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4월 10일 월요일 맑음
‘이번에는 일찍 출발해보자. 정산에서 있을 때만큼 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맞춰 보자.’ 거름도 어제 밤에 실어 놓았고, 기름도 채워 놓았다.
안사람을 태워다 주고 7시 40분에 고속도로 진입. 가능한 시간이다.
주말농장 시절 매실을 딸 때면 새벽에 일어나 밥까지 든든히 먹고, 6시에 출발. 6시 50분 도착. 일꾼들을 싣고 와서 늦어도 7시 30분부터는 일을 시작했었다. 지금은 옛날이야기처럼 말할 수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서공주 톨게이트를 나와서 금방 마주치는 주유소가 있다. 이 부근에서 제일 기름값이 싼 주유소라 지날 때 마다 기름값을 쳐다 본다. 경유 1326원.
“아싸.” ‘대전에서 1204원에 넣었으니까 1L당 122원이나 싸다. 50L를 넣었으면.... ?’ 그동안은 이만큼씩이나 차이가 나진 않았다. 기분이 좋다를 넘어서 행복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새로 난 국도를 달라는데 오늘따라 신호등에 한 번도 걸리지 않고 직행이다. 이럴 때가 거의 없었는데.... ‘오늘 뭐가 잘 될라나 ?’ ‘작은 것에 만족해야 행복하다’는 말을 생각하니 충분히 행복할 일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면 저절로 행복해 지는 거지.
8시 30분에 집에 도착. 옷을 갈아입고 농기구 챙긴 후 9시부터 서당골에서 일을 시작했다. 애기사과, 백일홍, 복숭아, 사과나무가 잎파리를 흔들며 나를 반긴다. ‘이놈들도 나를 행복하게 하네’ 그런데 이유가 있었다.
주말 농장하던 시절, 돌보지 못했더니 덩굴 식물들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 다른 급한 일에 치어 쳐다볼 여유가 없었다.
나무를 칭칭 감고 올라가서 지붕을 씌우는 것으로 모자라서 줄기를 꼭꼭 감고 조여 푹 파이게 만들기까지 한다. 나무가 죽을 지경이었을 테지. 이미 견디다 못해 죽어버린 나무도 눈에 띈다. 내가 미안해서 못 견딜 정도다.
애기사과가 내 발자국 소리를 얼마나 목 놓아 기다렸을까 ?
조이고 파고든 덩굴을 끊어 떼어놓는 순간 “애기사과 독립만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광복절 만세 소리처럼 절규하는 소리가....
흔히들 말한다.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지으면 되겠지요 ?”
그런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농사철에 아무리 못한다 하더라도 1주일에 한 번 정도도 들여다 보지 못할 거라면 아예 시작하지 마십시오” 나는 지금까지 12년 정도를 주말농사를 지었는데 한 주를 빼먹은 때가 한두 번밖에 없었다. 한 주를 건너뛰면 뛰면 보름 만에 가게 되고, 그러면 우선 풀은 허리까지 올라 오고, 웬 병이나 벌레는 그리 많은지, 그 해 농사가 종을 치게 되더라. 그다음부터는 주말마다 개근을 했었다. 농사 일이 절대로 쉽거나 대충해서 될 일이 아니더라
보기가 딱하고, 미안해서 거름을 듬뿍 주었다.
서당골 일을 마치고 안산밑으로 향했다.
이미 매화꽃은 서서히 시들어 가고, 그 대신 살구꽃이 환하게 피었다.
매화꽃보다 더 새하얀 살구꽃을 들여다보니 순결함까지 느껴진다.
손을 대기도 망설여진다.
“올 해는 살구도 자두도 복숭아도 사과도 포도도 잘 가꾸어서 A급을 만들어야 해요” 마누라의 특명을 받았는데.....
박흥배 교감선생님의 전화다.
“교장선생님 유경아 선생님이 운사모에 가입하기로 했어요” 나에겐 가장 반가운 소리다. 운사모 형제님이 새로 가입하신다는 소식이....
유경아 선생님은 상당히 유능하시고 적극적인 분이시다.
“교장선생님 왜 저한테는 얘기 안 하셨어요 ?” 유선생님이 항의 한다.
“뭘, 부담이 될까봐 그랬지. 스스로 들어오길 기다렸지”
박교감님과 유선생님이 뜻을 맞추면 무소불위의 파워가 생성될 것이다.
드디어 박흥배 교감님께서 행동을 개시하셨다.
29분회가 20명을 채울 날이 금방일거다.
첫댓글 교장선생님 어깨가 무겁네요. ㅎㅎㅎ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매화꽃 향기가 진하게 전해지는 듯합니다.
교장선생님의 피와 땀이 어린 튼실한 매실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