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법 제6조(노인의 날 등)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경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매년 10월을 경로의 달로 한다.”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즉 ‘노인의 날’은 1997년 이래 대한민국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보건복지부 공고 제2022-393호(2022년 제26회 노인의 날 정부포상 계획 공고)’를 보면 노인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법의 “사회적 관심과 공경의식을 높이기 위하여”가 공고문에는 다음과 같이 변용되어 있다.
“제26회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나라발전과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다해 오신 어르신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인복지사업 발전에 기여한 개인․시설․단체(기관) 등에 대해 정부포상을 실시하고자 하오니, 노인복지관련 유공자를 적극 추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22년 5월 17일.”
공고문은 ‘나라발전과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다해 오신 어르신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인의 날이 대한민국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다. 좋은 취지이다. 다만 법에는 일관되게 ‘노인’으로 명시되어 있는 데 반해 공고문은 ‘노인’과 ‘어르신’을 혼용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UN은 1990년 빈에서 열린 제45차 유엔총회에서 10월 1일을 ‘세계 노인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기 때문에 하루 뒤인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만들었다.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 된 데에는 1950년 한국전쟁 때 국군이 3‧8선을 지나 북진한 것을 기리는 뜻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3‧8선을 돌파당한 치욕은 어찌할 것인가! 광복군 창설일 등으로 '국군의 날'을 옮기면 될 일을 그것은 그냥 두고 '세계 노인의 날'을 우리나라만 바꿔버렸다. 덕분에 대한민국 노인들은 10월 1일에는 UN 제정 ‘세계 노인의 날’을 즐기고, 그 다음날인 10월 2일에는 대한민국정부 제정 ‘노인의 날’을 만끽하는 ‘이중과세’를 누리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은 노인의 날을 법정공휴일로 격상시키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머잖아 10월 1일 국군의 날, 10월 2일 노인의 날, 10월 3일 개천절, 사흘을 모두 공휴일로 지정하는 일이 생겨날 터이고, 빠르면 2025년에는 10월 1일(수, 국군의 날), 10월 2일(목, 노인의 날), 10월 3일(금, 개천절), 10월 4일(토), 10월 5일(일), 10월 6일(월, 추석), 10월 7일(화, 추석 연휴), 10월 8일(수, 대체공휴일), 10월 9일(목, 한글날)로 이어지는 9일짜리 연휴가 이어질 테고, 잔머리를 부지런히 굴리는 학교와 회사 등에서는 갑자기 개교기념일이나 창사기념일을 10월 10일(금)로 옮겨서 11일(토), 12일(일)까지 아우르는 12일짜리 대규모 연휴를 만들어낼 것이다. "아, 아, 대한민국!(대중가요의 가사)"이라는 찬사가 저절로 쏟아질 선정(!)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어서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기면 고령 사회, 20%를 뛰어넘으면 초고령 사회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2025년 이래 초고령 사회가 되고, 2035년이면 노인 인구 비율이 30%, 2050년이면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벌써 “실버 문학” 운운하면서 언론기관 등이 ‘노인 장사’를 하고 있고, 문인협회 신입 회원 대부분이 정년 퇴직자들인데, 그때쯤이면 더욱 대단할 것이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전체 구성원의 절반을 넘어서고, 문인활동을 하는 ‘어르신’이 문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미래, 앞길이 ‘밤길(이태준의 소설 제목)’이다.
이 글은 현진건학교가 펴내는 월간 '빼앗긴 고향'에 수록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투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