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1941- ) 일본 오사카 출생. 1962년 한국일보 신춘 문예에 「생명 연습」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1965년 12월 「서울, 1964년 겨울」로 동인문학상을 수상, 1966년 같은 이름의 첫 작품집을 냈다. 1977년 이상 문학상을 「서울의 달빛 O장」으로 수상.
줄거리
아내의 권유를 따라 나는 무진으로 떠났다. 버스가 무진에 거의 다다르자 과거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짙은 안개, 한서린 여귀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은 안개가 떠올랐다. 나는 신선한 햇볕과 바람과 저온과 바다의 소금기를 합성해서 수면제를 들겠다고 공상에 빠진다. 멀지 않아 나는 제약 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
무진은 내 청년 시절의 고향이다. 그곳은 골방 안에서의 공상과 불면, 수음, 편도선, 담배 꽁초와 우편 배달부를 기다리던 초조등이 뒤엉킨 곳이다.
무진에 온 나는 밤에 후배의 방문을 받고 그와 함께 중학 동창 조의 집으로 향했다. 조는 세무서장이 되어 윤택하게 살고 있었다. 그곳에서 한 인숙이라는 여자와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서울에서 음악 대학을 나와 무진에서 음악 선생으로 있었다.
이튿날 나는 서울로 데려다 달라는 그녀와 만나기로 약속한다. 빗속에 성묘를 다녀오던 나는 방죽에 빠져 죽은 술집 여자의 시체를 본다. 갑자기 이 여자가 나의 몸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하인숙과의 약속 시간이 됐을 때 나는 그녀와 만나기로 한 방죽으로 갔다. 인숙과 함께 나는 1년간을 같이 지냈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느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하지는 않았다.
다음날 아침, 아내의 전보를 받게 되었다. 나는 인숙에게 사랑하고 있다는 편지를 썼다. 그러나 곧 편지를 찢어 버렸다. 그리고 부끄러움을 느끼며 무진을 떠나 다시 서울로, 일상 세계로 돌아갔다.
수난이대(受難二代)
작가
하근찬 (1931- ) 경북 영천 출생. 1957년 한국일보 신춘 문예에 「수난 이대」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나룻배 이야기」「흰 종이 수염」 「족제비」「월례 소전」등의 작품이 있다.
줄거리
박만도는 3대 독자인 아들 진수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몹시 마음이 들떠 있다. 그는 일찌감치 역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나온다는 말이 약간 걸리기는 했으나, 설마 아들이 자기처럼 되지는 않았겠지 하고 속으로 생각한다. 그는 한쪽 팔이 없었다. 역에서 아들이 탄 열차가 도착 하기를 기다리며 박만도는 자신이 겪은 일들을 떠올려 본다.
그게 벌써 지금부터 32,3년 전의 일이었다. 일제에 강제 징용을 당한 만도는 어딘지도 모르고 고향을 떠났다. 만조닥 도착했던 곳은 남양의 어떤 섬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비행장 닦는 일에 동원되었다. 비행장이 완성되고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이번엔 산허리에 굴 파는 일이 주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다이너마이트를 장치하고 불을 당기고 나서려는 순간 연합군의 공습이 시작되고 말았다. 그는 당황한 나머지 엉겁결에 다시 굴로 들어가 엎드리고 말았다. 그순간 다이너마이트의 폭음과 함께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가 깨어났을 때 눈앞에는 누구 것인지 모를 팔뚝이 하나 아무렇게나 던저져 있었다.
멀리서 기차소리가 들렸다. 만도는 벌떡 일어섰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선 순간 만도는 입이 딱 벌어지고 눈이 무섭도록 크게 떠졌다. 아들임에 틀림없었으나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한쪽 다리가 없어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외나무 다리가 하나 있었다. 다리가 하나 없는 진수는 도저히 그 다리를 건널 수 없었다. 머뭇거리는 아들을 잠시 바라보고 섰던 만도는 대뜸 등을 돌리며 자기에게 업히라고 했다. 진수는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으나 결국에는 아버지 등에 업혔다.
