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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Merchant of Venice)에 재현된 중상주의 메타포
조 재 희
(경북대학교)
I.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으로 인한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일각에서는 애덤 스미스나 칼 마르크스의 경제사상을 다시 살펴봄으로써 오늘 날의 경제 위기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우리도 나름 창조경제라는 한국식 화두를 접하게 되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창조경제를 일궈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고전의 재해석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해왔다. 역사학자인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이 세계 경제의 중심이 여러 번 뒤집어 지는 전체 메커니즘을 연구하려면 경제의 중심이 형성되고 해체되고 다시 형성되는 과정과 연관 있는 경제 위기를 들여다보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던 바(물질문명103)와 같이 4세기 전의 셰익스피어 극에 재현된 경제상황을 살펴본다면 21세기의 경제 위기 상황에 처한 우리 자신의 입장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모색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특히『베니스의 상인』(Merchant of Venice)(1596)은 16세기와 17세기 초에 발생했던 경제적 사유, 특히 중상주의(重商主義)에서 자본주의로의 중요한 이동을 반영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해주는 데 중요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래브 피터(Grave Peter)는『베니스의 상인』에 내재된 경제적 언어와 사고의 핵심이 많은 경제 비평을 불러일으켰다고 밝히며(111), 마르크 쉘(Marc Shell)은『베니스 상인』이 문학과 경제 간의 상호 연관성이 있는 작품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고 한다(48).『베니스의 상인』은 지금껏 샤일록(Shylock)과 앤토니오(Antonio)의 복수나 고리대금업과 모험이나 윤리와 같은 주제가 주를 이루었다. 지금까지의 『베니스의 상인』선행 연구에서 거론된 경제적 키워드를 언급해보자면 ‘이자’, ‘채권’, ‘채무’, ‘계약’, ‘유산’, ‘무역’, ‘거래’, ‘돈’, ‘가치’ ‘등가 교환’과 같은 단어가 핵심을 이루었다. 국내 셰익스피어 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베니스의 상인』의 경제 흐름의 맥락에서 분석된 주제는 다양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국외에서는 마샤 우드맨시(Martha Woodmansee)가 출간한 『신 경제비평: 문학과 경제학의 교차 연구』(The New Economic Criticism: Studies at the Intersection of Literature and Economics)이후, 셰익스피어 연구 쪽에서도 신-경제비평 기치 아래 집결 되는 연구가들이 많이 등장하게 된다. 대표적인 연구가만 간략하게 언급하겠다. 린다 우드브리지(Linda Woodbridge) 의 『화폐와 셰익스피어의 시대』(Money and the Age of Shakespeare)에서는 많은 경제 주제에 관한 에세이가 편집되어 있으며, 라스 앵글Lars Engle의 『셰익스피어 실용주의: 그의 시대의 시장』(Shakespearean Pragmatism: Market of his Time) (1993)에서 앵글은 셰익스피어의 여러 소네트와 베니스의 상인에 내재된 막연한 거래의 네트워크인 경제를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보는 시각을 피력한다. 「 “절약이 축복”: 베니스의 상인에 나타난 교환과 설명」(“Thrift is Blessing”: Exchange and Explanation in The Merchant of Venice)에서는 교환이라는 경제 메타포를 확인할 수 있다. 필리스 라킨(Phyllis Rackin)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타난 세계무역의 영향」(The Impact of Global Trade in The Merchant of Venice)에서는 국제 모험에 대한 근대초기 경제적 불안을 확인 할 수 있으며, 조나산 질 해리스(Jonathan Gil Harris)는 『병든 경제: 셰익스피어 시대 영국의 드라마, 중상주의 및 질병』(Sick Economies: Drama, Mercantilism and Disease in Shakespeare's England)에서 중상주의 경제 담론 및 초기영국근대의 국제적 경제 교환을 외국의 병원균에 의해 발진한 질병에 비유한 메타포를 분석했다. 이안 맥인즈(Ian MacInnes)는 베니스의 상인에서 무역의 리스크와 위험에 대한 16세기 후반에 나타난 태도의 변화와, 해상보험사업의 부상을 다루고 있다. 마크 네츠로프(Mark Netzloff)는 「납 상자: 자본, 중상주의, 그리고 『베니스의 상인』」(The Lead Casket: Capital, Mercantilism, and The Merchant of Venice)에서 자본주의와 중상주의를 차별화시켜 분석해 놓았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경제 비평의 선행연구를 기본으로 하되, 특히 셰익스피어가 중상주의(重商主義)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 과정에 나타나는 과도기적 경제 특성을 『베니스 상인』에 잘 반영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에 중상주의 경제개념을 간과해서는 되지 않기에 중상주의 경제 메타포 분석을 기존의 국내논문의 경제 분석 주제에 추가함으로써 『베니스의 상인』의 경제 주제에 대한 해석의 다양성을 지향하고자 한다.
