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진 안개
류윤
구체적 진술이 되지 못하고
모호한
모호함으로 하여
몽환적으로 더 아름다운,
눈썹 짙은
방어진 솔숲을
목도리처럼 두른
일산진 해안을 철썩이는 파도와
서서히 벗겨지는 안개 속에
발목이 드러나는
기기묘묘한 암봉들을
수하에 거느린...
시간도 깍아내는 가혹한 파도와
신의 손길로 빚어낸
오묘한
울산 대왕암
여기 천년이 밀물로 왓다가
천년이 흔적없이 쓸려갔을 것이다
짙은 안개는
뱃고동 소리를 방목하고
뱃고동소릴 주워먹고자란
외로운 섬
슬도 해안길의
소라 고동들은 귀가 자랄 것이다
호잇 호잇
잠수복을 입은
해녀들의 숨비소리
살아가는 일이
늘 안개 속 같아도
방어진 등대를 찾으면
점차 벗겨지는
안개의 살을 만지며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안개속처럼
막막햇던
앞으로 살아낼 길이갈래를 잡아
구체화 될 것이다
안개에 젖은 옷을
비틀어 짜면
묵은 슬픔이
뚝뚝 떨어질 것이다
슬픔은 말려야
곰팡이가 슬지 않는다
이마를 가르는
일직선의 수평선에 널어
짯짯이 잘 말려야 한다
장생포
류윤
십장생도에도 나오지 않는
장생포지만
日·月·山·川·竹·松·龜.鶴·鹿·不老草,
못지않게
근근히
참 오래도 살아냈다
밤마다
장생포 로에 붙어있는
목줄같은
할매고래, 원조 고래집에
본진을 치고
왕년에 포경선 작살로
고래를 잡아낸 무용담이나
고래고기대신
안주로 올리고
입에 침들을 튀기는..
도크에 채울
거대한 기름 배가 오가고
고래 대신
원양어선들이
밧줄에 묶여 정박해 있는..
추적추적 가을비 내리는
오늘같은 날은
도리우찌 모자에
낡은 트랜치 코트를 걸치고
빛바랜 흑백 사진 같은
불란서 영화의 주인공 되어
우수에 젖어 보리라
포경 금지 이후에도
냉동고 속에서 갓 출고한
고래에서
지금 막 당도한 듯
山 같은 거무튀튀한 몸집ㅇ로
시야를 막아서는장생포
카페 게시글
┌………┃류윤모詩人┃
방어진 안개
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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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5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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