태평 천하
작가
채만식
줄거리
윤직원(두섭)은 교양의 바탕이 없는 중인 출신으로 한말에 돈을 모아 지주의 대열에 끼여 든다. 권력의 배경을 가진 양반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회가 혼란했던 한말에 권력층인 지방 수령으로부터 토색질을 당하였고, 화적들로부터도 약탈을 당했으며, 그의 부친은 화적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이 때문에 그는 사회에 대한 피해 의식에서 오는 외게에 대한 불신과 증오, 그리고 살아 남기 위한 자기 방어 의식을 깊게 간직한다.
그는 자기 이외의 모든 사람, 모든 사회 제도를 부정하고 적대시한다.
양반의 수탈과 화적 떼의 행패는 그로 하여금 권력층과 하층민을 동시에 적으로 규정하게 했다.
윤직원의 아들 윤창식은 개화기에 고등 교육을 받은 세대이다. 그러나 일제 치하가 되면서 그 교육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회에 대응하여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방식을 찾지 못한 채 문제 의식이 마비된 하나의 잉여 인간이 된 것이다.
윤창식의 맏아들 종수는 조부의 기대와는 달리 부친과 같은 유형의 인물이 되어가고 있고, 윤직원이 유일하게 기대하던 둘째 손자 종학은 오히려 조부가 가장 증오해 마지 않은 사회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삼대(三代)
작가
염상섭
줄거리
덕기는 안마루에서 내일 가지고 갈 새금침을 아범을 시켜서 꾸리게 하고 축대 위에 섰으려니까 사랑에서 조부가 뒷짐을 지고 들어오며 덕기를 보고 "얘, 누가 찾아왔나 보다. 그 누구냐? 대가리 꼴하고…친구를 잘 사귀어야 하는 거야. 친구라고 찾아온다는 것이 왜 모두 그 따위뿐 이냐?" 하고 눈살을 찌푸리고 못마땅하다는 잔소리를 하였다.
대지주인 조부 조의판은 양반 행세를 하기 위해서 족보까지 사들일 정도로 명분과 형식에 얽매인 인물이다. 아버지 상훈은 신문물에 물들어 이를 받아들이고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자 한다. 그러나 축첩을 하고 애욕에 사로잡혀 이중 생활에 빠지고 말아 재산을 탕진하는 과도기적 인물이다.
아들 덕기는 선량한 인간성의 소유자이지만 조부와 부친의 이러한 부조리 속에서 재산을 지켜 나가는 일에 한정되어 적극성이 결여된 우유부단한 인물이다.
이 삼대의 이야기는 조부의 죽음과 함께 재산 상속 문제에 불이 붙으면서, 주변 인물들의 추악상을 보임으로써 절정을 이룬다.
메밀꽃 필 무렵
작가
이효석(1907-1942) 호는 가산. 강원도 평창 출생. 초기 작품에서 유진오와 함께 동반작가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었으나, 1933년에 돈을 발표하면서부터 자연적인 모든 사물을 예찬하는 서정적인 문학적 경향으로 옮겼다. 「화분」「돈」「황제」등의 소설과 희곡「역사」등이 있다.
줄거리
장돌뱅이 허 생원은 파장을 한 뒤 조 선달을 따라 그다지 마음이 당기지 않는 것을 충줏집으로 막걸리잔이나 기울이려 따라간다. 허 생원은 그날 충줏집에서 동업의 젊은 장돌뱅이 동이를 만나는데, 젊음에 대한 시기심인지 동이에게 공연히 부아를 부려 보는 것이다.
여자를 모르는 허 생원이건만 이십여 년전 바로 이 봉평에서 성 서방네 처녀와 물레방앗간에서 정을 맺었다.
다음날 허 생원과 조 선달 그리고 동이는 대화장을 보려고 충줏집에서 나와 당나귀를 몰아 길을 떠난다. 달은 휘영청 밝고 메밀밭은 소금을 뿌린 듯한데, 꼭 그런 날이면 단 한번의 젊은 시절의 정분을 맺던 기억이 떠올라 수없이 들려준 이야기건만 또다시 조 선달에게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동이는 아버지를 모르는 젊은이로 고향이 봉평이라는 고백을 하고, 허생원은 동이가 왼손잡이임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표본실의 청개구리
작가
염상섭(1897-1963) 본명은 한자가 다른 상섭, 호는 횡보, 서울 출생. 동아일보 창간과 함께 정치부 기자로 활약. 「폐허」동인으로 신문학 운동을 전개. 우울증의 자연주의 작가로 출발하여, 냉혹한 경지의 사실주의 작품을 발표. 「사랑과 죄」「삼대」「모란꽃 필 때」「만세전」등의 작품이 있다.
