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4월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다수의 언론은 ‘안철수 신당’이 탄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안 전 후보 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자 ‘안철수 신당’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까지 등장하네요.
안철수 신당 지지율 23%, 타당성 있나?
가장 최근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이 조사한 것입니다. 19세 이상 남녀 1239명에게 ‘안 전 대선후보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한 결과 새누리당 37%, ‘안철수 신당’ 23%, 민주당 11%, 통합진보당 1%, 진보정의당 1%, 의견유보 28%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갤럽’ 뿐만 아닙니다.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조사한 결과도 이와 흡사합니다. 언론들은 이런 조사결과를 인용해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 지지율 보다 두 배 이상 높다며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고 주장합니다.
‘안철수 신당 지지율 23%.’ 신뢰할 수 있는 수치일까요? 민주당 지지율 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게 타당성 있는 주장일까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 실체가 전혀 없는 ‘가상 정당’의 지지율. 이게 유의미한 수치인지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안철수 신당’ 지지율 조사 자체가 모순
‘한국갤럽’의 조사결과로는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이 대단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새누리당 지지자의 16%, 민주당 지지자의 46.7%, 무응답층의 15.6%가 ‘안철수 신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만 본다면 민주당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한 분석임.
<한겨례>의 여론조사 결과는 강원·제주, 대전·충청, 경기·인천, 호남 등에서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이 두 자리 숫자가 될 거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호남, 강원·제주 등에서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보다 근소하나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상회할 거라고 주장합니다.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한 분석임.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도 않은 대상을 놓고 실시한 지지율 조사가 타당성이 있을까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이들 여론조사 결과가 들어맞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설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체 없는 ‘안철수 신당’, 결국 ‘안철수 개인 지지율’
‘안철수 신당’이 이럴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 아무런 ‘단서’도 없습니다. 어떤 모습의 정당일 것이며, 무엇을 추구하는 정치집단일 것인지, 어떤 사람들이 신당에 참여할지, 그 어떤 것도 알려진 게 없습니다.
‘신당’에 대한 티끌만한 정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대뜸 ‘안철수 신당’ 지지 여부를 물었다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응답자가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까요? 유일한 판단 기준은 안철수 개인에 대한 선호도였을 겁니다.
결국 ‘안철수 신당 지지율 23%’라는 여론조사 결과는 ‘개인 안철수 지지율’을 의미한다고 봐야 합니다. 이 수치는 지난 대선 당시 안 전 후보의 지지율과 일치합니다.
‘안철수 지지율’을 ‘안철수 신당 지지율’로 치환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모순이지요. ‘안철수 지지율’이 그가 만들 신당 지지율로 이어질까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몇몇 사례가 이를 잘 설명해 줍니다.
개인 지지율과 당 지지율은 현저하게 다르다
▲사례1: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이 1992년 창당한 통일국민당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의 ‘간판’인 고 정주영 회장은 안 전 후보보다 국민들에게 더 잘 알려진 인물이었지요. 김동길, 박철언, 김복동 등을 내세웠으니 상당한 ‘인기 몰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개인 정주영’의 지지율은 높았습니다. 20%를 훌쩍 넘으며 김영삼, 김대중 후보를 위협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정주영 지지율’과 ‘통일국민당 지지율’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당 지지율이 현저하게 낮았지요. 당 지지율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통일국민당의 국회의석 점유율은 10.4%에 지나지 않았고, 14대 대선에서 정주영 후보가 얻은 득표율도 16%대에 그쳤습니다.
▲사례2: 1997년 15대 대선 때도 비슷한 사례가 등장합니다. 경선 결과에 불복한 이인제 후보가 국민신당을 창당합니다. 창당 당시 이인제 후보의 지지율은 20%대. 대선에서는 19.2%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국민신당의 지지율은 처참했습니다.
창당 이후 당이 해체될 때까지 치른 선거는 2회 지방선거였습니다. 기초단체장 232곳 가운데 충남 논산시에서 단 한명만 당선됐습니다. 전체 단체장 대비 당선자 비율은 0.4%에 지나지 않았지요.
▲사례3: ‘박근혜의 한국미래연합’도 좋은 사례 중 하나입니다. 2002년 박근혜 의원은 이회창의 당 운영 스타일이 ‘불통’이라며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합니다. 당시 박 의원이 당을 만들겠다고 하자 ‘개인 박근혜’의 지지율은 크게 치솟았습니다. 아버지 박정희의 후광때문이지요.
세간의 관심이 ‘박정희의 딸’에게 쏠리면서 ‘박근혜 지지율’이은 25%까지 상승했습니다. 이렇게 높은 지지율이 ‘박근혜 당’의 지지율로 이어졌을까요? 전혀 아니었습니다. ‘한국미래연합’이라는 간판을 달고 치른 선거는 제3회 지방선거였습니다. 여기에서 광역자치의원 2명을 배출합니다. 광역자치의원 수가 682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 지지율은 고작 0.3%에 불과한 셈입니다.
안철수 신당 지지율 23%? 의미없은 허수다
위 사례들이 잘 말해줍니다. 지지율이 높은 유명 정치인이 만든 당이라 해도 당 지지율은 개인 지지율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언론이 주장하는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결국 ‘안철수 개인 지지율’에 불과합니다. 신당 지지율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안 전 후보가 어떤 당을 만들어 어떻게 꾸려 나갈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 지지율’을 운운하다니요.
안 전 후보의 개인 지지율이 20%를 상회하는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어떨지 짐작할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23%나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앞선 사례에서 보듯 현저하게 낮을 가능성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안철수 신당 지지율 23%.’ 현재로써는 허수에 불과합니다.
개인 지지율만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안 전 후보도 앞선 사례에 주목해야 할 겁니다. 개인은 하나지만 당은 다수가 모인 '정치집단'입니다. 때문에 개인 지지율보다 당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 훨씬 어렵고 복잡한 것이지요.
첫댓글 마지막 말씀 공감합니다..예측할수 없는만큼..대응만이 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