 하는
우리말이 펄펄 살아 있는 마당입니다.
굽이가 되게 졌다는 뜻으로
'된굽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사고 다발 지역'이 '사고 잦은 곳'으로 바뀌었듯
족보도 없는 '급커브'가 '된굽이'로 바뀔날을 기다립니다.
이 표지판은 정식 도로표지판은 아니고
지역 경찰서에서 세우고 있는 겁니다.
정식 표지판은
글씨가 없고 그림으로만 굽은 표시를 하고 있습니다.
★ 2004/06/11 10:03:20 답변경찰청 교통기획과 교통기획과 경위 이병철
교통문제에 관심을 갖고 계신 조상현님께 감사드립니다.
'급커브'용어는 종래 도로가 심하게 굽어져 위험한 구간에 설치되어 일반운저자들에게 널리 인식되어 운전자가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만, 귀하께서 제안하신 '된굽이'를 적용하는 것도 충분히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04.06.15. 조 상현(좋은메). 경찰청 누리집에 보낸 글.
저는 2001년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후원하고 한글 학회에서 주는 '우리 말글 지킴이'를 받은 사람입니다.
[급커브]의 고칠 말, [된굽이]에 대한 답글 고맙습니다.
제가 제안하는 걸 줄이면, [커브]는 [굽이(길)], [급커브]는 [된굽이]입니다.
답글을 주신대로 일반 운전자가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것은 어려운 말이나 외국어를 쓰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그래서 (엉터리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제대로 된 우리말이 아닌 급커브도 쓰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겁니다.
이 때문에 [우리말]로 써도 될 일을 [남의말]로 채워지며 결국 가꿔가야 할 우리말 자리에 남의말로 채워지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나마 경찰청에서 해낸 [사고다발지역]은 [사고 잦은 곳 / 사고 많은 곳]으로, [노견]은 [갓길]로 고쳐 주신데 대해 늘 고맙게 여깁니다.
적어도 사고다발지역을 사고 잦은 곳으로 바꾸는 시간은 꽤 오랜 시간을 두고 하신 줄 압니다.
여기서 경찰청에 다시 여쭙니다.
1. 충분히 검토해 주신다는 '된굽이'와 '굽은길' 관련으로 지방경찰청에 협조문을 보내주실 생각이 없으신 지 궁금합니다.
2. 모든 표지판을 일순간 바꿀 수 없더라도 부숴지거나 새로 세울 표지판에 제 제안을 수용해 주실 생각이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첫댓글참으로 딱한 일입니다. 경찰청만 그런 거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영어에 더 길들여저서 우리말이 더 낫설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영어가 처음에 낫설듯 우리말도 낫설 수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힘쓰면 우리말이 더 좋을 터인데... 자꾸 글을 보내고 또 우리만이라도 외국말 쓰지 말고 우리말 살려씁시다.
첫댓글 참으로 딱한 일입니다. 경찰청만 그런 거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영어에 더 길들여저서 우리말이 더 낫설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영어가 처음에 낫설듯 우리말도 낫설 수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힘쓰면 우리말이 더 좋을 터인데... 자꾸 글을 보내고 또 우리만이라도 외국말 쓰지 말고 우리말 살려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