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내장산 단풍 구경을 갔다. 9시 넘어 도착했는데도 이미 2주차장도 차 가고 있었다. 급할 것 없고 산행에 욕심이 없는 터라 천천히 길가로 걸어 올라갔다. 상가가 늘어서 있는 초입에 서 있는 관광안내판에 탐방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나도 그 쪽에 시선을 돌려 동선을 가늠해 보려 하는데.. 누군가가 무언가를 열렬히 설명하고 있어 귀가 그 쪽을 향하게 되었다. 언듯 관광해설사 같은데 복장이 유니폼이 아니고 이름표나 모자등 표식이 전혀 없다. 그냥 동네 아저씨다. 근데 말이 막힘이 없다. 나아가 절박하기도 하다. 어려번 한 소리고 목소리도 쉬었다. 그래도 확신이 있다. 피곤은 해도 도중에 멈출 것 같지 않다.
결론인즉, 택시를 일인당 만삼천원을 내면 내장산 등산로와 케이블카 전경을 다리 밑에서 한 눈에 볼 수 있고, 내장산 일곱 봉우리를 볼 수 있으며,, 부처바위와 옥녀문과 촛대바위도 볼 수 있단다. 나아가 2km 뻩어 있는 단풍 터널도 볼 수 있고 말이다.
..
이리 걸으나 저리 걸으나 적당히 걷기를 소망하는 나로서는 마다할 일이 없어 데려다 달라 했다. 4인 기준으로 가니 두 명이 더 달라 붙어야 하니 기다려야 한다는 지나가는 말을 하기에 4인 비용을 내겠다고 하니 화색이 완연하다. 그리고 이리저리 핸드폰 전화하고 건너 쪽 사람과 이야기 하고 하더니 차가 하나가 와 우리르 태웠다. 운전자는 백양사 가는 길로 올라 가더니 백양사쪽에서 내려오는- 그 쪽 길은 순창쪽에서 내장사로 오는 차량으로 지체되고 있었다- 길에 있는 택시 기사와 맞바꿈을 했다. 그리고 둘이 오가는 말이 5만원? 3만원? 하더라.
..
40대 중반의 젊은 총각은 우리 눈치를 보며 기분 좋게 하려 애쓴다. 우리가 먼저 맘을 풀어 준다. 이렇게 하는 관광코스가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돈 걱정 하지말고 설명 잘 해 달라고. 인상 좋아 보인다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거 택시기사들의 호객행위이고 법적으로 보호받거나 허가받은 일이 아니라는 거. 그 것도 몇몇 택시들이 합작을 해서 몇몇 동네 애들 데리고 돈 버는 일임을. 가다가도 차 탄 사람들이 불만을 표시하면 바로 꼬리 내리고 원위치로 모셔줘야 한다는 것을.
..
그래도 난 좋았다. 구룸다리라고 한 곳이 길가 전망대 데크였고, 일곱 봉우리 볼 수 있는 곳이 길가였으며, 부처바위나 촉대바위나 다 스토리텔링이였고, 단풍 터널이 터널은 아니었고, 오색단풍의 오색은 우리가 합의해서 선정했다 하더라도, 아~ 내장산 단풍이 애기단풍-애기 손바닥만하다는 것-임은 확실히 택시기사의 지식정보 전달 덕 때문이었다.
''
왜냐면! 애쓰는 것이 보여서. 그렇게 라도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아 보였기에. 일단 택시를 타기로 했으니 그 상황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 맞기에 그러기 위해서는 택시기사는 바로 우리의 동행자가 되어야 했기에 대상이 아니라 관계로 묶여야 하기에. 거래는 끝났고 그 것에 과정을 대하고 비교 평가하고 가격이 싸니 마니 따지는 것은 중단. 앞으로 관계가 중요하고 그 것은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므로.
..
택시 관광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이 막힌다. 내장산 사람들에게 이 때가 피크다. 이 날 빼면 이 곳은 귀신 나올 정도로 한적하더랜다. 한 철 장사. 품바 공연이 어느 사설 주차장 귀퉁이에 펼쳐져 있다. 구경하는 이 없고 공연하는 배우들이 품이 헛헛해 보인다. 주자장에 차들이 도로에도 차들이 서 있다. 노래는 이어지고 괜히 내가 서글퍼진다. 젠장.
..
올 때 보다 더 많아진 인파를 헤치고 정읍 시내로 내려 왔다. 전통시장에 있는 화순옥이라는 70년 전통의 순대집에서 7천원짜리 순대국밥을 사 먹고... 전봉준장군의 유적지와 동학농민 기념관을 눈으로만 보고 집으로 돌보령으로 돌아 왔다. 피곤하다. 하루 쉬는 날 여가를 누렸거늘 난 피곤하다. 무엇을 보았는가. 나는.
애 쓰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에게 삶의 영광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