II
『베니스의 상인』에서는 중상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 과정에 나타나는 과도기적 경제 특성이 반영되어 있음을 전제로 한다. 『베니스 상인』의 경제적 배경이 중상주의였다는 역사적 맥락은 주지하다시피 중상주의 경제 이데올로기가 셰익스피어시대의 경제관점을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자본주의의 태동에 많은 영향을 주었음은 토마스 먼(Thomas Mun)이나 애덤 스미스(Adam Smith)와 같은 경제학자들이 익히 인정했던 사실과 맞닿아 있다(Lars Magnusson, Mercantilist Economics). 매그누손에 따르면 중상주의(mercantilism, Merkantilismus)용어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국부론』(Wealth of Nations)(1776)에서 사용한 ‘중상주의’(commercial or mercantile system)라는 어구에서 비롯된 것이다(1). 하지만 네츠로프의 주장대로 대부분의 극의 경제적 분석이 자본주의와 중상주의를 융합해서 해석하려는 코헨(Cohen)의 주장을 따르고 있어 극에 재현된 셰익스피어 당대의 경제 담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163).
중상주의 경제관에서의 주요 전제들 중 하나는 금은과 동전의 형태를 띤 물질을 가치와 동등하게 보는 것이다. 이에 국가의 부는,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금·은 등 귀금속의 축적량에 비례한다고 여겨졌다. 이런 탓에 유럽 각국은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는 금을 획득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는데, 우선 식민지에서 금과 은을 채굴하는 식민지 경영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나아가 수출을 장려하고 수입을 억제하여 무역 차액으로 금·은을 유입하려는 무역차액주의 정책을 펼쳤다. 이후 애덤 스미스와 마르크스를 포함한 정치 경제학자들은 그것의 가치를 물질적 가치와 융합하는 데 대해 중상주의를 비판했는데, 이는 가치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데 이바지하는 생산의 사회적 관계와 조건을 인식하지 못했던 외국 교역으로 향한 과도한 관심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요는 중상주의 경제 철학이 국가정책이 교역의 균형을 가져오도록 기능해야하며 국가의 소중한 금은과 동전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면서 국가의 수출을 증강시키려고 노력해야한다는 것이다. 중상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해석과는 달리 윌리엄 그램프(William D. Gramp)는 「중상주의에 대한 이해」(An Appreciation Of Mercantilism)에서 고용이나 총생산량, 및 물가 수준에 대한 중상주의 개념을 재발견하는 새로운 긍정적인 해석을 하게 된다(59-85). 그러므로 중상주의 경제 이데올로기가 경제 개념의 통합된 제도를 대표하진 못했어도 통화 가치, 수출, 그리고 다른 경제적 문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추진한 점에선 국가 경제 건설에 공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럽은 15세기 말엽을 전후로 해서 아메리카와 인도항로가 발견되는 지리혁명을 계기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각각 동양무역과 아메리카무역을 추진함으로써 상업혁명과 가격혁명이 유럽 전역에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상업중심지(교역)가 지중해무역을 대표했던 베니스에서 대서양연안을 대표하는 리스본으로 옮겨진다. 남독일 상업도시(Augsburg)-베니스-브뤼주-한자(Hansa)도시를 연결한 ‘중세의 세계경제’ 관계는 남독일 상업도시-리스본-안트베르펜-런던 및 북부해. 발트해 연안도시를 연결하는 새로운 국제상업 관계로 변화했다(김종현 180-81, Peter Ramsey 47-82). 이러한 16세기의 데덜란드와 리스본-안트베르펜 간의 수송과 교역에 관한 배경은 앤토니오의 친구인 살레리오(Salerio)의 대화 (3.1.2-7)를 통해 극에서도 확인된다.
