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7일 사도 성 요한 축일
" 파란만장했을 것 같은 사도 요한의 삶"
사도 요한 축일입니다.
요한 사도는 십자가 밑에서 예수님의 부탁으로 성모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게 되었고, 예수님의 부활을 직접 보고 믿은 첫 제자가 되었기에 그리스도의 신비를 가장 잘 이해한 사도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요한은 예수님과 특별히 가깝게 지낸 사도로서, 복음서를 보면 ‘제자 몇 명만을 따로 데리고...’란 얘기가 나올 때마다 늘 예수님과 동행했던 제자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직접 눈으로 본 증인이었으며, 예수님 최후의 시간에도, 예수님과 함께한 사도였습니다.
그런데 요한의 일생은 아주 힘든 삶이었을 거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우선 한 가지 비유인데... 제가 지금은 이렇게 삭았지만, 옛날엔 나이에 비해서 아주 어려 보이고 행동도 빠릿빠릿해서 동기 신부들에게 흔히 들었던 농담이
“우리들 중에 아마 쟤가 제일 오래 살 것 같으니, 우리가 먼저 죽거들랑 관도 들어주고, 장례미사도 잘 드려 주고, 잘 부탁해!”란 소릴 듣곤 했는데,
“제일 오래 살 거라니, 악담도 그런 악담이 어디 있느냐?”고 받아치곤 했었습니다.
우리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 아닙니다.
잘 알고 있는 동료가 힘 빠지고 늙어가는 모습, 그의 공과 과를 고스란히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고통 같은 것...
요한 사도도 그랬을 겁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에, 대부분의 사도들은 모두 순교를 당한 것에 비해서, 요한만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모시고, 또 동방 지역의 교회를 돌보다가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같이 활동했던 옛날 동료들의 순교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요한 복음사가는 주님의 열두 명 제자 외에도 수많은 신자들의 순교 소식을 들었을 것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잡히고 어떻게 재산을 빼앗겼고, 회당에서 쫓겨나 어떻게 죽었는지...
그리고 그들을 밀고하고 박해했던 장본인들이 누구인지 속속들이 들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박해자들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런 일을 행한다는 소식까지 들었을 것입니다.
그의 고통은 어떠했을까....
요한의 경우는 반드시 목숨을 빼앗기는 것만이 순교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순교보다 더 괴로운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오늘 목숨을 바치는 것도 위대한 순교지만, 순교 못지않게 여러 가지 고통을 당했던, 참 파란만장했을 것 같은 사도 요한의 삶을 묵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