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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울 중 앙 지 방 법 원
제 2 5 민 사 부
판 결
사 건 2005가합79818 손해배상(기)
원 고 박철언
피 고 1. 주식회사 문화방송
2. 내지 7.
변 론 종 결 2007. 5. 16.
판 결 선 고 2007. 6. 20.
주 문
1.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5. 8. 27.부터 2007.
6. 2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
을 지급하라.
2. 가.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은 이 판결이 확정된 후 최초로 방송되는 토요일 오후
9:40경 드라마 시작 직전에, 화면 상단에 통상의 뉴스 보도의 제목과 같은 글자
크기로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을 계속 표시하고, 그 아래 화면에는 통상의 뉴
스 보도와 같은 글자 크기로 별지1 ‘정정보도문’ 기재 내용을 시청자들이 그 내
용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표시하면서, 진행자로 하여금 위 기재 내용
을 통상의 뉴스보도 진행속도보다 빠르지 않게 낭독하는 방식으로 1회 방송하라.
나. 만약 위 피고가 위 가항 기재 기간 안에 위 가항 기재 사항을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위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기간 만료일 다음날부터 이행 완료일까지 매일
1,00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4/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5.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 구 취 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1,0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05. 8. 27.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은 이 판결이 확정된 후 최초로 방송되는
‘MBC 뉴스데스크’ 프로그램 말미의, 화면상단에 ‘정정보도문’이라는 제목을 통상의 뉴
스보도 제목과 같은 크기의 글씨로 계속 표시하고, 그 아래 화면에는 별지2 ‘정정보도
요구문’ 기재 내용을 시청자들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표시하면서 진행자로 하여금
위 기재내용을 원래의 뉴스 진행속도보다 빠르지 않게 낭독하라. 만약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은 원고에게 위
기간 만료 다음날부터 이행 완료일까지 매일 각 1,00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
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라고 한다)에 의한
일명 ‘여간첩 수지 김 조작사건(이하 ’수지 김 사건‘이라고 한다)’ 발생 당시 안기부장
제2특별보좌관이었고,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이하 ‘문화방송’이라고 한다)은 2005. 4.
23.부터 2005. 9. 11.까지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40분경 총 41회에 걸쳐 ‘제5공화국’
이라는 제목의 드라마(이하 ‘이 사건 드라마’라고 한다)를 방영한 방송사인데, 나머지
피고들은 제작본부장, 드라마국장 등의 직책으로 그 제작에 참여하였다.
나. 이 사건 드라마 36회에서 문제되는 방송내용
피고 문화방송은 2005. 8. 27. ‘여간첩 수지 김 조작사건’이라는 소제목으로 이 사건
드라마 36회분을 방송(이하 ‘이 사건 방송’이라고 한다)하였는데, 위 방송분에서 원고가
문제 삼고 있는 장면들은 다음과 같다.
(1) 장면 27(안기부장실) : 장세동 이학봉 박철언(안기부장 특별보좌관)이 얘기중
- 박철언 기자회견은 8일 아침 9시로 잡았습니다. 미국 일본 등 싱가폴에
있는 각국 주재기자들한테 다 연락을 취했답니다.
- 장세동 잘됐구만. 이번 사건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
게 됐어.
이차장, 김옥분에 대해서는 알아봤어?
- 이학봉 충북 충주 출신인데, 1남 6녀중 둘째 딸이랍니다. 현재 아버지는
죽고, 오빠와 어머니, 여동생들이 같이 살고 있답니다.
- 장세동 (듣고 있다)
- 이학봉 서울로 올라와서는 공장에서 일도 하고 버스안내양도 한 모양인
데, 나중엔 술집에를 나갔고 일본에서 호스티스생활도 좀 한 모
양입니다.
암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돈 벌려고 여자로서 할 수 있는 일
은 다 한 거 같십니다.
- 장세동 그러면 일본에 있을 때 조총련하고 연결된 거 아냐?
