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때 도라지 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 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사랑!
쇠북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
모르고 잤습니다.
명사산 달빛곱던,
돈황여관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윤제림의 '사랑을 놓지다- 청산옥에서 5 '
속리산의 모텔에서 이렇게 자본적은 처음이다.
지난밤 옆방에서 누가 자고 갔는지 모르지만 낙타아닌 잔차타고 가더라도 아마 우리는 전생부터 만날 인연은 아니었을 게다.
그렇다해도 속리산의 어느 새들은 새로운 아침을 물어다 준다. 오늘 미세먼지가 쫌 있다고 했는데...
아침을 7시에 예약해놔서 짐을 다 챙겨 식당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쥔양반과 이런얘기.
'속리산은 썰렁한데 장사는 잘 돼요?
'지금은 추석 밑이라 이렇지, 8월까진 이 근처에서 방잡기도 힘들었어요. 주말엔 호텔 모텔 펜션 민박집까지 꽉 들어 찼어요.
아마 전국 관광지 중에서 속리산이 제일 잘 될 걸요.
'헉 정말요.
난 기껏해야 이번이 두번째인데 속리산이 그렇게 좋은 데였나.
속리산을 출발하여 500m쯤 가면 정이품송 소나무가 있다.
근데 처음 보는 듯... 한쪽가지는 다 잘려나가고 반쪽만 남았다.
자 오늘은 6시 전에 추풍령에 도착해야한다. 90km쯤.
오늘 처음 만나는 고개는 갈목재. 갈목재는 갈목터널이 생겨 폐쇄된 구간에 있다. 터널을 지나도 트랭글은 반응이 없다. 터널 안은 GPS가 안 잡히니까 그런가 하고 다시 한번 되돌아 갔다가 오고 아 폐쇄된 구간이지만 올라가야 하는가 하고 틈 사이로 들어가 업힐 1km쯤. 내려가는 것은 반대쪽으로 내려가서 다시 터널 지나 원위치. 아침부터 터널 왕복만 두번했다.
갈목터널에서 다운힐을 내려와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삼가터널 이건 속리산 IC가는 길이고 그냥 삼가리로 직진하면서 좁은 길로 들어선다.
현재는 도로공사 중이어서 모랫길을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면서 전진. 삼가저수지를 끼고 길은 1차선 소로로 변하지만 통행량은 그런대로 많은 편. 이 저수지는 여기서는 이름만 삼가저수지에서 비룡저수지가 되고
만수계곡 올라가는 삼거리엔 초원슈퍼가 있다.
내 길은 만수계곡으로 올라가지 않고 삼가교까지가서 삼가분교 앞에서 좌회전하여 간다. 장고개를 넘어 잠시 내리막을 타고 가다가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비조령을 오른다.
어제 부터 시작된 속리산 권역의 고개들은 그저 삼사백 정도의 얕으막한 고개들. 산은 높으나 항상 낮은 탈출구가 있다.
비조령. 새가나는 형국이라 불리는 이름이란다.
비조령에서 동관교차로까진 내리막.
이 지역의 길에선 포도향기가 난다. 상주포도가 맛있단다.
그런데 길가에 복숭아팝니다가 있다. 들러서 복숭아하나 먹을 수 있을까요? 했더니 상자포장하던 아저씨 복숭아를 하나 건네 준다. 맛있다. 하나를 다 먹고 얼마드려요했더니 그냥 두세요하면서 하나 더 드실래요? 하더니 약간 흠있는 것 하나를 또 준다. 배고프실텐데.
그리고 농사 이야기. 3000평에서 년매출이 5000만원 정도 나오는데 2000만원 재료비 들어가면 남는게 없다고. 그저 몸뚱아리 놀릴려고 일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화령이다. 공사중인 화령장전투 승전기념관을 좀 지나서 상주방향으로 나는 직진하지만 큰길은 오른쪽으로 간다. 영남제일로를 만나 우회전으로 업힐 2km쯤 하면 백두대간 화령이다.
여기가 원래 화령군이어서 화령재로 불러야 맞을 것 같은데 화령의 령자가 고개 령이 아닌 듯 하기 때문
화령을 내려가 화령정미소 쯤에서 왼쪽으로 판곡저수지 방향으로 들어선다. 정자에 앉아 어제 싸온 김밥을 먹어 치우고 판곡저수지를 지나면 어산로를 만나게되고 좌회전 평지길 500m쯤에 신의터재가 있다. 신의터재를 힘들이지 않고 거저 먹었다.
정자에 앉아 고추일 하는 젊은 아줌마에게 사진을 부탁하고, 다시 온길로 돌아가 모서면에 들어가지 않고 901번 지방도 따라 잠깐 가면 지기재다. 근데 여긴 최악이다. 지기재라는 표지는 이정표에서 밖에 알 수 없다. 바로 옆에 포도 포도즙 팝니다 간판을 보고 들어가서 포도즙 있어요? 한박스 3만원인데요. 나는 한개만 먹고 싶은데요
한참 계산하더니 한포에 600원이니 돈을 어찌 받나 고민해서 두개 주세요 하고 천원을 낸다.
