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우장 한쪽에는 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구역이 있습니다. 투우사와 싸우다가 지친 소는 자신이 정한 그 장소로 가서 숨을 고르며 힘을 모읍니다. 기운을 되찾아 계속 싸우기 위해서입니다. 그곳에 있으면 소는 더는 두렵지 않습니다. 소만 아는 그 자리를 스페인 어로 퀘렌시아(Querencia)라고 부릅니다.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입니다.
퀘렌시아는 회복의 장소입니다. 세상의 위험으로 부터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 힘들고 지쳤을 때 기운을 얻는 곳, 본연의 자기 자신에 가장 가까워지는 곳입니다. 저에게도 퀘렌시아가 있습니다. 바로 동작노인종합복지관 의료실입니다. 그곳에는 간호사 박금희 팀장님이 일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심적으로 지칠 때 박금희 팀장님을 찾습니다. 찾아갈 때면 눈을 맞춰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제 이야기에 공감해주십니다. 퀘렌시아 박금희 팀장님을 만나면 힘을 얻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여름 무더위도 우리의 만남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일요일 저녁 박금희팀장님과 만나「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 '사람'」책을 펼쳤습니다. 책 속 여러 주제 가운데 ‘당사자의 눈높이? 성의정심으로 만날 뿐' 을 골라 한 장씩 낭독하며 읽었습니다. 매일 어르신을 마주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글입니다. 글을 읽으며 고개를 자주 끄덕끄덕 했습니다.
사회복지사의 마음가짐을 생각합니다.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나를 낮추거나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하기. 감정의 교류가 가능해지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일에 앞서 당사자의 처지와 눈높이에 자리합니다. 그 순간 감정의 교류가 가능합니다. 그 뒤에 일을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당사자를 인격적으로 만납니다. 인격적 만남 속에서는 당사자를 ‘케이스’로 부르며 우리와 구별되는 대상자로 여기지 않습니다. 전문 지식을 딛고 올라선 높은 자리에서 ‘버드 아이’의 관점으로 당사자를 가르치려 하거나 타박하지 않습니다. 선 자리를 바꾸고 몸의 자세를 달리하면 당사자를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당사자의 역량과 강점 같은 다른 모습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108쪽.
박금희 팀장님은 동작노인종합복지관 개관멤버입니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복지관 의료실을 지키고 있는 수호신같은 분이지요. 복지관 간호사로 일하면서 하루가 설레고 행복하다 하십니다. 정말요? 라고 물으니 익숙해지기 전에는 설렜고, 익숙해지고 난 후에는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하셨습니다. 오래 일하다 보니 똑같은 상황과 어르신을 마주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럴 때에도 처음 본 거처럼 반응하고 마주한다고 합니다. 상대방을 잘 알고 있다는 판단이 많은 오류에 빠지게 합니다. 상대방을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과거로서 본다 하셨습니다. 상대방의 눈높이를 맞춰 자신을 낮추는 방법은 ‘첫 마음’이라 합니다. 첫 마음 그대로 상대방을 바라보기. 상대방을 많이 안다고 자만하지 않기. 오늘 처음 본 거처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했습니다.
지역복지과 강금희 팀장님이 박금희 팀장님께 한덕연 선생님의 <사회사업 개론> 강의를 들으러 가자며 제안했습니다. 벌써 5년 전 이야기입니다. 한덕연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자신은 무조건 도우면 끝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한덕연 선생님 만남을 통해 걸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기. 어르신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묻기 전에 인사하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못 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합니다. 간호사 일이 힘들 때면 복지요결 책을 읽고 힘을 얻는다고 하셨습니다.
간호사도 사회복지사라는 박금희 팀장님의 말씀. 사회복지사로서 돕는 다면 어떤 곳이든 사회사업 현장이 될 수 있고 어떤 일이든 사회사업이 될 수 있다는 한덕연선생님 말씀이 맞닿아 있습니다.
正心. 마음을 마땅히 두어야 할 곳에 둡니다. 격물하여 치지하였고, 그래서 사람다움과 사회다움을 좇아 성의하면 마음이 향하는 곳이 있습니다. 사회사업가가 마음을 마땅히 두어야 할 곳에 두는 게 정심입니다. 정심은 사람다움과 사회다움을 생각하여 도우려는 그 마음입니다. 그렇게 바르게 도우려는 마음을 가지려 애씀입니다. 111쪽.
박금희 팀장님은 신입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 현장(직장)에 젖어있지 않기 때문에 더 솔직한 말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고 말이지요. 복지관이 신입사회복지사를 지켜줘야 하며, 일하는 데에 있어 생각하는 사람이 오래 버티어 복지관에 많은 변화를 가져와줘야 한다 하셨습니다. 사는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대로 사는 연습이 필요하며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는지, 누구와 함께 가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하셨습니다. 오래 일할수록 자신이 해오던 방식대로만 고수하고 관계를 중요시 여기기보단 일에 집중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신입사회복지사의 물음에 집중하고 맑은 에너지를 한 곳에 모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십니다.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사라지게 합니다. 일에 지치고 힘들 때 누군가가 나를 믿고 응원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위로인지를. 박금희 팀장님과의 만남을 통해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동작노인종합복지관 간호사 박금희팀장님
1. 「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 '사람'」 가난한 휴머니즘 편, 강인한선생님과 함께 나누다.
(https://blog.naver.com/tae931009/221306754400)
2. 「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 '사람'」 '악마사회복지사의 업무일지가 발견되다' 편, 에디선생님과 함께 나누다.
(https://blog.naver.com/tae931009/221312965504)
3.「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 '사람'」 '악마사회복지사의 업무일지가 발견되다' 편, 방승민선생님과 함께 나누다.
(https://blog.naver.com/tae931009/221314935937)
4.「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 '사람'」 '너도 언젠가 대상자가 될 날이 올게다' 편, 이소연과장님과 함께 나누다.
(https://blog.naver.com/tae931009/221318677012)
5.「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 '사람'」 ‘아빠, 친구 관계는 어디서 가르쳐주나요?’ 편, 박기흥선생님과 함께 나누다.
(https://blog.naver.com/tae931009/221327318583)
6.「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 '사람'」 ‘당사자의 눈높이? 성의정심으로 만날 뿐’ 편, 박금희팀장님과 함께 나누다.
(https://blog.naver.com/tae931009/221337630532)
첫댓글 오늘 박금희팀장님과 점심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는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대로 사는 연습이 필요하며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는지, 누구와 함께 가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하셨습니다. 오래 일할수록 자신이 해오던 방식대로만 고수하고 관계를 중요시 여기기보단 일에 집중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신입사회복지사의 물음에 집중하고 맑은 에너지를 한 곳에 모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십니다."
글은 많은 사람이 보고, 직원분들과도 공유하기에...
무례한 부분과 격한 표현은 수정했습니다.
수정하니 한결 낫습니다
손규태 선생님의 책 나눔 방식에 감탄합니다.
동료와 일대일 책 읽기, 놀랍습니다.
복지관에서 함께 일하는 한 분 한 분 세워주는 일이네요.
이번주 목요일날 강금희팀장님 만나요.
좋은 만남 잘 기록할게요.
설레고 기대되요.
선배 사회복지사와 쓴 글 나눴어요.
글로서 만나니 더 좋아요.
조진희과장님께서 먼저 자기랑은 언제하냐고 약속 잡았어요.
독서노트를 통해 즐거움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책 만남을 통해 동료의 강점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