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평화로운 땅 평촌을 떠나서 드디어 분당에 입성을 하다.
1993년 말, 내 나이 40대 후반에 분당과 평촌, 일산, 산본과 중동 등 신도시 아파트를 동시에 분양하는 기회를 얻어 1차 분당에 신청을 하였으나 150대 일의 경쟁률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졌다가 천신만고 끝에 다시 도전한 끝에 평촌에 당첨이 되어 안양시 평촌으로 이사를 하여 거의 반평생을 살다가 내 뜻과는 상관없이 집안 사정에 따라 낯 선 땅 분당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하기 전에 집을 돌아보러 왔는데 보는 순간 마음이 어지러웠고 머리가 흐트러지는 느낌이었다. 집은 넓고 원래는 잘 지은 집 같은데 벌써 35년이 훌쩍 지나고 보니 문짝이나 문지방이며 창틀과 마루 등 전반적으로 낡고 변색이 되어 무슨 고택을 보는 것 같고 마치 현대 속의 역사의 현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살던 사람은 아이들 6명과 엄마, 아빠에 일하는 아주머니까지 모두 9식구가 살아서 그런지 이삿짐을 꾸려놓은 것을 보니 입이 벌어질 지경이고 내 마음이 심란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듣자니 이사비용 견적이 1,200만원이나 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식구들 따라 짐도 많고 이사하기가 힘들었을까 가이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살던 사람들이 이사를 가고 한 달간 비워둔 상태에 어느 날 청소를 하기 위해서 들렀더니 사람이 살 때보다 비워놓으니 더 어수선하고 집이 온통 먼지에 때가 묻은 것이 더욱 심란하였는데 청소업체에 용역을 주어 청소를 하고나니 그나마 한결 깨끗해지고 낡은 곳들도 정리가 되어 그런지 도배와 장판만 깔았는데도 한결 깨끗해 보이고 마음이 싹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여 신록이 우거지고 선들 바람이 살갗을 간질이는 계절의 여왕 5월. 2026년 5월27일(수요일)에 이사를 하였다.
이사를 하는 날. 일찍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하고 중요한 물건은 안식구가 따로 가방에 챙기고 기다리니 8시가 되기 전에 이사할 차가 오고 조금 있으니 사람들이 왔는데 남자6명 여자1명 모두 7명이 와서 사다리차를 세우고 일제히 각자 맡은 분야의 일을 시작하는데 일사분란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우리 내외는 있을 곳이 마땅찮아서 아들한테 맡기고 집 옆 근린공원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짐을 내리는 데만 약5시간이 걸려 오후1시경에 겨우 짐을 다 내리고 분당으로 와서 조금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짐을 올리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이다. 일반적이 살림살이도 많겠지만 특히 아들이 취미로 하는 레고가 장난이 아니다. 방 하나는 온통 레고 박스로 가득찼는데 철책 선반을 만들어 보관하다보니 내릴 때에 해체했다가 다시 올릴 때도 선반을 하나하나 조립을 해야 하니 그만큼 시간이 걸리고 두집 살림을 합쳐놓으니 자연히 짐이 많고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올리는 데는 자그마치 6시간 정도가 걸려서 저녁8시경에 끝이 났다. 시작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꼬박 12시간이 걸린 셈이다.
짐을 올리고 저녁을 시켜먹고 나니 9시가 되었는데 피곤이 몰려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있다 보니 엉덩이가 아파서 나중에는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고 업자들이 짐을 올렸어도 눈으로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보이는 대로 대충정리하고 나니 10시경. 피곤이 밀려드는 순간이다.
분당구 중앙공원로 20.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때 제일 먼저 시범단지를 조성하였으니 벌써 35년이 되었고 현대를 비롯하여 삼성과 한신. 우성, 한양 네 단지를 묶어서 상당이 넓고 큰 단지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가까운 곳에 서현역이 있고 주변에 상가와 은행이 있어서 생활하기에는 아쉬움이 없을 것 같은데 평촌에 살던 곳에 비하면 병원이나 마트는 조금 불편한 것 같다.
주변이 넓고 아름드리 메타쉐카이어가 하늘을 찌르고 갖가지 나무들이 울창하여 마치 숲속을 거니는 것 같고 벌써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으며 전원풍경에 분위기와 공기는 좋은 것 같고 무엇보다 은행이 가까이 있으니 너무 편하고 좋다. 안식구가 밥하기 싫거나 게으름이 나면 바로 옆 상게 있는 식당에서 마음대로 메뉴를 골라서 한 끼 식사를 쉽게 해결할 수 있어서 안식구는 너무 좋아하고 나도 마음이 편하다.
다만 아직 지리에 어둡고 교통을 잘 알지 못하여 시행착오를 하게 되어 수업료를 조금 비싸게 치르는 중이지만 곧 익숙해지고 안정이 되리라 생각한다.
교회 가는 것도 많이 걱정을 하였지만 택시를 타니 생전 처음 가는 고속도로로 거침없이 달리고 청계산과 삼성산 터널도 통과하는 중 경치도 너무 좋아서 꼭 멀리 여행을 하는 기분이고 시간은 약40분 정도로 평촌에서 갈 때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서 좋은데 요금은 3분의 1정도 더 나오지만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서 마음이 한결 편하고 좋다. 오후에 집에 올 때에는 딸이 태우러 와서 편하게 오니 고맙고, 편하고 좋긴 한데 딸이 너무 힘든 것 같아서 미안할 뿐이지만 본인이 수고를 해 주겠다니 우리는 편하게 다녀서 좋다.
앞으로 정기 산행이 문제이지만 며칠 전에 안양에 볼 일이 있어서 광역버스를 탔더니 마찬가지로 고속도로로 가니 안양시청 앞까지 30분 정도 걸리는데 산행하는 날도 그렇게 안양으로 가서 다시 버스를 타면 시간적으로 문제없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고 과천 청사역에서 만나는 날 광역버스를 타고 가서 농산물 시장 옆에 내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가니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독립문역으로 갈 때는 정자역에서 신사역으로 가서 9호선으로 갈아타니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편하고 좋다. 다만 서울대공원에 갈 때는 강남역으로 가서 사당으로 다시 4호선을 타고 대공원역으로 가니 거의 2시간이 다 걸려서 조금 불편함을 느꼈지만 그런대로 다닐 만한 것 같다.
주변에 편의 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교통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서 생활하기에 괜찮을 것 같은데 우리 내외 두 사람이 살기에는 집이 너무 넓고 게다가 옥탑방까지 있으니 관리를 하려면 조금 힘들 것 같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없지 않을 것 같아서 정신 차리고 중심이 흐트러짐 없이 계획대로 생활해야 할 것 같다. 누리는 만큼 수업료를 지불하리라 마음먹고 있다. 그렇게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된 분당생활. 분당이라는 이름은 마음에 드는데 성남시라는 것이 걸리는 부분이다. 이유는 모두 짐작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