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엽토 퇴비 만들기
새순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길가 조팝나무에도 버들강아지에도 여린 순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남녘에선 벌써 매화꽃이 활짝 피었다고 하는데
이곳은 산골이라 그런지 요 며칠 사이 매화나무에 꽃 한 두 송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 봄인가 봅니다.
이른 아침부터 트랙터가 돌아가고, 경운기가 바삐 지나다닙니다.
바지런한 농가에선 벌써 긴 고랑에 비닐 씌우고, 씨감자를 다 심었더군요.
그런데 저희는 밭일은 아직 엄두를 못내고,
과수원에서 부엽토 퇴비를 준비하느라 여태 이러고 있습니다.
유기농 과수 농사에서는 가장 기본이라고 하는 부엽토(토착 미생물) 퇴비 만드는 과정을 올려봅니다.
저희는 아직 저농약 인증을 받은 상태이지만 앞으로 무농약, 유기농으로 가기 위해선
조금은 번거롭더라도 선배님들이 해온 방법들을 배운대로 해보려 합니다.
먼저, 산에서 가져온 부엽토랑 미곡처리장에서 사온 쌀겨를 섞습니다.
쌀겨 한켜 붓고, 그 위에 부엽토 올리고... 시루떡에 밭 고물 올리듯, 켜켜이 쌓아 올립니다.
쌀겨는 마른 상태이기 때문에 물을 흠뻑 줍니다.
미생물들이 축축한 상태에서 번져나가기 때문에 물을 꼭 넣어줘야 합니다.
갈퀴로 부엽토와 살겨를 골고루 섞어줍니다.
빨간 고무통에 든 것은
천매암(동식물의 퇴적물이 수천년 이상 쌓이고 쌓여 이룬 돌을 고운 가루로 부순 것입니다.
최근 유기자제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과 밭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퇴비를 넣어 물에 녹인 것입니다.
이것 역시 켜켜이 뿌려 줍니다.
더 잘 하려면 골분이나 혈분, 폐화석(굴껍질 가루낸 것)들을 사서 넣으면 된다고 합니다.
부엽토 퇴비는 이처럼 부엽토, 쌀겨, 천매암, 음식물 퇴비, 물을 쌓고, 섞고, 뿌려주면 됩니다.
그리고 미생물의 먹이로 당밀과 풀을 베어서 넣어 주면 더욱 미생물이 활발하게 번져간다고 합니다.
아직 주변에 풀이 무성하게 자랄 때가 아니라 풀은 생략했습니다.
마지막은 비닐을 덮어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며칠 두면 안에서 열이 나는데, 그 때 다시 비닐을 벗겨내고 뒤집어 줍니다.
열이 오르면 뒤집어주는 과정을 두 세번 반복하는데, 그때 질좋은 부엽토 퇴비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 퇴비는 봄에 줍니다. 날이 따뜻해지고 봄비가 내릴려고 할 때
비맞으면서 과수원 전체에 뿌려줍니다.
지난 해 겨울, 저희는 소똥 퇴비를 뿌려주었는데
올 봄에는 이 부엽토 퇴비를 한번 더 넣어줄 생각입니다.
친환경 농업의 토양 관리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비싼 자재비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구요.
조금만 몸을 움직이고, 꾸준히 해나가는 마음만 있다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더군요.
매년 부엽토 퇴비를 빠트리지 않고 넣어주고,
이와 함께 밭에 호밀을 키운다거나 다양한 풀들을 자연 그대로 자라게 놓아두면 됩니다.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넣지 않고, 토양이 살아 숨쉬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이렇게 간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