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어업체 '내우외환'
-강성노조 변한 한국타이어
-53년 무분규 끝 파업안 가결
-금호타이어는 8일째 파업중
-양사 모두 임금 인상이 핵심
-넥센타이어, 불똥 튈까 고심
중국산 저사 타이어의 공세와 엔.유로화 약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타이어 3사가 설상가상으로 파업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며 내우에 신음하고 있다.
업계 1위 한국타이어노조는 지난 21~23일 진행된 파업 찬반 투표에서 86.3%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노조 설립 53년만에 첫 파업이 된다. 금호타이어노조도 24일까지 8일째 전면 파업을 하고 있어 국내 타이어 업계의 양대 기업 동반 파업 가능성도 있다. 노사 임금 협상 중인 넥센타이어노조에 불똥이 튈지 주목된다.
국내 타이어업계는 최근 일본. 유럽같은 선진국 기업들과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 사이에 낀 처지에 놓여있다. 중국 시장은 성장률 자체가 둔화되는 데다 토종 기업들의 저가 판매 공세로 판매량과 수익이 줄고 있다. 우리 타이어업계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 정도다.
중국 바깥 지역에서는 일본. 유럽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 세계 1위인 일본 브리지스톤과 1위인 스랑스 미쉐린 등이 엔.유로화 약세로 인해 높아진 가격 경쟁력을 등에 업고 판매 공세를 펴고 있는 탓이다.
이런 이유로 원재료(고무)가격이 최근 2년 새 43% 정도 하락했음에도 국내 타이어 3사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올 상반기 영업 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50% 정도 줄었다. 브리지스톤, 미쉐린 등이 같은 기간 모두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실적 악화... 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
한국타이어 노사의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 폭이다.노조는 기본급 기준 6.7%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1%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만 20% 넘게 줄어든 상태에서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 요구는 수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올 7월부터 사내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중국 사업 경쟁력 강화와 원가 절감 방안을 고심 중이다.
금호타이어의 핵심 쟁점 역시 임금 인상과 상여금 부분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금호타이어는 넥센타이어에 업계 2위 자리까지 뺏겼다. 이는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2010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영업이익률도 넥센타이어가 금호타이어보다 2배 정도 높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전면 파업에 따른 손실이 지난 22일 현재 324억원에 달한다"며 "지금까지 대체 인력을 투입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했지만 장기화될 경우엔 어떻게 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노조 왜 강성이 됐을까?
또하나의 관심거리는 '52년 무분규'기록을 갖고 있는 한국타이어노조의 표변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11월 복수 노조 허용으로 민주노총 소속의 제2노조가 한국타이어에 생긴 이후 조합원 가입을 놓고 두 노조 간 경쟁이 벌어지면서 한국노총 집행부가 제2 노조을 의식해 선명성을 대폭 강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내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은 노사 교섭이 진행되던 지난 17일 충남 금산 공장과 대전 공장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고 이 과정에서 경비원 등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파업 결의는 했어도 실제 파업에 들어가지 않도록 노조 측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복수 노조 체제로 운영되는 금호타이어의 경우 민주노총 소속이 60%, 한국노총 소속이 30%를 각각 차지한다. 한국노총 소속의 단일 노조 체제인 넥센타이어 노사는 지난해까지 23년째 무분규 타결을 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타이어 업계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은 사실상 자멸적 행동이란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