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경력 칸영화제 ''황금카메라 상'' 수상 도쿄 필름엑스 특별심사위원상 로테르담영화제 초청 토론토영화제 초청 몬트리올영화제 초청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에딘버러 영화제 초청
평론가들의 선택 "인간의 고독한 삶에 관한 대단한 영화" - 제라르 르포르트, 리베라씨옹(LIBERATION) "새로운 이란 영화들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영화." - J. 호버맨, 빌리지 보이스(VILLAGE VOICE) "영화의 구조와 틀은 얼마나 회화적인가. 이야기는 눈부신 그림에 비하면 불필요하다." - 존 앤더슨, 뉴스데이(NEWSDAY) "정교하면서 매력적인 영화" - 장 미셀 프로동, 르몽드(LE MONDE) "[조메]는 모든 인간 존재가 중요하다는 믿음과 인내심의 미덕을 공유하게 한다." - 스텐리 코프만, 뉴 리퍼블릭(NEW REPUBLIC) "내면적인 휴머니즘으로 빛나는 중용(中庸)의 영화" - IOFILM.CO.UK
시놉시스..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 뒤로 펼쳐지는 밀크 보이의 사랑 이야기”
도시와 떨어진 이란의 나직한 시골 목장. 조메는 장엄한 산세 밖에 위치한 이란 북부 산간마을의 작은 젖소 농장에서 일하는 20세의 아프가니스탄 청년. "밀크 보이"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그는 아프가니스탄 친척인 하비브와 함께 살고 있다. 농장주인 마흐무드는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청년 조메를 아끼는 친절한 남자이다. 어느 햇볕 좋은 날, 조메는 마흐무드를 도와 마을로 우유를 사러 나간다.
첫 번째 드라이브. "왜 결혼하지 않았죠?" 뜬금없이 물어보는 조메의 말에 트럭의 운전대를 잡은 마흐무드는 할 말을 잃는다. 스무살이 넘도록 결혼하지 않는 남녀는 아프가니스탄에선 놀림감이 된다며 아프가니스탄 결혼 풍습을 설명하는 조메의 말에 묵묵히 침묵을 지키는 마흐무드를 보고 조메는 분위기를 무마하려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조메가 일하는 목장의 주인 마흐무드는 조메가 내전에서 탈출했거나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아프간을 떠났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가 고향을 떠나온 진짜 이유는 12세 연상의 과부와 사랑에 빠지게 된 불행하고 부적절한 관계 때문이었다. 가족을 욕되게 했다는 비난을 뒤로하고 고향을 떠나왔다는 그의 이야기에 마흐무드는 연민의 감정을 갖게 된다. 이렇게 20대인 조메와 40대인 마호메드는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좁혀간다.
세타레와 첫 만남 어느 오후. 일을 끝마치고 마을로 음식을 사러나간 조메는 마을 식료품점 카운터 뒤에서 일하는 어여쁜 젊은 아가씨에게 눈길을 빼앗긴다. 그 날로 마을의 식료품 집 딸 세타레를 마음에 두기 시작한 조메는 그녀를 보기위해 무리를 해서 살 거리를 고민한다 조메의 마음을 눈치 챈 하비브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주의를 주지만 이미 사랑의 열병에 빠져버린 조메는 정기적으로 과도하게 통조림을 구입한다. 결국 이 일은 돈을 고향의 가족에게 보내야 하는 성미가 급한 친척 하비브와 잦은 충돌을 일으키게 하는 원인이 된다.
사랑 고백 오늘도 또 쓸데없이 통조림을 구입했다고 하비브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조메는 방구석에서 식지않는 사랑의 열병을 달랜다. 그런 그를 측은히 본 마흐무드는 우유 사러가는 트럭에 조메를 태우고 드라이브를 나선다. 잠시 후, 우울했던 조메의 기분이 누그러지며 그는 마흐무드에게 가게 주인의 딸과 사랑에 빠졌음을 털어놓는다.
우려 조메의 고백을 듣고 난 마흐무드는 담담히 조메를 처다본다. 한 무리 떼의 결혼 행렬을 지켜본 마흐무드는 이란의 엄격한 결혼 풍습을 조메에게 말해준다. 남자는 여자에게 말조차 건넬 수 없고 대신 그의 가족 한 사람이 상대자를 대표하여 중매를 서야 하는 이란의 법을 한차례 늘어놓는 마흐무드. 그러나 이란에 가족이 없는 조메. 이미 마음속에 결혼 상대자로 세타레를 점찍은 조메는 마흐무드에게 중신을 부탁한다.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마흐무드에게 조메는 꼬깃꼬깃 쌈짓돈까지 꺼내가며 지극한 부탁의 눈길을 보내는데…마흐무드는 그를 위해 기꺼이 중신을 서줄까? 그리고 같은 이슬람 만족이지만 하류계층으로 분류된 나라에서 온 심성 고운 주인공이 과연 결혼을 하게 될까?