줄거리
내가 중학교 이년 시대에 박물 실험실에서 수염 턱석부리 선생이 청개구리를 해부하여 가지고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장을 차례차례로 끌어내서 자는 아기 누이듯이 주정병에 채운 후에 옹위하고 서서 있는 생도들을 돌아다 보며 대발견이나 한 듯이, "자 여러분, 이래도 아직 살아 있는 것을 보시오"
하고 뾰죽한 바늘 끝으로 여기저기를 찌르는 대로 오장을 빼앗긴 개구리는 진저리를 치며 사지에 못 박힌 채 벌떡벌떡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팔 년이나 된 그 인상이 요사이 생각이 나서 생각날 때마다 머리끝이 쭈뼛쭈뼛하고 전신에 냉수를 끼얹는 것 같았다.
나는 친구 H의 권유로 평양 방문에 동행을 했고 남포에 도착해 A와 Y를 만났다. Y의 집에서 나온 일행은 삼층집을 지나다가 김창억이라는 미친 사람을 만난다. 나는 그에게서 중학교 실험실의 박물 선생 같은 인상에 맹렬한 호기심을 받는다.
평양에 도착한 일행은 뿔뿔이 흩어지고 이개월 뒤에 나는 Y로부터 김창억이 삼층 양옥을 불태우고 자취를 감추었다는 편지를 받는다.
날개
작가
이상(1910-1937) 서울 출생. 폐결핵으로 직장에서 퇴직. 9인회 멤버. 중 앙일보에 「오감도」를 발표. 일본에서 28세의 나이로 작고함. 주요 작 품으로는 「날개」「동해」「실락원」등이 있다.
줄거리
주인공인 "나"는 일상적 상식의 세계를 떠나 그 날 그 날을 그저 까닭 없이 의욕도 없이 방 속에서만 딩굴며 지낸다. 그는 심심하여 아내가 외 출하고 난 뒤면 아내의 방에 가서 화장품 냄새를 맡고 돋보기로 화장지를 태우며 아내의 체취를 맡는다.
어느 날 나는 밖을 쏘다니다가 아내가 들어오면 싫어할 시간이 일찍 들 어가게 되고 그 날로 감기에 걸려 앓아 눕는다. 자기의 매춘부 생활에 대한 불편을 느낀 아내는 "나"를 볕이 안 드는 방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아스피린 대신 수면제를 주었다.
어느 날 그는 여기 저기 쏘다니다 '미쓰꼬시'옥상에 올라가고 스물여섯 해를 회고하다 정오의 사이렌 소리를 듣는다. 그는 불현듯이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는 느낌을 받는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무정(無情)
작가
이광수(1892-?) 호는 춘원. 평북 정주 출생. 오산 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하며 「소년」「청춘」등 잡지에 작품을 발표. 3·1운동 관계로 학업을 중단하고 상해로 망명, 주요한과 더불어 상해 독립신문 간행을 도우며 주필로 일하였다. 1922년 귀국하여 동아, 조선일보사에서 근무하다 6·25동란 중에 납북.
줄거리
경성학교 영어 교사 이형식은 미국 유학을 가기 위해 영어를 준비하는 김 장로의 딸 선형이를 매일 가르치던 중, 형식이 어렸을 때에 부모를 여의고 의지할 데 없이 돌아다닐 때 신세를 지고, 민족 사상을 배우게 된 박 진사의 딸인 기생 영채가 찾아온다. 아버지를 옥에서 구제하기 위해 기생이 된 영채는 형식의 아내가 되기 위해 찾아오지만 형식의 형 편이 여의치 않음을 보고 평양으로 간다.
