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한다.
“그 사람 철이 들었다.”
“그 사람 철들려면 한참 멀었다.”
“아직 철이 없어서...”하는 말들을 우리들은 어디서나 간혹 듣는다.
조금 따지고 보면 사람이 항상 철이 굳건하게 들어 있어도 조금은 피곤하거나 재미가 없다.
경우에 따라선 철을 살짝 외출 보내고 일부러 -철없는 짓ㅡ을 하는 어른을 보면 우리는 괜히 마음이 편해지고 어떤 땐 터무니없는 매력을 느낄 때도 있다. 특히 근엄하고 知性 기득한 사람이 평소와 다르게 천진한 아이처럼 분위기를 재미있게 꾸려갈 땐 사람됨의 스케일이 있어 보여서 어떤 존경심마저 생길 때가 있다. 친밀한 사람들끼리 어울려서 술을 마시고 가무(歌舞)를 즐길 때는 더더구나 말이다.
일상생활을 할 때는 가능한대로 철이 들어야 손해를 면할 수가 있고 사람이 야무지고 빈틈이 없어서 좋다. 그러나 때와 장소에 따라 철을 붙이기도 하고, 놓기도 한다면 그것도 괜찮아 보인다.
풍류(風流)를 즐길 때, 술잔을 비우고 노래를 부르면서 놀 때는 조금은 철없이 노는 것이 보기도 좋고 재미도 있고 마음도 편하다. 풍류는 삶의 멋이고 운치다. 풍류를 즐긴다는 것은 삶의 아름다움을 차지하고 있다는 증좌다. 각박한 일상의 삶에서 여유와 일탈(逸脫)의 즐거움을 누린다는 말이기도 하다. 일 할 때와 놀 때를 구별 하라고 한다. 평소에는 근엄한 어른의 체통을 지키더라도 음주가무를 하면서 놀 때는 유쾌하고 가벼운(...) 사람이 되는 것이 편하고 보기도 좋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간혹 허술한 여유를 가지는 것도 잘 익은 지혜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놀이는 스트레스를 푸는 문화다.
다른 사람들이 희희낙락 놀이를 즐길 때, 마치 '꾸어다 놓은 보리자루'같이 구석에서 시큰둥이로 앉아만 있다든가 분위기에 맞지 않는 점잖을 부리면 딱한 사람이 될 때도 있다. 장소에 따라 그런 사람도 있어야 구색 맞는 풍경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체로 같이 어울리면 더욱 흥이 난다는 말이다.
어쩌면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사람이 진정 철이 든 사람인지도 모른다. 다른 말로 하자면 철이란 놈을 때로는 단단하게 붙들고 있다가도 경우에 따라선 살짝 빼 버릴 줄도 아는 사람이 균형(均衡)있게 철든 사람이다.
시도 때도 없이 어른스럽게 너무 근엄하게 살다보면 우선 주위 사람들이 따분하고 피곤 해 진다.
똑 부러지게 일 잘 하는 사람도 놀 때는 약간 모자란 칠삭둥이처럼 느슨하게 보이는 사람이 지혜롭게 철이 든 사람인지도 모른다.
모두들 흥겹게 놀 때 너무 야무진 사람은 곤란한 이웃이 된다.
그런 면에서 ‘철’이란 단어가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힘’ 이라고 사전에 기록 한 것은 적절한 해석이다.
석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