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지내기도 힘든 이 무더운 여름철에 더군다나 욕이야기를 꺼내게 됨을 용서하시라.
세상에는 욕을 하라고 해도 죽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얼마 전 우리 식구가 된 ㅎ할머니는 욕이 생활화되어 입만 뻥긋하면 연발로 욕을 쏘아댄다. 독자들이여, 다시 한 번 용서하시라. 속된 욕을 그대로 표현한 것을…. 옘병할년, 쌔빠질년, 미친년, 망할년, 문둥이같은년, 지미씨발년, 씨버갈년, 지미헐년. 할머니의 욕 종류는 다양하기도 하다. 그래도 직원들은 할머니가 밉지가 않단다. 오히려 예쁘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할머니는 욕을 따발총 쏘듯이 그렇게 하면서도 저희들에게 늘 인정스럽고 살갑게 대해주셔요.”
할머니에 대한 찬조발언이 이어졌다.
“식사 때나 간식 때 ‘맛있응께 너도 먹어봐라. 같이 먹자.’ 그러다가 씩 웃으면서 ‘옘병할년아.’ 하고 또 욕을 해요.”
“‘저 저 저년 좀 봐라. 앗따~ 저년 일 참 잘허겄다. 등치좀 보소.’ 하면서 인사를 건네기도 해요.”
욕하고 관련해서 31년 전 이곳에서 살았던 ㄱ할아버지가 문득 생각이 난다. 6.25 참전 육군상사였으며 토수였던 할아버지는 천성이 순진하고 부지런하였다. 그런데 하루는 할아버지가 여러 할머니를 상대로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떼로 달라드는 할머니들에게 끝없이 밀리자 마침내 욕대포 한방을 날려버렸다.
“서방 잡아먹고 온 년들아!”
갑자기 일격을 당한 할머니들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리고 있었다.
“서방 잡아먹는 것 봤냐? 봤어?”
그러고 나서 며칠 후 따뜻했던 어느 봄 날 경로원의 오래된 담장에 시멘트 덧입히는 일을 할아버지가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보조역을 하던 중 “할아버지정도로 욕을 하려면 얼마동안이나 배우면 될까요?” 이렇게 여쭈어 보았더니 할아버지는 농담으로 알아듣지를 못한 듯 얼굴이 좀 붉어지며 “에이! 그게 뭐 좋은 거라고 배울라고 그러시오? 헤헤헤. 배울 필요 없어요.”라고 대답하였다.
31년 전 ㄱ할아버지에게 했던 질문을 똑같이 ㅎ할머니에게도 해보면 뭐라고 대답하실까가 궁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고가 들어왔다.
“그렇게 여쭈어 보았더니 ‘지랄하고 자빠졌네. 옘병할년.’ 그러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