“노파”의 말에 신뢰를 하던 하지 않던 간에 해리스는 당시 중상주의 무역거래에서 영국 해협에 해당하는 표현인 “좁은 해협”과 여울 “굿윈즈”는 실제로 매우 위험했으며, 셰익스피어가『베니스 상인』을 발표했던 3년 전에 이미 이곳은 상선 사고의 위치로 익히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72). 장소 이외에도 에드워드 미셀덴(Edward Misselden)의 저서 『 상업의 순환』(The Circle of Commerce)에서 “네덜란드로부터의 주요 교역 품은 향료, 실크 ..... ”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의 교역 품목도 알 수 있다. 살레리오가 앤토니오의 우울증을 걱정해 주는 곳에서 “상품을 만재한 나의 앤드류호가 돛대 꼭대기를 모래에 처박고, 무덤에 키스하는 장면을 상상할 거야.”(see my wealthy Andrew docked in sand,/ Vailing her high-top lower than her ribs/ To kiss her burial. 1.1. 26-28) 라든가 “향료 같은 것은 온통 물 바닥에 쏟아질 것이고,/ 파도는 비단옷으로 장식되겠지,”(touching but my gentle vessel's side, Would scatter all her spices on the stream, 1.1.32-33)라는 그의 말에서 리스본-안트베르펜 간 교역 물품이 “향료”나 “비단”이였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중상주의 교역에 주를 이루었던 물품의 메타포 외에도, 중상주의 경제 환경에서 베니스가 무역의 중심지였으며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의 상인들이 모여 활동했던 장소임을 감안해보면당시 외국 상인들에 대한 그곳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안토니오가 샤일록의 집 앞 거리에서 간수에게 붙잡혀 가면서 하는 “외국인들이 베니스에서 갖고 있는 특권이 거부당해 보게. 이 나라 법은 크게 비난당할게 아닌가, 더구나 이 베니스의 무역과 이권은 여러 민족들로 성립되어 있으니 말일세.”(3.3. 26-31)라는 이 말을 통해, 독자나 관객은 영국에서 발생한 런던의 네덜란드 자치구와의 정치적 논쟁 즉, 네덜란드인의 교회 비방(Church Libel) 조직이 형성되기 전에 이를 규제하려는 법안이 상정되었지만 결국 거부되었던 사건을 떠올릴 것이다(Harris 74). 영국은 네덜란드, 프랑스, 및 아일랜드와 교역관계를 유지했으며, 상인들이 안트베르펜에서 뿐 아니라 런던, 사우샘프톤(Southampton)이나 브리스톨(Bristol) 같은 곳에서 스페인과 견실한 관계를 형성하는 가하면 스페인 항구에서 활동하는 영국 소수 그룹의 상인들도 있었다(Ramsey 57). 그러므로 튜더절대왕조(Tudors, 1485-1603)는 국민경제의 형성과 발전을 도모하며 국내공업을 보호육성하고 특권적인 외국상인을 축출시킴으로써 영국 상인이 자주적으로 대외무역에 진출하도록 가능케 하는 노력을 최대한 발휘하였다 (Ramsey 47-82).
특히 교역 상대국이었으며, 영국에 자치구를 형성했던 네덜란드 인에 대한 언급이 극 전반에 자주 나온다. 독일과 선뜻 관계가 있어 보이는 라인(Rhine)지역의 백포도주인"Rhenish"란 단어가 언급된다. 포셔는 구혼자들 중 독일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그 분은 아침에 멀쩡할 때도 고약하지만, 저녁 때 술이 취하면 이만저만 고약하지가 않더구나.”(Very vilely in the morning when he is sober, and/ most vilely in the afternoon when he is drunk. 1.2.83-84)라며 그녀의 선입견을 표현한다. 존 스토이 (John Stowe)의 기록에 따르면 런던 내의 네덜란드 술집에선 백포도주만 팔았다고 하기에(2: 314), "Rhenish"는 런던에 거주했던 네덜란드 인에 대한 메타포로 해석해도 무리는 없는 듯하다.
이렇듯 셰익스피어는 베니스 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존재를 영국 내의 외국인들에 빗대어 표현했으며, 베니스의 상업적 배경을 영국 중상주의에 빗대어 재현해놓았다. 언급했듯이 튜더 왕조는 외국에 대한 경제의존을 줄이고 자국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국가의 소중한 금은과 동전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면서 국가의 수출을 증강시키려고 노력했다. 금은이나 동전이 유출되는 상황을 우려한 내용이 극에서 확인된다. “베니스의 법률에 의하면 만약 외국인이 베니스 시민에 대하여, 간접 또는 직접적인 수단을 써서 그 생명을 위협한 범죄 사실이 명백한 경우에는, 범인 재산의 반은 피해자가 될 번한 피고의 소유가 되고, 다른 반은 국고에 몰수되오.”(4.1. 342-50)장면은 포셔가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베니스의 법률을 밝히는 재판이며,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Shed thou no blood, 4.1. 321)라는 말은 결국 베니스 법의 엄중함을 경고하는 법적 제도의 특성을 외국인들에게 각인 시키는 바이다. 해리스도 “피”를 돈에 대한 메타포로 해석해두었는데, 이 또한 중상주의적 경제관점에서 나온 해석으로 본다(79).