- 이학봉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홍콩으로 갈 때는 홍콩인하고 위장
결혼을 해서 나간 것으로 밝혀졌십니다.
- 장세동 (고개 끄덕) 대충 그림이 나오는구만! 박보좌관, 기자회견 차질
없도록 해.
- 박철언 예. 모든 조치가 완벽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2) 장면 29(안기부장실) : 장세동, 방안을 서성대고 있고 이학봉과 박철언은 침통하
게 앉아 있다.
- 이학봉 이거 어쩌지요? 벌써 각하께 보고를 올렸는데.
- 장세동 외무부 자식들, 도대체 무슨 일처리를 이딴 식으로 해! 사기꾼의
거짓말에 놀아나서 안기부를 발칵 뒤집어놓는 게 말이 되냔 말이
야!
- 박철언 부장님, 당장은 기자회견이 문젭니다.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 5 -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합니다.
- 장세동 취소시켜야지, 별 수 없잖아!
- 이학봉 각하께 먼저 보고를 해야 되지 않겠십니까?
- 장세동 (고민) 아 참, 미치겠구만!
(3) 장면 34(안기부장실) : 장세동, 이학봉과 박철언에게 지시를 내린다.
- 장세동 기자회견을 계획대로 진행한다.
- 이학봉 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장세동 각하의 허락이 떨어졌어. 지금부터 공작을 진행할 테니까, 박보좌
관은 나가서 국제1국장 들어오라고 해.
- 박철언 예. 알겠습니다. (나가고)
- 이학봉 장선배, 정말 괜찮겠십니까?
- 장세동 위기는 뒤집으면 기회가 될 수도 있어.
- 이학봉 그러면 망명이 아니라 납북으로 한다 말이지요?
- 장세동 미모의 여간첩 수지 김 납북미수사건, 어때?
- 이학봉 (고개 끄덕이며) 듣고 보이 그럴 듯하네요.
- 장세동 북한에서 가만있지 않을 거야. 해외공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자네도 날 도와야겠어!
- 이학봉 예. 알겠습니다.
(노크소리)
- 장세동 들어와.
(4) 장면 43(노태우의 집 서재/밤) : 노태우, 서류봉투 안에 들었던 문건을 꺼내 살
피고 있다.
- 박철언 아직 완성된 건 아니지만, 앞으로 이런 틀로 진행될 겁니다. 보시
라고 잠깐 들고 나왔습니다.
- 노태우 (문건을 보며) 음...! 이런 음모를 꾸미느라고 나를 빼놨구만!
(문건을 봉투 속에 넣고) 그런데 이래도 되겠나? 뒷탈이 없겠느냐
말이다.
- 박철언 현재 상황을 봐서는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원래 안기부는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간첩조작사건을 만들어 내지
않았습니까?
- 노태우 그래도 그렇지. 이번에는 아내가 남편을 납북시킬라꼬 캤다는 거
아이가?
- 박철언 장실장이 그것 때문에 매력을 느낀 것 같습니다.
1차 대전 당시 여간첩 마타하리가 프랑스 정보국의 조작으로 독
일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여성이 간첩이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상당히 자극적인 이야
기 아닙니까? 아마 사회적인 파장은 금강산댐 못지 않을 겁니다.
- 노태우 하지만도... 생사람을 간첩으로 만든다이!... 이기 들통이 나마 결
국은 마 정권에 족쇄가 되는 기야. 내사 마, 이래 막 나가도 되나
싶다!
- 박철언 형님, 이미 결정난 일입니다. 형님께서는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
다.
- 노태우 뒷탈이 없어야 할낀데 마!...
(5) 장면 58(한정식집) : 노태우와 박철언,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중,
- 노태우 요세 장세동이를 세간에서 남산의 대통령이라고 부른다면서?
- 박철언 예, 뭐 그런 소문이 있나 봅니다.
