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식당 / 이용한

[아스트라이아]

목련식당 / 이용한

봄이니까 죽지 말자고

밥을 먹는다

입구가 환한 목련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방금 떨어진 목련도 몇 장 식탁에 올려놓고

억지로 밥을 먹는다

먹고산다는 게 그렇다

입맛이 없어도 꾸역꾸역 삼켜야 하는 날이 있다

억장이 무너져도

걸음만은 무너져선 안 되는 날이 있다

마당에는 젖이 부푼 고양이가 한 마리

목련 지는 소리를 들으며

밥을 먹는다

이따금 이쪽을 흘끔거리며

눈칫밥을 먹는다

눈치 없게 나는 고양이와 마주앉아서

우걱우걱 밥을 먹는다

너나 나나 사는 게 이리도 옹색하다

경계와 경계심 사이

만질 수 없는 생을 앞에 두고

우리는 함께 쓸쓸하다

밥을 먹는 동안에는

이생 저 너머의 속도로 목련은 진다

남의 속도 모르고 목련은 진다

죽을 때까지는 죽지 말자고

마침내 나는 밥 한 그릇을 다 비운다

쉴새없이 목련이 져서

고양이는 자꾸만 어두워지고

어쩌면 내가 먼저

목련 없는 여백을 건너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