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는 제주대학
흰 지붕에
여기는 국민학교
기와 지붕에
깃발처럼
퍼덕이는 바닷바람
저기는
청무우 잎새 같은 물결이
여기는
물결 같은 청무우밭이
바람처럼
퍼덕이는 푸른 깃발
아아
저기 언덕 위에
망아지가 한 마리
아아
여기는 돌담 위에
수탉이 한 마리
바다를 지켜보며
바람에 불린다
-박목월, ‘북제주국민학교’ 전문
어쩌다 도서관의 어린이 코너에 들렸다가 꺼내 본 박목월 동시집『산새알 물새알』(1988, 자유문학사)에 이 시를 비롯하여 제주 시편이 세 편 있었다. 처음 1959년에 나왔다. 이 시는 그가 1950년대 제주에 와 머물 때 쓴 것일 게다. 동시집에 수록된 걸로 보아 동시로 썼을 게다. 쉬운 언어, 담담한 시선, 짧은 시행, 잦은 연 구분. 이런 목월 시의 색갈이 여기서도 잘 드러난다. 저기와 여기의 댓구로 이역 제주에서의 정서를 흠씬 노래하고 있다. 그 때 제주읍은 얼마나 한적하고 좁았을 건가. 사랑의 도피행이든, 아니든 비행기도 거의 안 뜨고, 갈 만한 곳이라고는 칠성통 쯤이었을 때. 감탄사 ‘아아’를 두 번이나 쓸 정도로 그의 마음은 외롭고, 그립고, 아득했을 것이다.
아아//여기는/명동/ 성 니콜라이사원 가까이//하얀 돌층계에 앉아서/추억의 조용한 그네 위에 앉아서....‘(박목월, ’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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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맑지 못한 나는 동시를 읽어도 감동을 모르네,,,
난 동국민학교 출신...옛날로 치면 완전 메이커 학교..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