- 노태우 장세동이 이 문디 자슥! 마 식욕이 뚝 떨어지네. (숟가락 놔버린
다)
수지김 사건이다 뭐다 해서 지가 정국을 뒤흔드는 것 같아 아주
기고만장 해 있는 눈치야. 이번 사건을 잘 해결하마 각하의 신임
이 더 커질끼고...
이 자슥한테 마 물을 한번 믹이뿌야 될낀데...!
- 박철언 장부장이 없었다면 개헌정국을 쉽게 헤쳐 나갈 수 있었겠습니까?
다 형님의 대권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려니 생각하시고 맘을 편
히 가지십시오.
- 노태우 음...! (벼른다)
(6) 장면 60(안기부장실) : 장세동, 이학봉 박철언 정주년 등을 앞에 높고 지시를 내
리고 있다.
- 장세동 본 사건과 관련하여, 해외 및 북괴가 문제점을 거론치 않고, 국내
정치문제, 88올림픽 등의 행사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관심
이 희박해졌을 때 방임관리를 하기로 결정한다.
다. ‘수지 김 사건’의 진상
(1) 윤태식은 1987. 1. 3. 홍콩에서 그의 처 김옥분(일명 수지 김)을 살해한 뒤 처벌
을 면하기 위하여 싱가포르 주재 북한대사관을 통하여 월북을 기도하였으나 실패하고,
이후 미국 및 한국대사관을 거쳐 안기부로 신병이 인도되었다.
(2) 당시 안기부장 장세동은 안기부 직원의 첩보를 통하여 윤태식의 월북기도 사실
을 인지하고도, 안기부 해외공작국장에게 지시하여 1987. 1. 8. 방콕에서 윤태식으로
하여금 ‘동거하던 북한공작원 김옥분과 조총련계 공작원에 의하여 납북될 뻔하였다’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하게하고, 1987. 1. 9. 윤태식을 입국시켜 김포공항에서 같은 내용
으로 기자회견을 하게 하였다.
(3) 윤태식은 기자회견 후 안기부 대공수사국에 인계되어 신문을 받던 중 김옥분을
살해한 사실과 월북기도 사실을 자백하였고, 이에 대공수사국장은 위 자백사실을 장세
동에게 보고하였으나, 장세동은 대공수사국장에게 지시하여 ‘북한공작원 김옥분이 윤태
식을 납북하려 하였으나 윤태식의 거부로 실패하였고, 북한은 민간인 납북에 따른 책
임을 면하고자 증거를 인멸하기 위하여 김옥분을 살해하였다’는 내용의 시나리오를 작
성하게 하고, 이에 따라 김옥분 살해 사건을 은폐하였다.
(4) 장세동은 1987. 4.경 윤태식을 석방할 때까지 위와 같은 시나리오에 따라 윤태
식을 세뇌하도록 지시하고, 석방 후에도 안기부 대공수사국 직원들로 하여금 윤태식을
관리, 감시하게 하였다.
(5) 이후 김옥분의 유족들은 2000. 3. 9. 윤태식을 살인혐의로 고소하였고, 이에 서
울지방검찰청은 2001. 11. 13.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윤태식을 살인죄 등으로 기소하였
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윤태식에게 징역 18년을,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윤태식에게
징역 15년 6월을 각 선고하였고, 위 판결에 대하여 윤태식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6) 김옥분의 유족들은 2002. 5. 24.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한민국과 윤태식을 상대
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03. 8. 14.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총 42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
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7호증의 1 내지 6, 을 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피고들에 의하여 제작, 방영된 이 사건 방송은 원고가 안기부 재직 당시 발생한
‘수지 김 사건’에 관여한 것처럼 묘사함으로써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
손하였는바,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위자료 10
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또한 피고 문화방송은 민법 제764조에 따라 명예회복을 위한 적당한 처분으로
서 별지2 기재 ‘정정보도 요구문’을 방송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들의 주장
이 사건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허구가 결합된 이른바 픽션
의 장르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방송이 원고에 대한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의 사실을 담고 있지도 않으며,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방송은 공익성 및 진실성 또는 상당성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된다.