'근데 신의터재는 오르막도 아닌데 표지석이 큰데 지기재는 표지석도 없네요
'그러게요 면사무소에 전화해 보세요. 신의터재 반대쪽 경사는 만만치 않은데
신의터재를 내려가면 코스가 꼬여서 다시 돌아 왔는데 내려막이 심하단다.
'다음은 어디에요?
'개머리재요
'개머리재는 온길 돌아가서 올라가면 쉬운데
'나는 여기서 내려갔다가 개머리재 올라가야 돼요
'맘대로 하세요
지기재의 내리막은 엄청 심하다. 여기도 동해안처럼 동쪽으로는 급경사 서쪽은 평지지형인가보다. 그래서 이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가 상주 고랭지 포도란다.
지기재에서 심한 내리막을 내려가 백화산로를 2.5km쯤 가다가 우회전 그리고 또한번 우회전해서 저수지 오르막길 오르고 개머리재 시작.
헉 이고개 장난이 아니다. 지금까지 본 적없는 경사도 16.7%.
다행인 것은 짧다는것. 개머리재의 정상은 지기재보다 더하다. 누군가 끼어놓은 것 같은 개머리재 표시하나가 전부다.
내리막이겠지 하지만 오르막도 있는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모서면에서 모동면으로 가는 큰길을 만나게 되며 모동면 지나 신천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가다보면 저수지가나오는데 이름은 상판저수지. 그리고는 평지인 듯 오르막 따라 가면 큰재 그리고 백두대간 생태교육원이 있다.
큰재에서 내려가면 공성면. 이때쯤 국수나 냉면을 먹어줘야 하는데 하면서 냉면집찾아 들어갔다.
동갑내기 아줌마랑 시껍지 않은 얘기하고 작점고개를 향해 출발.
작점고개는 고개 두개로 올라간다. 첫번째 고개를 오르고 한참 내리막이다가 애플밸리 cc에서부터 잠깐 오른다.
그리고 추풍령까지는 내리막 이겠지. 도중에 추풍령저수지를 만나고 또 한번 신나는 내리막.
추풍령버스터미널에 갔더니 서울가는 버스는 여기 없단다. 그건 고속도로에서 탄단다. 헉.
그럼 대전거쳐 서울로 가야지. 대전까지 한시간 대전에서 서울까지 두시간 합이 세시간 후 서울 도착.
이번 일정 끝
인공폭포겠지? 속리산 관광단지에 있으니까
정이품송
옛날에 비해서 한쪽은 다 날라갔다.
웅장하던 지태는?
갈목재 390m.
여긴 들어올 수 없는 구역이지만
이렇게 해야 인증이 되는데 어쩌란 말이냐
아스팔트는 땅을 뚫고 나온 잡초들의 차지가 되었다.
비조령. 320m
새가 날아가는 형상이란다.
갈목재에서 장고개를 넘어 비조령에 도착한다.
삼가분교까지는 속리산면이고 조금지나 상주시 화남면 동관리로 바뀌어 장고개에 도달한다.
복숭아 팝니다.
이게 올농사 마지막 복숭아란다.
근데 맛있네
화령. 320m
상주는 여기서부터 북쪽으로 동서남북 면이 순서대로 있다.
아래서부터 화동면 화서면 화남면 화북면.
신의터재. 280m
동쪽으로는 급경사지만 서쪽에서는 평지다.
지기재. 260m
이런 표시로 지기재임을 알린다.
개머리재. 270m
아래 이름없는 저수지부터 오르막.
16.7% 경사 표시를 보는 순간 힘이 빠진다.
큰재 305m.
상판저수지를 올라 거의 평지 수준으로 간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은 잘해 놓았다. 사람들도 많이 오는 듯
작점고개. 340m
이건 이단고개다.
첫번째 고개에서 하루종일 돌아다닌 상주를 벗어나 드디어 김천시로 바뀐다. 작점고개는 김천시 어모면과 영동군 추풍령면의 경계이다.
추풍령저수지를 지나 멋진 산이 나타났다.
추풍령은 김천에서 황간으로 갈 때는 고개이지만
백두대간 상에선 고개가 아니다.
그니까 고추밭의 애벌레는 누가 잡지 않아도 되고
대추나무에는 주먹만한 대추가 올해도 별일 없이 영글 었다.
해바라기들은 고개를 쭉 빼고 해만 바라보고 있다.
농부가 지난 여름 피 뽑아 주지 않았어도 벼들은 잘 자랐다.
결국 피는 벼보다 키가 쑥 커졌다.
출발 : 속리산
1. 갈목터널
2. 비조령
4. 화령
도착 : 신의터재
출발 : 신의터재
1. 지기재
2. 개머리재
3. 큰재
4. 작점고개
도착 : 추풍령
오늘거리 : 91km
누적 거리: 967km
오늘 넘은 고개
갈목재
비조령
화령
신의터재
지기재
개머리재
큰재
작점고개
추풍령
첫댓글 대단하십니다...또 다른 장정이 시작되었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