이 극에서 독자나 관객은 외국인으로 인해 금은이나 동전이 유출되거나 고갈되는 점을 우려한 법적 제도를 확인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출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경제 문제도 확인 할 수 있다. 중상주의가 번성하던 시기에, 아메리카로부터의 스페인에 의한 귀금속의 대량유입은 스페인은 물론 더 나아가 전 유럽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선 귀금속이 대량으로 공급된 결과 주화유통이 많아지고, 화폐경제가 보다 급속하게 발달하였다. 통화량의 대증가가 가져온 결과로서 무엇보다 두드러진 현상은 물가가 넓은 범위에서 등귀하고 ‘가격혁명’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16세기를 통해서 물가상승의 요인은 존재하고 있었다. 우선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가 성장하는 속에서 곡물가격과 일반물가가 상승경향을 나타내었다. 화폐악주貨幣惡鑄도 화폐가치를 하락시키고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절대군주는 왕실수입의 증대를 위하여 화폐악주라는 방법을 이용했다 (김종현 186-187). 영국 화폐가치의 하락은 런던과 안트베르펜 간의 환율을 급격하게 떨어지게 해 예로 네덜란드 내의 영국 상인들의 신용을 크게 떨어드렸다(Ramsey 67). 샤일록이 자신의 욕을 하고 다닌다는 앤토니오에게 빈정대면서 하는 말, "이자는 한 푼도 없이 지금 필요하시다면 금액을 구해 드릴 생각이었는데,”(Supply your present wants, and take no doit/ Of usance for my moneys; 1.3.136-37)에서 “doit"는 사실 네덜란드의 가치가 낮은 동전을 의미하는데, 이는 영국동전의 반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 이를 통해 영국 화폐 가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영국 화폐나 네덜란드 화폐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것 외에도 스페인에 유입된 귀금속은 왕실의 채무상환과 수입상품의 대가로 유럽 제국에 재 유출되었던 탓에, 스페인의 가격혁명과 그 여파는 유럽의 사회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Ramsey 117). 물가 상승이 가져온 결과는 사회계층에 따라서 상이하였다. 무엇보다도 물가상승에 의해서 곤란한 조건 하에 놓이게 된 것은 고정적 화폐소득층인 지주와 노동자였다. 영국에서와 같이 관습 내지 장기차지계약에 의해서 고정화폐를 수납한 지주는 매우 곤란하게 되었다. 따라서 그들은 실질소득의 감소로 경제적으로 곤궁하게 되든가 아니면 그에 대처하기 위해서 장기차지계약을 단기차지계약으로 전환하고 고정지대를 경쟁지대로 전환함으로써 지대를 물가상승에 대응시키거나 인클로저를 함으로써 토지의 수익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16세기 영국의 ‘농지혁명(Agrarian Revolutuion)은 이러한 배경에서 전개되었다. 임금상승도 스페인에서와 같은 예외는 있으나 물가상승에 못 미치는 것이 보통이었으므로 일반적으로 노동자의 실질소득은 감소하였다. 귀금속의 증대는 통화의 유통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상업거래를 더욱 활발하게 할 뿐 아니라 금융시장과 투기시장의 발달을 자극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바로 봉건적 지배층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상공업자의 경제적 우위를 가져오는 과정이었다. 이에 귀금속=화폐의 중요성이 더욱 인식되었으며, 그 속에서 유럽 제국은 보다 많은 귀금속의 획득을 목표로 한 중상주의정책을 추구하게 되었다(김종현 188, Ramsey 113-146). 이와 같은 사회현상은 이 극에서 특히 포셔의 구혼자들의 상자 고르기 장면에 잘 압축되어 있기에 그 장면을 통해 중상주의에 기반을 둔 금이나 은, 동에 대한 태도와 그로인한 사회적 변화가 극 중 인물들의 경제 사고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 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그녀의 첫 번째 구혼자인 모로코(Morocco) 왕자가 세 상자에 새겨진 글귀를 보는 장에서부터 살펴보자면 이렇다. “첫 상자는 금 상자이고, 이런 글이 새겨져 있구나. ‘나를 고르는 자는 만인이 소망하는 것을 얻으리라.’ ('Who chooseth me shall gain what many men desire.’) 둘째 것은 은상자, 이런 약속이 쓰여 있군. ‘나를 고른 자는 신분에 응당한 것을 얻으리라.’('Who chooseth me shall get as much as he deserves.') 셋째 상자는 둔한 납, 경고문까지도 무뚝뚝하군. ‘나를 고르는 자는 전 재산을 내놓고 운명을 걸게 되리라.’ ('Who chooseth me must give and hazard all he hath.')”(2.7. 4-9) 모로코 왕자가 보았듯이, 금, 은, 동 세 상자에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새겨져 있다. 모로코 왕자를 위시한 아라곤(Arragon) 왕과 배사니오(Bassanio)는 이러한 상자 고르기 행동을 통해서 자신들의 내면화된 경제관을 표현하게 된다(2. 7. 16-26). 첫 번째 구혼자인 모로코 왕자는 납 상자 고르기를 거부한 후, 자신의 “공평한 손으로” 자신의 “가치를 달아보고자”(2.7.25-26)하는데 그의 이 말에는, 자신의 가치를 물질의 형태로 압축하려는 심리기제가 보인다. 이는 금이나 은이나 동과 같은 물질의 무게를 저울로 달았던 당시의 상업 계량문화를 암시하고 있다. 모로코 왕자는 자신의 판단 능력을 나름 객관화된 계량이라는 수단으로 보여주려는 무의식적 노력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모로코 왕자가 당시 화폐의 형식인 금이나 은이나 동이 평가되는 문화에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주지하듯이 금이나 은 혹은 동전의 형태를 띤 물질을 가치와 동등하게 보는 관점은 중상주의 경제관의 주요 전제들 중 하나이다.
포셔의 청혼자들 중 첫 번째였던 모로코의 왕자는 가치를 물질적 형태로 압축시킴으로써 중상주의적 경제 사고를 표현하려 하지만, 자신감을 잃은 듯, 자신의 가치 기준을 포셔 쪽으로 옮기게 된다. “그러나 아가씨를 얻을 만큼 충분한 것인지?”(yet 'enough'/May not extend so far as to the lady. 2.7.28-9)라는 회의적인 말을 하면서 "세련된 금보다 십분의 일밖에 가치가 없는 은상자 속에 들어 있을까?(Being ten times undervalued tried gold? 2.7.53)라며 망설인다. 결국 그는 “영국에는 천사의 모양을 새긴 금화가 있다는데, 그건 표면에 새겨 있을 뿐이고,/ 여기의 천사는 황금의 침대 속에 누워 있지 않은가, 자 열쇠를 주시오./ 이걸 고르겠소.”(They have in England/ A coin that bears the figure of an angel/ Stamped in gold, but thar's insculped upon;/But here in an angel in a golden bed/ Lies all within. Deliver me the key./ Here do I choose. 2.7.53-60)라며 은상자를 거부하고 금 상자를 선택한다. 그의 말에서 언급되었듯이 “표면에 새겨져 있을 뿐” 인 “금화”가 평가를 제대로 받고 있지 않음을 암시받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셰익스피어 당대의 금화에 대한 부정적 담론을 보여준다. 산드라 피셔Sandra K. Fischer 에 따르면 “tried gold"는 시금석위에 비벼지거나 불에 녹은 금속을 증류시킨 형태이다(80). 앞에서 언급했듯이 근대초기 경제 상황에서 귀금속을 용해시키는 것은 국내 동전의 유통을 막는 수단이기도 했으며, 동전의 무게를 줄이거나 다른 성분을 추가해 동전의 수를 더 늘리려는 화폐악주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만인이 소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스스로 이러한 부를 축적하는 것이다. 비록 그가 가치를 정제된 물질 형식으로 농축시키려하지만 모로코의 말은 근대초기의 가치가 조정가능하면서도 그것의 상품화가 가능하다는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당시 비금속 함량의 화폐가 많아 영국과 거래하는 상인들이 금을 요구하는 사태가 있었음을 감안해보면( Axelrod, 4), 모로코가 포셔의 “mettle"(가치)를 화폐의 형식을 띤 가치와 대조시키며 포셔의 가치를 엘리자베스 이미지가 새겨진 동전의 가치와는 반대로 결정함(Netzloff 163)은 일리가 있다. 이는 천사의 모양을 한 금화가 가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하는 동전의 종류에 들어갔음은 물론 심지어 튜더왕조 때는 그것의 가치가 약간 올라가기까지도 했기 때문이다(Fischer 41). 