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8권이나 출간한 친구 덕분에 시를 눈여겨 읽을 기회를 또다시 얻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은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는 괴테를 연상시키듯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고 담백
하게 고백하는 듯한 느낌으로 시를 읽었습니다. 세상을 관조하는 그의 깊은 내면을 거리낌 없이 들어내고
있다고 느끼며 읽게 됩니다.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여운을 남기면서...
어느 때는 사람들의 사악함을 탓하기도 하고...
세월의 무상함을 토로하기도...
코로나19에 강금 당한 우리가 무기수나 다름없지 않은가 반문도 합니다.
누가 무어라 해도 세상의 주인공을 나라고 외치기도 하고...
한없이 깊은 시인의 헤안을 한낮 범부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마는 그래도 달린 눈은 있어 나름 열심히
읽고 감상을 적어 봅니다.
그래도 계절은
코로나19에
줄 잇는 태풍에
여름이 미쳐서 간다
정신 줄 놓지는 마라
아프지만 가을이다.
* 군대 말년에 주고받는 이야기 “거꾸로 매달려도 세월은 간다”가 연상되기도...
보물찾기
가물가물
어디로 갔니
방금 반짝했던
빛나는 한 구절
찾을수록
꼭꼭 숨네
* 밥을 먹다가 좋은 시구가 떠올랐는데 막상 책상에 앉으니 깜깜?
여름, 2020
집구석에 처박힌
개털만도 못한 하루구나
흘러가는 물결 따라잡을
나뭇가지 하나 없구나
내일 같지 않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구나
독거노인
뻔질나게 울려댄다
생사 확인
전화 챙기기도 힘들다
이승길 저승길 사이
전화벨 곡소리
모 기
내 가죽
내 살덩이
아직 쓸 만한가 보네
고맙다
너라도 반겨주니
* 아 시인의 외로움이여!
뗏 목
강 물결 흐르는 대로
물뱀처럼
물줄기 타고
철썩거리는 젓가락 장단
춘심아.
* 젓가락 장단의 춘심아!
언제가 한강 상류에서 뗏목을 만들어 며칠 동안 생사를 걸고 한양까지 오는 떼꾼들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생사를 장담할 수 없어 무사히 도착할 경우 엄청난 성공보수가 떼돈이라는 단어의 유래였다는데,
뗏목이 쉬어가는 곳에는 주막이 있었고, 그곳에서 떼꾼들이 모여 한잔하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춘심이의 팔은야 객주집의 베개요
붉은 애입술은야 놀이터에 술잔일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