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더덕찜으로 그 존재를 알리다
 미더덕은 측성해초목 미더덕과 생물이다. 바위 같은 데에 붙어서 자란다. 우리나라 모든 바다에서 자라며, 남해에 많다. 다 자란 것은 어른 엄지만한데 말랑한 살이 질긴 섬유질에 싸여 있다. 생긴 모양이 곱지 않아 벌레 보듯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식용에 대한 옛 기록은 없으나 오래 전부터 이를 식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 상태에서는 조간대에서도 볼 수 있어 채취하기 쉬우며, 먹을 수 있는 것을 멀리하였을 리는 없다. 특히 미더덕은 보릿고개에 맞춰 살이 올라 갯마을에서는 요긴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옛 마산 지역에서는 이 미더덕으로 찜을 해서 먹었다. 미더덕에 콩나물, 미나리 등 각종 채소를 넣고 된장, 고춧가루, 마늘 등으로 양념하여 냄비에 덖는 음식이다. 옛 마산 지역에서는 이런 찜이 발달해 있었는데, 아구, 대구, 도미 등으로도 이런 찜을 해서 먹었고 미더덕찜도 그 중 하나였다. 1970년대 중반 아귀찜과 함께 미더덕찜이 마산의 향토음식으로 서울 등 대도시에 번졌다. 특히 1980년대 들어 아귀찜이 전국 음식으로 확장되면서 미더덕도 같이 알려졌다. 아귀찜에 미더덕이 감초처럼 들어갔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불법이었던 미더덕 양식
 미더덕의 본격적인 역사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앞바다에서 비롯하였다. 진동 앞바다는 내륙으로 움푹 들어가 있으며 그 앞으로 섬이 촘촘히 놓여 있다. 난바다의 파도가 미치지 못하고 수심은 깊지 않다. 양식을 하기에 좋은 바다인 것이다. 이 지역 어민들은 오래 전부터 피조개 양식을 하였다. 볏짚을 묶어 바다에 넣는 피조개 양식법이 있었는데, 이 볏짚에 미더덕이 붙는 것을 보고 미더덕 양식을 시작하였다. 그때가 1970년대 중반이었다. 그러나 당시 수산 행정 기관은 미더덕을 굴, 홍합, 피조개 등의 양식에 해를 끼치는 생물로 간주하고 퇴치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1980년대 들어 진동 어민들은 미더덕 양식을 본격화하였고 수산 행정 기관은 미더덕 양식 어민들에게 벌금을 물렸다. 진동의 어민들은 한 바다에서 굴, 피조개, 홍합, 미더덕을 나란히 양식하여 미더덕이 굴, 피조개, 홍합의 생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그럼에도 미더덕 양식 허가는 좀처럼 나지 않다가 1999년에야 양식 허가 수산물이 되었다. 2011년 현재 전국 미더덕 생산량 중 진동 앞바다에서 나오는 것이 60% 정도 된다. 매년 4월에는 진동 앞바다에서 미더덕 축제도 연다.
오만둥이와 같이 양식을 한다
 진동 앞바다에서는 6월경에 미더덕이 산란을 한다. 산란 시기가 되면 그 종묘를 붙일 그물을 바다에 내린다. 건축 공사장에서 쓰는 안전망을 가져다 미더덕 양식 그물로 쓴다. 미더덕의 사촌인 오만둥이의 종묘도 이때 양식 그물에 붙는다. 오만둥이는 미더덕과 같은 맛이 나지만 모양이 부정형이라 ‘가짜 미더덕’ 취급을 당한다. 가격도 싸다. 그 싼 가격은 오만둥이의 짧은 생육 기간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오만둥이는 종묘 부착 후 2~3개월이면 다 자라 거둘 수 있다. 미더덕 거두는 기계에서 그물이 통과하는 부위의 높이를 조절하여 오만둥이는 걸려 떨어지게 하고 어린 미더덕이 붙은 그물은 다시 바다에 넣는다. 미더덕은 이듬해 1월부터 수확을 할 수 있지만 이때의 것은 아직 살이 들지 않아 맛이 덜하다. 3월부터 살이 차기 시작하여 4~5월이 최절정의 맛을 낸다. 6월 넘어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미더덕은 죽는다.
미더덕 껍질 벗기는 게 일의 전부이다
 양식장에서 미더덕을 거두는 일은 대체로 쉬웠다. 그물을 당기는 일과 미더덕을 털어내는 일은 기계로 하였다. 어부 한 명이 양식장에 나가 한 시간 만에 서너 명이 10시간 이상 손질을 해야 할 양의 미더덕을 거둔다. 미더덕의 ‘본 작업’은 그 후에 닥친다. 미더덕의 껍질을 벗겨야 하는 것이다. 미더덕은 질긴 섬유질에 싸여 있는데, 이를 칼로 벗겨내는 것이 여간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미더덕이 한 손에 겨우 잡힐 정도로 잘고 또 껍질이 질기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위한 칼을 따로 가지고 있는데, 강철로 만든 것이다. 미더덕의 속살 막을 다치지 않게 껍질을 벗겨야 하므로 칼의 날은 날카로우며 이를 다루는 손놀림은 예사롭지 않다. 속살의 막에 조그만 흠이라도 나면 미더덕은 터지고, 그렇게 터진 미더덕은 가격이 뚝 떨어지니 칼을 든 아주머니들은 고개 한번 돌릴 여유도 없다. 미더덕의 가격은 미더덕의 껍질을 벗기는 인력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였다. 아주머니들이 들이는 품을 생각하면 미더덕이 제 아무리 비싸도 비싼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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