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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해피엔딩으로 그 막을 내리며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샀던 ‘해리포터’ 시리즈, 다들 기억하시나요? 주문을 외우는 수업에서부터 마법 대결, 하늘을 나는 빗자루에 이르기까지 현실에서는 기어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의 연속에, 더더욱 흥미를 가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중 <예언자 일보>라는 신문 역시요! 불과 몇 년 전까지 만 해도, 여느 마법처럼 현실에서는 접할 수 없을 줄만 알았는데요. 얼핏 보기에는 통상 우리가 보던 신문과 진배없지만, 기존 신문의 정지된 사진 대신 배경과 인물이 동영상처럼 움직이던 새로운 형태의 신문! 깜짝 놀라며 눈을 반짝였던 어린 시절의 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런데 이같이 SF 영화에서나 가능할 줄만 알았던 기술이 상용화되어 우리 눈앞에 구현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바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미래입니다.
뿐만 아니라, 삼성이 야심차게 내놓은 손목 시계형 스마트폰 ‘갤럭시 기어’, 6인치의 곡면을 자랑하는 LG의 스마트폰 ‘G플렉스’, 애플의 웨어러블 모바일 디바이스 ‘아이워치’까지. 최근 전자 제품 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인데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란 말 그대로 휘어질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를 말합니다. 접거나 구부려도 기존 디스플레이와 동일한 화질을 구현하는 소비자 중심 미래형 디스플레이라고도 해요. 기존에 우리가 사용하던 <빳빳한 평면의 디스플레이>에서 벗어나, 휘어질(curved) 뿐만 아니라 말 수 있고(rollable), 심지어는 접었다 폈다 하는 데(foldable)에 이르기까지 그 발전 영역이 무궁무진한 디스플레이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 밖에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림으로 간단히 보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장점이자 특징, 보실까요?
그렇다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이 이용될까요?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범주의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중 가장 많이 이용되는 세 가지 방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Flexible LCD (Flexible Liquid Crystal Display)
액정을 사용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여타 디스플레이에 비해 신뢰성이나 안정성, 상용성 면에서 우수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최근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방식은 TFT-LCD (Thin Film Transistor-Liquid Crystal Display, 초박막 액정표시장치) 방식인데요. 일반적인 LCD와는 사뭇 다른 개념입니다. TFT-LCD는 LCD에 있는 화소마다 액티브(active) 소자인 TFT를 더하여, 각 화소를 ‘독립적’으로 구동시키는 LCD인데요. 유리판 위에 실리콘으로 된 얇은 박막을 덮음으로써 해상도를 높이게 됩니다. TFT는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하며, 액정은 인가된 전압에 따라 분자 구조를 달리하여 빛의 투과를 제어합니다.
이렇게 제어된 빛은 색깔 여과기(color filter)를 통과하며 원하는 색과 영상으로 나타납니다. 기존 LCD에 비해 크게 향상된 화질과 휘도, 용량의 크기가 장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소비 전력도 적고 제어 속도 역시 빠르구요.
하지만 TFT-LCD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적용하여 양산하기에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이후 말할 OLED에 비해 복잡한 공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요. TFT-LCD는 고정된 상태에서는 고화질, 높은 밝기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패널 안에 화면과 기판, 백라이트(back light)가 함께 뭉쳐져야 합니다. 반면, OLED는 필름 위에 소자만 올려주면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특성을 가진 탓에 컨트롤러만 옆으로 뺀 후 플라스틱 등으로 완전히 밀폐해주면 전자에 비해 다소 간단하게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이러한 OLED의 간단한 공정 탓에 TFT-LCD는 모바일 디바이스보다는 DID 패널(Digital Information Display Panel)과 같은 고정된 장치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2) OLED (Organic Light Emitting Diodes, 유기 발광 다이오드)
OLED란 형광성 유기 화합물에 전류가 흐르면, 전자와 정공의 재결합에 의해 빛을 발하는 발광 현상을 이용하여 만든 유기 물질을 일컫습니다. 앞서 말한 TFT-LCD에 비해 화질 반응 속도가 1,000배 이상 빠르기 때문에 동영상 구현 시에 잔상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해요. 자연광에 가까운 높은 휘도의 빛, 높은 에너지 효율, 넓은 시야각, 매우 얇은 두께 등 다양한 장점을 자랑합니다.
