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개봉이지만 오래전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를 보며 감명을 받았던 소수 팬들에게는 굉장히 의미있는 만남이 될 것 같다. 나 역시 오토모 가쓰히로의 <아키라>에 열광하던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래도 난 <왕립우주군…>이 더 좋아’라며 수줍게 얘기했던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왕립우주군…>은 반다이의 영상사업 진출의 첫 번째 작품으로 가이낙스를 설립, 제작된 대작 애니메이션이다. 당시 8억엔이라는 대자본을 투입, 극영화를 방불케 하는 섬세한 작화와 NASA 견학까지 하며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친 사실적인 묘사(로켓 발사 과정은 지금 보기에도 경이로운 수준이다)로 주목을 끌었다.
<왕립우주군…>은 우주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막연한 꿈을 향해 질주하는 젊은이들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 시로츠크가 서서히 꿈과 열정을 안고 존재의 의미를 깨우치며 변화하는 과정이 뭉클하게 그려진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왕립우주군…>은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상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밋밋한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작임에도 스펙터클한 액션도 없고, 그렇다고 눈이 돌아갈 만한 컴퓨터그래픽의 시각적 성찬마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왕립우주군…>은 긴 여운을 남긴다. 꿈을 가진다는 것,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순수한 열정의 발산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느리지만 진중한 드라마를 통해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왕립우주군…>은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더해진다. 보기 드물게 대자본에 짓눌리지 않은 이야기와 젊은 인력들의 뜨거운 열정이 한컷 한컷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