한편, 경성학교의 교감 배명식이 주색에 빠져 월향이란 이름을 가진 영채를 욕보이려는 순간 형식이 찾아가 구해주고, 영채는 부끄러움으로 평양으로 가고 형식이 뒤따라 갔지만 찾지 못하고 돌아온다. 그 뒤 형식은 선형과 약혼하고 미국 유학까지 같이 가기로 약속한다.
그때 영채는 자살하러 평양 가는 차중에서 우연히 동경 유학 중 방학이 되어 돌아오는 병옥이란 여학생을 만나 인생 문제를 토론한다.
영채는 병옥의 고향인 황주에 머물러 같이 지내면서 병옥의 오빠 병국과 정이 들고 병옥과 함께 동경 유학을 가기로 결정한다.
형식과 선형이 미국으로 떠나는 날, 병옥과 영채도 동경으로 유학의 길을 떠나는 도중 차에서 네 사람은 만나게 되고, 차가 수재로 인하여 삼랑진에서 멈추자 수재민을 구호하기 위한 음악회를 연다. 네 사람은 여관에서 장차 사람들의 무지를 깨우치고 나라를 일으키는 일에 앞장서자고 다짐하고 유학을 떠난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
작가
주요섭(1902-1972) 호는 여심. 평양 출생. 초기에는 신경향파에 속하는 작가로 하층 계급의 생활상과 그 반항 의식을 즐겨 그렸다. 중기에 와서는 사실주의적 작품으로 기울어 졌고 대표작이 「사랑 손님과 어머니」이다. 중기 이후에는 현실적 소재로 작품을 다루었다.
줄거리
금년 여섯 살인 나의 이름은 박옥희이다. 우리 집 식구는 어머니와 외삼촌뿐이다. 나의 아버지는 외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어머니하고 결혼한지 일 년만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바느질을 해서 집안 살림을 꾸려 나간다.
어느 날 큰외삼촌이 낯선 사람 한 명을 데리고 왔다. 그리고 그 손님은 사랑방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 다음부터 나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사이를 오가며 말을 전하게 되었다. 사랑방 손님이 삶은 달걀을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라고 말하면 어머니에게 그 말을 했고 밥 값을 갖다 드리라고 하면 봉투를 어머니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 봉수 속에는 돈 외에 네모로 접은 하얀 종이가 한장 있었다.
그 날 밤 어머니는 손수건을 아저씨께 갖다 드리라고 했다. 그리고 여러 날 뒤 아저씨는 짐을 쌌다. 어머니는 달걀 여섯 알을 삶아 나에게 아저씨께 갖다 드리라고 했다.
아저씨가 떠난 다음 나는 어머니와 함께 뒷동산에 올라가 기차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내려왔다. 뒷동산에서 내려오자 어머니는 찬송가 사이에 꽂혀 있는 마른 꽃송이를 빼서 나에게 버리라고 했다. 달걀 장수 노파가 와도 어머니는 인제 달걀 먹는 이가 없다고 맥없이 말하며 달걀 안산다는 말을 한다.
사반의 십자가
작가
김동리
줄거리
사반은 가버나움과 벳새다의 근해에서 아나니아와 예수를 만나기 위한 도사의 연락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이런 와중에 사반은 과거를 가진 여인 막달라 마리아의 고혹적인 매혹에 빠져들어 가게 된다. 때를 같이 하여 점성가인 하닷은 자기의 점술에 따라 딸 실비아를 사반과 결혼시 킨다. 하닷은 본명이 도비야인 사반으로 하여금 야일, 도마, 아나리아, 스가랴, 갈리오 유다 등과 더불어 혈맹단을 조직한 장본인이다.
이즈음 예수라는 젊은이가 곳곳에 돌아다니며 기적을 행한다. 사반은 그가 분명히 메시아라고 가정하고 그와의 접근을 꾀하나 실망하고 만 다. 사반이 강조하는 것은 땅과 현실과 삶에 있는 데 반하여, 예수의 이상은 하늘과 미래와 죽음에 있었던 것이다.
사반은 비밀 결사인 혈맹단을 조직하여 무력으로써 로마의 학정으로부터 유대 민족을 구출하고 잘 사는 유대나라를 건설하고자 하여 메시아의 출현을 기다렸었다.
