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수난 성지주일 강론 : 예수님의 수난(마르 14,1-15,47) >(3.24.일)
* 예수님은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가셨습니다. 거기서 십자가의 길을 걷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것입니다. 우리를 위해 극도의 고통을 참으신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적극 동참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오늘 주님 수난 성지주일에 사용할 성지가지를 위해, 지난 3/19(화) 오후에 갑제묘지에 가서 상태 좋은 것으로 채취해주신 평협회장님, 위령회장님, 깨끗하게 씻어 말려주신 제대회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집에 있는 십자가 개수만큼 갖고 가시면 됩니다.
또 어제(3/23.토) 본당 대청소에 참석하신 분들과, 맛있는 점심을 준비해주신 성모회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신 모든 분들을 위해 박수! 덕분에 성전 곳곳이 아주 깨끗해져서 마음이 흐뭇합니다.
신앙생활에 철두철미하셨던 교우를 소개합니다. 2015년 3월 19일(월) 동인성당 뒤편에서 안동식당을 운영하던 1940년생 이경곤(미카엘) 씨가 임종하셨고, 21일(수) 9시에 장례미사를 드렸습니다. 그날 눈과 비가 와서 추웠지만, 교우들 덕분에 장례를 잘 치렀습니다.
30년 이상 동대구시장에서 과일을 파신 고인은 힘이 장사라서 짐 자전거에 1톤씩 싣고 다니며 장사했습니다. 과일 경기가 나빠지자 동인동에 정착하려고 식당 자리를 알아본 데가 ‘안동식당’이었고, 19년간 장사하셨습니다. 미카엘 형제님 고향이 안동이라서 식당이름을 그렇게 지었답니다. 1999년 9월 18일 세례 이후, 동네사람들에게 전교를 많이 했고, 성당에 빨랑카도 많이 하셨습니다. 2014년에는 투병 중에도 교우들을 위한 삼계탕 비용으로 50만원 빨랑카 하셨습니다. 예전에는 부활절 음식 나눔을 위해 개 2마리를 봉헌하셨고, 돌아가시기 몇 년 전부터는 계란 900개(30판)를 봉헌하셨습니다.
레지오, 위령회, 재무위원으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고인에게 2013년 4월에 방광암이 생겼고, 2016년 12월 후두암이 생겼습니다. 담배 때문이었습니다. 50년 이상 담배를 피워, 암이 전이되어 2017년 3월에 위 절제를 한 이후 거의 먹을 수 없었고, 방사선 치료를 33번 받아, 건강상태가 나쁘면서도 13년 3개월간 원룸(Umbius) 관리소장을 맡으셨습니다.
고인에게 병자성사를 여러 번 드렸는데, 2015년 3/9(금) 종부성사 때 임종이 임박했음을 직감했습니다. 드실 수 있는 것은 물뿐이었습니다. 성주간에 애매하게 돌아가시면 장례미사 못 드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었는데 교우들이 불편해할까 봐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미카엘 형제님은 암환자이면서도 신심으로 잘 견디셨고, 부인 류 데레사 씨와 가족들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79년간의 삶을 잘 견뎌내신 고인, 유가족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면서 장례를 무난히 마쳐주신 교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 기억이 납니다.
2. 모든 것을 버리고, 사막에서 은수자로 사는 사람이 있었는데, 인생의 참 의미를 깨닫기 위해 한 청년이 그분을 찾아갔고,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를 찾아갔던 사람들이 다들 포기하고 떠나는 것을 보며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많은 사람이 지혜를 찾아서, 여기 왔다가 왜 금방 떠나는 겁니까?” 그러자 스승은 재밌는 예화를 들려줬습니다.
“도망치는 토끼를 쫓아가는 들개가 한 마리 있었지. 열심히 쫓아가는 들개를 봤던 다른 들개들도 함께 쫓아가기 시작했지. 그래서 토끼를 쫓아가던 들개들이 많아져, 많은 들개가 함께 달리기 시작했지. 그러다가 앞서 달려가던 들개들의 뒤꽁무니를 보며 달리던 들개들이 서로 묻기 시작했지. 우리는 지금 왜 달리고 있지? 그 질문에 대답 못 하던 들개들은 따라가는 것을 멈췄고, 결국 마지막 남은 들개는 토끼를 처음 발견한 들개뿐이었지.”
이처럼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도 우리 안에 예수님이 없으면 세상 사람들의 활동과 다를 게 없습니다. 우리 안에 주님을 모시고 살아야 합니다.
3. 현재 주일학교 카톡에 46명, 자모회 카톡에 20명, 교사회 카톡에 10명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단체에 가입해야 소속감과 책임감이 생기고, 본당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미사, 레지오, 반모임, 본당 대청소에 참여하면서 본당에 대한 애착심이 더 강해집니다.
주일학교 예비복사들은 얼마간의 준비과정 후에 복사를 섭니다. 첫 복사를 서는 아이의 엄마는 미사 마칠 때까지, 아이가 틀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바라봅니다. 너무 긴장해서 아이를 제대로 못 쳐다보는 엄마도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이 우리 인간들에 대해 간 졸이셨던 때는 언제일지 생각해봅니다. 여러 순간이 있겠지만, 하느님이 가장 걱정하셨을 때는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실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 모상대로 만드셨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라면서 왜 지옥을 만드셨냐고. 그분은 우리에게 천국을 주셨지만, 그분을 거부하는 인간이 지옥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느님을 원망합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분풀이하는 셈입니다. 자기 탓을 하느님께 돌리면 안 됩니다.
4. 오늘 복음에서 빌라도 총독은 예수님을 풀어주고 싶었지만, 군중들은 그분 대신에 강도 바라빠를 풀어달라고 악을 썼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예수님의 반대자가 아니라, 그분을 환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변덕스러워졌습니다. 그래서 빌라도는 바라빠를 풀어주면서, 예수님께 십자가형을 선고했습니다. 죄를 지어 죽어야 할 사람은 바라빠였는데, 아무 죄 없는 예수님이 바라빠 대신 죽어야 했습니다. 너무나 억울한 누명이었습니다.
예수님 대신에 바라빠가 살았습니다. 어쩌면 바라빠는 주님의 은혜로 새 삶을 시작하게 된 우리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죄를 지었고, 하느님과 이웃을 거슬러 지은 죄도 많습니다. 죽어야 할 사람은 우리인데, 예수님이 우리 죄를 보속하기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예수님 덕분에 다시 열린 천국을 향해 흔들림 없이 충실히 걸어가며,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올바로 이끌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