엘리자베스는 영국 화폐의 가치절하를 미연에 방지하고 1560년 그녀의 개주(화폐)를 단행함으로써 그것의 “본래의” 가치를 회복시킨 바로 칭송은 받았지만 화폐문제를 완전히 근절시키지는 못했다(Malcolm Gaskll, 125). 그러므로 모로코가 포셔의 본질적 가치를 영국 동전의 불안정하면서도 상품화된 형식의 특성과 차별화 시키려는 이유는 바로 중상주의적 사회적 배경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두 번째 구혼자인 아라곤 왕을 살펴보고자 한다. 모로코 왕자가 무게를 재는 동전의 성질을 기본으로 해 금 상자를 선택한 의도와는 달리, 아라곤 왕은 상자에 새겨진 말을 지위와 연관 지워 해석하려 한다. “나를 고르는 자는 전 재산을 다 내놓고 운명을 걸게 되리라.” 라는 동 상자의 문구를 보고선, "모양이 좀 더 아름답지 않고서야, 이런 것에 누가 재산을 다 내놓고 운명을 건단 말이냐.”(You shall look fairer ere I give or hazard. 2. 9. 21)하며 금 상자를 보게 된다. “나를 고르는 자는 만인이 소원하는 것을 얻으리라.”라는 글귀에 “만인이라...만인이라는 것은 아마 어리석은 대중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대중들이란 외관만으로 선택을 하고, 바보 같은 눈이 가리키는 것밖에는 알지 못하고, 내부를 들여다보질 않거든.”(‘What many men desire.' That 'many' may be meant/ By the fool multitude that choose by show,/ Not learning more than the fond eye doth teach,/ Which pries not to th'interior but, like the martlet, 2.9 24-27)하면서 만인이 선택하는 걸 고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후, 마침내 그는 은상자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선택하게 된다. “ '나를 고르는 자는 신분에 응당한 것을 얻으리라.‘ .... 이렇다 할 실력도 없는 주제에 요행을 노리고 영예를 얻으려고 해 봤자 그게 될 말이냐 말이다. 과분한 지위를 탐내서는 안 될 말이지. 정말이지, 신분이니 계급이니 하는 관직은 부당한 수단으로 얻어지지 않아야 할 것이며, 청백한 명예는 당사자의 실력으로만 얻어져야 할 것이 아닌가!.....반대로 지금 세상의 껍질이나 쓰레기 중에서도 얼마나 많은 고귀한 사람들이 나타나 새로운 광채를 띠게 될 것인가!”(2. 9. 35-48) 여기에서 아라곤 왕이 신분 획득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음을 보는 듯하지만, 이는 결국 셰익스피어 시대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앞서 언급 했듯이 물가 상승으로 인한 사회계층의 변화가 다양하게 나타났다. 1540년과 1640년 사이의 귀족들은 물가상승으로 많은 토지를 잃고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했다 한다(Ramsey 122). 반면 지방의 중소지주인 젠트리(gentry)는 새로운 경제적 조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감으로써 토지소유를 확대하였다. 예로 3,300개 매너(manor) 중에서 젠트리의 소유가 80% 달했으며, 젠트리와 함께 부유한 요먼(yeoman)도 경제적 지위에 차이를 두었다. 젠트리와 요먼 집안 간의 결혼이 흔했으며, 요먼은 자식을 교육시켜 사회적 지위를 높이길 희망했다. 중산층의 부상에 기존의 젠틀맨은 분개했다 한다. 하층농민인 허즈번드맨(husbandman)도 농지 변화에 대응해 토지를 소유했다(Ramsey122-139).
이러한 사회 계층 간의 변화에 불만을 품고 아라곤은 “신분이니 관직”은 “실력”으로만 획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라곤의 은상자 선택은 그가 중상주의 경제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패한 많은 귀족의 사고를 반영해주고 있다. 그는 중상주의 사회가 화폐라든가 금이나 은의 “무게"로써 본질적 가치를 보여주고 교환되고 있음을 간과했다. 아라곤은 새로 얻게 된 사회적 특권인 “과분한 지위”를 가장 혹평하는데 이는 교환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그것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라곤이 “신분이니 계급이니 하는 관직”은 “부당한 수단으로 얻어지는 것이 사실인지라” 그런 결과로 나온 사회위계질서를 고귀함을 지닌“새로운 광채”의 인물들에게 맞춰 줄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한다(Netzloff 164).