영화에 관한 작은 이야기들
일상의 기억 이란의 순수한 어린이들을 그린 [천국의 아이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연작 시리즈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올리브나무 사이로], [체리향기], 자파르 파나히의 [하얀 풍선]을 기억하십니까? 이 영화들은 우리와 남다르지 않은 이란 인들을 따뜻한 감성으로 그려낸 작품들이었다. 근래에 들어 세계 영화제를 통해 인정받고 있는 이란 영화들의 약진은 이슬람 국가의 일상사 속에 깃들여진 순박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은 세계인들의 이목을 이끌어내고 있다. 프랑스의 영화사인 셀룰로이드 드림스의 헹가메 파나히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하싼 엑타파나 감독의 데뷔작 [조메] 역시 이란 영화의 뛰어난 감성적 맥락을 이어받아 영화적인 순수함과 인간 삶에 대한 관조적인 성찰을 드높이고 있다. 순진한 아프가니스탄 청년 조메가 이란이라는 타향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영화 [조메] 속에서는 특별하게 드라마틱한 사건들이나 과장된 농담은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소외되고 외로운 이방인 청년이 한 눈에 사랑에 빠지고 용기있게 사랑을 쟁취하려는 과정은 그 성공여부를 떠나서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머금게 하는 감동을 전달해 준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흔적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나에게 세상을 보는 법과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사람들이 매순간 같은 일에 대해서도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를 만난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 감독 하싼 엑타파나 [조메]의 감독 하싼 엑타파나는 국내에 잘 알려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조감독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그런지 그의 데뷰작인 [조메]는 영화 곳곳, 특히 구성과 형식에서 키아로스타미의 흔적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조용히 인물의 뒤를 쫓는 카메라의 움직임, 생활에서 볼 수 있는 편안한 언어들, 전혀 배우 같지 않은 사람들의 연기, 생활의 일부를 떼어내어 스크린에 붙여 놓은 듯한 일상의 흔적들은 전혀 꾸미지 않은 영상 작업들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키아로스타미의 대표적 특징들이다. 이런 모습들은 [조메]의 영상을 더욱 풍성하고 아련하게 만들며 한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풀어낸다.
영화 속 재미 여러분은 우리말속담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등의 아랍 표현을 상상해 본적이 있는지? 정답은 바로 "다른 곳의 풀이 더 푸르다.", "닫힌 문은 언젠가는 열린다."이다. 아랍어는 글 자체가 훌륭한 그림이 된다고 하듯, 그것으로 표현해낸 말들은 시적인 운치와 재치가 가득하다. 영화 속 인물들의 입에서 풀어져 나오는 "생은 자전거이다. 어떨 때는 쓰고 어떤 때는 달고…", "세계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와 같은 말들은 우리가 쓰는 말과 이란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들의 차이를 비교해가며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차근히 인내있게 약간은 슬픈 사랑이야기를 밝은 영상으로 산산조각 내는 [조메]는 주인공과 마흐무드가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소통하는 것처럼,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이란 사람들과 흥겨운 소통을 하게 만든다.