그런데 메시아라는 예수는 끝내 투쟁보다는 무저항을, 승리보다는 희생으로써 유대 민족만이 아니라 인류를 구원하려 하였고, 죽은 뒤의 낙원을 설교하였고 숙적인 로마 인까지도 사랑하라고 교훈함으로써 사반과는 뜻이 빗나간다.
소나기
작가
황순원
줄거리
며칠동안 징검다리에서 물장난을 치는 소녀를 보던 소년은 처음에는 길을 비켜 달라는 말도 못하고 소녀가 비켜줄 때까지 기다린다.
서로 친하게 된 소년과 소녀는 여기저기 놀러 다니게 되고 소나기를 갑자기 만나게 된다. 소년은 수숫단으로 비를 피할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비가 그치고 도랑으로 와 보니, 물이 불어 있어 소년은 소녀를 업어서 건넸다.
그리고 그 뒤론 소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며칠 뒤 개울가에 나온 소녀의 모습은 핼쓱해져 있었다. 소녀는 곧 이사 간다는 이야기를 했다. 소년도 소녀네 집이 사업에 실패해서 고향집까지 내어 주게 되어 양평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녀네가 이사하는 날, 소년은 아버지로부터 소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토지
작가
박경리
줄거리
평사리라고 하는 전형적인 한국 농촌을 무대로 하여, 파란 많던 이조 말부터 시작되는 이 소설은 민족 전체의 문제를 다룬 서사시적인 과제와 아울러 개인의 내면적 갈등 및 인간 관계를 다루고 있는 방대한 스케일의 총체 소설이다.
지주이며 양반인 최 참판댁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친지, 소작인, 노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살인, 간음, 전염병, 흉년 등의 다채로운 사건의 배경에 동학란, 한일 합방, 의병 등의 문제를 깔아 놓았다.
전통 사회의 붕괴에서 오는 가치관의 갈등을 다룬 이 소설은 제부는 최 참판댁 일가를 중심한 일대기가 파노라마처럼 전개됨으로써 우리 민족이 겪은 애환을 역력히 조감할 수 있는 서사시이며, 제2부는 최치수의 딸 서희로 이어지고 있다.
95년에 마지막 16권까지의 탈고를 끝낸 작품이다.
나무들 비탈에 서다
작가
황순원
줄거리
6·25를 겪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입게 되는 육체적 및 정신적 피해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호는 창녀와의 교섭에 죄책감을 느끼고, 옥주와의 교섭이 있고 난 뒤부터 걷잡을 수 없는 세력으로 기울어지게 되고, 끝내 자신을 질책하던 그는 총으로 옥주를 죽이고 유리 술병 조각으로 자살한다.
선우상사는 살인의 죄책감 때문에 미치게 되고 현태는 자신의 우월감이 빚어낸 여러 가지 잘못에 대한 죄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무위와 나태 속에 나날을 보내며 방황을 한다. 또한, 현태와 동호에의 플라톤적인 사랑의 집념에서 헤어나지 못한 숙은 결국 자기 순결을 잃고 만다. 숙 은 결국 자기에게 주어진 일은 자기 힘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소설은 주인공들이 모두가 지나친 자의식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 관계에 있어서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나기
작가
황순원
줄거리
며칠동안 징검다리에서 물장난을 치는 소녀를 보던 소년은 처음에는 길을 비켜 달라는 말도 못하고 소녀가 비켜줄 때까지 기다린다.
서로 친하게 된 소년과 소녀는 여기저기 놀러 다니게 되고 소나기를 갑자기 만나게 된다. 소년은 수숫단으로 비를 피할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비가 그치고 도랑으로 와 보니, 물이 불어 있어 소년은 소녀를 업어서 건넸다.
그리고 그 뒤론 소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며칠 뒤 개울가에 나온 소녀의 모습은 핼쓱해져 있었다. 소녀는 곧 이사 간다는 이야기를 했다. 소년도 소녀네 집이 사업에 실패해서 고향집까지 내어 주게 되어 양평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녀네가 이사하는 날, 소년은 아버지로부터 소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사람의 아들
작가
이문열(1948- ) 경북 영양 출생. 1979년 동아일보 신춘 문예에 중편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 「사람의 아들」로 제3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 「그해 겨울」「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황제를 위하여」등의 작품이 있다.
