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 부론면 남한강 드라이브 코스
이 곳에는 고려·조선시대 세곡(稅穀)을 보관하던 흥원창과 황룡사 미륵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사찰의 하나였던 법천사지와 거돈사지 그리고 남한강의 포근한 전원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호젓한 도로가 있다.
원주시내에서 국도 49호선을 타고 문막에서 충주방향으로 20여분 달리다 보면 벤치가 놓인 둑을 만난다. 이 곳이 흥원창이다. 차에서 내려 제방에 올라보면 앞쪽의 강 두개가 합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원주의 젖줄 섬강과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만나는 합수머리다. 지형이 과연 세곡을 보관하던 조창이 생길 만한 위치다.
현재 흥원창에는 잔잔히 흘러가는 강물과 초겨울의 햇살이 어우러지고 겨울철새들의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나그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흥원창을 지나는 남한강지역 동네마다 수령이 수백년된 느티나무들이 정겨움과 포근함을 더해준다. 이지역 느티나무의 백미는 예전 모방송 '세상의 이런 일이'프로그램에 등장했다는 부론면 소재지인 법천리 시가지에 있는 수령 290년된 느티나무. 나뭇가지가 집안으로 뻗어 지나가는 이에게 다시 한번 눈길을 준다.
부론면사무소 뒤편 도로에서 군도 101호선을 타고 왜가마 숯가마와 법천사가 한창 번창했을때 장을 담은 항아리가 마을에 가득했다해서 붙여진 '장들'을 지나면 황룡사 미륵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사찰이었던 법천사지가 나온다. 현재 법천사지는 과거의 융성했던 모습은 간데없고 옛 모습을 찾으려는 발굴조사가 한창이다. 발굴조사 작업장 뒤로 야트막한 동산에 자리잡은 국보 59호 지광국사 현묘탑비의 화려한 문양과 웅장한 비문이 불국정토를 꿈꾸던 고려시대인들의 모습을 증언하는 듯하다.
법천사지를 둘러보고 민가를 지나 100여m를 가면 도문화재자료 20호로 지정된 법천사 당간지주가 나온다. 당간지주는 4m 정도로 기둥을 끼워 받치는 간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법천사에서 거돈사지로 가는 도로는 법천교를 지나 지방도 531호선과 군도 13호선이 있다. 하지만 남한강과 어우러진 초겨울의 애잔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도로는 군도 13호선으로 차 창밖으로 보는 남한강변의 갈대와 강 저편 너머에 있는 충북 앙성땅이 왠지 색다르게 느껴진다. 거돈사지 가는 길에는 올해 새농어촌건설운동 우수상을 받은 정산 1리가 반갑게 맞는다. 지형이 솥을 닮았다해서 붙여진 정산리는 노적봉과 신성봉이 남한강과 어우러져 묘한 경치를 자아낸다.
정산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거돈사의 영고성쇠(榮枯盛衰)를 유일하게 목격한 수령 1000년된 느티나무가 반긴다. 잔디가 깔려있는 거돈사지는 정비복원이 완료돼 법천사지보다는 안정감을 준다. 무려 7500여평의 넓은 사지에는 보물 750호 원공국사 승묘탑과 보물 750호 삼층석탑과 석불대좌가 덩그러니 남아있다. 원공국사 승묘탑은 지광국사 탑비에 비해 화려하지 않고 투박한 느낌이 과거로의 여행을 돕는다. 거돈사지의 석불대좌는 기단석이 웅장하고 금당 또한 규모가 커 과거 거돈사의 규모를 짐작케 했다.
특히 고려시대에 엄청난 큰 바위를 옮겨 거대한 사찰을 건립한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으며 어떻게 절을 지었는지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거돈사지를 떠나 동쪽 방향 원주시내 방면으로 향하면 단종의 전설이 서려있는 단강이 나온다. 비운의 왕 단종이 영월로 유배가면서 잠깐 들렀다는 단강리는 왠지 그 당시를 보여주듯 음산한 초겨울 색이 애처롭기만 하다.
단강리에서 단종의 전설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남한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저녁노을을 한참동안 바라다보면 시대를 거슬러 가는 여행이 막을 내린다.
원주/김의도 yido@kado.net
강원도민일보 기사 : 2006-11-25
첫댓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