TFT(박막 트랜지스터)로부터 전기 신호를 받으면 내부의 전자가 이동하면서 빛을 내게 되는데요. 이처럼 유기 물질 자체가 색과 빛을 낸다는 성질은 LCD와 같은 기존의 디스플레이 장치에 존재하던 백라이트 유닛과 컬러필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하여, 그 두께 역시 기존에 비해 혁신적으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 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OLED (Flexible OLED, FOLED)는 OLED와 약간의 차이점을 보입니다. OLED의 기판은 유리를 사용하는데요. 잘 아시다시피, 유리는 깨지기 쉬울 뿐더러 변형이 힘들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FOLED는 유리 기판 대신, 플라스틱 필름을 기판으로 채택하여 ‘튼튼하고’, ‘유연한’ 디스플레이의 구현을 가능케 하죠!
하지만 이 또한 몇몇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기물로 이루어진 것인 만큼, 산소와 습기에 취약하다는 결점인데요. 플라스틱은 유리만큼의 차폐성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공기와 습기는 통과된다고 해요. 유통기한이 지난 과자가 눅눅해지는 이유 역시 포장지인 폴리머 같은 재질들이 ‘숨을 쉬는’ 이유에 기인하는 것과 비슷한 예인데요. 곧, FOLED 디스플레이를 구부리는 동안 주위 환경으로부터 이를 밀봉해 놓기는 현재의 기술로써 아직까지 어려움이 따른다고 합니다.
게다가 아리조나 주립대학 산하의 FDC(The Flexible Display Center)의 책임자인 니콜라스 콜래너리에 따르면 열을 방출하는 OLED 디스플레이 매질은 액정보다 더 많은 전류를 필요로 하는데, 그 것은 디스플레이 매체를 구동하는 TFT 회로에 더 엄청난 제약을 부과한다고 합니다. 이 것들은 앞으로 차차 풀어나가야 할 과제겠죠?
3) 전자 종이 (Electronic paper)
전자 종이는 유리가 아닌 휘어지는 재질을 기판으로 사용하여 종이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를 지칭합니다. e-paper라고도 불리어지는데요. 우리가 잘 아는 LCD와 같은 디스플레이 장치에서는 화소가 빛나게 하기 위해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반면, 전자 종이는 일반적인 종이처럼 반사광을 사용하는 일종의 반사형 디스플레이입니다. 그래서 그림이 변경된 이후에는, 글자와 그림의 디스플레이 시에 별도의 전기를 소모하지 않게 되죠. 또한, 종이의 특성 그대로 접거나 돌돌 말 수도 있습니다. 높은 해상도와 넓은 시야각, 흰색의 밝은 배경 등 우수한 시각적 특성을 가지고 있구요. 플라스틱을 비롯해 금속, 종이 등 기판의 선택에 제한이 없다는 점, 낮은 전력 소모와 넓은 면적에서의 구현 가능성, 눈에 덜 피로하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들 수 있습니다.
전자 종이의 구현 방법에도 몇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정전하가 충전된 반구형 회전볼을 이용한 방법이 있습니다. 회전볼 형태의 전자종이는 Gyricon 디스플레이라고도 불리어지는데요. 두 개의 기판 사이에 오일(oil)과 함께 반은 양전하를 띤 흰 색, 나머지 절반은 음전하를 띤 검은색으로 칠해진 수 백만개의 작은 볼(100마이크로미터 내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전극에 전압이 인가되면 볼이 회전한 후 특정 색을 띤 면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화소가 흰 색이나 검은 색을 보이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전기영동 디스플레이(Electrophoretic display)가 있습니다. 미 MIT연구팀이 설립한 E-INK라는 벤처 회사에서 만든 마이크로 캡슐 전기영동 디스플레이가 가장 대표적인데요. 흑백의 색소를 담은 캡슐이 전기 신호에 따라 상하로 움직이며, 흑백의 영상이 구현됩니다. 이 것의 특징으로는 종이 질감에 가까운 특성, 신문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치를 가진 광반사 효율 등이 있습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를 기술적 진보에 따라 세대 별로 구분하면 4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하나하나 알아보겠습니다.
