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의 로맨스
여름이면 도지는 이 남자의 병을 고칠 길 없어 내손으로 깔끔하고 동글납작한 여자를 삼성가전에서 구입하여 앞에다 대령시켰다. 행여 본처인 나를 괄시라도 하는 날이면 그날로 끝장이란 말도 잊지 않았다. 이 남자 이제는 집에만 들면 그녀 부터 찾는다. 누워서 부끄러운 부분까지 살살한 신선 마사지를 부탁한다. 바로 누웠다 모로 누웠다 겨드랑이로 옆구리로 전신을 그녀에게 맡기고 핼랠래 정신이 없다. 호칭까지 우리 작은여보라고 정하고 밤낮으로 격열한 애정행각이다. 그녀의 어깨에 양팔을 얹고 폐부로 파고드는 사랑놀음에 뼈가 노골노골한가 보다. 보송한 얼굴을 내게 보이면 우리 작은여보가 없었더라면 어쩔뻔 했을까, 하고 빠져드는 꼴이 못 봐 주겠다.
전에는 쌀쌀맞은 여자는 딱 질색이라고 누누이 말했었다. 작지만 당신같은 여자가 최고라고 내가 장가 하나는 잘 갔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그런데 그 새 마음이 변했단 말인가 거실에 유독 키 크고 얼굴 흰 여자를 이십여 년 전에 신분이 확실한 우리나라 전자업계에서 내로라 하는 삼성이란 곳에서 거금을 주고 맞아 들였는데 큐만 보내면 원하는 바람을 왕창 안겨주는데도 밥을 많이먹어 안된다나 벌이도 시원찮은데 능력없는 내 힘으로 건사하기 힘들다나, 한 더위 빼고는 거의 소박데기 취급이다. 그래도 가끔은 그녀로 하여금 한증막 같은 더위를 단번에 물리치니 그녀의 파워가 한 주먹감은 능히 된다. 그 덕택에 시원하고 상큼한 여름밤을 즐겼고 그 시간의 온도도 알려주니 꽤 유식한 여자이면서 점잖고 무게가 있어 요리조리 따라 다니지는 않는다.
언제부턴가 다른여자에게 마음을 뺏겨 헤어나질 못한다. 성은 선씨고 이름은 풍기라는 여자가 그립다며 늙은 나는 안중에도 없다. 내멋대로 살겠다는 현판을 이마에 달고 청일점이 되어 몸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방에 들면 방으로 안고가고 거실에 있으면 거실로 모셔간다. 행여 다칠까 조심조심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애첩이다. 살랑살랑 고개를 저으며 애교를 부리면 늑대같은 저 남자 간이 콩을 굴리듯 간지러워 안 녹아들 재간 있겠나. 이 불길같은 가슴을 잠재울 능력을 가진자는 바로 선씨 뿐이니 여름에는 자기를 돌보듯 하라나,
나 원 참, 철조망 안에서 보일 듯 말 듯 얼비치는 오로라처럼 그래도 살갗 하나 닿은적 없다고 콩가루 먹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
작아도 속찬 배추같이 단단하여 꽤 쓸모있는 여자라고 나에겐 심심찮게 말했었는데 이제는 살랑살랑 바람기가 있는 여자가 좋다고 대놓고 말한다. 아차 여태껏 해 먹이고 거둔 보람은 간곳없고 믿은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후회막급이다. 이제는 작은 여보 없으면 못 산다고 내 식 대로 다루어도 잔소리 하나 없는 그녀가 너무 좋다며 얼굴을 맞대고 아주 과간이다. 나는 아예 가까이 갈 엄두도 못 낸다. 덥다는 핑계로 기겁을 한다. 더우니 그렇지 하면서도 부아가 치밀어 온다. 안 그래도 잔뜩 불편한데 모기까지 귓전에 앵앵거린다. 오지않는 잠을 청하며 천장에다 부글부글 끓는 화를 새긴다.
하루는 퇴근해 오더니 같이 다니는 첩을 하나 더 장만해야 한다나 이 양반 말이 나오면 꼭 하고야 마는 성질을 알기에 온갖 잡동사니 파는데서 신분도 확실하지 않는 하나를 골라 안겨주었다. 이제 부터는 문 밖만 나서면 그녀와 같이 동행한다. 그녀의 외다리를 잡고 얼굴에 회전을 시키고 코에다 데고 킁킁 체취도 맡고 키스도 하면서 정이 인절미다. 집에서도 내 자리가 없고 나가서도 내 자리가 없다. 밥이나 해서 바치고 빨래나 해서 입히는 가정부일 뿐이다.
다 뺏기고 그래도 살아주는 내가 바보인가 하면서도 고기도 놀던물이 좋다하지 않았던가 당장 뛰쳐 나가고 싶지만 꽃같은 너도 화무십일홍이라 찬바람 드리불면 간을 녹이던 그 바람도 다 소용없게 될 것이다.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될 것이다. 한 철 잘 놀았노라고 내 남자 기억 할 것이다. 다시 여름 오기만 고대하면서 추억먹고 긴 겨울잠을 잘 것이다. 그래도 미운정 고운정 들었는데 다시 여름되면 내 일찌감치 비켜 주리라. 벨이 꼴리지만 적과의 동거를 또 허락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