줄거리
1945년생, Y대 야간부 법학과를 중퇴한 남경호 경사는 살인 사건을 맡게 된다. 피살자는 영생 기도원에 있던 민요섭, 나이는 서른 셋, 신학교 중퇴생이었다. 그러나 그가 지난 8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남 경사는 민요섭이 살던 집을 찾아가 노트 몇권과 원고 한 묶음을 찾아내어 읽던 중 묘한 흥미를 느끼게 된다.
남 경사는 어느 여인숙에서 아들 조동팔을 민요섭이 꾀어갔다는 얘기를 듣고 조동팔이 김동욱이라는 가명으로 김순자라는 여성과 함께 K읍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간다. 남 경사는 김순자에게서 남편이 썼다는 민요섭의 글을 경전화해 놓은 노트를 입수한다.
한편 김동욱은 폭행으로 교도소에서 복역을 마치고 나왔고 남 경사는 그에게 민요섭을 죽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자신들의 신을 배반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쓰러진다. 병원으로 옮겼을 때는 이미 메틸알콜이 몸에 퍼진 뒤였다.
오발탄
작가
이범선(1920-1982) 평남 신안주 출생. 1955년 「현대문학」에 「암표」 「일요일」로 김동리의 추천을 받고 데뷔. 「이웃」「미꾸라지」「수심가」「화환」등을 발표.
줄거리
계리사 사무실 서기 송철호는 생활고에 찌들려 아픈 이도 뺄 수 없고, 나일론 양말을 사면 오래 신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싼 목양말을 사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양심을 지켜 성실하게 살아야 진정한 삶이라 고 믿어 왔다.
거기에 비해 그의 동생은 양심은 약한 자가 공연히 자기의 약함을 합리 화시키기 위해서 고집하는 것이라고 맞선다. 그는 상이 군인이 되어 돌아온 뒤 2년이 넘도록 취직도 못하고 정처 없이 유전한다.
송철호의 어머니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한 나머지 미쳐 버리고 아내는 만삭이지만 웃음을 잃은지 오래 되었다. 그의 여동생 명숙은 양공주가 되어 있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철호는 누이동생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사무실로 동생 영호가 권총 강도로 경찰서에 잡혀 있다는 전화를 받고 경찰서를 다녀온 뒤 집으로 갔다가 아내가 위독해서 병원으로 갔다는 얘기를 듣고 병원으로 갔더니 아내는 이미 숨져 있었다.
철호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야할지, 경찰서로 가야할지, 병원으로 가야할지 몰라 두서없이 목적지를 바꿔 말한다. 택시 안에서 철호의 입에서 피가 흥건히 쏟아져 와이셔츠 가슴을 적시고 있는 것을 모른 채 차는 계속 달렸다.
광장(廣場)
작가
최인훈(1936- ) 함북 회령 출생. 1959년 「자유문학」에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라울전」으로 추천을 받고 문단에 데뷔, 「가면고」와 「광장」을 발표하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 주제와 표현이 표리 일체를 이룬다는 소설 미학에 충실한 작가였다.
줄거리
이명준은 해방 후 만주에서 귀국하였다. 서울서 그의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는 자기의 이념에 따라 월북하여 중요 인물로 활약한다.
그는 그 아버지의 친구 집에서 기식하면서 대학 철학과에 다니고 있다. 그의 독서와 사색을 무의미하게 한 사건이 곧 발생한다. 이북의 아버지 존재 때문에 경찰에 끌려가 심한 고문을 당하게 된다.
윤애라는 처녀의 사랑을 통해 두 세계, 관념과 현실을 초극하려고 시도 하나 실패한다. 그 해답을 찾아 두 번째 모험으로 그는 월북한다. 그리 하여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또 하나의 여인 은혜를 사랑하게 되며 6.25를 만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점령군의 위치에서 서울의 은인들을 협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기에도 해답이 없음을 알게 된다.
그는 결국 포로가 된다. 휴전 포로 교환에 임할 때 북(北)도 남(南)도 아닌 제3국을 택한다. 그러나 거기에도 해답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