1세대 : Durable . Unbreakable
얇은 / 가벼운 / 튼튼한
1세대의 경우 가장 초기적인 형태인 만큼 우리가 상상하는 자유 자재로 휘거나 구부러지는 면을 찾기는 힘듭니다. Durable, Unbreakable 이라는 단어로 정의되는 1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단어들의 뜻 그대로 깨지지 않고 질긴. 즉 내구성이 강한 디스플레이를 의미하는데요. 기존의 유리 기판을 플라스틱 기판으로 대체하는 정도의 수준입니다. 기존 디바이스의 견고한 외곽은 그대로 두되 제품의 두께나 무게, 신뢰성 부분에 있어 혁신적으로 향상된 모습을 보입니다.
2세대 : Bendable . Comfortable
휘어지는 / 곡면형의 / wearable
2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부터 ‘플렉서블’한 면모가 점차 드러나는데요. 휘어지고, 외형 디자인이 자유로운 디스플레이를 의미합니다. ‘자유로운 디자인 요소’(Form Factor)를 필두로 나서는 2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Bendable, Comfortable이라는 키워드에 맞게 몇몇 특징을 보이는데요. 휘어진 형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뿐더러 자유로이 외곽 디자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패션 개념이 가미된 새로운 모바일 디바이스의 개발에도 응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비단 모바일 기기 뿐만 아니라, 공간의 활용에도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딱딱하고, ‘각진’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굴곡이 있는 공간이나 애매하게 남은 자투리 공간의 활용에 애를 먹었던 경험, 다들 있으실텐데요. 여기에 또한 2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적잖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합니다. 모양이 가변적이고, 유연한 성질을 이용하여 새로운 설치 제품을 개발하면 공간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3세대 : Full Flexible
말 수 있는 / 접을 수 있는 / 탄성의
3세대에 이르게 되면 ‘플렉서블’로써의 특징이 여과 없이 나타나게 됩니다. 두루마리처럼 자유롭게 말 수도 있고, 접었다 폈다 할 수도, 구부렸다가 펼칠 수도 있게 되죠. 변형에 약간의 제약은 있지만 거의 완전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구부릴 수 있는(Bendable), 말 수 있는(Rollable), 휘어지는(Flexible) 성질들이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구부릴 수 있는 (Bendable)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네요 :).
4세대 : Disposable
종이 같은 / 저비용 생산 / 프린팅 방식
4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단계인데요. 종이를 대체할 수 있을거라 말 할 수 있을 만큼 접었다 펴거나, 마는 등 형태의 변형이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종이처럼 아주 적은 가격으로 디스플레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극 저원가의 기술을 기반으로 쉽게 사고, 또 임의로 폐기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 하는데요. 이 같은 특징을 가진 탓에 꿈의 디스플레이라고도 불리어집니다.
지금까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특징과 그 구현 원리, 세대별 구분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비단 디스플레이 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응용 분야는 상당히 확장될 것이라고 합니다. 전자 디스플레이의 특징(정보의 입출력, 동화상, 정보의 시각화)만 가질 뿐 아니라 종이와 같은 특징(편리성, 휴대성, 저가) 또한 겸비했다는 점은 각종 산업에 있어 그 역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임을 방증하는데요. 심지어는 새로운 산업 분야가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꿈의 디스플레이”는 실현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 십, 수 백개씩 매스컴에 쏟아져 나오는 연구들과 제품들에 관한 소식들로 미루어 보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플렉서블”한 세상이 찾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실시간으로 소식이 갱신되는 전자 신문, 최적의 시야각을 제공하는 TV와 컴퓨터, 자유롭게 모양의 변형이 가능한 모바일 기기에 이르기까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가져다 줄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이번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