아라곤은 신분 획득 방법에 대한 부당함 외에도 금 상자를 보면서 당시 “만인”이 외관의 오인으로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대중들이란 외관만으로 선택하고, 바보 같이 눈이 가리키는 것 밖에는 알지 못하고 내부를 들여다보질 않기”때문이라며 그 또한 금의 화폐악주를 비난한다. 가스킬에 따르면, 튜터왕가는 위조화폐나 비금속 화폐, 함량미달 화폐의 제조에 관여한 이들을 처벌하는데 초기엔 관용적이었다 한다(161-199). 정부차원에서 이렇다보니 대중들은 진짜와 위조를 구별할 수 없을 뿐더러 그들의 행동 또한 위조화폐로 부를 축적한 이나 화폐악주를 자행한 이들과 구별되지 않았다. 모로코가 자신의 가치를 물질의 형태로 압축하려는 심리를 보여 “만인이 소망하는” 금 상자를 선택하는 개인적 한계를 보였다면, 아라곤은 왕의 지위에 맞는 “신분에 응당한” 문구가 쓰인 은상자를 고르게 되는 전통적 신분의 한계를 보이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의 선택은 중상주의적 경제 맥락에서 나올법한 선택을 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 구혼자인 배사니오의 상자 고르기 과정을 통해 그의 사고에 내재된 중상주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3.2. 97-10). 스페인의 금 유입으로 영국의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음은 앞에서도 언급되었다. 배사니오가 금을 대하는 태도에도 스페인 금 유입으로 인한 피해의식을 볼 수 있다. 금 상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허식이라는 건 사람을 매우 위험한 바다로 꾀어내는 가짜 해안이요”라며 그는 금이 지닌 위험한 속성을 내비친다. 스페인 금 유입으로 영국 내의 물가인상이 가져온 경제적 문제는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에 의해서도 제기되어졌다(174-5). 배사니오는 금이 가치 창출에 있어서 수익성이 제일 빠르다는 의미에서 “이 교활한 시대가 몸에 지니고 있는 현자를 꾀어 잡는 외관만의 진실이다.”라고 하는데, 네츠로프는 이 표현이 영국이 식민지 정책은 물론 스페인과의 경제를 차별화시키고자 하는 주장의 내용이라 한다(170). 금을 “미다스 왕을 위한 탄탄한 음식”으로 재현시킨 점 또한 스페인 금에 대한 메타포로 해석할 수 있다. 배사니오가 포오셔의 구애를 “황금 양털”(golden fleece 1.1.169-72, 3.2. 241)을 찾는 제이슨(Jason)의 모험으로 비유하는 곳에서 “황금양털”도 스페인이 신대륙에서 찾은 귀금속을 상징하는 메타포이다. 중상주의 제도 하의 스페인에 대한 부정적 메타포는 “상품을 만재한 앤드류호”(Wealthy Andrew 1.1.27)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는 프렌시스 드레이크(Francis Drake)에 의해 1596년에 잡힌 스페인 범선의 이름과 같음은 물론, 같은 해 이 극이 초연되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Netzloff 166).
금 상자를 이렇듯 무시한 배사니오가 은상자를 보면서 하는 말 ,“창백한 낯짝을 하고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천역을 하고 다니는 은도 내게는 필요 없다”(Nor none of thee, thou pale and common drudge/ ’Tween man and man. 3.2.102-104)에서는 은의 대량 유통에 대한 베사니오의 혐오감을 엿 볼 수 있다. 결국 ‘나를 고르는 자는 전 재산을 내놓고 운명을 걸게 되리라.’는 문구가 있는 납 상자를 보면서, “보잘 것 없는 납아, 희망을 약속해 준다기보다는 사람을 위협하고 있는 것 같지만, 네 솔직함이 웅변보다 내 마음을 움직이는 구나.”(thou, thou meagre lead,/ Which rather threaten’st than dost promise aught,/ Thy paleness moves me more than eloquence, 3.2. 104-106)라며 납 상자를 선택한다. 엥글은 배사니오의 선택의 행위가 우선 돈과 상품의 “교환의 역동성”을 뒷받침해주며, 엘리자베스 시대의 중상주의로 활발해진 유통을 통해 성취된 “유통의 속도”에 대한 적합한 행동이라 전한다(“Thrift" 23). 또한 네츠로프는 납상자의 선택은 상실의 가능성을 수반하는 유통의 지속적인 과정에 복종함으로써 나오게 되는 가치의 창조를 강조하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171). 극에서의 자본의 개념은 아직 추상적인 의미에서의 가치를 지닐 뿐, 여전히 중상주의 언어적 메타포에 둘러싸여 있지만, 배사니오의 납상자의 선택 행위는 국제상업을 통한 영국의 상업적 팽창이 금은 보물과 같은 구체화된 형식을 띤 물질의 가치를 축적시킨다는 맥락에서가 아니라 대신 유통이라는 진행과정을 통해 나온 자본의 생산이라는 맥락에서 추구되어야함을 상징한다.
