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있었던 일 얘기>
- 2004. 11. 2. 화. 신형호-
퇴근해서 메일함 열어보니
답장이 와 있네.
아들들이 옆에서 극진히 간호하니
이제 곧 완쾌되지 싶구나.
오늘 낮에 있었던 일 얘기해 줄게
11시쯤 규현이한테 점심 같이 먹자고
전화를 했었지.
학교 정문 앞에서
12시 30분쯤 만나기로 하고...
근데 12시 10분쯤 다시 규현이에게서
폰이 왔단다.
지 애인이 점심을 준비한다고 해서
같이 가자고 하더군.
좀 황당했지만 워낙 농담을 잘하는 규현이라
하여튼 따라간다고 했었지.
잠시후 교문 앞에서 규현이 차를 타고 출발
가는 도중에 또 하동환이하고
김갑수한테도 전화하더라.
역시 지 애인이 점심을 준비했는데 같이 먹으로 오라고.
나는 모처럼 4교시 5교시가 비는 시간이라 따라 나섰고.
한 30분쯤 운전해서 간 곳이 학교와는 상당히 먼
어린이 회관 뒷골목으로 가더라.
전에 왔다고 하더니 집을 못 찾아 한참 헤매다가
다시 폰을 해서 찾아간 곳이...
저쪽 편에서 춘석이가 폰을 들고 손을 흔들고 있지 않나...
아이고 애인 어쩌구 저쩌고 하는 게 춘석이었네...
그곳은 춘석이 헬스 단짝친구
윤영옥이라는 애가 경영하는
한방피부미용실이더라.
윤영옥이도 대봉10회 동기란다.
전번에 한번 나오고 그동안
안 나오다가 체육대회 전야제날
춘석이와 같이 나왔단다.
사무실 안쪽에 방도 있고 거기 점심을 차려 놓았더라.
얘기인즉 춘석이가 쇠고기 국을 끓였는데 친구와 먹으려다
마침 규현이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단다.
규현이는 좋다고 또 다른 친구들에게 전화하고 해서...
전에도 몇 번 점심을 해 놓고 불러서 같이 먹은 모양이더라.
춘석이가 워낙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이 좋아서.
그리고 규현이를 다 잘 챙겨주려고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졸지에 한방피부미용실에
남자들이 넷이나 돌아앉아 점심을 먹고 왔었지...
이규현 하동환 김갑수 그리고 나.
좀 있다가 춘석이와 미술 그리는 친구 한 사람이 배추쌈을 가져와서
다시 또 먹고...
수업시간이 바빠 쫓기듯이 다시 학교에 왔지만
정말 이렇게 점심 먹은 것은 내 나고 처음이란다.
처음엔 좀 황당했다만...
그냥 니한테 봉우친구들 얘기라서 들려주는 거란다.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서
열심히 살아가자꾸나.
<마주 본 것 같다>
- 2004. 11. 2. 화. 백장미-
지근거리든 머리도 가라앉고
바삐 움직이던 손도 쉰다.
어둠은 잠깐 사이 몰려 왔고
빠른 시간 당겨 보며 창밖을 본다.
마주 본 것처럼
금방 가는 소식이 신나
머문 듯한 맞은 편 속에
달랑거리며 가 볼 수 있음은
네 감성 어린 글귀가
언제나 마주 본 듯 있어 말이다.
여긴
오랜만에 청명한 날씨가 와서
아들 둘 달고
기분 좋게 걸어 봤다.
좋은 날이 될 것 같아
좋은 것만 생각했다.
사랑하고 사랑하며
사랑하는 날이 되어
남은 날도 더불어 웃을 수 있도록
향기 나는 마음을 가져 본다.
이 밤 자고 나면
아들 녀석 정성 따라 휘익 나았으면 좋겠다.
한 마당 낙엽이 뒹굴고
갈색 소철 미끄럼 타며 낙엽 쓸 생각을 한다.
내일은
한 나절 신나게 운동해야겠다.
낙엽 주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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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중이겠구나.
종소리 들릴 것 같아
교정을 그려 본다.
그 아름답던 효고 정원도 사라지고
마돈나 동산도 사라졌는데
뇌리 속엔
어둠이 더욱 청아하고
안개 자욱하던 새벽 교정만 생각나네.
가을비 우수 같이 오걸랑
좀 더 여린 마음으로 살아 보자.
세월은 가도
남은 것은 가질 수 있는 무한한 마음 있으니
오늘도
기분 좋게 자야지.
반갑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