3. 금원청구에 관한 판단
가.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
일반적으로 특정인에 관한 드라마가 방송되는 경우에 있어서 시청자들이 그 드라마
에서 묘사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고, 그 드라마의 내용에 특정인의 명예를 훼
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 비록 그 형식이 다소의 허구적인 내용이 포함될 수밖
에 없는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책임에서 면책된다고 볼 수 없으며, 특히 그 드
라마가 현재 생존해 있는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논픽션의 성격을 가진 드라마일 경우
에는 시청자들에게 그 내용이 이미 존재하였던 역사적 사실과 일치하리라는 인식을 심
어주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 할 것이므로 픽션드라마보다 그 명예훼손책임이 가중된다
고 할 것이다{피고들은 이 사건 드라마의 성격을 사실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작가의
상상력이 추가된 팩션(faction = fact + fition)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 사건 드라마
가 제5공화국 당시에 발생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과 그에 관여된 실존 인물들을 다루
고 있는 이상 논픽션의 성격을 상당부분 가진 드라마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방송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그 방송의 객관적인 내용뿐
만 아니라 일반의 시청자가 그 방송을 접하는 방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방송이
시청자에게 부여하는 인상도 판단기준이 되어야 할 것인 바, 앞에서 본 문제의 장면들
을 전체적, 종합적으로(문제되는 장면을 분리하여 각 장면의 명예훼손 여부를 별도로
판단함은 부적절해 보인다) 살펴보면, 이 사건 방송은 안기부에 의하여 윤태식의 살인
사건이 간첩사건으로 조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원고가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 조
작사건을 묵인한데서 나아가 협조까지 하였는데, 위와 같은 협조는 위 조작사건을 통
하여 노태우의 대권도전을 위한 개헌정국의 타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원고의 숨
은 의도에서 나온 것이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원고가 살인의 희생
자를 간첩으로 몬 정치공작행위에 협조하는 등으로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
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으므로, 이 사건 방송으로 인하여
원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현저하게 훼손되었음이 명백하다 할 것인바, 피고들은 이
사건 방송을 제작, 방영함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금전으로나마 배상
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나. 위법성 조각 여부
(1) 일반론
언론매체가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훼손적 보도를 한 경우에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
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는 경우에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인데, 이러한 위법성 조
각사유가 언론매체의 보도에 제한적으로 적용될 이유는 없고, 역사적 사건이나 실존인
물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제작, 방영에는 기본적으로 허구를 전제로 한 일반 드라마에
비하여 가능한 한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언론기
관의 보도와 유사한 측면이 있으므로, 드라마로 인한 명예훼손의 책임 유무를 판단함
에 있어서도 위 위법성 조각사유에 정한 기준이 일응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그러나 드
라마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드라마 내용의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 공익성은 실질적
으로 별도의 고려대상이 될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드라마의
전개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었는지 여부의 개념으로도 생각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 공익성
이 사건 드라마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재조명함으로써 단순한 흥미를 넘어 시
청자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선도하고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기능을 사실상 담당하고 있어 어느 정도의 공익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나아가 원
고가 ‘수지 김 사건’의 발생 무렵 안기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고, 제5공화국
당시 안기부에 의해 조작된 ‘수지 김 사건’의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이 사건 드라마의
제작자가 위 드라마의 전개를 위하여 원고와 ‘수지 김 사건’의 관련성에 대하여 고민하
고 이를 다룰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필요성 측면도 아울러 고려해 본다면 이 사건
방송은 언론매체의 보도에 있어 위법성 판단의 한 기준인 공익성 요건은 충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진실성 및 상당성
① 진실성
을 4 내지 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 이 사건 방송내용을 진실하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② 상당성
방송 등 언론매체의 명예훼손행위와 관련하여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
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방송 등이 신속성이 요청되는 것
인가, 그 방송 등의 자료가 믿을 만한가, 피해자와의 대면 등 진실확인이 용이한가 하
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재조명
