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신부님 선종 30주기 특집 (젊은 날의 여행일기 ) 9

[홍데레사수녀]

1954년 8월13일 금요일

한 트럭 운전수가 살레르노까지 태워준다.

트럭 안에는 시칠리 섬까지 가는 놀웨이인 히치하이카가 타고 있다.

영어를 잘한다. 다시 뜨거운 햇살 아래 한 시간을 기다린다. 금요일 에다가 13일이다.

드디어 한 트럭이 오더니 편승을 허락한다.

자동차는 산으로 올라간다. 강이고 시내고 모두 말라 있다.

뜨거운 이태리의 태양이 대지를 태우면서 사정없이 내려쬔다.

4개월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눈부신 푸른 하늘에 구름 한 점 볼 수 없다.

마을의 농부들은 지독하게 가난하다.

모두 맨발에 누더기를 걸치고 있다.

산 속 어디엔가 모르는 곳에 운전수는 나를 내려놓았다.

곧바로 신이나 옷가지를 얻으려고 사람들이 나를 에워싼다.

배고픈 표정으로 나의 가방을 보고 있다.

도와주고 싶지만, 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나와 나의 가방으로부터 그들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위하여 황량한 산속으로 멀리 옮겨갔다.

저녁 식사로 빵과 치즈와 복숭아를 먹었다.

어두워지자 침낭 속으로 기어 들어가서 보름달과 구름 없는 하늘 아래서 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