영혼을 울리는 음악 <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 The Soul of a Man>
감독_빔 벤더스 제작 총지휘-마틴 스콜세지 기간_ 2004년 6월 5일(토)~6월 18일(금)/휴관없음 시간_ 12:40 14:30 16:20 18:00 19:50 장소_ 시네마테크 부산
그들의 노래는 나에게 세계를 의미했다. 그 노래들 안에는 내가 미국에 관해 읽었던 그 어떤 책들에서보다, 또 내가 보았던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더 많은 진실이 담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음악과 목소리에서 받은 영감과 감동을 시처럼 표현하고자 했다. -빔 벤더스 감독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그후 4년, 블루스의 감동으로 돌아온 빔 벤더스
1999년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으로 전설적인 쿠바 뮤지션들을 스크린 위에 부활시켜 전세계 음악팬들을 열광케 했던 빔 벤더스 감독. 그가 2003년 ‘블루스의 전설’을 들고서 돌아왔다. 바로 지난해 깐느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빔 벤더스의 신작 <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 이번에는 20세기 초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잊혀졌던 블루스 음악가들을 되살려낸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 이은 또 한 편의 감동적인 음악 영화가 우리 곁을 찾아온 것이다. 빔 벤더스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세 명의 블루스 뮤지션인 스킵 제임스, 블라인드 윌리 존슨, J.B. 르누아르가 영화를 통해 되살아난 블루스의 전설이다. <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은 이 세 뮤지션의 기록영상과 감독이 연출한 재현화면 그리고 그들의 음악을 현재의 블루스 음악가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들을 엮어 독특한 다큐멘터리로 탄생했다 제목인 ‘소울 오브 맨’은 블라인드 윌리 존슨의 대표적인 동명 타이틀곡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빔 벤더스는 그가 좋아하는 세 명의 블루스 뮤지션의 인생과 음악을 탐구하면서 신과 악마, 신성과 불경, 성스러움과 세속적인 것 사이에 놓여진 음악인 블루스가 가진 극적인 긴장감을 발견한다. 블루스의 근원을 파고들어가는 음악의 역사이자 세 뮤지션들의 드라마틱한 인생 행로이기도 한 이 스토리는, 블루스 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 음악 팬들에게도 놀라움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잊혀진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다시금 발굴해낸 열정과 그 오랜 시간 속에서도 면면히 이어져온 블루스의 살아있는 생명력을 발견하는 감동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블루스에 대한 특별하면서도 영원한 찬양과 영혼을 울리는 음악의 향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7명의 거장 감독들이 블루스 음악에 바치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헌사
영화 <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은 마틴 스콜세지의 제작 총지휘로 만들어진 7편의 다큐멘터리 연작 <더 블루스> 중의 한 편으로 만들어졌다. 마틴 스콜세지가 선사하는 음악 여행, 블루스 로드 트립의 첫번째 이야기가 바로 빔 벤더스의 작품인 것이다. 미국 대륙을 가로질러 아프리카와 유럽을 오가는 이 엄청난 프로젝트의 시작은, 마틴 스콜세지의 블루스에 대한 애정과 그 역사와 스토리를 알리고 싶어하는 그의 열망에서 비롯되었다. 그리하여 <더 블루스> 시리즈의 여정은 블루스 음악에 바치는 거장 감독들의 아름답고 감동적인 헌사가 되었다. 마틴 스콜세지 본인과 찰스 버넷,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이크 피기스, 마크 레빈, 리처드 피어스, 빔 벤더스 등 7명의 쟁쟁한 감독들이 이들 블루스의 여정에 따라 펼쳐지는 각각의 스타일과 이야기를 자신들만의 영상언어로 표현해냈다. 각각의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빔 벤더스의 <소울 오브 맨 The Soul of A Man> 마틴 스콜세지의 <고향에 가고 싶다 Feel like Going Home>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피아노 블루스 Piano Blues> 마이크 피기스의 <레드, 화이트 그리고 블루스 Red, White and Blues> 마크 레빈의 <아버지와 아들 Godfather and Son> 찰스 버넷의 <악마의 불꽃에 휩싸여 Warming By The Devil’s Fire> 리처드 피어스의 <멤피스로 가는 길 The Road To Memphis>
이 중 개봉을 앞둔 빔 벤더스의 작품은 이미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개봉되어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미국에서는 지난해 9월 PBS를 통해 7편 모두 방송되어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이후 시리즈에 관한 책이 출판되었고 OST는 물론, 관련 공연 음반이 연이어 나오고 있으며 DVD 박스 세트도 출시되어 그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음악의 진정한 정수, 블루스의 원형을 찾아서
그렇다면 <더 블루스>의 긴 여정을 가능하게 한 음악, 블루스는 과연 어떤 음악인가. 블루스의 원형은 19세기 중엽 미국 흑인들 사이에서 생겨난 대중가곡 및 그 형식을 의미한다. 노예시대 흑인들의 노동가나 영가 등 주로 집단적으로 불리던 소박한 민요가 개인이 부르는 노래로 바뀌어 블루스가 된 것. 따라서 블루스 음악 깊숙한 곳에는 흑인들의 고난에 찬 역사와 비참한 생활 그리고 인간적인 슬픔, 고뇌, 절망감 등이 내재되어 있다. 이들의 음악이 듣는 이의 가슴을 절절하게 울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블루스의 음악적 특징과 형식은 20세기에 들어와 재즈의 음악적 바탕이 되었고 미국 대중음악 전반에 걸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더 블루스> 로드 트립은 그 근원인 남부 개척지의 노예 집단으로부터 미국 대륙을 종단하여 블루스가 자리잡은 흔적을 쫓아가고 있다. 아프리카 음악과 신대륙 음악의 혼합체인 블루스의 영향력은, 20세기 초 아프리칸-아메리칸이 ‘대이주’를 시작한 미시시피 삼각주로부터 루이지애나와 텍사스를 가로지른다. 그 후 북쪽으로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난 해방 노예들과 그 후예들이 정착한 북부의 멤피스, 세인트루이스, 시카고, 디트로이트까지 퍼졌다. 미 대륙 전체에 퍼지게 된 이 새로운 음악 양식인 블루스는 끊임없이 그 영역을 넓혀갔다. 재즈, 가스펠, 컨트리와 같이 자신들만의 취향과 문화를 가진 각 지역은, 블루스 스타일의 끝없는 다양성을 조합하여 각각의 스타일을 완성해 나간 것이다.