논픽션의 성격을 가진 드라마에 있어서는 일반의 청취자 등이 그 내용을 사
실이라고 받아들이기가 쉬운 반면에 신속성의 요청은 일반 보도에 비하여 그다지 크다
고 할 수가 없으므로, 그러한 내용을 방송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풍문이나 억측이 아닌
신빙성 있는 자료에 의거하여야 할 필요성이 보다 크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다른 특
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방송의 기초가 되는 그 자료내용의 진위를 당사자 본인이나 그
주변인물을 통하여 확인하는 등의 충분한 조사활동을 사전에 거침이 마땅하다 할 것이
어서, 이러한 확인 내지 조사활동을 거치지 아니한 채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드라마
를 그대로 방송하였다면 방송사 측에서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하더라도 그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들은 앞에서 든 을 4 내지 7호증의 각 기재와 원
고가 당시 안기부장의 특별보좌관으로 재직하고 있었던 점, ‘수지 김 사건’은 그 중요
도를 고려할 때 안기부의 전 부처가 총체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상당성
의 근거를 들고 있으나, 앞서 본 드라마에 있어서 상당성 판단의 법리를 감안하면 위
각 증거와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이 이 사건 방송의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음
에 있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오히려, 갑 8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드라마의 극본을 집필한 000는 수사과정에서 원고의 당시 안기부에서 지위로
보아 ‘수지 김 사건’을 모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하에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 사건
방송의 대본을 쓴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이 사건 방송의 위법성이 조각된다
는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손해배상의 범위
(1) 그렇다면 이 사건 방송은 위법하게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
고들은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2) 나아가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방송의 내용 및 방영시간, 그
표현방법, 이 사건 드라마의 제작의도 및 사회적 영향력, 원고의 사회적 지위 및 그에
대한 평가, 재판과정에서 나타난 피고들의 태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
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들이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는 2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
다.
4. 정정보도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정정보도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방송으로 인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피고 문화방
송은 민법 제764조에 따라 원고의 명예회복을 위한 적당한 처분으로서 정정보도문을
방송할 의무가 있고, 나아가 정정보도문의 크기, 내용 및 방송 방법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방송이 방영된 시간 및 그 내용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
합하여 보면, 피고 문화방송은 이 판결이 확정된 후 최초로 방송되는 토요일 오후
9:40경 드라마 시작 직전에, 화면 상단에 통상의 뉴스 보도의 제목과 같은 글자 크기
로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을 계속 표시하고, 그 아래 화면에는 통상의 뉴스 보도와
같은 글자 크기로 별지1 ‘정정보도문’ 기재 내용을 시청자들이 그 내용을 충분히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표시하면서, 진행자로 하여금 위 기재 내용을 통상의 뉴스보도 진
행속도보다 빠르지 않게 낭독하는 방식으로 1회 방송하도록 정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
고, 원고의 이 부분 청구 중 위에서 인용하는 내용을 넘어서는 부분은 받아들이지 아
니한다.
나. 간접강제
한편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해 보면, 피고 문화방송이 이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단기간 내에 위에서 본 작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개연성이 있고,
원고의 사회적 지위에 비추어 조속한 명예회복의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만약 피고 문
화방송이 위 기간 안에 위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피고 문화방송은 원고에게 위
기간 만료일 다음날부터 이행 완료일까지 매일 각 1,00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게 함이 상당하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자료 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방송의 방영일인 2005. 8. 27.부터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
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07. 6. 20.까지는 민법에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
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
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피고 문화방송은 위와 같은 정정보도를 하고, 이를 이행
하지 아니하는 경우 원고에게 위와 같이 간접강제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
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
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재판장 판사 한창호 판사 노태홍 판사 이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