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사랑서사시 제8장
-기림사 편
불국사의 말사다. 643년 천축국의 승려 광유가 창건하여 임정사라 부르던 것을 뒤에 원효가 중창하여 머물면서 기림사로 개칭하였다.
오정수五井水와 우담바라가 유명하다. 지금은 절 입구에 찻집 기다림祇茶林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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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사랑서사시 Ⅷ
-기림사, 기다림祇茶林에서
이 령
1
안이 텅 빈 난
바깥으로 뾰족 합니다
모서리가 답입니다
질문을 위한 질문도 답입니다
바깥 표정으로 안을 볼 수 있나요
잠깐 다녀간 당신들도 둥글지 않습니다
검푸른 고독에 각이 생겨요
밤낮으로 내가 아닌 나와 대면하는데
왜 우리의 답안지엔 사선만 남나요
별의 표정은 어느 계절의 첨부 인가요
부피를 잃어가던 밤은 당신의 호명에
누구나의 깊이로 본문이 됩니다
답을 찾느라 잠 들 수 없다는 건
나와 당신들의 습관성 오독입니다
밤은 우주의 낮이고 정(正)은 반(反) 너머의 궤적 인가요
난 어느 궤도쯤에서 당신이 됩니까
당신은 나의 바깥입니까 안입니까
너무 먼 나와 너무 가까운 당신은 늘 첨예한 질문입니다
2
머루, 으름, 드렁 칡도 첩첩만산, 수리부엉이가 베끼는 함월산 염불소리 낙숫물처럼 맑고 깊다. 물의 나라 바실라 사람들, 아니 사철 마르지 않는 우물경전 마시는 바실라 신들. 오종수에 깃든 꽃불경전이 법당에 앉은 귀 명창 밝히는 새벽이다. 지금 산은 온통 차고 향기로운 소리 궁전이다.
3
움트는 소리, 화르륵 화르륵, 수 만 가지 말씀들이 피어나는 저 소리.
살가워라, 살가워라. 사람들의 기도소리. 아니 신들의 숨결. 싸리나무 물오르듯 적막하고도 농하다. 귀 바퀴 감도는 은밀한 기척이요, 스미는 소리들은 하나하나 달디 단 죽비와 감로수이건만, 적막이 하도 고와 적막에 매혹된 나는, 이생을 파破 하지 못한다면 신을 만날 수 있을까
4
오종수를 마시니, 오색 꽃이 흐드러지고, 근동 스무 마실, 꽃불경전 그윽하다.
여인들, 꽃이 되기 위해 꽃에 드니, 곳곳이 화평이요, 사랑이구나.
나비들 날아드니 약사전 헌다벽화가 벌떡 일어서고 화용미소 비로자나불 가부좌가 쓰르륵 풀리자 산 비알 차나무도 흠칫 놀라 움트는 곳. 바로 사람의 마을이 신비경인걸까
5
비 들어 짚대 부풀어 오르면 사람 사는 집만 골라 둥지를 튼다는 제비도 물고 온 햇살을 쳇눈처럼 헛뿌리다 처마에 살 풋 내려앉아 독경하는 봄이다. 활처럼 휘는 하품을 문 툇마루 고양이도 게슴츠레 눈 비비며 경청하는 봄이다. 돌돌돌 확 독에 모여 우는 비, 방울 방울지는 얼굴들, 사랑은 움트는 표정에 귀를 여는 거야, 나직나직 속삭이는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