“블루스가 뿌리이며, 다른 모든 것들은 그 열매이다.” - 윌리 딕슨
1950~60년대에 이르면 블루스는 대서양을 건너게 되고, 영국의 젊은 청중과 뮤지션들은 미국의 블루스에 심취해 블루스의 부활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로큰롤이 휩쓸던 시기였으며 그 영향으로 블루스는 록 음악에 융합되었다. 그리고 이후 수십 년 동안 블루스는 많은 음악팬들과 레코드 수집가들에게서 뒷전으로 밀려나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한 때 윌리 딕슨(로큰롤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블루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곡가)이 “블루스가 뿌리이며, 다른 모든 것들은 그 열매이다.”라고 말한 것에서 영감을 얻어 블루스가 재기하는데 박차를 가했던 것처럼, 1990년대 초 미국에 기반을 둔 음악에 대한 열광적인 붐이 일어나면서 다시금 블루스 음악에 대한 관심이 꽃피우게 된다. 로큰롤, 재즈, 리듬앤블루스, 힙합 등 오늘날 가장 인기있는 사운드들의 뿌리는 명백히 블루스의 탄생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빔 벤더스는 블루스가 집단적이고 종교적인 음악에서 개인적이고 대중화된 음악형식으로 자리잡는 과정 그리고 그 역사 속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세 명의 블루스 뮤지션을 주목한다. 평생을 신성한 곡만 부르며 길거리 공연으로 생계를 유지했던 블라인드 윌리 존슨, 앨범 한 장 내고는 33년만에 병원에서 발견되어 극적으로 역사적인 공연에 합류한 스킵 제임스, 새로운 세대의 변화를 노래했지만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J.B. 르누아르. 이들의 인생과 노래를 통해 인간의 영혼을 느끼고 음악의 본질에 다가가는 감동의 경험이 <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에 담겨져 있다.
낡은 기술과 최신의 디지털 기술이 만나 창조된 블루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음악 다큐멘터리와는 또다른 색다른 형식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이미지나 형식의 실험 등 항상 새로운 영화방식을 시도하는 빔 벤더스 감독의 스타일이 그대로 발휘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벤더스는 다른 다큐멘터리의 작업과 마찬가지로 세 명의 주인공들에 관한 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마지막 편집을 하면서 이들 중 어떤 것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전까지의 모든 컷들을 들어내버리고 블라인드 윌리 존슨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를 이끌어가기로 한 것이다. 내레이터는 로렌스 피쉬번. 이로써 영화는 기존의 다큐멘터리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뮤직 다큐멘터리로 완성됐다.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의 내레이션으로 우주를 여행하며 시작하는 영화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동시에 광대한 우주의 시간성 속에서 미래를 예시하기도 한다. 이런 내레이션의 관점은 사실의 직접적인 전달 위주로 전개되는 다큐멘터리 특유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극영화 이상의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창조해냈다. 또한 옛 기록화면과 감독의 연출로 만들어진 재현화면 그리고 현대 가수들의 공연장면은 자연스레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빔 벤더스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하는 독특한 형식의 다큐멘터리 한 편이 완성된 것이다. 빔 벤더스는 우선 시리즈의 다른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디지털로 찍는다는 점에 동의했고 또 현재의 공연장면들이나 인터뷰는 디브이캠으로 찍기도 했다. 하지만 스킵 제임스와 블라인드 윌리 존슨의 자료 화면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였다. 벤더스는 결국 그들의 모습을 새롭게 찍기로 결정하고 1920∼30년대의 삶을 재현하기 위해서 당시에 쓰였던 데브리 파르보(Debrie Parvo)라는 수동식 회전 카메라를 선택했다. 최대한 그 시대에 가깝게 재현하기 위해 사용가능한 가장 오래된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찍혀진 화면은 정말 아름답고 실감이 났으며 보는 이를 과거의 시간으로 데려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실제 기록화면인지 재현화면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고민해야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쉬운 작업만은 아니었다. 초당 16프레임으로 촬영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찍은 필름을 초당 24프레임인 영화의 나머지 부분과 맞추고 오래된 녹음자료를 화면과 동시에 연주해 보이도록 하는 엄청난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모두 현재의 디지털 기술로만 가능한 작업이었다. 가장 낡은 것 중의 가능한 기술과 최신의 디지털 기술이 결합한 아이러니가 영화의 성공적인 완성 아래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우주에서 들려오는 블라인드 윌리 존슨의 초현실적인 내레이션이 다큐멘터리라는 실화의 감동과 멋지게 어우러진 것처럼 말이다.
