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쳐서 사랑하는 배우자와 함께 지인들과 더불어
순대국에 맛있는 순대에 쐬주 한잔 걸치고 들어와 앉았답니다.
언제부턴가 제 몸에 곰팡이가 서식하고 있어 발가락이
근질근질 하더니 급기야 으아~~~ 손까지 타고와
안필수피부과(아이고!! 특정적 상호를 들먹여..자막처리 합니다요.ㅎㅎㅎ)를
다니는데 곰팡이와 술은 적이니 먹지 말라 했거늘
그래도 어쩔까나~~!! 알코올이 생각나는걸. 어이하나...어이하나...
잠시 오늘 하루를 더듬어 봅니다.
외방선교 미사가 있는 아침에 다른 날보다 조금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며 성당을 향했습니다.
도착하니 10시04분
늦었다는 미안한 마음에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뒷자리에 살며시
앉아야 겠다고 생각하고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는데
정작 외방신부님의 목소리가 들리는게 아니라 우리 해설단의
스테파니아 자매님 묵주기도가 귓전을 때리는게 아닌가?
"엥?...내가 시간을 잘못 본거구나..후유~~!!"
안일한 생각과 함께 성당을 들어서니 일부 신자들의
걱정어린 표정들과 안절부절 못하고 애태우고 있는
지구장이신 스텔라 단장님의 모습이 눈 앞에 들어왔습니다.
10여분 미사에 늦어지신다는 외방신부님의 말씀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러니 책임을 맡고 계신 스텔라 단장님은 당연히 좌불안석 이셨을겁니다.
제대방에 대기하고 계신 주임신부님의 불호령이 떨어질까봐
동동동 발만 구르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있는데 먼 발치에서
외방신부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와!!!~~~~ "
반가움과 미움이 교차되는 순간.
우리가 어린아이를 잃어 버렸을때 그걱정은 말로 할수가 없지만
정작 사랑하는 아이가 우리앞에 모습을 들어 냈을때
찾았다는 안도감과 놀래킨 미움이 있는것 처럼
신부님 역시 허겁지겁 제대방으로 뛰어 들어가셨습니다.
평소보다 20여분 늦게 진행된 미사에
외방신부님의 평소 위풍당당하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잘못을 잔뜩 하고 벌을 받는 주눅들은 아이처럼
신부님의 억양은 힘이 없으셨습니다.
강론 시간에 신부님의 변론은 시작되었습니다.
오시기전 수녀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아
약속시간이 조금 어긋 나셨던 모양입니다.
전철을 타고 오시다
마음이 급해지자 반월에서 내려 택시를 갈아 타셨는데
신부님과 수녀님의 마음을 알리 없는 택시 기사는
급기야 합승까지 하더랍니다.
그러나 어찌하겠습니까?
천주교 신부님, 수녀님이라는 타이틀이 있기에
합승 킨다고 뭐라 하실수도 없는 입장이셨을 겁니다.
왜냐면 사랑과 겸손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전달 하시는 분들이니, "동동동...동동동" 애타게 발만
구르셨을 두분을 생각하니 왠지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말씀'이 더 죽입니다.
마태오복음에 "너희는 뱀같이 슬기롭고 비들기처럼 양순해야 한다"는
10 장 17절의 말씀이 있습니다. '
신부님께서 뱀처럼 슬기롭게 대처한다고
머리를 굴려 전철을 타다 택시로 갈아 탔건만
오히려 시간이 더 늦어 낭패를 보셨다며
잔꾀를 부리지 말자는 강론 때문에
저...소리없이 웃느라 죽을뻔 했답니다.
처음부터 미사가 차질이 있더니 엉키기 시작합니다.
잘 하던 해설이 삐끗하는데, 그럴때 마다 뒷자리에 앉아 있던
신자들 동시에 저를 쳐다 봅니다
"헉~~!!"
"아니 우짜라고... 걍 넘어갑시다" 표현은 하지 못한채
속으로 삼키면서 마냥 웃음으로 답변합니다.
잘 나가던 수도 배관에 이물질이 끼여 막힌것처럼
갑자기 미사에 차질이 생기면 저희 해설단 역시 힘이 든다는거
우리 해설단 여러분은 잘 아실것입니다.
이럴때 마다 이마에 맺히는 송글송글한 땀과
등뒤를 타고 내려오는 물방울들...
이런 시간을 보낸 오늘 하루 저는 또 귀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남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는것"
"나의 실수를 남이 감싸줄때 나도 남의 실수를 이해 할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내가 속해 있는 단체의 실수가 있으면 남의 단체의 실수도 서로서로 인정해 주고
이해해 준다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겠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신앙 안에서 감싸주고 보듬아 주면서
위로 해주고 격려해 줘야 힘을 얻고, 용서하므로써 사랑을 키우는 것이기에 말입니다.
미사를 끝내고 나오면서 수녀님께
"수녀님 다음에 오실땐 전철 한가지만 타고 오세요~~!!"
아이고!! .....(수녀님 무안 줄려고 한 말이 아닌데)
순진하신 수녀님,얼굴이 빨개 지시면서 "그러게요~~ 택시타면 빠를줄 알았는데..."
암튼 진땀나는 미사였지만 교훈도 얻고
마지막엔 마냥 서로 웃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한마디 덧 붙인다면
어쩜 요새 우리 해설단 군기 잡느라 순발력 교육 시키는것 같아요.
해설단 여러분!! 날도 더워 땀이 많이 나는 계절인데
업그레이 되어 진땀을 빼야 하는 시간들...
우리 모두 열심히 기도하고 준비합시다.
사랑합니다....
첫댓글 순리대로 풀어가야 한다는 신부님의 말씀이 공감이 되었죠. 사비나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좋은말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