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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Delay)의 의미: 이것은 인간적인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아닙니다. 철저한 영적 절제와 지혜입니다. 응답을 하루 미룸으로써 왕의 호기심과 간절함을 극대화하고, 하만의 교만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으며, 무엇보다 그날 밤(6장) 왕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궁중 일기를 읽게 되는 '하나님의 완벽한 타이밍'을 세팅하기 위한 거룩한 여백을 마련한 것입니다.
원어 분석: 미쉬테 (מִשְׁתֶּה, Mishteh - 잔치, 연회)
4, 5, 6, 8, 12, 14절에 집중적으로 반복되는 단어입니다. 1장에서 아하수에로 왕의 '미쉬테'가 폭력과 수치(와스디 폐위)를 낳은 세속적 권력의 무대였다면, 에스더의 '미쉬테'는 대적을 심판하고 민족을 구원하기 위해 치밀하게 쳐놓은 거룩한 덫이자 영적 전쟁터로 기능이 완전히 역전됩니다.
3. 하만의 착각과 폭주하는 교만 (5장 9-12절)
하만은 왕과 왕후의 잔치에 홀로 초대받은 특권에 취해 기뻐하며 나옵니다. 그러나 대궐 문에 있는 모르드개가 여전히 자신 앞에서 일어나지도, 떨지도 않는 것을 보고 맹렬한 분노(헤마)에 사로잡힙니다.
맹목적인 자만 (11-12절): 집에 돌아온 하만은 친구들과 아내 세레스 앞에서 자신의 막대한 부와 수많은 자녀, 그리고 왕이 자신을 얼마나 높였는지를 자랑하며 자기 숭배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4. 파멸을 향한 올무: 50규빗의 나무 (5장 13-14절)
모든 권력과 영광을 가졌음에도, 하만은 문지기 모르드개 한 사람의 굴복을 받아내지 못한 것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무익하다"며 깊은 불만에 빠집니다. 이에 아내와 친구들은 50규빗(약 22미터) 높이의 나무를 세우고 내일 왕에게 모르드개를 매달기를 구하라고 조언합니다.
원어 분석: 에츠 (עֵץ, Ets - 나무, 장대, 사형틀)
14절 "오십 규빗 되는 **나무(에츠)**를 세우고"의 단어입니다. 신명기 21장 23절에 "나무에 달린 자는 하나님께 저주를 받았음이니라"고 기록된 바로 그 저주의 도구입니다. 하만은 이 거대한 나무를 세워 모르드개를 온 제국 앞에서 철저히 저주받은 자로 수치스럽게 죽이려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악인의 이 교만한 계획(에츠)을 역이용하사, 불과 하루 뒤 하만 자신이 직접 세운 그 나무에 달려 심판받게 하시는 가장 통쾌한 공의의 도구로 빚어내십니다.
요약
에스더 5장은 사명자(에스더)의 '침착한 영적 절제'와 대적(하만)의 '폭주하는 교만'이 팽팽하게 대비되는 장입니다. 3일의 금식은 에스더에게 목숨을 거는 담대함과 더불어,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는 지혜를 주었습니다. 에스더가 대답을 하루 미룬(Delay) 바로 그 밤, 하만은 모르드개를 죽일 50규빗의 사형 틀을 완성하며 승리에 도취합니다. 그러나 하만이 무덤을 파고 있던 그 고요한 밤은, 하나님께서 세상을 뒤집으시기 위해 일하시는 가장 치열하고 결정적인 밤이었습니다.