III
지금까지 『베니스 상인』에 재현된 중상주의 영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중상주의는 앞서 언급했듯이 중상주의의 사상적 기조는 중금주의(重金主義, bullionism)에 있다. 중금주의는 금은형태의 화폐를 부의 전형적 형태로 보고 그것을 가능한 한 많이 획득하는 것이 그 나라의 국부와 국력을 증대시키는 방법이라고 보는 사상이기에 금은형태의 화폐야말로 정치권력, 군사력, 국가위신 및 경제적 번영의 주요한 원천이라는 사고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특히 16세기의 유럽은 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지로부터 유입된 금은의 유입으로 자국의 인플레이션은 물론 유럽 전역에 물가상승이라는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셰익스피어는 상업의 중심지였던 베니스를 배경으로 한 『베니스 상인』에서 이러한 중상주의 경제적 현상에 대한 메타포를 보여주었다. 극에서 16세기 데덜란드와의 리스본-안트베르펜 간의 수송과 교역 물품(향료, 비단)에 대한 메타포를 확인했으며, 베니스에 거주한 외국인(네덜란드인)에 대한 메타포, 백포도주인 "Rhenish" 라든가, 베니스 시민의 “피”(돈에 대한 메타포)를 흘려선 안 된다는 내용을 통해 영국에 자치구를 형성했던 네덜란드 인에 대한 부정적인 암시라든가 외국인 의해 국가의 소중한 금은과 동전이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을 우려한 내용을 시사 받는다. 스페인의 귀금속 유입으로 영국 화폐의 가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도 극의 내용에서 가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중상주의 영향으로 인한 사회 현상 외에도 중상주의에 기반을 둔 금이나 은, 동에 대한 태도와 그로인한 사회적 변화가 극 인물들의 경제관에 미친 영향을 포셔의 구혼자들을 중심으로 해 살펴보았다. 모로코가 자신의 가치를 물질의 형태로 압축하려는 심리를 보여 “만인이 소망하는” 금 상자를 선택하지만 아라곤은 왕의 지위에 맞는 “신분에 응당한” 문구가 쓰인 은상자를 선택해 전통적 신분의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스페인 금의 유입이 물가상승, 화폐악주, 및 신분 변화의 문제를 야기 시켰음도 극의 메타포를 통해 암시받는다. 마지막으로 배사니오는 스페인의 금은이 가져다 준 부정적 영향을 함의한 금이나 은상자가 아닌 유통의 가능성을 지닌 동상자를 고르게 된다. 자본의 개념이 여전히 중상주의 언어적 메타포에 남아 있으며, 추상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어도, 결국 이를 통해 관객이나 독자는 중상주의 경제가 교환의 역동을 띤 자본주의로 이동한다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 아메리카와 인도항로가 발견되는 지리혁명을 계기로 상업중심지(교역)가 지중해무역을 대표했던 베니스에서 리스본, 안트베르펜 및 런던으로 이동했음은 세계의 경제 중심지가 계속해서 바뀌는 과정을 의미한다. 셰익스피어는 『베니스 상인』에서 중상주의 경제 배경에서 일어난 경제현상의 변화를 다양한 메타포로 재현하고 중상주의 다음을 이어갈 자본주의의 도래를 독자와 관객으로 하여금 예측할 것을 기대했던 듯하다.
필자는 『베니스 상인』에 관한 기존의 다양한 경제 주제의 논문을 기본으로 해 중상주의라는 경제 메타포에 대한 주제를 서술해봄으로써 경제서로서 인정을 받은『베니스 상인』에 담긴 경제 주제에 또 다른 하나의 해석에 대한 가능성을 비춰주었다. 분석의 범위를 극 인물 전반에 두지 않고 포셔의 구혼자들에게 둔 점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브로델도 주장했듯이 과거의 ‘경제위기를 들여다보는’것은 21세기 우리의 경제문제 해결에 선결조건인 듯싶어, 상자 고르기란 위기의 기로에 선 세 인물들을 선택했다. 극에서 금 은 동을 선택해야 하는 그들의 심리에 투영된 경제적 마인드를 통해 독자나 관객은 중상주의 경제를 특징짓게 되는 내재적 모순과 긴장의 재현을 볼 뿐 아니라 이러한 중상주의 맥락에서의 자본주의의 도래를 재현한 셰익스피어의 경제통찰력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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