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나무를 심기 전부터 밭의 토질을 좋게 하려고 우분을 뿌렸다. 보리와 호밀을 심어서 갈아엎어 놓은 땅은 양분이 좋은지 풀도 잘 자랐다. 지난해 떨어진 풀씨들이 올해도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을 터였다. 겪어봐서 알지만 어릴 때 제거하는 것이 일손을 더는 일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작년 봄이었다. 재작년 겨울에 심었던 복숭아나무에 분홍빛 꽃이 피었다. 복숭아나무는 심고 3년까지는 나무를 키우기 위해 열매를 수확하지 않고 꽃잎을 따준다고 했다. 꽃잎을 따 주면서 보니, 바닥에 올라온 풀들도 초록색 카펫이 펼쳐진 것처럼 깨끗하고 예쁘게 보였다.
여름으로 가면서 자라나는 풀들이 밭의 영양을 다 빨아들일 기세였다. 자잘한 초록으로 예쁘던 명아주, 쇠비름과 엉겅퀴, 쇠뜨기 등 온갖 풀들이 앞다투어 자라고 있었다. 호미를 들고 틈나는 대로 복숭아밭에서 풀을 맸다. 친환경이니 무농약이니 그런 개념 정리도 안 될 때여서 제초제는 무조건 나무와 땅에 좋지 않을 것 같아 농약을 하지 않고 풀을 제거하기로 했다.
농사를 짓겠다고 선언한 남편은 출근하고 평일엔 내가 해야 할 일이 되었고, 주말에도 쉬는 것은 고사하고 남편과 함께 더 많은 일을 하게 되었다. 몇 날 며칠을 덤볐지만, 풀의 세력을 이겨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어느 날 인근의 농부가 풀을 매고 있는 우리를 보고 한마디 했다.
“이 넓은 땅을 호미로 매는 사람은 처음 보았소. 풀은 절대 못 이겨요!”
우리도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예초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남편이 예초기로 밭두둑과 고랑을 베고, 나는 나무 주변의 풀을 호미로 맸다. 일할 때는 몸이 고된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풀을 뽑다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그렇게 일주일을 일했더니 풀이 제거되었다. 그 시원함은 무어라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겨우 아픈 몸이 회복될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3주쯤 있다가 밭을 둘러보니 벌써 풀들이 밭을 점령하고 복숭아나무 키만큼 자라 있었다. 우리가 했던 노력은 온데간데없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했다. 풀들은 보란 듯이 유유히 흔들거리며 우리를 놀리는 것 같았다.
실제로 농사를 짓는 것보다 유튜브로 공부를 더 많이 하는 남편이 제초 기계를 임대해 보자고 했다. 임대사업소에서는 배달을 해주고 사용법도 설명해 주었다. 경운기 앞머리처럼 생겼는데 바닥에 원형으로 칼날이 있었다. 양손으로 눌러 잡아야 해서 힘이 들었다. 물 빠짐을 좋게 하기 위해 두둑을 높게 만들었기 때문에 오르내리는 데 힘이 들었다.
이번에도 복숭아나무 주변은 사람의 손으로 풀을 맬 수밖에 없었다. 동그란 방석을 깔고 쪼그리고 앉아 밭을 매자니 허리, 무릎, 발목, 어깨 할 것 없이 힘들었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얼굴이 벌겋게 타들어 가며 진짜 농부가 되어 갔다. 그렇지만 사흘 만에 제초 작업을 끝마칠 수 있었다.
여름 장마로 비가 며칠 내리더니 풀이 또 몰라보게 자랐다. 제초 기계를 사용하는 농가가 많아져서 임대하기 어려웠지만, 또 한 번 입식 제초 기계로 작업을 마친 남편은 어깨의 통증을 호소했다. 밭에서 일하는 우리를 보고 예의 그 농부가 또 알려 주었다.
“제초 기계가 승용도 있어요. 그게 훨씬 더 편해요!”
임대사업소에 가보니 승용 제초기가 있었다. 승용 제초기는 정말 신기한 물건이었다. 앉아서 작업할 수 있으며 높은 둑도 쑥쑥 올라갔고, 나무 가까이 다가가서 풀을 벨 수도 있었다. 단 하루 만에 일을 다 마칠 수 있었다. 우리도 믿기지 않아서 놀라웠다. 말끔해진 밭을 보며 다시 힘이 났다.
한 계절을 지나고서야 우리는 효과적인 제초 작업 방식을 터득했다. 내년에 풀이 돋아난다고 해도 이제는 겁나지 않는다. 이렇게 쉬운 방법을 두고 생고생을 했던 것을 생각하니 누구한테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일이었다.
일 년에 네 차례 정도 제초 작업을 해야 한다는 복숭아밭을 승용 제초기 덕분에 조금 더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풀일수록 제거하기 훨씬 쉽다는 것을 배웠다. 게으름을 부리면 나중에 더 고생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에게 있는 좋지 않은 습관도 쏙쏙 뽑아낼 수 있을까? 습관이 생활이 되고 생활이 인생이 된다는 말이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있다. 내게도 뽑아냈으면 좋겠는 습관이 있다. 방치하다 커지면 나중에 고치기 더 어렵다. 그렇지만 고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우여곡절을 겪더라고 고쳐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내 인생에 풀이될 요소들은 미리 뽑아내고 거름 진 밭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첫댓글 맞아요!
농촌에도 이제는 수작업에 시간을 쏟지 않고 모든 작업들이 기계화되어 살기좋은 시대이지요!~~^^♡
복숭아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기를고대하면서!~
파이팅!
초보 농군이라 원시적인 방법부터 시작해 고생했습니다. 늘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바쁜 중에 좋은 글 쓰고 올려줘서 잘 읽었어요.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가며 산다는 말이 실감나네요.
그래도 보다 나은 방법이 있다는 건 얼마나 기쁘고 기분좋은 일인가요?
힘 내서 끝까지 목표달성하도록 응원합니다.
회장님! 글로 써 놓고 보니 간단한 것을 온몸으로 땀흘리며 몇날며칠 고생한 생각을 하니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은 까마득한 일입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