세 명의 블루스 히어로를 현대적으로 부활시킨 12곡의 리메이크
블루스 음악은 과거로부터 시작됐지만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숨쉬는 현재의 음악이기도 하다. 따라서 과거 역사 속 전설적인 세 명의 뮤지션의 음악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표현하느냐 또한 과거의 재현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빔 벤더스는 음악 그 자체가 말하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래된 노래를 가장 적절하게 ‘재녹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스킵, J.B., 블라인드 윌리의 음악을 선곡하여 재해석할 현대 음악인을 찾아내야 했다. 이는 또한 세 명의 블루스 히어로를 현대적으로 부활시켜 동시대의 청중들이 그들의 노래를 듣고 블루스 음악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것에도 물론 도움을 줄 것이다. 벤더스는 이미 이들의 음악에 관심을 표하여 노래를 부른 몇몇 뮤지션을 찾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의 친구들 중에 블루스를 좋아해서 수락할 가능성이 있는 ‘닉 케이브’와 ‘루 리드’에게도 접근했다. 그리하여 결국 그들 중에서 가수, 작사가, 밴드에 의해 재해석된 12곡을 뽑아낼 수 있었다. 그들은 촬영을 하는 동안 모두 라이브로 녹음을 했기 때문에 영화에 다시 음악을 입히진 않았다.
기쁨과 열정, 슬픔과 감동으로 가득찬 블루스 음악의 정수를 만끽하라!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는 ‘벡’이었다. 그는 한 곡을 절대 같은 식으로 두 번 연주하지 않았다. 스킵 제임스의 “I’m So Glad”와 “Cypress Grove”, 두 곡을 불렀는데 매번 다른 기타로, 다른 리듬으로, 다른 접근방식으로 연주했다. 그건 흥분이고 놀라움 그 자체였다. 모든 연주들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으며 1년이 넘게 LA, 뉴욕, 시카고, 런던 등지에서 촬영을 했다. ‘보니 레이트’는 아주 우아했고 모두 2곡을 연주했다. 그녀는 그 중 한 곡을 진짜 스킵의 튜닝으로 연주했는데, 스킵의 튜닝은 흔치 않은 것으로 손가락을 짚는 게 아주 어렵다고 한다. ‘카산드라 윌슨’의 공연도 정말 멋있었다. 그녀는 3곡을 불렀는데 그 중 2곡이 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Vietnam Blues”는 J.B.의 곡 중에 빔 벤더스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그녀의 버전은 아주 감동적이면서 신기하게도 현대적이었다. 가장 즐거웠던 것은 ‘루 리드’와의 촬영이었다 그는 스킵의 독특한 튠으로 “See That My Grave Is Kept Clean”의 12분짜리 버전을 미소 지으며 불렀다. 그 밴드는 정말 더할 나위 없는 기쁨 속에서 연주를 했다. 단 한 테이크만에 말이다. 벤더스는 루의 일생에 있어 그런 일이 얼마나 자주 있는지 모르지만, 아주 자랑스럽고 기쁘게 웃으며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을 행운으로 여긴다고 고백했다. 뮤직 다큐멘터리로서의 가장 큰 힘은 결국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음악에 있을 것이다. 물론 음악 자체가 갖는 풍부한 이야기성이 존재한다 해도 영화로 만들어지는 만큼 그 음악을 어떻게 보여주고 느끼게 해줄 것인가 하는 부분은 전적으로 감독의 능력에 달려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영화 속 음악과 감독의 연출력이 조화로운 힘을 발휘할 때 관객들은 최상의 감동을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은 그런 감동을 기대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가장 낮은 곳을 살피며 가장 높은 천국을 느끼게 해주는 영혼의 음악, 블루스. 그 음악 속에서 느끼는 기쁨과 열정, 슬픔과 감동을 가슴 깊숙이 만끽하라, 그것이 바로 영화가 이야기하는 블루스 음악의 정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